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깨에 힘을 빼고 마음을 열어라
아이가 네 살 때는 “우리 아빠는 뭐든지 할 수 있어!”라고 말한다. 아이가 다섯 살 때는 “우리 아빠는 많은 걸 알고 계셔!”라고 말한다. 아이가 여섯 살 때는 “우리 아빠는 다른 애들 아빠보다 똑똑해!”라고 말한다. 아이가 여덟 살 때는 “아빠라고 모든 걸 정확하게 아는 건 아니야!”라고 말한다. 아이가 열두 살 때는 “아빠가 그걸 모르는 건 당연해!”라고 말한다. 아이가 열네 살 때는 “아빠에겐 신경 쓸 필요가 없어, 아빤 너무 구식이야!”라고 말한다. 아이가 스물한 살 때는 “우리 아빠 말이야? 구제불능일 정도로 시대에 뒤떨어졌지!”라고 말한다. ‘나의 아버지’라는 이 글은 아이가 자라면서 아버지에 대한 생각이 어떻게 바뀌어 가는지 단순하게 보여주는 글이다.
이렇게 아이의 생각이 달라지면서 아버지가 아이에게 화를 내거나, 무섭게 대하거나, 체벌을 하게 되는 때는 언제부터일까. 그건 아빠 스스로 자신이 하는 말이 아이에게 먹히지 않는다고 느끼기 시작할 때부터일 것이다. 아이는 그때부터 아빠가 대단하게 보여서가 아니라 그냥 무서워서 따를 뿐이다. 대화를 하지 않고 화만 내고 체벌까지 하게 되면 아이는 아빠가 더 이상 ‘권위 있는’ 큰 어른이 아니라, 그냥 ‘권위적인’ 인간으로 보이게 된다.
권위가 있는 사람은 권위적일 필요가 없다. 말 한 마디로도 설득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권위적인 사람은 실제로는 권위가 없는데 권위를 세워야 하기 때문에 불필요하게 힘을 주기 마련이다. 목소리를 커지고 말은 거칠어지고 태도도 고압적이 되어 버린다. 나보다 어리거나 직위가 낮은 사람들에겐 이런 태도로 당장은 내 말을 따르게 만들 수는 있지만 진정으로 마음에서 우러나서 하게 할 수는 없다. 진정한 권위는 ‘상대를 좋아해서 스스로 마음에 우러나 따르게 만드는 힘’이기 때문이다.
내 말을 잘 따르는 젊거나 어린 친구가 나를 좋아해서 내 말을 따르게 하고 싶다면 그들에게 권위적이어서는 안 된다. 하고 싶은 말이 많아도 조금 참고 많이 들어주고 버럭 화내고 싶어도 한번 심호흡하고 아무렇지도 않게 대화할 수 있어야 한다. 상대방의 이야기를 공감하며 경청하면 그도 내 이야기를 경청한다. 대화할 때만큼은 권위를 내려놓는 지혜가 있어야 한다.

그들의 희로애락을 사랑하라
“요즘 젊은 직원들 표정을 보면 속이 없는 건지 생각이 없는 건지 참 알다가도 모르겠는 때가 많아요. 조금만 힘들거나 어려운 일이 생기면 금방 얼굴에 표내고 엄살을 부려요. 그러다가 개인적으로 전화가 오면 옆에 사람이 있건 없건 낄낄대고 조심성없이 떠들어대죠. 좀 전에 그렇게 짜증스러운 표정은 언제 그랬느냐 하는 거죠.”
조그만 사업체를 가진 한 사장님이 하소연하는 말이다. 하지만 자기표현이나 감정표현에 자유로운 세대에겐 하나도 이상할 것이 없는 일이다. 싫어도 싫은 표정 짓지 말고 좋아도 좋은 티 과하게 내지 않아야 진중하고 신뢰가 있다고 하는 생각도 일종의 편견이다. 감정을 느끼기는 하지만 표정에 전혀 나타나지 않는 이른바 ‘포커페이스’는 사회생활하면서 어느 정도 필요하지만 언제나 좋은 건 아니기 때문이다.
찌푸린 얼굴을 하다가도 잘 웃고 떠드는 젊은 직원과 일하는 사장님은 건강한 직원들을 둔 것이다. 기쁘거나 괴롭거나 힘든 감정 상태를 표현하고 누군가의 말에 공감하고 웃고 떠드는 건 사람이라면 가질 수 있는 자연스러운 것으로 통제할 대상이 아니다. 더구나 고객을 만나거나 많은 거래처를 둔 사업장에서 비즈니스하는 사람들에겐 이러한 공감 능력이 매우 중요하다. 남의 기분이 어떤지 상대가 어떻게 느끼는지 예민하게 알아채고 같이 웃어주고 걱정해 줄줄 아는 사람이 고객의 마음도
잘 읽는다.
상황이 어려울수록 경기가 안 풀려 괴로울수록 이런 젊은 직원들의 에너지는 고마워해야 한다. 그들의 속없음, 가벼움을 책망하지 말고 귀엽게 봐주는 여유가 필요하다. 그들이 무슨 말을 해도 즐겁게 반응하고 크게 웃어주자. 미간을 찌푸리는 신경질적인 표정, 무뚝뚝하고 화난 표정, 스치듯 지나가는 비웃음의 표정, 그 모든 사소한 표정 하나가 당신 주변의 젊은 직원에게 부정적으로 작용한다는 점을 늘 인식하고 표정관리를 잘하는 것이 중요하다. 자주자주 그들과 웃고 떠들썩하게 소통하다보면 그 긍정 에너지가 일과 사람을 불러 좋은 비즈니스를 하게 할 것이다.

가르치기보다 배워라
미국에서는 ‘생존을 위해서는 20대와 친해져야 한다’면서 후배를 멘토로 삼는 ‘역멘토링 제도가 유행이라고 한다. 말단 사원이 선배나 고위 경영진을 가르치는 것인데, 선배가 후배를 가르치는 멘토링과 반대인 개념이다. 기업들은 임원이나 간부급 고참 직원들이 젊은 후배 직원을 통해 젊은 소비자들이 원하는 제품을 만들 수 있는 감각을 익힌다.
이렇게 어리거나 젊은 사람, 자기보다 직급이 낮은 사람에게 배우는 역멘토링을 처음 시도한 경영자는 제너럴 일렉트릭의 최고경영자였던 잭 웰치 전 회장이었다. 잭웰치는 1999년 영국 출장 중 말단 엔지니어로부터 인터넷의 중요성에 대한 설명을 들었는데, 어린 사람과 대화할 기회가 많지 않았던 그는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출장에서 돌아온 직후 그는 500명의 임원에게 직접 후배들을 선택하게 했다. 인터넷 사용법을 알려달라며 접근하라는 지시였다. 최고경영자였던 잭 웰치도 20대
여성 직원의 가르침을 받았다. 임원이나 고참 직원들은 새로운 생각, 새로운 관점으로 일을 할 수 있고, 말단 직원들은 자신들을 존중하는 분위기 속에서 사기가 높아지며 회사의 분위기가 두루 좋아지는 효과가 있었다고 한다.
젊은 사람에게는 내가 뭔가를 가르쳐야 한다는 생각을 이제 버려야 하는 시대다. 세상은 빠르게 변화하고 있고 새로운 기술이 개발되는 주기도 점점 짧아진다. 이 모든 것들을 빨리 받아들이는 세대에게 오히려 배워야 할 것들도 점점 많아지고 있다. 그들을 존중해주고 그들에게 필요한 것은 배우겠다는 자세로 다가간다면 기꺼이 그들도 대화하며 시간을 함께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