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UMN
[공병호의 경영 한 수] 사업가가 후회하지 않으려면
이따금 큼직큼직한 실수는 오랫동안 기억에 남아 있다. 후회의 목록 가운데 처음부터 해결책을 마련하는 일이 어려운 것들이 있다. 그런 것들을 제쳐두더라도 성급한 결정이나 지나치게 특정 의견에 치중한 판단 때문에 발생한 실수나 실패들은 안타까움이 오래가게 된다. 여기서 오늘 다루고 싶은 이야기는 현명한 의사결정을 내릴 때 자주 범하는 두 가지의 치명적 실수에 관한 이야기이다. 일에 관한 일이건 투자에 관한 일이건 간에 우리는 매일 크고 작은 결정을 내리는데 그 결정이 현명함에 다가설수록 성과를 올릴 수 있다. 또한 잘못된 의사결정 때문에 치러야 할 비용을 줄일 수 있다.
우리의 뇌는 어떤 특정한 패턴에 따라 움직이는 것 같다. 의도적인 노력을 기울이지 않으면 자동적으로 어떤 결론에 도달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이것만 제대로 이해해도 잘못된 의사결정의 피해를 크게 줄일 수 있다. 어떤 의사결정을 내릴 때는 고정관념이란 것이 큰 역할을 담당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런 성향을 갖게 되는데 특히 나이가 들었거나, 특정 업무를 오래 해 온 사람들이거나, 지시하는데 익숙한 사람들의 이런 경향이 강한 편이다. 이들은 자신들이 이미 갖고 있는 주장이나 의견 그리고 판단을 옹호하는 정보를 찾는데 익숙하다. 심리학자들은 이런 성향을 두고 흔히 ‘확신 증거 찾기의 함정’이란 표현을 사용하기도 한다. 자신이 갖고 있는 의견을 성역처럼 여기게 되면 그 다음에는 어떤 반대의견이 들어설 여지가 없어지고 만다. 이런 상황은 개인에게도 문제가 되지만 중요한 의사결정을 내리기 위한 회의 장소에서도 자주 일어난다.
구글의 CEO인 에릭 슈미트는 최근 저서 ‘구글은 어떻게 일하는가’라는 책에서 다소 도발적이긴 하지만 진실을 이야기 한다.
‘의사결정의 질적 수준은 급여의 수준과는 본질적으로 무관하다. 오로지 설득력이 있을 때만이 가치가 있는 것이다. 그런데 불행하게도 대부분의 회사에서는 경험이 많은 사람이 큰 목소리를 낸다. 이 같은 회사에 대해 우리는 ‘재직기간 중심 회사’라는 말을 사용한다.’
그래서 우리는 어떤 의사결정을 내릴 때 좀 더 조직적으로 반대 의견을 개진하는 시간을 허용해야 한다. 만일 어떤 개인이 중요한 의사결정을 내린다면 일부러라도 스스로 자신이 갖고 있는 의견에 딴지를 걸어보는 시간을 충분히 갖도록 하는 것이 한 가지 방법이 될 것이다. 만일 조직이 중요한 의사결정을 내리는 회의를 개최한다면 일부러라도 우리가 내리려는 정답에 대해 반대 의견을 체계적으로 제시하는 시간을 갖도록 허용하는 일도 도움이 될 것이다.
‘확신 증거 찾기의 함정’과 관련해서 최근에 만난 한 사업가와 나누었던 대화가 생각난다. 그는 나에게 이런 이야기를 해 주었다.
“사실 지식인과 사업가(혹은 현장을 뛰는 직업인)의 의사결정은 근본적으로 다른 것에 바탕을 두고 있는 것 같습니다. 지식인들은 어제 한 이야기와 오늘 하는 이야기의 옳고 그름을 판단할 때 일관성이란 잣대가 중요합니다. 그런데 사업가의 경우에는 어제 내린 의사결정이 오늘은 달라질 수 있어야 한다고 봅니다. 의사결정이 어떤 성역처럼 여겨지게 되면 필연적으로 문제가 발생하는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상황이나 환경이 지금 이 순간에도 계속 변해 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한편 의사결정을 내릴 때 우리가 흔히 범하는 또 하나의 실수에는 ‘현상 유지의 함정’이란 것이 있다. 뇌는 가능한 무난한 것을 좋아한다. 익숙한 것을 더 선호하고 조금이라도 혁신적인 것이 등장하면 일단 거부 반응을 보이는 것이 뇌의 특성이다. 여러분 가운데 “저는 그렇지 않아요”라고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조금 더 깊게 자신을 들여다보면 새로운 유행이 등장할 때 깊은 생각 없이 ‘왜 저런 거야’라는 반응을 보일 때가 많다는 사실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세상에 자동차가 처음 등장하였을 때 그 이름은 ‘말 없는 마차’라는 이름으로 불렸다. 그리고 스타일도 거부감을 최대한 줄이기 위해 사륜마차와 비슷한 모양이었다. 인터넷의 전자신문도 마찬가지였다. 처음 등장하였을 때는 종이 신문과 유사한 모습이었다. 사람들의 거부 반응을 최대한 줄이기 위해서 그렇게 만들어졌다. 대부분 사람들은 ‘자신은 그렇지 않다’고 이야기할지 모르지만, 대부분은 현재 상태를 유지하는 대안에 마음을 두게 된다.
어떤 현상이나 사물에 대해 특정 의견을 갖고 있다면 이를 번복하는 일은 쉽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현상유지를 선호하는 뇌의 반응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특별한 노력이 필요하다. 현상 유지에 가까운 대안을 평가하려는 마음이 들 때면 다시 한 번 ‘목표’를 중심으로 생각해 봐야 한다. 목표라는 것을 중심으로 볼 때도 현상 유지 대안이 올바른 가를 냉정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그런데 이때도 흥미로운 일이 일어나곤 한다. 사람은 자기 합리화의 대가이기 때문에 현상 유지를 거부하는 대안을 채택함으로써 치러야 할 비용을 과대평가하는 성향이 있다. 그래서 전문가들은 “현상유지에서 벗어나려는 노력이나 대가를 의도적으로 부풀리지 말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우리는 늘 더 나은 성과를 위해 노력한다. 그런데 그런 노력들을 합친 것보다 단 한 번의 실수로 많은 것을 잃어버릴 때가 있는데, 이런 경우는 대부분 잘못된 의사결정에서 비롯된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현명한 의사결정을 위한 노력을 상대적으로 소홀히 다루어지는 편이다. 필요하다면 현명한 의사결정을 위한 몇 가지의 규칙을 정해서 체크리스트처럼 활용하는 방법도 권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