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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 컬러는 단순한 색상을 넘어 프리미엄 이미지와 세련미의 상징이다. ‘공구’하면 떠오르는 전통적인 색채의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절제된 우아함과 테크니컬한 분위기를 동시에 표현하는 블랙 에디션으로 출시된 공구들이 있다.
검정은 명료하다. 동서양의 역사 속에서 다른 색들은 불확실한 느낌을 지니거나 복잡한 의미를 가진 것과 달리 검정색은 언제나 분명했다. 좋거나 혹은 나쁘거나. 검정은 강인함과 전문성을 상징하며 다른 어떤 색보다 깊이있는 존재감을 발산한다. 기능적 완성도와 디자인적 감각을 둘 다 갖춘 프리미엄 이미지를 형성하며 사용자가 그 대상을 단순한 도구나 물건이 아닌 ‘자신의 스타일과 가치관을 반영하는 아이템’으로 인식하게 한다.
명품 패션 브랜드 샤넬의 수석 디자이너 故칼 라거펠트는 평생 블랙 슈트만을 입었던 것으로 유명하다. 그에게 블랙 슈트란 단지 의상을 넘어 자신을 형상화한 예술적 도구이자 그가 구축한 스타일의 완벽한 표현이었다. 또한 세계적인 디자이너 앤 드뮐미스터는 “모든 감정에 이를 수 있는 색은 오직 검정색 뿐”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와 같은 검정을 제품에 반영해 고급스러움과 특별함을 강조한 ‘블랙 컬러 에디션’을 출시한 공구브랜드들이 있다. 검정색이 어떻게 공구의 가치를 한층 끌어올렸는지 살펴보자.
디월트와 슈퍼카 브랜드인 맥라렌(McLaren)과의 협업으로 탄생한 ‘디월트 × 맥라렌 리미티드 에디션’은 전까지 노랑과 검정으로 상징되던 디월트의 이미지를 뒤집어버린 제품 세트다. 단색 블랙에 은색 포인트를 더해 고급스러운 대비를 연출했다. 이 세트는 기름에 강한 ‘G-Class PowerStack’ 배터리를 탑재해 혹독한 환경에서도 안정적인 출력을 유지하며 흔들림 없는 성능을 보장한다. 자동차 정비에 필요한 전동드라이버와 임팩트드라이버가 포함된 트윈 키트 형태로 제공되며 기존 노란색 디월트의 강인한 이미지를 유지하면서도 모터스포츠 특유의 역동성과 세련됨을 함께 담아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계양전동공구는 최근 블랙 컬러로 출시 전동공구들의 색상을 갈아입혔다. 계양에서는 전부터 ‘견고함과 지속성’을 브랜드의 정체성으로 내세워 왔는데, 블랙 컬러는 이런 메시지를 시각적으로 강화해 준다. 블랙은 기술력과 내구성을 시각적으로 강조하는 컬러이기 때문이다. 또한 계양은 글로벌 디자인 트렌드를 반영한 차별화된 디자인 아이덴티티를 강조하고 있는 만큼 이번 색상 변경은 그 효과를 더욱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뿐만 아니라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는 효과 역시 발휘하고 있다.
이하는 기존의 브랜드 컬러인 빨강과 노랑 컬러에서 벗어나 블랙 컬러의 렌치세트를 출시했다. 검정의 절데된 컬러 감각을 살린 이 시리즈의 렌치세트는 크롬 바나디움 재질로 제작되었으며 흑색으로 표면처리된 것이 특징이다. 또한 별렌치세트의 경우 나사를 단단히 잡아주는 매직 스프링 기능이 부가되어 있으며, ERGO STAR HOLDER기능 탑재로, 원터치로 모든 제품을 손쉽게 사용 가능하도록 구성되어 있다. 레드닷 디자인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일본의 장인 정신이 담긴 수공구 브랜드 로보스터는 프리미엄 블랙 에디션 ‘J-Craft99’ 시리즈를 선보였다. 이 시리즈는 전통적인 장인 정신과 현대적 디자인 감각을 결합한 한정판 수공구 라인으로, 깊이 있는 무광 블랙과 정밀 가공된 메탈릭 포인트가 어우러져 절제된 고급스러움을 구현한다. 내구성과 기능은 기존 로보스터의 명성을 그대로 이어가면서 수집가와 전문가 모두를 만족시키는 미적 가치까지 담아냈다. 사용 현장뿐 아니라 전시와 소장용으로도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일본의 수공구 제조사 아이피에스에서 출시한 ‘블랙 워터펌프 플라이어’시리즈는 양이온 방식의 전착도장으로 강력한 방수성을 확보한 제품이다. 니켈 크롬 도금보다 약 10배가량 방수성이 강력하다. 또한 기존 제품 대비 30%가벼운 경량화된 제품이며 작업물에 흠집이 나지 않는 개구부 커버가 동봉되어 있다. 핸들은 우레탄 수지로 덮여 있어 뛰어난 그립력 역시 자랑한다.
콤프레샤를 대표하는 브랜드 UDT콤프레샤는 출시한 ‘조용한 콤프레샤’ 모델에 블랙 컬러를 도입했다. 상부 냉각 시스템 적용으로 뛰어난 열 분산 효과를 제공하고 3400RPM의 고속 회전 모터로 효율을 극대화한 조용한 콤프레샤 시리즈는, 공기의 순환 효율을 높이는 공기 흐름 설계와 듀얼 냉각팬 설치, 그리고 소음기를 적용해 조용한 동작음을 구현해 냈다. 이와 같은 뛰어난 성능을 블랙 컬러로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대만의 공조공구 대표 제조사 블랙다이아몬드는 브랜드명부터 ‘블랙’에 대한 아이덴티티를 강하게 갖고 있는 회사다. 각종 제품들의 색상은 전부 블랙 컬러로 되어 있는데 제품 외관을 블랙으로 통일함으로써 시각적으로 강한 인상을 남기고 제품을 보는 순간 브랜드를 떠올리게 하는 효과가 있다. 또한 파이프 절단이나 확관, 압력 측정 등 공조 작업 현장은 금속 가루나 오일, 먼지가 잦은 환경이다. 무광으로 코팅된 블랙 컬러는 이와 같은 현장에서 오염화 흠집이 덜 도드라져 보이는 효과 또한 갖추고 있다.
블랙 에디션 공구는 색의 변화만으로 탄생한 변주가 아니다. 뛰어난 기능성과 디자인, 그리고 브랜드가 가진 철학까지 결합된 제품이다. 단순한 작업 도구를 프리미엄 오브제로 격상시키는 힘, 사용자의 손끝에 감도는 고급스러운 질감, 그리고 소유 자체에서 오는 만족감까지 블랙 컬러 에디션은 현장의 전문가들이나 수집가들에게 실력과 안목을 함께 드러내는 하나의 상징물로 작용한다. 지금 공구시장의 블랙 컬러는 어쩌면 기술과 미학이 만나는 지점에서 가장 세련된 선택인지도 모를 일이다.
글 _ 이대훈 / 도움말 _ 추정 크레텍 마케팅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