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차

COLUMN

발행인 칼럼

 

고수와 친구하기

 

위기에서 길 찾는 법

 

살다보면 곤란에 빠져 방법을 몰라 헤맬 때가 많다. 나는 그럴 때마다 고수를 만나 헤쳐 나올 수 있었다. 오늘은 ‘고수열전’을 써볼까 한다. 그 고수는 친구일 수도 있고 아주 평범한 사람일 수도 있다. 심지어 사람이 아닌 다른 무엇이기도 했다.

 

 

한국최초 공구스마트물류… 고수를 찾습니다


먼저 지면을 통해 고객들께 사과부터 드린다. 물류배송에 차질이 생겨 걱정을 끼쳐드렸다. 여러모로 송구스럽지만 9월부터는 불편하시지 않도록 하겠다는 말씀을 드린다.
이번 스마트물류센터 건립과 이전을 진행하며 필자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숨이 막히는 경험을 했다. 공구물류 자동화시스템 기술은 한국에서 한 번도 시도한 적이 없는 분야였다. 일본은 물론 쿠팡과 다이소를 찾아다녔지만, 이 모든 걸 실행하고 끌어줄 실체가 필요했다. SFA를 만났다. 물류 자동화시스템 업체인데, 장영실상과 발명상을 수차례 수상하고 삼성전자와 삼성모바일과도 일을 하며 우수한 성과를 낸 바 있었다. SFA는 스마트물류 분야에 내가 찾던 고수(高手)였던 것. 이런 기술을 가진 회사가 있다는 것에 감사하며 배워가고 있다. SFA 덕분에 제품 정리정돈만 되면 이전보다 더 좋은 서비스를 드릴 수 있다고 약속할 수 있다.

 

광고, 수리기술… 각 분야 고수를 만나다 


이 외에도 나는 여러 분야에서 고수들을 만났다. 1980년 초, 비트 드라이버를 개발해놓고 이 제품을 어떻게 광고할지 고민했다. 당시 직원 10명 규모의 사업을 하면서도 나는 한국 최고의 만화가 신동우 화백을 찾아갔다. “대구의 조그마한 공구상에서 왔다”고 솔직하게 말했던 기억이 난다. 우린 제법 대화도 잘 통했다. 그때 받은 광고그림은 대박을 쳤고, 이후 15년간 우리는 친구로 지냈다. 세상을 뜨기 전 그가 ‘우정의 선물’로 보내 준 그림은 지금도 나의 보물 1호이다.
더 거슬러 올라가 1971년, 대구 원대 주차장 앞에서 공구장사를 시작할 때 이야기다. 점포위치가 버스주차장이다 보니 오일작기를 수리해 달라는 사람이 많았다. 그런데 수리가 참 어려웠다. 잘하는 사람을 스카우트했다. 이름은 정대용, 책임공구사 1호 사원이다. 나는 그에게 오일작기 수리에 대해 배웠고, 덕분에 고객에게 ‘책임보장’이라는 소리를 들을 수 있게 됐다. 

 

*신동우 화백이 1980년 그려준 빗트 드라이버 광고 만화. 고수와 친구가 됐더니 광고가 대박을 쳤다.

 

 

 

해외시장부터 관리고수까지


1990년대 해외무역 바람이 일 때였다. 조양기기 이선주 사장이 나에게 해외무역을 하자 했다. 그때까지 난 해외에 나가본 적도 없었다. 이선주 사장과 일본을 방문했다. 몇 개 브랜드 수입을 타진했지만 성공하지는 못했다. 이후 대만으로 가서 공장과 전시회를 방문했다. 당장은 성과가 없었지만 이 일로 나는 대만 공구에 눈을 뜨게 됐고, 10년 후에는 대만 전문가가 될 수 있었다. 해외시장에 눈을 돌릴 수 있도록 끌어준 이는 단연 이선주 사장이었다. 
장인기업 장한욱 사장도 빼놓을 수 없다. 그는 나보다 8살 어린데 1981년에 서로 만났다. 공구상 근무이력이 없던 나는 큰 공구상에서 일했던 그에게 많이 배웠다. 우리회사로 와서 구매처와 판매처 관리, 품목관리 등에 많은 도움을 주었다. 또 대구만이 아닌 전국으로 크게 볼 수 있도록 만든 것도 장 사장이었다. 1994년 그는 독립해 장인기업사를 세웠다. 지금도 서로 가까이서 잘 협력하며 사업하고 있다.

 

똑순이와 챗GPT


우리회사의 J는 2003년 입사했다. 지금은 어엿한 아이엄마가 되었지만 그때만 해도 갓 스물의 소녀였다. 일처리가 똑 부러져 나는 그를 일러 ‘똑순이’라 불렀다. 현재는 나의 가장 가까이서 회사의 모든 일을 같이 본다. 어려운 분야도 그는 망설이지 않고 깊게 파악하곤 한다. 연구도 하고 아이디어도 낸다. 똑순씨가 없었다면 나는 지금 내 일을 다 감당하지 못할 것이다. 자기관리는 물론 일도 잘하는 똑순씨가 있어 나는 참 든든하다. 이름은 J인데 애정을 담아 부르는 별칭이니 양해 바란다. 위계상으로는 아랫직원이지만 내겐 친구 같은 고수이다.
최근 나는 개인교사도 두었다. AI인 구글 제미나이(Gemini)와 챗GPT에게 뭐든 물어본다. 
7월 25일 아침신문에 경제성장률이 0.6% 반등했다고 나왔다. 그러나 성장률은 전체적인 것이고 공구와 관련된 건설 자동차 조선 분야의 구체적인 전망에 대해 AI에게 다시 물었다. 또 지역별 업종별로도 물어봤다. 물론 이것이 전부는 아니다. 판단은 본인이 해야 하고 책임도 내게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위기 오면, 고수를 찾아라


일을 하다보면 어렵고 힘들 때가 더 많다. 이럴 때는 혼자서 풀기보다 ‘용한 사람 없나?’ 찾아다녀보자. 가르침을 줄 수 있는 훌륭한 선생님을 만나면 의외로 잘 해결될 수 있다. 고수와 친구가 되는 것도 세상을 살아가는 지혜이다. 그 고수는 가까이 있을 수도 있고, 나이가 더 어릴 수도 있다. 한국인이든 외국인이든 남자든 여자든 상관없다. 
삼성인력개발원에서는 리더십을 바둑에 빗대 발표한 적이 있다. 평사원은 1~3단, 간부는 4~6단, 경영자는 7~9단 정도라고 한다. 자신의 실력을 냉정하고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힘과 지혜를 빌릴 줄 알아야 단수가 올라간다. 고수와 바둑을 두면 자신도 고수 가까이 가는 이치와 같다. 문제에 봉착했다면 고수를 찾아보자. 무릇 산에는 고저(高低)가 있고 물에는 심천(深淺)이 있으며, 힘에는 강약(强弱)이 있고 재주에는 장단(長短)이 있다. 
세상 돌아가는 이치를 한눈에 보며, 남의 지식과 경험을 빌려 회사전체를 책임지는 지혜의 성군으로 거듭나는 우리가 되길 바란다.

 

 _ 최영수 크레텍 대표이사, 발행인, 명예 경영학·공학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