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구상탐방
경기 이천 ㈜인왕상사
경기도 이천시에는 도심에서 찾아보기 힘든 대형 공구상이 있다. 넉넉한 주차장과 여러 창고를 보유한 이곳은 각종 공구는 물론 안전용품, 고무벨트, 볼트까지 고객이 원하는 모든 제품을 취급한다. 기업 납품 잘하기로 유명한 공구상 (주)인왕상사다.
규모가 작은 공구상은 보통 개인회사로 운영된다. 개인회사는 한 사람이 설립하고 운영하며 법적 책임을 본인이 모두 지지만 설립과 운영이 간단하다. 반면 주식회사는 여러 사람이 투자하여 법인격을 가진 회사다. 위험을 분산하고 자본을 유치하기 좋은 형태로 체계적이고 투명한 경영이 요구된다. ㈜인왕상사는 태유호 대표가 설립하고 성장한 주식회사로 작년 대략 50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경기도 이천 지역의 공구상 중에서는 가장 크고 체계가 잡혀 있다 자부합니다. 저희 ㈜인왕상사는 기업 공장 납품이 전체 매출을 8할을 차지해요. 소매로 찾아오시는 분들이 나머지 매출을 책임져 주시죠. 기업납품은 전자 입찰을 많이 하는데 그 입찰을 저희 직원들이 참 잘해주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우리 인왕상사가 직원이 주인인 회사라고 생각합니다.”
태유호 대표의 직원사랑은 대단하다. 20년이 넘게 일한 장기근속 직원에게는 원하지 않아도 그가 열심히 일할 수 있도록 다양한 배려와 지원을 해준다. 태유호 대표는 자신이 ㈜인왕상사의 자산을 지키고 성장시킬 수 있었던 것은 직원들의 헌신이 있어서라 말 한다.
“제가 1956년생입니다. 내일 모레면 일흔이죠. 세월이 흘러 할아버지가 되어 컴퓨터 화면도 이제는 잘 안보여요. 그런 제가 어떻게 혼자서 ㈜인왕상사를 잘 경영하겠습니까. 바로 직원들이 자신의 회사처럼 열심히 일해주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함께 먹고 살자. 저는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하고 또 직원들도 제 마음을 알아주어서 열심히 일해주고 있어요. 공구 유통업은 힘들고 어렵습니다. 전문가가 되는데 긴 시간이 걸리죠. 장기 근속한 직원들은 훌륭한 자산이고 인왕상사 그 자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함께 같이 주인의식 가지고 오래 오래 가족처럼 일하자고 제가 먼저 배려하는 거죠.”
태유호 대표는 ㈜인왕상사의 성장은 직원들 덕분이라 한다. 하지만 지금의 인왕상사가 될 수 있었던 것은 그의 노력과 헌신, 철학이 있어서다. 손님이 원하는 모든 제품을 제공하는 것이 인왕상사의 문화다. 작은 소매 손님이 감동을 받으면 단골 고객이 되고 그 단골 고객 중에는 기업의 구매담당자가 존재한다. 인왕상사가 큰 영업 활동 없이 기업에 납품을 시작하게 된 것도 태유호 대표가 소매 손님께 최선을 다했기 때문이다.
“제가 경기도 이천에 터를 잡고 한참 일을 할 때가 1990년대 2000년대였거든요. 지금도 그렇지만 경기도 이천이 수도권이긴 한데 서울 청계천까지 오고가는데 적지 않은 시간이 걸려요. 한참 일 할 때는 새벽 5시에 첫차타고 집을 나서면 오전에 서울 청계천에 도착하거든요. 이른 아침 먹고 공구를 매입하고 인왕상사에 돌아와 물건 거래처에 전달했는데 그 사이 주문 받은 물건 중에 가게에 없는 물건이 생겨요. 그럼 다시 청계천으로 출발하는 거죠. 청계천 공구상들 문 닫기 직전 마지막 손님으로 제가 공구를 매입해요. 그렇게 저녁 먹고 경기도 이천에 돌아오면 밤 10시가 넘었죠. 물론 피곤했어요. 또 때로는 손해 보기도 했고요. 그렇지만 고객에게 그런 물건 없습니다. 그런 말 하고 싶지 않았어요. 결국 ㈜인왕상사의 신용이 커지더군요.”
공구상을 40년 동안 운영하다보면 여러 사건 사고를 겪게 된다. 태유호 대표도 마찬가지. 그도 삶을 살아가는데 있어서 대략 3번의 위기가 있었다고 말 한다. 생각도 못한 위기에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따라 미래가 달라지는 법이다.
“경기도 이천에서 장사를 할 때 갑자기 아버지의 보증 상속을 갚으라는 서신이 왔어요. 변호사나 세무사의 도움 없이 저 스스로 그 일을 해결해야 했죠. 아직 젊었던 그때 저에게 있어서는 그것이 인생의 큰 고난 중 하나였어요. 민원도 넣으면서 스스로 문제를 해결 했죠. 다음에는 38년 전 인왕상사를 창업하면서 생긴 잡음을 깔끔하게 정리한 일입니다. 나머지는 가게 확장을 하다 보니 땅 문제로 송사를 겪기도 하더라고요. 내가 분명 정당하게 대가를 구입해서 등기까지 쳐도 우리나라 법이 요상합니다. 법 전문가들도 우리나라 부동산 법에는 맹점이 많다고 말해요. 생각하지도 못한 그 위기를 잘 해결했다고 생각합니다. 무엇보다 가급적이면 원한을 사서는 안되더군요.”
㈜인왕상사는 많은 자산을 가지고 있다. 땅과 건물, 창고와 구색 많은 재고 등 탄탄한 기반을 자랑한다. 이런 기반을 갖출 수 있었던 것은 40년 동안 근검절약하고 공구상을 운영하며 얻은 이익을 잘 투자해서다. 경상남도 부산에서 나고 자란 그가 누구의 도움 없이 경기도 이천으로 이주하고 사업을 시작해 이루어낸 결과라 더욱 놀랍다.
“저도 아내도 경기도 이천이 고향이 아니에요. 고향인 경남 부산에서 전기재료 유통업을 했었죠. 그런데 부산은 대도시라 경쟁이 치열하고 힘들더라고요. 친척 형님이 경기도 이천에서 운영하던 고무벨트 가게를 인수를 권하면서 이천에서 사업을 시작한 것이죠. 아내를 설득해서 이제 갓 태어난 첫 아이를 안고 왔지요. 그렇게 열심히 일하다 생긴 이익은 다른 곳 눈 돌리지 않고 사업을 위해 투자했어요. 전세방을 살아도 사업에 필요한 창고를 먼저 얻었고요. 시간 흐르니 내 가게 땅과 건물을 얻었고 지금은 인왕상사가 위치한 골목 모든 구역이 인왕상사의 자산입니다. 탄탄한 자산을 토대로 급할 때는 은행 대출을 받을 수도 있어 사업이 안정되었고요. 저는 경기도 이천을 사랑합니다. 기회가 되면 가급적 사회에 환원을 합니다. 그렇게 우리 ㈜인왕상사가 이천을 대표하는 공구상으로 사람들에게 기억되었으면 합니다.”
글·사진 _ 한상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