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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엘케미칼

유엘케미칼은 고분자화학, 환경, 생명공학 등 기초과학 및 분석기기를 제공하는 전문기업. 특히 주문형 실험기기, 특수목적용 과학기기를 생산하고 있다.

유엘케미칼은 이화학장비 제조사인 제이에스리서치(JSR)를 시작으로 국내외 여러 과학기기 제조사들의 제품을 유통하고 있다. 대리점으로 취급하고 있는 품목은 약 114종에 달한다. 특히 2018년부터 오하우스 전자저울 공식수입판매를 시작하며 국내 시장에서 브랜드 인지도 확대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
“유엘케미칼만이 오하우스 랩장비와 원심분리기 국내 독점 수입권을 소유하고 있어요. 이를 기반으로 활발하게 국내 공급을 이어가고 있죠.”

정민기 대표는 오하우스 제품 중 기본은 ‘정밀전자저울’이라고 소개한다. 오하우스는 1907년 뉴저지에서 저울 수리업으로 시작하여 현재는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저울브랜드로 성장했다. 연구용 정밀저울 뿐 아니라 산업용 저울도 용도와 중량에 맞는 라인업을 갖추고 있다. 최근엔 쉐이커, 볼텍스 믹서, 원심분리기 등 실험실용 랩 장비까지 영역을 확장하며 종합 과학기기 브랜드로 자리 잡았다. 유엘케미칼은 다양한 분해능으로 출시되는 정밀저울과 산업용 저울, 실험실용 장비들을 선별하여 수입하며, 설치와 교육, 수리까지 전 과정을 직접 수행한다.
“저희는 장비 및 소모품과 실험실용 전자제품, 가구류 판매를 넘어 랩 솔루션과 고객의 니즈에 맞춘 장비 개발까지 토탈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정민기 대표는 유기신소재 전공으로, 공학박사이자 대학 연구원 경력을 갖고 있다. 대학원 선배의 스타트업에 창업멤버로 참여해 연구소 책임자로 일했다. 내 회사라는 마음으로 열정적으로 일했고, 회사가 어려울 때 적금을 해약해서 직원들 월급에 보탤 정도였다. 그러나 결국 가치관의 차이로 5년여 몸담은 회사를 2007년 퇴사하게 되었고, UL(Unlimited Laboratory) 사이언스란 이름으로 홀로섰다.
“월 15만원 임대료의 13평 남짓한 공간에서 시작했어요. 토요일, 일요일도 없었죠. 첫해에 매출 3억 6천만원을, 2년차에 6억 8천만원을 기록했어요. 3년차에 겨우 서류작업 지원해줄 직원 한 명을 둘 수 있었고, 그때 매출은 16억 4천만원이었어요. 그렇게 4년차에 월 80만원짜리 대로변 사무실로 옮길 수 있었습니다.”

이같은 연구 경력 덕분에 유엘케미칼은 단순히 장비와 소모품을 판매하는 데 그치지 않고, 실험실 전체 컨설팅과 장비 제작까지 전 과정 서비스를 제공한다.
“누구보다 잘 알죠. 연구원으로 일하며 경험한 것들이 고객을 이해하고, 고객의 니즈를 파악하는데 큰 도움이 됐어요. 특히 커스텀 장비 제작은 제가 했던 일이라 잘 알고 있기 때문에 고객이 원하는 바를 넘어 좋은 방향으로 제안하기도 해요. 랩실 사이즈나 구조에 맞게 도면을 구상하고 그에 맞춰 테이블이나 의자, 개인사물함 등 가구는 물론 기자재들을 리스트업해서 구성해주죠. 초기 설계부터 완성까지 끊임없는 소통을 통해 최적의 결과물을 만들어냅니다. 말 그대로 연구실험실의 A부터 Z까지 모든 것을 원스톱으로 실행해 드립니다.”

유엘케미칼 연 매출은 약 80억 규모, 임직원 9명으로 구성돼 있다.
“영업은 정말 쉽지 않아요. 문전박대를 당하기도 하죠. 바라보는 시선이 부끄럽기도 하고요. 하지만 그걸 이겨내야 해요. 내 거래처를 만들려면요. 처음에는 지인을 통해 영업했어요. 선후배 교수도 있고, 병원, 연구소 등 현직에 있는 사람들이 꽤 있었거든요. 그런데 결국엔 직접 영업해서 뚫어야 돼요. 저는 연구실 구조와 프로세스를 누구보다 잘 아니까, 어떤 설비와 기자재가 필요한지 전문적으로 컨설팅이 가능해서 고객님의 신뢰를 얻었어요. 만족하신 분들이 주변에 소개해주시면서 이어지죠.”

그렇다고 모든 분야의 연구실에 대해 다 아는 건 아니기에 지금도 꾸준히 공부한다고 말한다.
“소재 개발과 세포·미생물 실험은 완전히 다르니까요. 바이오 쪽은 제가 직접 경험해보지 않아서 잘 몰랐어요. 예를 들어 미생물은 어떻게 키우는 건지, 어떻게 환경을 구성하고 무슨 재료를 사용하는지 공부하는 거죠. 어떤 과정이 있고, 어떤 장비가 필요할지 지인들을 통해 물어보거나 인터넷을 찾는 등 정보를 찾아 내 것으로 만들죠. 그렇게 전문분야를 넓혀왔고, 지금도 계속 넓혀가고 있습니다.”
유엘케미칼은 제품 유통 및 실험실 컨설팅 뿐만 아니라 유무기 합성, 중합 분야에서 우수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자체 연구소를 운영하고 있다. 기능성 유무기 첨단소재, 친환경 아이스팩, 기능성 첨가제 등 창의적인 신소재 제품개발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이를 통해 약 20여건의 국책과제를 수행하는 등 우수한 연구실적을 갖추고 있다. 특허등록 및 출원도 10여건 보유 중이다.

“화장품을 만들려면 물과 기름을 안정적으로 섞어야 해요. 기존 믹싱장비보다 업그레이드한 ULC 호모 믹서(Homo Mixer)와 디스퍼(Homo Disper)를 개발했습니다. 또 시편절단기, 가스 실린더용 브라켓 등도 알루미늄 다이캐스팅으로 직접 가공합니다. 협력 장인들이나 오랜 노하우를 가진 업체들과 유대를 통해 적합한 부품과 제품을 공급받아요. 그 재료들로 커스터마이징한 장비들이 많은데 가장 고가 장비는 4억 6천만원에 판매했어요. 고객님들께서 고가의 비용을 기꺼이 지불하실 만큼 원하시는 대로 만들어드리죠.”

유엘케미칼은 오하우스 코리아와 함께 국내 전시회에 꾸준히 참여하는 등 브랜드 알리기에도 힘쓰고 있다.
“2023년에 홈페이지와 쇼핑몰을 오픈했고, 제품 정보 확인 후 바로 구매가 가능하도록 했습니다. 블로그도 하고 있고요. 제품 소개와 사용법을 알릴 유튜브 채널 개설도 현재 준비 중입니다. 그럼에도 가장 중요한 건 사람과의 소통입니다. 저는 언제나 교수님과 연구원 등 제품 사용자들과 직접 마주하고 대화하며 변화를 만들어나가고자 합니다.”

현재 베트남, 태국 등 해외수출도 현재 진행 중이다.
“대구한의대학교와 협력 중인 아시아 지역 대학에 저희 장비가 많이 공급돼 있어서 장비 설치 및 교육 차 몇 차례 해외 출장도 예정돼 있어요. 설치 후 만족해주시면 정말 뿌듯하죠. 최근 한 국립대의 랩실 구성과 설치도 성공적으로 마무리했고, 자체 개발 장비 판매로 성과를 내는 것도 큰 보람입니다.”
창업 20년 동안 위기 또한 여러 차례 찾아왔다.
“2022년 일신상의 사유로 대표이사직을 기술이사에게 위임한 적이 있어요. 팬데믹을 겪으면서 매출이 하락하고 회사가 어려운 시기이기도 했죠. 결국 2년 후 복귀 요청을 받아 다시 경영에 참여했고, 지난해와 올해 열심히 뛰며 매출을 회복하고 있어요. 몸은 힘들지만 내가 열심히 움직이고 노력하는 만큼 회사에 도움이 된다는 걸 느낄 때 즐겁죠. 그러나 아직 갈 길은 멉니다.”

정민기 대표는 앞으로 단순 방문 납품 방식은 점차 한계에 부딪힐 것이라 전망한다.
“인건비, 유류비 등 비용이 커졌기 때문에 납품만으로 매출과 수익을 내기는 예전보다 많이 어려워졌어요. 이익률이 높지 않고 가격경쟁력이 떨어집니다. 온라인 시장이 워낙 커져있으니 현시대에 맞게 매출 구조를 바꾸어야 합니다. 더욱 시스템화된 구조가 필요하죠. 품목을 무작정 늘릴 생각은 없지만, 소모품 구색은 더 갖출 겁니다. 과학기자재 사업은 중견기업으로 성장하기 쉽지 않아요. 저의 1차적인 목표는 작은 인원으로도 매출을 많이 낼 수 있는 구조를 만들고 싶어요. 사업을 자녀에게 물려줄 생각은 없어요. 누군가가 이어하더라도 완전히 새로운 구조로 정비해 넘겨주고 싶어요. 그게 미래 산업 흐름에 맞다고 봅니다.”
글·사진 _ 김연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