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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구상탐방

인천 수정종합공구

 

오장육부 내놓은 장사꾼
큰 위기 이겨내고 가게 확장해

 

인천 수정종합공구 양수창 대표

 

인천에 위치한 송림공구상가에는 특유의 미소로 손님을 맞이하는 공구인 양수창 대표가 있다. 그가 직접 손님을 맞이하는 수정종합공구는 수공구와 전동공구를 중심으로 다양한 제품이 손님을 기다린다. 2018년 파나마 건설 현장 부도 사태로 대략 8억 원 손실을 이겨낸 이곳은 2025년 다시 한 칸의 상가를 매입해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원래 힘들 때 일 더 저지르는 법


수정종합공구 양수창 대표는 2025년 상가 한 칸을 추가로 매입했다. 바로 옆 점포에서 오랫동안 용접기를 취급하던 사장님의 권유로 얻게 된 기회였다. 갑작스러운 일이었지만 그는 주저하지 않았다. 남들은 어려운 시기라 움츠러들 때 그는 ‘지금이 기회’라며 과감히 결단했다. 43년을 버텨온 노련한 장사의 감각이 만들어낸 또 한 번의 전환점이다.


“창업 이후 지금까지 23년간 이 자리에서 쓰고 있는 가게 2칸이 월세입니다. 공구상가 부동산은 매입하고 싶어도 매물이 없으니 매입이 불가능했죠. 그래서 평생 월세를 내며 장사하는 분들도 있고요. 그런데 저는 운 좋게 제 가게 한 칸을 매입하게 되었네요. 공교롭게도 매입 계약을 하고 난 뒤 한 달이 지나자 용접기 사장님께서 영면하셨어요. 기분이 묘했습니다. 그분이 평생 성실하게 일하신 자리인데 그 자리를 제가 이었으니 저도 더욱 열심히 해야죠. 진열대도 새롭게 설치하고 간판도 새롭게 달았습니다. 새로 매입한 공간은 고가의 전동공구를 보관하고 진열하는 공간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수정종합공구 전경

 

공구상가 척척박사 공구지식 자부심


1982년, 18살이었던 그는 인천의 어느 공구상에서 종업원으로 일을 시작했다. 직원으로만 20년 일했다고. 이후 2002년부터 독립해 송림공구상가의 월세 한 칸으로 수정종합공구를 시작했다. 평생 공구유통업에 매진해 손님 응대의 달인인 그는 제품 특성부터 사용 팁까지 공구 정보를 막힘없이 설명한다. 송림공구상가 공구인들도 생소한 공구 관련 정보를 그에게 물어볼 정도다.

 

가격표를 붙여 놓아 손님이 쉽게 가격을 알 수 있도록 배려해 놓았다.


“평생 다른 것 안 보고 공구장사만 해서 그런지 공구지식 하나는 자신 있습니다. 구색 많고 제품 잘 알아야 손님들도 믿고 주문을 해주죠. 살아있는 공구지식은 결국 경험으로 쌓입니다. 책을 읽는다고 다 아는 것이 아닙니다. 책도 읽어야죠. 하지만 현장에서 고객이 물어보는 질문을 이해하려면 여러 가지 시행착오를 통해 얻는 지식이 있어야 해요. 그런 경험이 곧 지식이고 자산입니다. 40년 넘게 공구장사하면서 쌓은 노하우가 제 자산이죠.”

 

송림공구상가 공구인들도 생소한 공구관련 정보를 그에게 물어 본다.

 

손님 마음 얻는 장사 ‘오장육부 다 빼라’


수정종합공구는 구색도 다양하지만 무엇보다 서비스가 좋다. 양수창 대표는 손님은 물론 지나가는 행인이 방문해도 친절하고 밝은 미소로 맞이한다. 대형 공구유통업체 영업사원들과도 관계가 좋은데 그는 영업사원의 부탁은 가능한 들어주려고 노력한다. 살다 보면 상황이 바뀌어 내가 부탁해야 하는 곤란한 일이 생길 때 그 친구들이 먼저 도와준다고. 그의 장사 노하우는 다양한 사람의 마음을 얻어 자신을 도와주는 사람을 많이 만드는 것에 있다.

 

수종종합공구의 강점은 다양한 수공구 구색이다.


“저는 소매와 납품 위주로 장사를 합니다. 장사는 기술보다 마음이에요. 손님이 원하는 걸 다 들어 줄 수 없어도 최소한 진심으로 대하면 그게 통합니다. 장사하는 사람이 항상 웃어야지 혹여 화를 내면 안 됩니다. 저는 손님한테 ‘오장육부 다 빼서 드린다’는 각오로 일해요. 가격 흥정보다 관계가 중요하고요. 사소한 언쟁은 금물이고요. 단가 몇 천 원보다 신뢰를 쌓는 것이 우선입니다.”

 

파나마 건설현장 8억 부도 위기 극복


양수창 대표는 영화보다 더 극적이고 심각한 위기를 겪은 바 있다. 아는 지인의 소개로 2018년 대기업 현지법인이 합작한 파나마 운하 발전소 현장에 대규모 납품을 한 것. 약 15억 원 규모의 공구를 공급했지만 현지 법인에서는 8억 원 가까운 대금 지불을 미루었다. 물품 대금을 기다리다 지친 양수창 대표는 파나마가 있는 중앙아메리카로 갔다.  

 

양수창 대표가 새롭게 얻은 가게 1칸은 값비싼 전동공구 보관 및 진열공간이 되었다.


“주변 사람들이 미쳤다고 뭘 믿고 파나마로 그렇게 물건을 보내냐 말리기도 했어요. 처음 1억원, 1억 원, 2억 원 물품 대금은 잘 보내 주더라고요. 그래서 믿고 몇 억 단위로 물건을 파나마로 보냈죠. 파나마 공사현장은 버스도 안다니는 오지였어요. 현지법인장을 만나는 것도 어려웠지만 물품대금을 지불하겠다는 확인 서류 도장 받는 것도 힘들더라고요. 자꾸 미루는 결제 도장을 힘겹게 받았는데 3일 뒤 그 법인장이 자살했다는 소식을 들었어요. 모든 것이 수포로 돌아간 것이죠. 돈 못 받을 것 직감하고 비행기 타고 돌아오는 길에 눈물이 멈추질 않더라고요.”


국제거래의 허점을 뼈저리게 체험했지만 그는 쓰러지지 않았다. 주변 상인들이 위기를 이겨내야 한다며 도와준 덕분이다. 특히 송림공구상가의 공구인들은 부도로 인한 빚은 일해서 벌어 갚으면 된다며 그를 응원하고 배려해줬다. 그는 주변의 응원에 용기내어 다시금 가게 문을 연다.

 

수정종합공구는 소매와 납품 위주로 장사를 하며 고객과 신뢰를 중요시 한다.

 

빚 갚고 가게 확장하고 지금도 웃는 연습


양수창 대표는 그 이후 7년간 하루도 쉬지 않고 일했다. 결국 그때 부도로 인한 빚 대부분을 갚게 된다. 부도로 인한 마음의 상처도 어느 정도 회복되었을 때 가게 확충의 행운도 찾아왔다. 그는 이제 100세 시대라며 인생은 끝날 때까지 끝난 것이 아니라 말한다. 그리고 그는 오늘 하루도 거울을 보며 웃는 연습을 한다. 삶에 굴곡이 없는 소년처럼 환한 미소로 즐겁게 손님을 맞이하기 위해서다.    


“돈이 없어도 웃고 살아야 합니다. 웃는 것이 재산이에요. 장사꾼은 얼굴로 인사합니다. 손님은 인상 좋은 사람한테 마음을 열죠. 무엇보다 포기하지 않고 정직하고 성실하게 살아야 해요. 그래야 후회가 없어요. 가슴 아픈 위기가 와도 그렇게 참고 버티다 보면 새로운 행운도 찾아옵니다. 무엇보다 좋은 사람들을 가까이 해야 하는 것 같아요. 제가 다시 일어설 수 있었던 것도 내 주변의 송림공구상가 사람들 덕분입니다. 공구업을 하면서 눈물 흘리는 날도 있었지만 이제는 진짜 즐겁게 일하면서 손님들도 주변 사람들에게도 도움 주고 싶어요.”


수정종합공구에는 10년 넘은 단골이 수두룩하다. 어떤 거래처는 아들이 커서 아버지 대신 거래를 이어가기도 한다. 양수창 대표는 그럴 때마다 묘한 뿌듯함을 느낀다. 세월이 흘러도 수정공구는 믿을 수 있다는 말을 들을 때가 제일 기쁘다고. 그것이 그가 장사를 계속하는 이유다.

 

글·사진 _ 한상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