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 같지 않은 비즈니스, 긴장을 풀면 안 된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술자리를 옮기면서 나누게 되는 차수별 대화의 시작은 이렇다고 한다. 1차에선 “처음 뵙겠습니다. 한 잔 받으시죠”, 2차에선 “자네는 고향이 어딘가. 나는 저어기…”, 3차에선 “야아 우리 자리 옮겨서 딱 한 잔만 더 하자”, 4차에선 “야 임마, 니가 술 산다고? 까불지 마! 오늘은 이 형님이 쏜다”라고 한다. 한 마디로 그냥 만나서 대화하면 몇 번을 만나도 데면데면 쉽게 친해지지 못하는 남자들이 술자리를 가지면 그날로 형님 아우 하며 급속도로 친해져버리는 게 우리나라 사람들이라는 말이다.
한 외국인 비즈니스맨이 대기업 부장과 작은 음식점에서 술잔을 나누고 2차로 노래방에 갔다가, 유일하게 알고 있던 한국노래 한 곡을 잘 불러 박수갈채를 받고 이튿날 그 부장이 그때까지 거절하던 외국인 사업자와 계약에 응했다고 한다. 상당히 거액의 계약이었는데, 그 계약을 체결한 외국인은 이 나라에서 왜 술자리 커뮤니케이션이 필수불가결인가를 깨달았다고 말했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 술자리는 일의 연장이며 상거래뿐 아니라 사내 정보 교환, 포섭, 인간관계 정리의 장이기도 하다. 하지만 ‘접대’의 의미가 있는 자리라고 해도 비즈니스다워서는 안 된다는 점이 특이하다. 상대방이 비즈니스에 대해서 먼저 이야기를 꺼내지 않는다면 그냥 즐겁게 보내는 것이 가장 좋다는 점이 불문율처럼 되어 있다.
때때로 업무를 떠나 개인적인 관계로 술을 마시고 싶은 경우도 있다. 하지만 그때에도 술을 같이 마시는 동료도 회사와 관련된 사람일 경우가 많다. 그때, 술자리에서 갑자기 업무상의 화제나 상하 관계를 화제로 삼으면 오히려 분위기가 냉랭해질 수 있다. 술자리에서는 일 이외의 화제로 상대의 마음을 사로잡아야 한다. 비즈니스다운 것이 오히려 좋지 않다. 하지만 분위기는 어디까지나 긴장을 풀며 서로 허물없어진 것처럼 즐겁게 잘 지내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비즈니스 자리는 긴장을 풀어서는 안 된다.
술자리에서는 어떤 약속도 안 하는 것이 최선이다어느 회사에서 거래처 담당자를 모집했다. 응모해 온 사람 가운데는 술이 세다고 자신해 온 사람이 많았다. 그들은 거래처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서 술자리를 같이 해야 할 기회가 많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담당 부장은 술에 자신이 있다고 한 사람은 모두 탈락시켰다고 한다. 술자리에서는 아무 생각 없이 약속을 남발해 버릴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술자리에서는 서로 약속하고 연락하겠다고 하면서 정작 연락하면 아주 당황하게 되는 경우가 있다. 술자리는 즐겁게 술을 마시기 위한 자리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는 생각 했는데, 거기서 흥이 난 상태로 덜컥 충동적으로 상대의 부탁을 들어주었다가 신뢰를 잃을 수도 있다. “술자리에서 한 이야기를 가지고 뭘 이래?”라고 하겠지만, “약속했으면 지켜야 할 것 아닌가?”라고 따지는 사람도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술자리는 대화에는 두 가지가 있다. ‘취중진담’이라고 해서 술기운을 빌려 자신의 속마음을 전부는 아닐지라도 일부나마 비치며 약속이나 기타 자신이 말한 것을 지키는 경우와, 술자리는 서로 기분을 내고 분위기를 좋자고 하는 자리 이상은 아니기 때문에 술자리에서 나눈 이야기는 거기서 끝내는 것이 상식이라고 생각하는 경우이다. 하지만 이것은 비즈니스 이전에 각 개인의 인격과 성향에 관계된 문제라고도 할 수 있다. 자기의 말이나 행동에 신중하고 신의를 중시하는 성향이라면 아무리 술자리에서 한 말이라도 책임을 다할 것이고, 그렇지 않다면 속칭 허세를 부린 것일 뿐이다. 후자의 사람일지라도 평소 약속은 꼭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는 상식에 동의하는 사람일 수 있는데, 그런 사람은 술자리에서는 어떤 약속도 하면 안 된다. 술자리에서 했다고 해서 없던 일로 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술을 앞세워 피하려는 것은 신뢰를 잃는 행동일 뿐이다.

술자리 실수는 사과 타이밍이 중요
의욕적인 사원, 일을 잘하는 사람일수록 자신의 회사에 대한 주문이나 불평이 많을 수 있다. 그런데 불평을 하는 상대가 부하 직원인 경우 상사는 듣기 거북하다. “나한테 대드는 건가?” 하는 뜻으로 받아들일 수 있기 때문이다. 평소에는 부하들도 그 점을 알고 있기 때문에 주의를 한다.
하지만 문제는 술자리에서이다. 한 잔 술이 들어가게 되면 긴장이 풀리게 마련이다. 평소 불만과 불평이 있었던 사람은 이런 경우 제어하지 못하기 쉽다. 마음이 맞는 동료와 이야기를 한다면 오히려 연대감을 깊게 해 주는 윤활유가 되기도 하지만, 상대가 상사인 경우 백번 주의를 기울여도 부족하지 않다. 설령 상사에 대한 직접적인 불만이나 불편이 아닌 ‘회사의 체질’ 문제라 할지라도 마찬가지다. 아무리 논리적으로 정당성이 있다고 하더라도 상사는 기분이 불쾌해질 수밖에 없다.
실수를 했을 땐 사고의 타이밍이 중요하다. ‘말이 지나치다’라고 생각되면 즉시 사과해야 한다. ‘술버릇이 나쁘다’라는 평판은 가볍게 생각할 것이 아니다. 그것은 앞으로의 당신의 평판으로 낙인이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우선 인사 고과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물론이고 동료, 상사가 멀어지고 커뮤니케이션 통로가 막힐 수 있다. 단 한 번의 술자리 실수로 사내에서 고립된 채 직장 생활을 하는 사람도 의외로 많다.
만약 당신이 술자리에서 실수했다고 느꼈다면 술기운을 역으로 이용하는 것도 좋은 해결책이다. “아, 죄송합니다. 정신없이 말하다 보니 말이 지나쳤습니다. 제가 회사를 사랑하다보니 열정이 지나친 탓에 이런 실수를 하고 말았습니다. 용서해주십시오.” 이런 식으로 깍듯하게 사과하면 분위기는 다시 좋아질 것이다. 실수는 할 수 있다. 다만 후회나 후유증을 오래 남기지 않으려면 아무리 술이 좋아도 끝까지 정신을 차리고 행동할 수 있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