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사람이 좋은 인재인가라는 질문은 간단하면서도 대단히 복잡한 질문이다. 나는 인재의 조건으로 크게 세 가지를 친다. 하나는 사람과의 관계에서 좋은 영향력을 이끌어내고 동시에 좋은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사람이다. 둘째는 자신의 분야에서 하나의 업(業)을 만들어 낸 사람들이다. 그들은 모두 프로페셔널들이다. 셋째는 자신의 과거와 경쟁하여 늘 조금씩 정신적으로 성장하는 사람들이다. 특정분야에서 업을 만들어 내고, 좋은 리더로서 사람들과 함께 혼자서는 할 수 없는 성과를 만들어 내고 나날이 좀 더 ‘나은 사람’(better person)으로 성장할 수 있다면 훌륭한 인재다.
그런데 이런 좋은 인재라도 훌륭한 조직적 성과를 만들어 내려면 환경과 분위기가 필요하다. 예를 들어 창조적인 환경과 분위기가 만들어 지지 않았는데 창조적인 인물 몇을 영입한다고 해서 곧 창조적 성과를 낼 수는 없다. 오히려 새로 들어 온 창조적 성향의 인재들이 위축되고, 소외됨으로써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좋은 인재지만 데려다가 잘못 쓰는 경우가 빈번한 이유는 이 문화적 환경을 제대로 갖추어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관중이 지적한 곳이 바로 이 대목이다. 울퉁불퉁하고 비뚤어진 나무로 울타리의 첫 단계를 시작하면 그 다음도 역시 비뚤어지고 굽은 나무를 쓸 수밖에 없게 되는 것이다.
인재들이 잘 융합해야 창조적 조직이 된다
나는 이것을 인재가 쓰일 수 있는 공간의 인접가능성이라고 부르고 싶다. 비슷한 것 끼리 서로 부르고 융합하여 그 공간 특유의 내용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조선의 역사 가운데 가장 많은 인재들이 서로 융합하여 문화적 에너지를 분출해 낸 가장 멋진 시대는 세종 때다. 어디서 그렇게 많은 인물들이 쓰임을 받기 위해 물밀듯이 등장하게 되었는지 불가사의하다. 집현전의 학사들 뿐 아니라 과학과 음악 예술과 군사 농업과 지리 등 각 분야에 창조적 인재들로 가득했다. 어떻게 그럴 수 있었을까 ?
인접 가능한 인재들이 서로 추천했고 세종이 그들을 힘껏 데려다 썼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장영실은 부산 동래 지방의 관노였다. 그러나 세종은 그를 데려다 썼다. 창의적 인재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세종에게 가장 중요한 조직 코드는 창조력이었다. 새로운 문화적 역량에 있어서는 중국을 앞서고 싶은 포부와 비전이 있었기 때문이다.
창조성이 중요한 조직의 코드라면 창조적인 인재를 가장 먼저 앞세워야한다. 그리고 그에 맞는 사람을 채워 가야한다. 그러면 그 집단은 그런 가치와 역량으로 준비된 인물들을 서로 추천하기 마련이다. 이때 창조적 조직이라는 비전은 구현된다. 어떤 조직을 만들고 싶은가? 그 비전에 가장 적합한 인물로부터 조직을 채우기 시작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