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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구상탐방

고성 한일종합상사

 

30년 철망 전문점에서
배관, 조경, 안전까지

 

경남 고성 한일종합상사 강상병·허선희 대표

 

경남 고성군 남해안대로를 달리다보면 ‘철망’, ‘휀스’라고 적힌 간판과 함께 여러 디자인의 울타리로 둘러싸인 한일종합상사를 만날 수 있다. 철망회사로 출발해 조경, 토목 등 사업 분야를 다변화해온 업체다.

 

 

디자인, 설치방식… 펜스 시장도 트렌드가 있다


경남 고성군 신월리에 위치한 한일종합상사는 주택, 공장, 관공서 등에 울타리 설치를 위한 각종 펜스와 철망 자재를 취급하고 있다. 주택과 정원의 분위기를 만드는 세련된 디자인의 펜스부터 농막용 철망, 가드레일, 볼라드, 자바라문, 안전·방범용 펜스까지. 재질도 스테인리스, 알루미늄, 플라스틱 등 용도에 따라 다양하다. 펜스는 형태와 색상, 설치 방식에 따라서도 변화 발전하고 있다.


“펜스는 4~5년만 지나도 기존 제품이 없어지고 새로운 제품들이 출시돼요. 모양을 세련되게 바꾸거나, 심플하게 만들고, 시공하기 편하도록 단순화시키면서 계속 업그레이드된 제품이 나오고 있어요.”


또한 고객이 설치를 원하는 곳에 길이와 각도 등을 시공 상황에 맞게 오차 없이 맞춤 제작해야 하므로 전문성이 필요한 것이 바로 펜스 사업이다.

 

 

토목, 조경 자재 분야로 넓히고 공구까지


30여 년 전 철망 전문점인 고성철망산업으로 출발한 한일종합상사는 사업 분야를 계속해서 확장해왔다. 현재는 펜스 외에도 토목 공사 자재, 조경, 안전 관련 공구까지 판매한다. 부피가 큰 재고를 보관하기 위해 200평 매장을 포함한 1800평의 넓은 부지를 활용하고 있다. 지게차와 6대의 배달 차량이 고객이 요구에 즉시 움직일 대기를 한다. 한일종합상사 강상병·허선희 대표 부부는 경남 진주와 고성군 읍내에서 사업을 이어오다가 2018년, 교통이 편리한 남해안대로가 지나가는 신월리에 자리를 잡았다.

 

“고성은 우연히 드라이브하며 바람 쐬러 온 곳인데, 신기하게 그냥 마음이 쏠리더라고요. 조용하고 아늑해서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진주에 있다가 여기로 매장을 옮겼죠. 지역이 좁아 보이지만 의외로 공구, 철강, 농자재, 토목 등 업체가 다양하고 경쟁이 치열한 곳이에요.”


바다와 인접한 고성군은 SK오션 등 조선소가 있고 진주·사천에는 항공국가산업단지가 조성돼있어 관련 자재를 납품하는 업체들도 있다. 하지만 한일종합상사는 산림조합 등 조경 토목 관련 거래가 많다. 산에 도로를 낼 때 필요한 와이어매쉬, 파이프, 시멘트 등 토목공사 자재부터 가로수 보호와 관리를 위한 지주목, 녹화마대, 고지가위 등 다양한 조경자재를 취급하는 것이 특징이다.

 

 

찾는 상품 70% 갖추면 충분한 응대 가능


한일종합상사가 판매하는 상품은 10만 품목이 넘는다. 공구를 취급하게 되면서 모든 진열장이 점점 빼곡해지고 높아졌다. 세부 규격까지 분류하면 45만 가지 상품이 매장에 진열돼 있다. 이 많은 품목을 익히는 데는 수 년 간의 부단한 노력도 필요했다.


“저는 펜스 사업을 하면서 펜치, 드라이브, 앙카 정도는 써봤으니까 공구 좀 안다고 생각했는데 실제로 매입해보니까 종류가 너무 많은 거예요. 손님이 뭘 달라는데 무슨 말인지를 몰라요. 막 머리가 터질 거 같고 배우느라 정말 힘들었어요. 그땐 울기도 많이 울었죠.”


매장관리를 맡고 있는 허선희 사모는 직접 부딪치며 상품지식과 판매 노하우를 쌓았다. 그러면서 고객에게 필요한 모든 상품을 갖출 필요는 없다는 것도 알게 됐다. 찾는 상품의 70% 정도만 갖추더라도 충분한 응대가 가능한 것. 고객 이탈을 막기 위해 구입한 여러 상품들이 악성재고로 남게 된 일을 경험했기 때문이다.

 

 

매입 선정은 손님에게 많이 질문해야


한일종합상사는 매입할 상품을 선정하는 방식이 있다. 대부분의 영업이 매장 안에서 이뤄진다는 점을 활용한다. 방문하거나 전화하는 손님들의 의견을 가장 귀 기울여 듣는다.


“상품 트렌드를 손님과 대화하면서 알게 돼요. 실제로 공구를 써보고 잘 아시는 분이니까요. 저는 ‘주로 어떤 제품, 브랜드가 많이 나가요?’하고 많이 여쭤 봐요. 잘 사용되는 것 외에도 제품의 쓰임새, 모양, 편리성, 또 한 번 쓰고 버릴 건지 계속 쓸 건지 이런 것들을 알아보고 참고해서 매입을 하죠.”


이렇듯 손님과의 대화는 상품에 대한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어 매입에 많은 도움이 된다고 한다.

 

 

직원 각자의 장점 살려 영업


판매에는 구성원들의 역량도 중요하다. 한일종합상사의 구성원들은 각자의 장점을 살려 업무에 임하고 있다. 강상병 대표는 펜스 납품, 시공 등 현장 가까이서 영업을 담당한다. 경영에 대한 큰 결정을 내리며 어려운 일이 발생할 때는 든든한 문제 해결사 역할을 한다. 허선희 사모는 키맨이자 매장 안에서 일어나는 모든 업무를 맡고 있다. 가장 먼저 고객을 만나는 한일종합상사의 얼굴과 같다. 고객의 이야기를 들으며 업계를 파악하고, 가정의 안부와 농담도 나눌 만큼 친한 손님도 많다. 근무 4년차인 박영준 소장은 손님 응대와 상품 정리 등 매장 관리를 담당하고 있다. 변함없는 차분한 인상으로 까다로운 손님, 진상 손님까지 굴하지 않고 상냥하게 응대를 해내는 친절맨이다. 강 대표 부부의 아들 강무현 씨는 2년여 전부터 일을 시작하며 매입 매출 영업 등 많은 것들을 배우고 있다. 현재 사업 분야와 관련된 산림기사 자격증도 취득했다.


“30년 정도 사업을 해오다보니 나이 들어 건강 문제도 있고, 이제 아들이 일을 해보려는 의지가 있어서 함께하게 됐어요. 저희가 옆에서 보조해주고 직접 경험을 많이 쌓아보면서 사업이 어떤 방향으로 가야할지 스스로 생각해보게 하려고 해요.”

 

고객과 상품에 대한 ‘관심’ 가장 중요


한일종합상사는 늘 제자리에 안주하지 않고 새로운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최근에는 물가가 오르고 건설경기가 나빠져 매출에도 악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만, 늘 배우고 실천하는 태도는 잃지 않는다. 고객과 상품에 대한 관심, 그리고 부지런함이 있는 한 가능성이 있다는 믿음이다.


“건설업체 10곳 중에 2~3곳만 살아남는다고 해요. 산림 조경 쪽도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한 달에 입찰 물건이 200~300건씩 쏟아졌는데, 요즘은 2~3건 밖에 없어요. 내년 정책에 따라 어떻게 또 바뀔지 모르겠어요. 요즘은 납품받는 제조사들이 철저하게 관리하면서 수익을 내기 더 어려워졌죠. 그래도 저희는 다행히 어느 정도 유지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온라인 시스템을 구축해보고도 싶고, 전문성을 강화할지 다양성을 추구할지도 고민하면서 더 나은 방향을 찾고 있어요. 장사에 가장 중요한 것은 관심이거든요. 끊임없이 경험해보고 알려고 하는 노력 없이는 안 된다고 생각해요. 스스로 움직이고 생각해봐야 길이 생깁니다.”

 

글·사진 _ 장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