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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여성들의 손에 쥐어진 스패너, 펜치, 드라이버는 더 이상 단순한 도구가 아니다. 무료한 일상에 활력을 불어넣는 작은 원동력이자, 새로운 산업 변화를 알리는 신호다. 중국에서 하나의 성장 축으로 떠오른 여성 공구시장을 현지 시사잡지 신주간(新周刊) 기사를 통해 살펴보자.

공구라는 단어는 여전히 많은 사람들에게 ‘남성의 영역’을 떠올리게 한다. 하지만 이 오래된 인식과 현실 사이의 간극은 빠르게 좁혀지고 있다. 중국의 한 온라인 쇼핑 플랫폼의 통계에 따르면, 여성 공구 구매자 수는 전년 대비 무려 195% 증가했다. 이제 공구는 많은 여성들에게 더 이상 낯선 물건이 아니다. 중국 SNS상에서는 ‘여성 파워 만점’이라는 영상이 큰 화제를 모았다. ‘공구 소녀’로 불리는 두 명의 90년대생 여성이 직접 공구를 제작하고, 좁은 자취방을 위한 셀프 인테리어 솔루션을 설계해 자신들의 제품을 온라인에서 대히트 상품으로 만들어냈다. 이처럼 소비 트렌드의 새로운 카테고리가 된 여성 공구시장의 성장 배경을 네 가지로 나누어본다.

중국의 임대 주거 인구는 2017년 기준 약 1억 9,800만 명에 달했으며, 이 수치는 이후에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같은 해 발표된 《중국 도시 청년 임대주거 생활 보고서》에 따르면, 대도시에서 임대 거주 중인 청년 가운데 여성은 남성보다 주거에 더 많은 비용을 지출하는 경향을 보였다. 임대 주거를 선택한다는 것은 생활 속에서 마주치는 크고 작은 문제를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전구 교체, 배수관 막힘, 온수기 고장 같은 일상적인 문제는 어느 순간 갑작스럽게 찾아온다. ‘집주인에게 연락하면 되잖아?’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자취 경험자라면 안다. ‘월세 받을 때는 초고속 답장, 고장 수리는 잠수’라는 현실 말이다. 게다가 전문 수리기사의 출장비 역시 해마다 오르고 있다. 여기에 더해 수리기사로 위장한 범죄 사례까지 종종 보도되면서, 비용뿐 아니라 안전 문제까지 함께 고려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다. 여성들은 결국 필요한 공구를 스스로 준비하고 스스로 해결하는 쪽을 선택하게 된다. 이것은 선택이라기보다, 혼자 살아가는 여성들이 일상 속에서 터득해온 가장 현실적인 생존 방식이 됐다.

목기(木器) 복원 장인 취펑(屈峰)은 다큐멘터리 《나는 고궁에서 문화재를 수리한다(我在故宫修文物)》에서 불상을 조각하며 이런 말을 남겼다. “많은 사람들은 문화재를 잘 복원하는 것이 문화재 복원가의 가치라고 생각하지만, 사실 그것은 전부가 아닙니다. 복원 과정에서 대상과 교류하고, 그것을 이해하며, 결국 자기 자신을 그 안에 녹여내게 됩니다.” 이 장면은 많은 이들의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무언가를 조립하고, 고치고, 손보는 과정이 문화재를 복원하는 일과 닮아 있기 때문이다. 잠시 도시의 소음에서 벗어나 벽을 칠하고, 가구를 조립하며 고장 난 부분을 손보는 시간은 자신의 내면과 마주하는 시간이자, 작은 성취를 통해 삶에 활력을 채우는 순간이다. 또한 공간에 대한 소속감을 다시 만들어주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비록 ‘열 평 남짓한 공간에서도 백 평짜리 여유 있는 삶을 살겠다’는 생활 철학을 실천하는 데에는 아무런 제약이 없다.
요즘 많은 여성들은 자신의 취향에 맞게 계획을 세우고, 공간을 스스로 바꾼다. 특히 자취방 셀프 리모델링은 중국 도시 여성들 사이에서 새로운 취미이자 일상이 됐다. 최소한의 비용으로 최대한의 효과를 내며, 가장 ‘나다운’ 주거 공간을 만들어가는 것이다. 옷장이 부담된다면 진열대를 활용하고, 침대를 바꾸기 어렵다면 마음에 드는 헤드보드만 교체한다. 벽을 칠하고, 스티커를 붙이고, 러그를 깔고, 그림을 걸고, 가구를 조립하는 일까지 이 모든 과정을 스스로 해낸다. 그리고 그 과정 자체를 즐긴다. 전구 교체나 드릴 사용, 가구 조립은 ‘남자 일’이라는 오래된 편견과 달리, 20kg 이하의 물건을 드는 작업은 성별보다 개인체력·기술의 차이가 더 크게 작용한다. 오늘날의 공구와 가구는 경량화, 모듈화, 간편 조립을 중심으로 설계되어 있어 여성도 충분히 다룰 수 있다. 화장이나 네일아트처럼 섬세한 작업에 익숙한 여성이라면, 벽을 칠하거나 가구를 조립하는 일 역시 그리 낯설지 않게 느껴질 것이다. 스스로 고치는 즐거움은 단순한 취미를 넘어, 각자의 삶을 주체적으로 만들어가는 힘이 되고 있다.
세계로 확산된 ‘셀프 홈업그레이드’ 문화

중국에서 여성소비가 확대되는 배경에는 공구·홈인테리어 산업 전반에서 진행 중인 구조적 변화가 자리하고 있다. 건설·부동산 경기 둔화로 공구·가정용 인테리어 산업 역시 한계에 부딪히면서, 많은 브랜드들이 새로운 돌파구를 모색하기 시작했다. 그 과정에서 이들이 주목한 시장이 바로 젊은 세대, 특히 여성 소비자층이다. 기존 산업이 미처 충분히 공략하지 못했던 이 영역을 선점하기 위해 브랜드들은 전략을 빠르게 수정하며 새로운 경쟁 국면에 진입하고 있다. 그 결과, 공구와 홈인테리어 시장의 트렌드 역시 분명해졌다. DIY 중심의 셀프 작업, 경량화된 도구, 간편한 조립구조, 기능뿐 아니라 디자인·색감을 중시한 제품이 변화의 흐름 속에서 전통적인 공구 업계 출신이 아닌 새로운 주체들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최근 큰 인기를 얻고 있는 ‘공구소녀(五金少女)’ 역시 이러한 변화의 대표적인 사례다. 비자이(Veezai)와 메이덴(Mayden) 두 명의 90년대생 광저우 여성 크리에이터는 자취방을 직접 개조하는 영상으로 폭발적 인기를 얻으며 ‘콘텐츠 + DIY + 이커머스’를 결합한 새로운 모델을 만들어냈다. 공구 사용 팁을 담은 짧은 영상과 자체 브랜드의 맞춤형 제품을 유기적으로 연결해 보다 실용적이고 생활 밀착적인 방식으로 제품을 소개한다. 이들은 처음에는 지인의 자취방을 함께 개조해주며 공구와 인연을 맺었고, 자취방 리모델링 과정을 영상으로 기록해 온라인에 공유했다. 이후 콘텐츠 제작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자신들만의 타오바오 스토어(중국의 온라인 쇼핑플랫폼)를 열고, 자취방 문제 해결에 초점을 맞춘 제품을 직접 기획했다. 공장에 제작을 의뢰해 C2M(소비자와 제조사를 직접 연결하는 새로운 공급사슬 모델) 방식으로 판매하며 콘텐츠에서 커머스로 이어지는 구조를 완성한 것이다. 이처럼 ‘공구 소녀’와 같은 새로운 주체, 그리고 이들이 만들어내는 新유형의 비즈니스 모델은 공구·홈인테리어 산업 전반에 지속적인 활력을 불어넣으며 더 큰 성장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

상하이를 배경으로 30세 여성 세 명의 삶을 그려 높은 화제성과 논의를 이끌어낸 드라마 《겨우, 서른(三十而已)》, 30세 이상 전직 걸그룹 멤버들의 도전을 담은 망고TV의 서바이벌 예능 《승풍파랑의 언니들(乘风破浪的姐姐)》. 이들 콘텐츠에 이어 이제 ‘여성 공구 소비’의 부상까지, 오늘날 ‘여성’이라는 키워드는 사회 전반에서 점점 더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다. 최근 공구·생활용품 시장에서도 여성들의 존재감은 더욱 뚜렷해지고 있다. 대중문화 속에서의 여성 서사가 스타의 영향력과 서사를 통해 여성의 자율성과 나이에 대한 편견에 ‘NO’를 외쳤다면, 공구 시장에서 나타나는 여성의 변화는 훨씬 더 직접적으로, 일상 속에서 그 메시지를 증명한다. 누가 말했을까? 공구는 남성의 영역이라고. 여성들의 소비는 이제 화장품·패션·육아용품 같은 익숙한 영역에 머물지 않는다. 공구를 비롯해 자동차용품, 운동기구 등 그 선택지는 점점 더 넓은 산업 전반으로 확장되고 있다. 이 변화는 일시적인 유행이라기보다, 여성들이 자신의 삶을 스스로 꾸리고 해결하려는 욕구가 자연스럽게 드러난 결과에 가깝다. 그리고 그 흐름에 시장이 응답하기 시작한 것이다. 한때 남성 중심으로 여겨졌던 공구 시장에서 여성은 더 이상 ‘잠재 고객’이 아니다. 그들은 이미 일상 속에서, 분명한 핵심 소비층임을 증명하고 있다.

번역·검수 _ 이주현 크레텍 해외마케팅팀 / 출처 _ 신주간(新周刊) / 진행 _ 장여진 / 일러스트 _ 구글 Gemin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