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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LUMN

경제 칼럼

 

온라인 주문에 맞서는 ‘퀵커머스’
공구업계도 적용 가능할까?

 

20년째 공구상을 운영하고 있는 A대표는 최근 주목받는 온라인 쇼핑업체들과의 경쟁을 위해 온라인 공구상을 오픈하고자 했으나 전담 직원을 비롯, 많은 준비가 필요하다는 생각에 미루기로 했다. 대신 주 판매 대상인 공단 지역으로의 ‘주문 시 바로 배달’을 목표로 하는 ‘퀵커머스’에 집중할 생각으로 배달 트럭을 몇 대 더 구입했다.

 

 

로켓배송으로 대표되는 ‘빠른 배달’


최근 유통시장의 주요 화두는 ‘얼마나 빨리 고객에게 배송이 되는지’다. 쿠팡에서 로켓배송 서비스를 처음 도입할 때만 하더라도 ‘정말 당일 배송이 가능할까?’ 라는 업계와 소비자들의 의문이 많았었다. 하지만 어느새 이커머스(전자상거래) 쇼핑에서 당일배송과 새벽배송은 일상이 되었고 스마트폰을 이용해 슈퍼마켓 상품 주문 시 1시간 만에 배송 받을 수 있는 ‘퀵커머스(Q-Commerce)’도 시장에 도입 중이다.

 

“퀵커머스의 기본 개념은 소비자가 주문하면 30분 안에 배송해 주는 서비스다. 실제 현장에서 30분 안에 배송하기에는 무리가 있어, 일반적으로 1시간 안에 배송하는 서비스로 불리고 있다.”

 

빠른 배송 통한 이커머스 문제 해결


소비자가 오프라인 유통을 이용할 때 고려하는 요인에는 상품, 가격, 시설, 서비스 등이 있다. 전통적으로 상품과 가격 요인은 상품 구매 시 가장 중요한 고려 사항에 위치해 있다. 2020년대로 들어서며 국내 유통시장은 오프라인 유통에서 온라인 유통으로 대전환을 이뤘다. 2023년부터는 이커머스가 유통시장 비중의 절반을 넘으면서 주류 유통이 되었다. 이제 소비자는 상품을 구매하는데 있어 오프라인 매장을 찾기보다는 스마트 폰을 이용한 온라인 플랫폼 사용이 일상화되었다. 국내 온라인 유통은 1990년대 후반에 도입됐음에도 오랫동안 소비자의 선택을 받지 못해 왔다. 그 이유는 이커머스 서비스의 특성상 스마트폰 또는 PC로 구매를 하고 택배 배송을 이용해 상품 재고를 받는 구조적 문제 때문이었다. 온라인 유통의 한계적 문제는 물류 시스템 혁신을 통한 빠른 배송(당일배송, 새벽배송) 서비스로 해결하였다. 그런 점에서 이제 유통의 핵심은 배송 서비스라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

 

 

 

빠른 배송의 대응방안 ‘퀵커머스’


수년 전만 하더라도 온라인 쇼핑몰에서 상품을 구매하면 2일에서 3일 정도 걸려 택배를 통해 받아야 했다. 쿠팡이 로켓배송을 가지고 혜성처럼 유통시장에 등장하면서 이제 이커머스에서 상품 구매 시 당일 또는 다음 날 아침이면 주문한 상품이 도착한다. 쿠팡의 로켓배송은 유통 구매의 기준이 되었고, 네이버쇼핑, G마켓, 11번가 등 주요 유통기업도 빠른 배송을 도입하게 만들었다. 쿠팡은 2024년 41조 2,901억 원의 매출 실적을 올리며 2위 이마트의 29조 209억 원 매출을 10조 이상 따돌리며 유통기업 1위에 등극했다. 국내 유통시장을 지배했던 롯데, 신세계, 현대 등의 유통 대기업은 쿠팡의 빠른 배송 서비스에 무너졌다고 말할 수 있다. 이제 오프라인 유통기업도 배송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바뀌며 빠른 배송에 대응 방안으로 퀵커머스를 주목하기 시작했다. 

 


대세가 되어가는 유통시장 퀵커머스


퀵커머스의 기본 개념은 소비자가 주문하면 30분 안에 배송해 주는 서비스다. 실제 현장에서 30분 안에 배송하기에는 무리가 있어, 일반적으로 1시간 안에 배송하는 서비스로 불리고 있다. 퀵커머스는 비즈니스적으로 난이도가 높은 서비스다. 고객이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주문하면 배달 기사(라이더)가 해당 상품이 있는 곳을 방문해 재고를 받아 고객에게 배달해 주는 프로세스다. 결국 프로세스 운영에는 특별한 서비스에 드는 라이더 인건비와 운임 비용의 라이더 비용이 핵심이다. 소매업체 입장에선 객단가에서 라이더 비용을 부담해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다. 수년 전 퀵커머스가 처음 도입됐을 때만 하더라도 플랫폼과 배달 시스템이 부족해 서비스 확장에 한계가 있었다. 하지만 최근 국내 배달 시장이 26조 원 규모로 급성장하며 배달플랫폼 기업도 같이 성장해 시스템을 잘 구축하게 되었다. 이제 오프라인 유통기업은 직접 배달 시스템에 투자하거나 소규모 기업과 협력하지 않고 거대 배달플랫폼 기업과 협업을 통해 효율을 극대화하는 전략을 택하고 있다. 대형마트, 기업형슈퍼마켓뿐만 아니라 편의점 등 소규모 점포에서도 활발히 도입하고 있다. 이마트는 배달의 민족과 협업한 이마트 배민매장을 60여 개로 늘려 운영 중이고, GS리테일의 GS25 편의점과 GS더프레시 슈퍼마켓은 쿠팡이츠 쇼핑에 입점해 퀵커머스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올리브영은 바로고, 부릉 등 배달대행업체와 협업 중에 있고 다이소는 ‘오늘배송’이라는 퀵커머스 서비스를 강남지역에 시범 도입해 직접 배송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지금의 추세라면 유통시장에서 퀵커머스 확장은 대세라 할 수 있다. 

 

 

퀵커머스, 공구유통도 준비 필요


공구 산업은 산업재와 소비재를 동시에 다루지만, 일반 소비자보다는 업체와 기업에 납품하는 B2B(Business to Business) 비중이 높은 편이다. 공구는 객단가가 높아 이미 퀵서비스와 배달 등의 외주배송업체를 활용한 배달이 자리를 잡고 있다. 앞서 언급한 퀵커머스 이야기는 소비재 시장이라 우리 공구산업과 무슨 상관이 있을까? 생각하는 분도 있겠지만, 필자는 관련이 깊다고 생각한다. 일례로 배달플랫폼이 도입되기 전부터 중화요리, 소위 짜장면 오토바이 배달은 수십 년간 이어온 시스템이었다. 하지만 지금 중화요리 식당에서 직접 배달 직원을 운영하는 곳을 찾아보기가 어렵다. 가장 큰 이유는 배달플랫폼을 이용하는 게 경제적이고 효율적이기 때문으로, 대부분의 음식점들 또한 이런 이유에서 플랫폼을 선택해 이용하고 있다. 퀵커머스의 시작인 소비재지만, 소비재 시장에서 퀵커머스가 주류 서비스가 된다면 산업재 시장으로 전파돼 확장될 것은 필연적인 흐름이다. 공구 산업에도 배달 시스템이 도입됨에 따라 시장 내 역학 구조가 변화할 수 있다. 공구 산업 내 기업은 유통시장의 퀵커머스 움직임을 주시해, 공구 시장에 미칠 영향을 준비해야 할 것이다.

 

_ 이종우(아주대 교수) / 진행 _ 이대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