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차

BUSINESS

BIZ NEWS

 

세계 최장 노선으로 산업화 주도 


중국 철도망의 역사

 

 

중국 철도는 단순한 교통수단을 넘어 국가 발전 전략의 상징이자 산업화의 동력으로 자리 잡았다. 1949년 신중국 성립 당시 2만km 남짓이던 노선은 오늘날 15만km에 달한다. 그중 4만km 이상은 고속철도로, 세계 전체 고속철도의 70%를 차지한다. ‘철도를 잡는 자가 미래를 잡는다’는 구호가 허언이 아님을 증명하는 수치다. 중국 산업화를 일군 철도망 역사를 알아보자.

 


 

전쟁 후 철도 복구 작업으로 첫걸음


중국은 1881년부터 자체 철도를 건설해왔다. 하지만 1900년대 이후 계속된 전쟁으로 인해, 1949년 중화인민공화국 수립 당시 철도망은 초라했다. 전쟁의 흔적은 선로를 끊어 놓았고, 교량과 터널은 붕괴된 채 방치돼 있었다. 철도의 운행거리는 겨우 2만km 남짓, 그것도 대부분 구식 선로였다. 열차의 평균 속도는 시속 30km를 넘지 못했고, 화물 운송 능력은 경제 성장을 뒷받침하기에 턱없이 부족했다. 당시 정부는 ‘철도 없이는 산업화도 없다’는 판단 아래 철도 복구를 최우선 과제로 삼았다. 1952년까지 3년간의 집중 복구 작업으로 주요 간선이 다시 연결됐고, 철도 수송량은 3년 만에 두 배 이상으로 늘어났다. 소련의 기술자와 장비가 투입되면서 기초 건설 역량도 빠르게 자리 잡았다.

 

 

산업화의 혈관, 대규모 건설의 시대


1958년 대약진 운동 이후 중국은 중공업 중심의 경제 전략을 채택했고, 철도 건설은 이 전략의 ‘혈관’ 역할을 맡았다. 동부 연안과 내륙 자원지를 연결하는 노선들이 속속 착공됐다. 1960~70년대는 특히 전략적 노선 건설의 시기였다. 동북의 석탄, 서부의 광물 자원, 내몽골과 신장의 국방 요충지를 연결하는 철도는 국가 안보와 산업화 모두에 필요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칭하이-티베트 철도(청장철도)다. 중국 최서남단 라싸까지 닿는 철도로, 이후 2000년대에 와서야 건설되었지만 세계 최고 해발의 선로 건설이 시작된 순간이었다. 1978년 개혁개방 이전까지 운행거리는 5만km를 넘었다. 철도가 국가 균형 발전의 틀을 잡아가는 과정이었지만, 속도와 효율은 여전히 한계가 분명했다.

 

 

개혁개방, 철도의 현대화를 열다


1978년 개혁개방 정책은 철도에도 새로운 바람을 불러왔다. 경제특구와 연해 도시의 부상은 대규모 물류 수송을 요구했고, 철도의 현대화는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1980년대에는 복선화, 전철화가 집중적으로 추진됐다. 단일 노선으로는 물류 수요를 감당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동시에 외국 기술의 도입이 확대되며, 철도 공사 방식과 운영 효율성이 높아졌다. 1990년대에 들어서면서 병목 구간 해소를 위한 대규모 투자가 이어졌다. 베이징-상하이, 베이징-광저우 등 국가 간선의 수송 능력 확장은 개혁개방 경제가 중국 전 지역으로 뻗어 나가는 데 중요한 기반이 됐다.

 

 

고속철도의 서막, 21세기 전환점


2000년대는 중국 철도의 대전환기였다. 2004년 중국 정부는 ‘중장기 철도망 계획’을 발표하고, ‘4종 4횡’ 고속철도 전략을 본격 추진했다. 동서를 잇는 4개 간선, 남북을 연결하는 4개 간선으로 국가 전역을 촘촘히 묶겠다는 구상이었다. 2008년 베이징-톈진 고속철도의 개통은 역사적 사건이었다. 시속 350km로 달리는 열차는 중국의 기술력을 세계에 알리는 계기가 됐다. 이어 베이징-상하이, 우한-광저우, 정저우-시안 등 초대형 프로젝트가 잇달아 완공되며, 불과 10년 만에 중국은 세계 최대 고속철도 국가로 부상했다. 이 과정에서 중국은 기술 독자화를 적극 추진했다. 초기에는 일본, 독일, 프랑스의 기술을 도입했으나, 빠른 국산화 전략으로 단기간에 독자 모델을 완성했다. 지금은 자국 브랜드 ‘푸싱호’가 세계 철도 전시회에서 선진 국가들과 당당히 선진기술을 경쟁하고 있다.

 

 

세계로 뻗어 나가는 철도망


2010년대 중반 이후 중국은 철도망을 세계화의 도구로 삼았다. ‘8종 8횡’ 고속철도 전략으로 전국 도시권을 1~2시간 생활권으로 묶는 동시에, 일대일로 정책을 통해 철도 기술을 해외로 수출했다. 라오스-중국 철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반둥 고속철, 유럽으로 향하는 중유럽 화물열차(중국-유럽 철도)는 대표적 사례다. 철도는 중국의 제조업·물류와 함께 해외에 진출하며 새로운 국제 네트워크를 만들어가고 있다. 2020년 기준 중국 철도의 운행거리는 14만km를 돌파했고, 2025년에는 17만km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이 중 고속철도만 5만km에 달해 전 세계 고속철도의 3분의 2 이상을 차지할 것으로 보인다.

 

 

미래 중국 철도는 스마트화&친환경화


중국 철도망의 발전사는 곧 국가 발전 전략의 축소판이다. 경제, 사회, 국제적 측면에서 다음과 같은 역할을 한다.
- 경제적 측면: 산업화와 도시화를 가능하게 한 수송 인프라
- 사회적 측면: 도시 간 이동 시간을 단축시켜 국민 생활을 변화시킨 교통혁명
- 국제적 측면: 일대일로 정책을 뒷받침하는 핵심 수단
미래의 중국 철도는 단순한 확장이 아니라 스마트화·친환경화로 나아가고 있다. 자율주행 열차, 빅데이터 기반 유지관리, 탄소 배출 최소화 기술이 연구되고 있다. ‘철도 강국’에서 ‘철도 선도국’으로 변모하려는 야심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70여 년 전, 폐허 속에서 다시 선로를 잇던 중국 철도는 이제 세계를 잇는 글로벌 네트워크의 주축이 됐다. 철도망의 급성장은 국가 성장 엔진으로 작용했다. 철도는 단순한 교통수단을 넘어, 중국이 걸어온 길과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보여주는 현대사의 궤적으로서 중요한 의미를 지니는 것이다.

 

출처 _ 바이두 루루첸첸(律律芊芊) / 번역_ 윤석우 크레텍 해외마케팅팀 과장 / 진행 _ 장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