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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LUMN

발행인 칼럼

 

UDT 이야기

 

크레텍에는 공구브랜드 UDT가 있다. 얼마 전 해군관계자들이 당사에 왔다가 해군UDT와 공구UDT 서로 이름이 같다며 연유가 있는지 물었다. 오늘은 UDT에 대한 재밌는 얘기를 해보겠다.
 

대만 UD2025 가격상승, 자사 브랜드 개발로


2000년경 대만에서 컴프레서를 수입했는데 UD2025 제품이었다. 잘 판매되다가 중국 가격이 내려가자 대만 원가가 높아져 버렸다. 대만 UD2025 컴프레서 사장은 30% 인상을 통보해왔다. 공장에서 사장과 대판 싸웠지만 해법은 보이지 않았다. 어떻게 할지 대만 호텔에서 밤을 꼴딱 새며 고민했다. 
‘이제 우리 브랜드를 만들자!’
그렇게 해서 탄생한 것이 UDT였다. 대만의 UD2025를 국내에서 대체할 방법을 찾다가 UDT가 나왔다. 그로부터 25년이 흘렀다. 그때 만들어진 UDT공구는 매출도 성장했고 평판도 좋다. 품질을 올리고 가격을 맞추기 위해 지난 세월 무던히도 애썼다. 그런데 사람들은 UDT 공구를 볼 때마다 해군 UDT를 떠올리는 모양이다. 마침 내게도 해군UDT와 잊지 못할 아름다운 추억이 있다.

 

*지난 11월7일 UDT 창설70주년 행사에 초대받아 김규환 중령과 함께 사진을 찍었다. 해군특수전에 쓰이는 각종 무기와 기술에 대해 설명 들었다.

 

행군하며 자고 꿈까지, UDT 지옥주 훈련


1969년 6월 9일, 해군상등병으로 경남함에 근무하고 있었다. 상륙을 하니 UDT 모집광고가 붙어 있었다. ‘그래, 해군에 들어 왔으니 UDT에 지원해보자’ 생각했다. 15기로 들어갔는데, 아시다시피 UDT 훈련은 강하기로 유명하다. 18주 훈련 중 셋째 주는 ‘지옥주’라는 별명이 붙어 있었다. 월요일 새벽 2시에 기상하여 토요일 12시까지 잠을 자지 않고 구보, 수영, 고무보트, 전투훈련 등을 받는다. 사람의 한계를 여실히 드러낼 수밖에 없다. 아무리 젊은 청년이어도 일주일 잠을 자지 않고 견디지 못한다. 그러다보니 달리고 구보하면서 잠을 잤다. 보트를 저으면서 심지어 꿈까지 꿨다. 하지만 집안 사정이 있어 4주를 마치고 자퇴해야 했다. 그냥 보내주지 않기 때문에 속칭 ‘빳다’ 100대를 맞아야 했고 나는 70대까지 맞고 기절해버렸다. 돌아보면 이런 과정이 나를 단련시켰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4주간의 UDT 훈련은 내 인생 고비마다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오토바이 날다


1975년 음력설 아침, 오토바이를 타고 경북 고령 큰집으로 달리고 있었다. 새벽공기가 차가워 오토바이 헬멧의 앞창을 내리고 달렸다. 대구를 지나 옥포쯤에서 90도 꺾이는 길이 나타났다. ‘아차’ 하는 순간 몸이 날았다. 아래는 하천이었고 죽었구나 싶었는데 ‘정신을 바짝 차리자’라는 생각이 들었다. 오토바이가 높이 뜬 순간이 마치 영화 속 슬로모션처럼 느껴졌다. UDT 훈련 중 헬기에서 바다로 떨어지는 교육이 10미터쯤 되니 딱 그 훈련처럼 받아들였다. 핸들을 꽉 잡고 하천을 10미터 가로질러 날아 건너편 모래밭에 착지했다. 겁부터 먹었더라면 크게 다쳤을 것이다. 아무렇지 않게 툭 털고 일어났다. UDT 훈련 덕분에 죽을 고비를 2~3초 만에 무사히 넘겼다. 이보다 더한 ‘UDT 효과’가 있을까. 

 

UDT서 배운 기술, 경영과 시간관리에 적용


1998년 IMF때부터 일주일에 두세 번 대구에서 서울로 경영대학원 수업을 들으러 다녔다. KTX가 없던 시절이라 올라갈 때는 비행기로 갔지만, 내려올 때는 서울역에서 밤 11시 새마을을 타야했다. 동대구역에 내리면 새벽 2시18분. 이 노릇을 무려 6년간 했다. 어디서든 짧은 시간에 눈을 붙이고 깊은 숙면으로 빠질 수 있는 ‘UDT식 쪽잠의 기술’도 UDT 훈련 덕분에 할 수 있었다. 
회사 일에도 UDT 기술은 적용된다. 매일아침 전직원 180개 PT체조를 하고, 2018년도까지 여름 극기훈련을 실시했었다. 31회까지 하고 국민청원으로 멈춰 아쉽지만, 어려움을 이기는 훈련은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하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아들 둘을 어릴 적(초등6, 중3) 대구에서 서울까지 걸으라고 시킨 적도 있었다. 고생을 좀 시켜야 험난한 기업환경을 헤쳐갈 수 있다고 생각해서였다. 

 

인생은 모험, 두려워말라


“모험은 어떤 불행에도 해결의 문을 열어 준다.” 
 - 세르반테스

 

UDT 훈련에서 배운 경험과 정신을 내 사업체에도 넣었다. 이번에 완성한 경산 스마트물류센터는 처음 가보는 길이자 도전이었는데, 계산하고 두려워만 했다면 완공시키지 못했을 것이다. ‘안되면 되게 하라’는 강인한 UDT 정신이 내게 많은 도움을 줬다. 
지난 11월 7일 UDT창설 70주년 행사에 초대 받아 진해를 다녀왔다. 수료하지 못한 미안함을 대신해 평생 UDT 공구를 만들고 UDT 정신으로 사업체를 경영해왔다는 말을 하고 싶다. 불가능을 가능으로 바꾸고, 어떤 상황에서도 정신을 차려 해법을 찾는 UDT 정신. 난관을 헤쳐가는 비밀의 열쇠가 아닐까 한다. 나라를 구하겠다는 불굴의 UDT 정신이라면 내 사업체와 회사도 구할 수 있으리라 본다. 해내시라! 포기하지 말고 인간의 가능성을 믿고 강하게 헤쳐가시라 말씀드리고 싶다.

 

 _ 최영수 크레텍 대표이사, 발행인, 명예 경영학·공학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