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다보면 친해지고 싶은 사람이 있다. 인간적인 호감이 느껴지거나 뭔가 나와 마음이 맞아 친해지고 싶은 사람이다. 하지만 사회생활을 하다보면 그런 특별한 호감이 없어도 좀 친해져야 할 이유가 있는 사람이 있다. 말하자면 목적이 있는 친분을 맺어야 하는 경우인데, 사실 사회인이라면 누구나 의식적으로든 무의식적으로든 목적 있는 친분 관계를 쌓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다만 친분으로 어떤 도움을 주고 도움을 받기까지 절차가 있고 예의가 있어야 한다. 내 사람을 만드는 기브 앤 테이크의 기술도 결국 신뢰를 만드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준 건 잊고 받은 것만 기억하라 세상에 공짜는 없다. 사람이 보여주는 호의는 모든 인간관계의 열쇠다. 받고 싶다면 먼저 주는 것이 당연하다. 줄수록 가까워진다. 그런데 성급한 마음은 때때로 인간관계에 적신호가 된다. 내가 준 것을 선명하게 기억하여 자꾸 되새길 때 찾아온다. “어, 나는 열 개를 줬는데 왜 반도 안 돌아오지?” 하는 생각 같은 것이다.
세상의 대부분 사람들은 대체로 자기가 5만원짜리 선물을 하고 있지만 받는 건 늘 늘 평균 1~2만 원짜리를 받는다고 생각하는데, 주는 건 늘 많이 줬다고 생각하고 받는 건 늘 적다고 생각하는 이 고정관념이 사람 사이를 더 가깝게 만들지 못하게 만든다.
그래서 이런 생각을 나만 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상대도 역시 내가 다섯 개 이상은 줘야 하나 정도 받았다고 ‘느끼게’ 된다는 사실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결국은 준 것은 오래 기억하지 말고 금방 잊고, 받은 것은 작은 것이라도 잘 기억하는 것이 좋은 관계를 계속 이어가는 가장 좋은 자세다.
사람의 관계는 이상하게도 내가 뭔가를 준 사람에게서 다시 되돌려 받지 않는 경우도 많다. 내가 A에게 주었지만 A는 B에게 주고, B는 A에게 돌려주지 않고 몸을 돌려 내게 도움을 줄 수 있는 것이 사회생활이고 인간관계다. 주고받는 것이 자로 잰 듯이 딱 맞아떨어지는 일은 거의 없지만, 결국 이렇게 저렇게 더하고 빼다보면 결국 내가 남에게 베푼 만큼, 한 만큼 돌려받는 것이 이치라는 걸 알게 된다.
사람관계는 농사짓는 것과 비슷하다. 금방 열매를 맺을 수 있을 것이 아니다. 지금 내가 뭔가를 주었다고 해서 당장 이익과 효과를 기다리면 안 된다. 우물에서 숭늉 찾는 것보다 더욱 성급한 태도다. 준 것은 잊고 받은 것을 기억하며 인간관계에 정성을 기울이면 좋은 일로 되돌아오는 경우가 많을 것이다.
말의 기브앤 테이크
어떤 사진작가가 옆집에 저녁식사 초대를 받았다고 한다. 사진작가는 자신이 찍은 사진을 몇 장 가지고 방문했다. 식사가 끝난 후 사진작가는 사진을 꺼내 거기 모인 사람들에게 보여주기 시작했다. 이럴 때 눈치 있는 사람 같으면 “사진 참 좋네요. 사진 잘 찍으시네요. 예술작품 같아요” 이런 정도의 칭찬을 건넸을 것인데, 유감스럽게도 그 작가를 초대한 그 집 부인은 이렇게 말했다. “어머, 카메라를 무척 비싼 걸 쓰시나봐요. 사진이 정말 잘 나왔어요.”
잠시 후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현관문을 나서던 사진작가는 그 집의 부인을 향해 이렇게 인사를 건넸다.
“저녁 잘 먹었습니다. 음식이 정말 맛있네요. 냄비를 무척 비싼 걸 쓰시나봐요.”
눈치는 대인관계에서 아주 중요한 능력이다. 눈치 없는 동료에 질린 어떤 사람은 차라리 계산적이고 약삭빠른 동료하고 일하는 게 낫다고까지 말한다. 눈치가 빠른 사람은 다른 사람의 생각과 감정을 잘 파악하고 적절한 반응을 그때그때 잘 하여 좋은 관계를 만들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눈치 없는 사람은 오히려 다른 사람의 생각과 감정을 잘 알아차리지 못하기 때문에 답답함을 넘어 짜증을 불러올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태가 아무리 심각해져도 본인은 잘 모른다는 데 심각성이 있다. 내가 타인의 감정을 알아차리는데 무디고 둔한 편이라면 눈치의 감각을 길러야 한다
눈치력을 기르는 방법
눈치는 보고 듣고 생각하는 모든 감각이 활발히 작동해야 가능하다. 사람은 생각과 감정이 눈빛, 표정, 몸동작을 통해 은연중에 드러나기 마련이다. 그래서 다른 사람과 대화할 때 항상 상대방의 눈빛, 표정, 자세, 제스처 같은 것은 눈으로 잘 관찰해야 한다. 이 사람이 인정받고 싶어 하는지, 칭찬받고 싶어 하는지, 위로받고 싶어 하는지 그 모든 정보가 보이는 것에서도 충분히 드러나기 때문이다. 그래서 대화할 때 상대와 눈을 맞추고 상대를 잘 바라보는 자세는 중요하다.
또 귀로 들리는 정보도 아주 중요하다. 우리가 가까운 가족이나 절친한 친구는 얼굴을 안 보고도 전화 목소리 같은 것만으로도 기분이나 감정을 쉽게 알아내는 것처럼 말의 뉘앙스, 말투, 사용하는 단어나 문장의 표현을 세심하게 듣다보면 친하지 않은 사람에게도 어떻게 적절히 대응할지 생각할 수 있다.
눈치는 눈과 귀를 통해 들어오는 상대방의 여러 가지 정보를 통해 머리와 가슴으로 그 사람의 마음을 읽어내는 공감 능력이다. 앞서 말한 사진작가와 옆집 부인 이야기는 우스갯소리로 떠도는 유머의 한 가지일지 모르지만, 그 부인이 사진작가의 말이나 표정, 행동을 좀더 잘 살피며 조금만 생각을 했더라면 저렇게 눈치 없는 답변 같은 건 하지 않았을 것이다. 타인하고 생각과 감정을 활발히 주고받으며 소통하려면 그 감각기관이나 두뇌의 관심사를 밖으로 돌려놔야 한다. 눈, 귀, 머리를 나를 위해서만 쓰지 말고 남을 위해서 써야 한다는 의미다.
글_전미옥
소통 코치. CMI(커리어 매니지먼트 이노베이션)연구소 대표. KBS 라디오 <생방송 일요일 아침입니다> 전미옥의 ‘자기경영노트’ 진행자. 2005,07년 한경닷컴 올해의 칼럼니스트 수상. 2005년 여성가족부 우수멘토 장관상 수상.
커뮤니케이션 코치이자 자기계발 코치. 많은 기업과 기관 단체에서 강연·방송·집필·저술 활동을 통해 기업 환경 변화와 직장인의 고뇌를 깊이 있게 읽어내고 소통 방법을 코치하고 있다. <위대한 리더처럼 말하라> 외 28권의 저서와 역서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