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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일기업
경일기업은 조선소 등에서 많이 사용하는 특수용접기 부품 및 자동화 시스템 전문회사다. 각종 특허 보유 기술력을 갖춘 기업으로 더욱 유명하다.
경일기업은 새로운 아이디어를 적용한 제품 개발과 함께 많은 특허를 보유한 기업으로 잘 알려져 있다. 국내 뿐만 아니라 세계시장에서도 인정받는 우수한 품질로 인도, 아랍 등 아시아시장으로도 많이 수출하고 있다.
“무엇보다 품질관리가 가장 중요합니다. 재료부터 철저히 관리해요. 재생은 절대 용납 안 해요. 안 맞으면 바로 버립니다. 소비자들이 필요로 하는 구성도 다 갖췄어요. 치수별로 다 있습니다. 현장에서 편안하게 사용하실 수 있도록 완벽하게 만들어 제공하는 게 저희 목표거든요. 그래서 계속 연구하는 거예요. 기존 제품 업그레이드는 물론이고요.”
경일기업 김경수 대표는 무엇보다 제품 개발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한다.
“경일에서 만들었다 하면 다들 믿어주시죠. 90년대 초엔 육각형 CO2 팁을 국내 최초로 만들었어요. 당시에는 특허란 개념을 몰랐고 만들어 팔기 바빴어요. 대기업에서 사용하는 팁 대부분이 경일제품일 정도로 많이 팔았어요. 바쁘게 지나다보니 어느새 여기저기 복제품이 나와 있더라고요. 매출은 좋았지만, 특허의 중요성을 깨닫게 됐죠.”
최근엔 스프링 내장형 팁을 출시해 용접현장을 혁신하고 있다. 일반 팁보다 기능이 탁월해 특허까지 완료했다.
“일반 팁의 경우 와이어가 특정구간을 지나게 되면 구멍이 커져 더 이상 사용이 어려워요. 용접팁 내부 열을 견디지 못해 휘거나 불량률이 높아지죠. 저희가 개발한 스프링 내장형 팁은 장시간 사용해도 닳지 않고 와이어 피복이 벗겨지지 않아 용접포인트가 변하지 않아요. 기존 팁보다 2~3배 더 오래 쓸 수 있을 정도로 내구성이 뛰어납니다. 강선가이드가 내장되어 있어 송급성도 우수하고요. 용접불량률을 줄여주죠. 팁 교체주기가 확 줄어 생산성이 엄청 올라갑니다.”
이러한 제품 개발 중심엔 김경만 기술고문이 있다. 바로 경일의 창업주이자 김경수 대표의 형님이다. 아무리 좋은 제품을 개발해도 몇 년간은 시장 적응기간이 있다고 말하는 김 고문.
“스프링 내장형 팁의 경우도 양산하기까지 2년 걸렸어요. 제품마다 다르지만 보통 개발에 2년 정도 잡아요. 이 제품은 현장 테스트도 마쳤어요. 얼마 전 자동차 생산현장에서 샘플 50개를 가져갔다가 몇 달만에 다시 500개 주문을 해왔거든요. 품질이 입증됐다 봅니다.”
그는 스프링 내장형 팁이 가격부담은 있지만 불량률이 적고 생산성이 올라가 오히려 가성비가 뛰어나다고 말한다. 앞으로 히트 상품이 될 거라 자신한다고.
최근 조선업 경기가 회복되는 가운데 용접기 부품시장은 어떨까. 기술인력은 물론 용접기 부품 생산공장이 많이 줄었다는 김경수 대표.
“직접 기술개발은 물론이고, 제품을 생산하는 곳이 별로 없어요. 그래서 기술자 구하기가 어려워요. 조선이나 중공업도 활황일 때는 제작 외주를 많이 줬는데, 요즘은 어지간한 건 직접 하는 것 같아요. 외주 시스템이 무너지니 협력업체는 문 닫고, 조선경기가 살아났다 하지만 일할 사람이 없는 거죠.”
그는 김 고문이 건강도 챙기면서 하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한다.
“우리가 앞서가는 이유가 기술력 덕분이지만 형님이 건강도 챙기며 연구하면 좋겠어요. 여행도 좀 다니고, 건강하게 오래오래 함께 해야지요.”
경일기업은 김경만 기술고문이 1986년 세운 경일상사가 모체, 이후 경일산업으로 상호를 변경했다. 1995년 동생인 김경수 대표가 계열사 경일기업으로 합류, 2개 기업체제로 경영해오다 경일기업 하나로 통합해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다.
“저는 경영에 집중하고 형님이 기술개발에 매진하고 있죠. 초창기만 해도 용접기 부품 제조사가 거의 없어서 저희가 정말 돈을 쓸었어요.(웃음) 당시 유통사와는 아예 거래를 안했고, 직접 취급하는 데만 거래했어요. 크레텍은 당시 담당자가 하도 끈질기게 전화를 해와서 결국 제가 졌지만요. 그게 크레텍과 인연이 되어 지금까지 오고 있네요. 함께 잘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형제가 의좋게 경영해왔지만 위기도 있었다. IMF때는 15~20억 규모 부도 어음이 들이닥치기도 했다.
“완전 쑥밭 됐죠. 그때 같이 부도냈으면 당장 돈은 보존할 수 있었겠지만, 100% 다 변제해줬어요. 이후 돈이 없어 외상으로 재료 받아 다시 생산하고 납품했죠. 그렇게 다시 일어섰어요. 거래처들이 믿어주신 덕분에요. 신용이 제일 중요하다 생각합니다. 그랬기에 지금의 경일이 있지 않을까요?”
2000년대 들어서는 수입제품이 밀려오는 바람에 가격경쟁으로 힘이 들었다.
“당시 조선소에 쓰이는 인버터 아크 홀더 등 거의 저희 제품이었죠. 없어서 못 팔 정도였어요. 현대, 대우 등 대기업으로 나갈 재고가 없어서 애를 먹었죠. 어느 날 수입제품이 유통되는데 저희가 받을 금액의 1/10 밖에 안 되더라고요. 그렇게 차츰 시장을 뺏겼어요. 가격만 보고 선택하는데 방법이 있어야죠.”
지금은 웃으면서 얘기하지만 그때는 비참할 지경이었다고.
“전화로 문의가 와요. 기술적인 면은 충분히 상담을 해드리는데 단순히 가격비교만 하면 답이 없어요. 가격도 합리적으로 책정하니까 가성비로 봐야죠. 요즘엔 경일제품을 한번이라도 쓰신 분들 90% 이상은 또 거래를 원해요. 품질이 좋고 수명이 기니까 뭐가 이득이 되는지 판단하시는 거죠.”
에어로 커팅하는 용접부품인 가우징 토치는 한때 국내시장에서 80~90% 비중을 차지했다.
“초창기 제품은 헤드 안에 에어가 팍 나가질 못했어요. 압력을 세게 해도 안되더라고요. 제품을 업그레이드하면서 안에 있는 장치를 없애버렸어요. 특허도 내고요. 헤드를 열면 에어가 신속하게 나가는데 모재에 깨끗하게 작업돼요,”
그뿐만이 아니다. 원형으로 휘어져 있는 와이어를 손상이나 부하없이 직선으로 교정해 원활하게 송급함으로써 일정한 포인트를 유지하게 하는 스프링 라이너 회전가이드가 인기다. 와이어의 상태를 한눈에 확인가능한 삿갓 모양 투명 펠팩은 200~300kg 규격으로 나와 있다. 스프링 라이너 내장형 송급테이블, 와이어 교정장치 등도 자동 로봇 용접 작업시 불량률을 낮추고 품질개선에 기여한다. 특히 7R 와이어 교정장치의 핸들을 돌리면 유도관 10m 기준으로 20~30초 내에 와이어가 빠르게 전진 및 후진하면서 와이어 교체시간을 단축시켜 준다. 원터치 카플링도 사양에 맞게 제작이 가능해 생산성을 높인다.
제품개발에 한계는 없다. 김 고문은 일상에서 사용하는 물건도 예사로 보지 않는다고. 고기불판이나 농작업 용품까지 개발해 특이한 용접업체란 말도 많이 들었다.
“삼겹살을 구워먹는데 빨리 익진 않고 연기만 많이 나더라고요. 그래서 직접 만들었죠뭐. 쿠팡, 네이버, 유튜브에 ‘신라통주물’ 치면 나와요. 꽤 잘 나갑니다. 열이 균일해 끝까지 고기를 맛있게 먹을 수 있어요. 연기나 냄새가 없어서 환기구도 필요 없고요. 당연히 특허제품입니다.”
그뿐만이 아니다 모종과 지지대를 한번에 잡을 수 있는 고추집게도 개발했다. 끈으로 일일이 묶어야 하는 작업을 간편하게 해주어 꾸준히 팔린다. 유치원, 학교, 농협 등 납품처도 다양하다.
이러한 연구와 개발 덕분에 경일기업이 지금까지 취득한 특허는 실용신안, 디자인 등 합쳐서 100건 이상이다. 제품 종류로는 용접기 액세서리만 수천가지. 앞으로는 주요 품목에 집중하며 미래를 만들어갈 계획이다.
“작년만큼 열심히 뛰어야죠. 물론 개발도 더 해야 하고요. 5월에 열리는 부산국제기계대전에 제품을 출품하려고 준비하고 있어요. 불량 없고 오래쓰는 경일 제품을 더 많이 알려야죠. 직접 테스트도 하실 수 있어요. 많이 찾아주십시오.”
글·사진 _ 김연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