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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LUMN

[공병호의 경영 한 수] 직원에게도 물어라 ‘자네의 생각은?’


직원에게도 물어라

‘자네의 생각은?’





 

완벽한 의사결정 하려면

“공 박사는 그걸 어떻게 생각합니까?”
얼마 전에 성공한 한 사업가와 만나서 담소를 나누던 중에 나온 질문이다. 10여 년 넘게 그 분을 만날 때 어김없이 약간의 시간이라도 남게 되면 비슷비슷한 질문을 받게 된다. 그럴 때면 나는 그 사업가의 중요한 특성이 바로 ‘질문’하는 것이라는 생각을 해 본다. 왜 그는 그런 질문을 자주 던지는 것일까? 한 마디로 의사결정의 질을 높이기 위함이다.
여러분이 아무리 열심히 노력해서 뭔가를 이루더라도 한두 번의 중요한 의사결정에 실패하면 그동안 애써 모은 것을 전부 날려버릴 수 있다. 이것은 사업가에게만 해당하는 이야기는 아니다. 한 집안의 가장으로서도 의사결정의 질에 각별히 유념해야한다. 그렇지 않으면 언제든지 성급한 의사결정은 반드시 비용 지불을 요구한다. 그것도 엄청난 비용을 요구할 수도 있다.
판단과 관련해서 인간은 지극히 불완전한 존재다. 아무리 노력하더라도 완벽한 의사결정을 내릴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노력해야 하는 일은 어떻게 하면 의사결정의 질을 크게 높일 것인가이다. 직장인에게는 전직과 관련된 결정들이 오랜 기간 동안 영향을 미치는 요소 가운데 하나이다. 대부분 전직과 관련해서 후회는 성급함과 맞물려 있을 때가 많다. 신중한 의사결정은 개인 차원의 재테크에서도 필요하다. 분위기에 휩쓸려 성급하게 투자한 것은 대부분 그것에 상응하는 비용을 요구하게 된다.
누군가 성공적인 인생을 살기를 소망한다면 나름의 현명한 의사결정에 이르는 방법을 갖고 있어야 한다. 손쉽게 실천할 수 있는 방법이 가능한 의사결정을 내리기 이전에 다양한 그룹들에 속하는 사람들에게 의사를 물어보는 방법이다.
 

직위 높다고 의사결정의 질 높은 것 아니야

앞에서 소개한 사업가가 갖고 있는 중요한 특징도 자신만의 고유한 의견을 갖고 있다 하더라도 마지막 순간까지 다른 사람들의 의견을 경청한다는 사실이다. 특히 조직에서 자리가 올라갈수록 의사결정을 내리는 사람은 독단에 흐르지 않도록 해야 한다. 이따금 우리가 조직 생활을 하다보면 한 가지 함정에 빠진다. 자리가 높으면 당연히 의사결정의 질도 뛰어날 것으로 착각한다는 사실이다. 자리가 올라간다는 것은 그만큼 고려해야 할 요소가 많아진다는 것을 뜻한다. 그렇다면 순수한 의사결정이 나오기 보다는 이해관계 때문에 흔들리는 의사결정이 나올 확률이 크게 높아질 수 있다. 이 점을 충분히 납득하는 사람이라면 자리가 올라가면 올라갈수록 스스로 의사결정을 독단적으로 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아예 처음부터 중요한 의사결정일수록 이해관계가 있는 사람들에게 물어보는 것만큼 전혀 이해관계가 없는 사람에게 묻는 것을 필수적인 것으로 받아들이면 된다. 세 그룹 혹은 네 그룹 혹은 다섯 그룹으로 나누어서 의견을 묻는 것을 일정한 의식으로 만들 수 있다면 독단적인 판단이 나올 가능성은 현저히 줄어들 수 있을 것이다.
 

가장 아랫사람도 의사결정에 참여시켜라

얼마 전에 한 신문에는 빌 메리어트 호텔의 2세이자 실제로 오늘의 메리어트 호텔을 만들어 낸 빌 메리어트 회장의 심층 인터뷰가 실렸다. 그의 인생에 가장 인상적인 대목을 한 가지 소개하는데, 아이젠하워 대통령이 젊은 날 눈보라 속에서 가족 별장을 방문할 때 일어난 일이라 했다. 눈보라가 휘몰아치는 시간대에 빌 메리어트의 아버지는 아이젠하워 대통령에게 메추리 사냥을 나가자고 제안한다. 난롯가에 옹기종기 앉아있던 가족들 중에서 가장 젊은 해군 소위에게 질문을 던졌다고 한다. 바로 그 해군소위가 빌 메리어트였다. “빌, 자네는 어쩌고 싶나? 우리가 어떻게 해야 한다고 생각하나?”
빌 메리어트는 인터뷰에서 이렇게 회고한다. “그 질문을 받았을 때 전 충격을 받았습니다. 저는 그 방에 있던 사람 중 가장 어린 데다 해군 초급장교였는데, 상대는 군 통수권자인 대통령이었습니다. 그게 아이젠하워 대통령이 조직을 운영하고 이끄는 방식이었습니다. 그가 2차 세계대전 당시 드골, 패튼, 몽고메리 등 ‘미친’ 장군들을 이끌고 전쟁을 승리로 이끌 수 있었던 겁니다. 아이젠하워는 그들에게 ‘어떻게 할까’라는 질문을 던져서 그들을 전쟁의 주요 결정에 참여시켰던 겁니다. 저는 리더십의 가장 중요한 덕목을 그 겨울날 아이젠하워 대통령에게 배웠습니다.”
내가 글을 시작하면서 소개한 사업가와 아이젠하워 대통령 사이에는 아무런 차이가 없다. 그들은 모두 자신이 내린 의사결정이 얼마나 중요한지 그리고 자신이 내린 결정에 따라 부하나 국민들이 얼마나 큰 영향을 받는 가를 어느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는 사람들이다. 여러분이 부서를 맡고 있건 팀을 맡고 있건 간에 여러분이 내리는 의사결정은 회사 발전에 큰 영향을 미친다. 때로는 여러분이 내린 결정 때문에 회사가 막대한 이익이나 손실을 입을 수도 있다.
 

존중해라. 주눅 들지 않고 답하게

가정을 이루고 사는 가장이라면 자신이 내리는 의사결정이 가족의 재정적인 문제나 아이들의 미래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다는 사실을 어느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이쯤에서 내가 아이들을 키우면서 효과를 본 한 가지 방법을 소개하는 일도 도움이 될 것이다. 누구에게 배웠는지 기억나지는 않지만 나는 아이를 키우면서 어린 시절부터 그들을 존중하고 그들에게 의견을 물었던 것 같다. “너는 어떻게 생각하니? 아버지 생각 말고, 세상 사람들 생각 말고”
어떤 권위나 자리에 주눅 들지 않고 자신의 판단을 존중해야 한다는 힘을 키워주기 위해 노력했다. 이제 사회생활을 시작한 아이들이기 때문에 나의 교육법이 앞으로 얼마나 빛을 발휘할지는 두고 봐야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확실한 효과 가운데 하나는 대세나 유행 그리고 권위에 크게 좌우되지 않고 독자적인 생각이나 의견을 형성하는 점에서는 상당한 교육 효과가 있었던 것 같다.
그래서 지금도 젊은 어머니들이 참석한 강연장에서는 꼭 권한다. “이걸 해라 혹은 저걸 해라”라기 보다는 “너는 이것을 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니?”라고 물어보라고 권한다.  누구든지 익힐 수 있는 일이지만 이것을 막상 생활화하는 일은 생각만큼 쉽지 않다. 그래서 작고 사소하게 보이는 것들이라도 우리는 좋은 것을 배우거나 듣게 되면 그것을 부지런히 자기 것으로 만들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아야 한다. 이런 작은 것들이 하나하나 축적되면서 대단한 효과를 발휘하는 것이 우리들의 삶이라 생각한다.
 

자기생각 가진 직원은 사장처럼 판단 …  ‘자네의 생각은?’ 물어라

이런 방법들이 몸에 배인 사람들은 어느 장소에서든 타인에게 묻는 것을 즐긴다. 왜냐하면 물어보는 것은 곧바로 자신이 학습하고 있음을 뜻하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타인에게 뭔가를 묻는다는 것은 자신을 자꾸 낮추도록 만드는 멋진 방법이기도 하다. 그런데 묻는 것의 효과는 자신에게 그치지 않는다. 질문을 받는 사람이 앞에서 소개한 빌 메리어트처럼 젊고 직급이 낮은 사람이라면 그는 필히 ‘저 분이 나를 존중하구나’라는 인상을 받을 것이다. 당연히 묻는 사람에 대해 신뢰를 갖게 됨은 물론이다. 만일 묻는 사람이 젊은 사람이고 질문을 받는 사람이 나이가 든 사람이라면 ‘저 젊은 친구는 무엇이든 배우려 하는구나’라는 생각 때문에 흐뭇해할 것이다.
여기에 그치고 마는 것이 아니다. 상사가 부하들을 훈련시키는 멋진 방법이기도 하다. 부하들이 스스로 문제 해결책을 찾도록 유도하는 일은 자꾸 물어보는 일이다. ‘자네가 나라면 어떻게 하겠나?’라는 질문이 반복되다 보면 부하는 상사의 자리에서 생각하는 훈련을 계속 받게 된다. 이렇게 성장한 부하들이라면 얼마나 든든하겠는가? 오래 전에 한국을 대표하는 게임업체의 창업자를 만난 적이 있는데 그 때 그 분이 한 말이 오랫동안 머리에 남아 있다. “임원의 경쟁력은 결국 자기 생각을 할 수 있는 가에 크게 좌우되는 것 같습니다.” 핵심 포인트는 자기 생각을 할 수 있는 가인데 이를 훈련하는 멋진 방법은 상사로부터 질문을 받고 이에 대해 자기 의견을 형성하는 방법일 것이다. 자꾸 물어봐야 한다. 직장이든 가정이든 모임이든 간에 어디서든 물어보라. “어떻게 생각하세요?”라고 말이다. 자신을 크게 돕고 타인을 돕는 대단한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