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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LUMN

관중으로부터 배우는 인재경영 이야기


관중으로부터 배우는 인재경영 이야기

구부러진 나무막대기 뒤에 곧은 나무를 대기 어렵다



어느 날 제나라 환공이 관중과 함께 나라의 군마를 키우고 훈련시키는 곳을 돌아볼 기회가 있었다. 환공은 책임자에게 말을 키우는 어려움에 대해 말해 보라했다.책임자가 적절히 대답을 하지 못하자 관중이 나서서 말했다.
"제가 전에 이곳에서 일해 본 경험이 있습니다. 가장 어려운 일은 군마의 사육장을 지어 관리하는 일입니다. 마사를 짓기 위해 울타리를 쳐야합니다. 만일 가장 처음에 구부러지고 휘어진 나무막대로부터 시작하면 그 다음에도 구부러진 나무를 대어야 합니다. 그러나 만약 처음부터 곧고 튼실한 나무로부터 울타리를 짜게되면 그 다음에도 곧은 나무를 대어야 좋은 울타리가 만들어 지는 법입니다. 사람
의 관리도 이와 같습니다. 한 부서가 곧고 유능한 사람으로부터 시작해야 그 다음 사람도 곧고 유능한 사람을 쓸 수 있습니다. 먼저 구부러진 사람을 쓰게 되면 그 다음에 곧은 사람을 쓰려 해도 서로 맞지 않아 성과를 낼 수 없습니다."


첫 인선이 깨끗하면 전 부서가 깨끗하다
 
이 오래된 작은 일화는 내 인사원칙의 가장 실천적인 금과옥조 중의 하나다. 한 부서가 곧고 청렴하기를 원한다면 반드시 그 시작하는 기준점에 그런 사람을 써야한다. 강직하고 깨끗한 사람부터 인선이 이루어지면 그 사람이 선발하는 팀원은 강직과 청렴이 그 선발 기준이 될 수밖에 없다. 만일 한 부서가 창의성으로 반짝이는 사람들로 가득 차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당연히 그 시작하는 리더를 조직에서 가장 창의성에 뛰어난 인재 중에서 선발해야한다. 만약 한 부서가 가장 협동적인 시너지를 이끌어 낼 수 있는 가치를 가장 중요한 가치로 표방한다면 어떻게 인선을 하는 것이 좋겠는가? 처음 시작하는 부서장이 가장 그 가치에 어울리는 사람으로 선발되어야 한다. 그러면 협력과 시너지는 가장 중요한 관계의 기준으로 셋업 되게 마련이다.


좋은 인재의 조건 3가지
 
어떤 사람이 좋은 인재인가라는 질문은 간단하면서도 대단히 복잡한 질문이다. 나는 인재의 조건으로 크게 세 가지를 친다. 하나는 사람과의 관계에서 좋은 영향력을 이끌어내고 동시에 좋은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사람이다. 둘째는 자신의 분야에서 하나의 업(業)을 만들어 낸 사람들이다. 그들은 모두 프로페셔널들이다. 셋째는 자신의 과거와 경쟁하여 늘 조금씩 정신적으로 성장하는 사람들이다. 특정분야에서 업을 만들어 내고, 좋은 리더로서 사람들과 함께 혼자서는 할 수 없는 성과를 만들어 내고 나날이 좀 더 ‘나은 사람’(better person)으로 성장할 수 있다면 훌륭한 인재다.
그런데 이런 좋은 인재라도 훌륭한 조직적 성과를 만들어 내려면 환경과 분위기가 필요하다. 예를 들어 창조적인 환경과 분위기가 만들어 지지 않았는데 창조적인 인물 몇을 영입한다고 해서 곧 창조적 성과를 낼 수는 없다. 오히려 새로 들어 온 창조적 성향의 인재들이 위축되고, 소외됨으로써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좋은 인재지만 데려다가 잘못 쓰는 경우가 빈번한 이유는 이 문화적 환경을 제대로 갖추어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관중이 지적한 곳이 바로 이 대목이다. 울퉁불퉁하고 비뚤어진 나무로 울타리의 첫 단계를 시작하면 그 다음도 역시 비뚤어지고 굽은 나무를 쓸 수밖에 없게 되는 것이다.



인재들이 잘 융합해야 창조적 조직이 된다
 
나는 이것을 인재가 쓰일 수 있는 공간의 인접가능성이라고 부르고 싶다. 비슷한 것 끼리 서로 부르고 융합하여 그 공간 특유의 내용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조선의 역사 가운데 가장 많은 인재들이 서로 융합하여 문화적 에너지를 분출해 낸 가장 멋진 시대는 세종 때다. 어디서 그렇게 많은 인물들이 쓰임을 받기 위해 물밀듯이 등장하게 되었는지 불가사의하다. 집현전의 학사들 뿐 아니라 과학과 음악 예술과 군사 농업과 지리 등 각 분야에 창조적 인재들로 가득했다. 어떻게 그럴 수 있었을까 ?
인접 가능한 인재들이 서로 추천했고 세종이 그들을 힘껏 데려다 썼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장영실은 부산 동래 지방의 관노였다. 그러나 세종은 그를 데려다 썼다. 창의적 인재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세종에게 가장 중요한 조직 코드는 창조력이었다. 새로운 문화적 역량에 있어서는 중국을 앞서고 싶은 포부와 비전이 있었기 때문이다.
창조성이 중요한 조직의 코드라면 창조적인 인재를 가장 먼저 앞세워야한다. 그리고 그에 맞는 사람을 채워 가야한다. 그러면 그 집단은 그런 가치와 역량으로 준비된 인물들을 서로 추천하기 마련이다. 이때 창조적 조직이라는 비전은 구현된다. 어떤 조직을 만들고 싶은가? 그 비전에 가장 적합한 인물로부터 조직을 채우기 시작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