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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왕 해야할 일이라면 좋아하기로 결심하라



이왕 해야할 일이라면, 좋아하기로 결심하라


“나는 그 일을 좋아하기로 결심했다.” 자기계발서의 고전으로 꼽히는 사무엘 스마일즈의 <자조론>
에 등장하는 한 문장이다. 이어서 저자는 이런 이야기를 더한다. “내 수준에 못 미치는 일을 맡은 척하거나 버림받은 폐물인 듯한 기분으로 불평하는 것보다는 그것이 훨씬 대장부답다.”





일하기 좋아하는 사람은 없다
 
사실 일하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 이 세상에 얼마나 될까? 이런 의문을 이따금 하는 분들도 여러분 가운데 있을 것이다. 반면에 일을 하지 않고 마음껏 휴식을 취하면서 놀면 얼마나 좋을까? 이런 생각을 해 본 분들도 꽤 많을 것이다.
일과 휴식에 대해 고정관념을 깰 수 있는 멋진 연구 결과를 소개하고 싶다. <몰입>이란 책으로 유명한 미하이 칙센트미하이 교수는 이른바 몰입 전문가이다. 그는 시카고 대학교의 동료 교수인 주디스 르페브레와 공동으로 널리 알려진 공동 연구를 수행한 바 있다. 일과 휴식 사이에 대한 연구인데 우리 모두가 깊이 들여다 볼 만큼 가치가 있다. 두 사람은 시카고 주변의 다섯 개 회사에서 일하는 근로자 100명을 소집했다. 이들 가운데는 블루칼라와 화이트칼라, 숙련 및 비숙련 근로자들이 모두 포함되어 있었다. 두 사람은 모든 근로자에게 일주일 하루 동안 무작위로 일곱 차례 울리도록 프로그램 되어 있는 전자 무선 호출기를 주었다. 호출기가 울릴 때마다 이 피실험자들은 짧은 질문지를 작성했다. 그들은 호출기가 울리는 순간에 하고 있던 활동, 당면한 도전 과제, 활용 중인 기술, 그리고 동기, 만족감, 참여도, 창의성을 통해 평가한 자신의 심리 상태를 전부 기록하였다.
미하이 칙센트미하이는 이 방법을 ‘경험추출법“이라고 부르는데 두 사람이 이 방법을 사용한데는 이유가 있다. 사람들이 직장과 직장 밖에서 어떻게 시간을 보내고, 그들의 활동을 하면서 겪는 ’경험의 질‘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를 알아보기 위해서였다. 사람들이 언제 어떤 방법으로 깊이 빠져드는 그런 심리적 경험을 겪는가를 생생히 분석하고 싶었다.


일의 역설 ... 일할 때 행복감과 성취감 더 느껴
 
두 연구자는 연구를 실시하기 전에 사람들이 싫어하는 일보다는 일터를 벗어나서 휴식을 취할 때 그런 경험을 자주 하지 않을까라는 추측을 해 보았다. 그런데 실험 결과는 놀라움 그 자체였다. 사람들은 여가 시간을 보낼 때보다 일을 하고 있을 때 그 일로 인해 더 많은 행복감과 성취감을 느꼈다. 오히려 자유시간이 되면 지루함과 불안감을 느끼는 경향을 보였을 뿐만 아니라 목표 상실로 인한 혼란스러운 감정도 자주 경험하였다. 이를 두고 두 연구자는 ‘일의 역설’이라는 표현을 사용하기도 한다. 몰입 경험에도 불구하고 근로자들은 일 하는 것을 좋아하지는 않았다. 일을 하면서도 끊임없이 일하지 않은 상태 즉, 휴식 상태를 갖고 싶다는 욕구를 강하게 표현하였다. “일하지 않고 놀러 가면 좋을 텐데” 등과 같은 마음을 자주 갖는 것을 뜻한다.
흥미로운 점은 그들이 일을 하고 있을 때는 일을 하고 싶지 않다는 욕구를 강렬하게 표현하는데 익숙하였다. 하지만 휴식을 취할 때는 일을 하러 가고 싶다는 말을 하지 않았다. 이런 연구를 통해 칙센트미하이와 르페브레는 다음과 같은 결론을 내렸다.
“우리는 사람들이 여가를 즐길 때보다 일을 할 때 더 긍정적인 감정을 느끼면서도, 여가를 즐길 때가 아니라 일을 할 때 뭔가 다른 일을 하고 싶다라고 말하는 역설적인 상황을 확인했다.”


좋아하지 않으면서 바라는 ‘희망오류’
 
왜, 사람들은 일을 하면서 몰입 경험을 자주 하게 되는데 정작 일보다는 노는 일을 더 원할까. 심리학자들은 이를 ‘희망오류(miswanting)’이라 부른다. 다시 말하면 우리는 좋아하지 않는 것을 바라고, 바라지 않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 경향을 보인다. 현명한 사람이라면 좋아하는 것을 바라고 좋아하지 않는 것을 바라지 않아야 하는데, 두 가지가 서로 충돌할 때가 있다.
그러면 사람은 일에서 더 많은 몰입 경험을 하면서도 일보다는 휴가를 즐기는 이유는 무엇일까? 학자들은 사회적 관습의 영향력을 든다. 사회적 관습상 일하는 것보다도 유유자적하면서 쉬는 것에 더 높은 가치를 부여하는 경향이 있다. 다시 말하면 ‘여가 생활’을 즐기는 게 ‘일을 하는 것’보다 더 바람직하며, 더 높은 지위에 있다는 고정관념을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두 사람이 내리는 결론은 의미심장하다.
“두말할 필요도 없이 실제 상황에 대한 무지는 개인적 안녕과 사회의 건강에 모두 불행한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
좋아하겠다고 정하면 결과가 바뀐다
내가 ‘일의 역설’이나 ‘희망 오류’를 여러분에게 설명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우리는 일에서 몰입 경험을 자주 할 수 있다. 단 우리 스스로 그 일을 진지하게 대하고 내가 하고 있는 일에 집중하기로 결심할 수 있다면 말이다. 이런 면에서 몰입 경험을 자주 하는 일이라면, “나는 그 일을 좋아하기로 결심하였다”는 결단으로부터 출발하라. 여러분이 꼭 해야 하는 일이라면 그 일이 작은 일이든 큰일이든 스스로 이런 결단을 내리는데 익숙해야 할 것이다.
여기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점은 결국 무엇이든 우리가 그것을 어떻게 생각하느냐 혹은 어떻게 바라보는가에 따라 큰 차이가 난다는 점이다. 일에 대해 부정적인 사회 통념에도 불구하고 일을 통해서 우리는 ‘몰입’이란 행복을 수확할 수 있고, ‘성공’이란 과실을 거둘 수 있고 ‘미래 준비’라는 중요한 일도 함께 마무리 할 수 있다. 이왕 해야 하는 일이라면 좋아하기로 결심해 보라. 정말 많은 변화가 일어날 것이다. 무엇이든 우리가 그것을 어떻게 생각하느냐 혹은 어떻게 바라보는가에 따라 큰 차이가 난다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