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자들의 진한 우정과 사랑, 어색함의 경계
어느새 브로맨스는 대중문화를 주도하는 하나의 키워드가 됐다. 과거 좋아하는 동성 연예인 등을 짝지은 팬픽(fan(팬)과 fiction
(소설)의 합성어)이 수면아래에 있었다면, 그 위에서 대중적으로 붐을 일으킨 작품들이 있다. 그 중 2005년 영화 <왕의 남자>는 당시로선 파격적인 남남 커플을 주인공으로 설정했다. 광대
‘장생’과 ‘공길’의 애절한 스토리는 신드롬을 일으켰고, 감우성과 이준기는 그해 청룡영화제에서 동성 최초 베스트 커플상에 선정되기도 했다. 그 후 10여년이 흘렀다. 최근 인기리에 종영된 드라마 tvN <도깨비>에서 공유와 이동욱의 완벽한 케미스트리는 여성 시청자들을 심쿵하게 만들었다. 현실 절친인 둘은 촬영 뒷이야기에서 서로 장난을 치는 등 드라마 속 이미지와 어우러진 훈훈한 모습으로 보는 이들의 상상력을 자극시켰다. 방영중인 예능 프로그램 tvN <공조7>에서는 7인의 남성 출연진들이 최고의 예능인 콤비로 거듭나기 위해 둘씩 콤비가 되어 수갑을 찬 뒤 서로의 손톱을 깎아주고 발을 씻겨주기도 하며 다정한 모습을 보여준다. 인기 웹툰 <썸남>은 함께 사는 옆집 사이인 두 남자의 어색한 동거를 그려냈다. 매일 이상한 상황에 얽히며 친해질 듯 친해지지 않는 두 사람의 불편한 관계가 웃음을 자아냄과 동시에 시청자들을 묘하게 끌어들인다. 특히 <썸남> 웹드라마 버전은
1주일여 만에 네이버, 페이스북 통합 조회수 500만뷰를 돌파하며 폭발적 인기를 보였다.
심지어 정치계에서도 브로맨스 코드는 유효하다. 미국 언론에서는 오바마 미국 전 대통령과 8년 동안 미국을 함께 이끌어왔던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의 브로맨스에 큰 관심을 보였다. 오바마는 바이든에게 “나와 부딪혔을 때 굽히지 않고 소신껏 의견을 내세워줬기 때문에 대통령직을 잘 마무리 짓게 되었다”며 고마움을 전했고, 바이든은 오바마를 “영원한 절친”이라고 표현했다.
MSG 첨가한 듯… 입맛 당기는 공구계 브로맨스
한국콘텐츠진흥원은 콘텐츠에 이렇듯 젠더 감수성을 더하는 것을 ‘MSG(Making Sense of Gender)’라고 지칭했다. 남성 비율이 높은 공구업계에서도 MSG를 뿌린 듯 맛 나는 남남 케미를 종종 찾아볼 수 있다. 아버지와 아들, 형제, 친구, 스승과 제자, 선후배가 가게를 함께 운영하거나, 같이 일하며 꿈을 키우거나, 사업을 물려주면서 말이다.
신기하게도 공구상 대부분은 가족끼리 잘 운영해 나간다. 이들은
‘누구보다 서로 믿을 수 있는 관계이기 때문’이라고 답한다.
책 <세상의 모든 것과 동업하라>의 김병태 저자는 고교동창, 직장후배, 집안 조카들, 대학동창들과의 동업으로 사업을 6개나 성공시킨 ‘동업의 달인’이다. 그는 형제간에도 함께 사업하지 말라던 고정관념을 뒤집고, ‘나에게 부족한 뭔가를 갖고 있는 그 사람이 바로 당신을 성공으로 이끌어줄 동업 파트너’라고 했다.
동업은 마치 부부관계와 같다고 한다. 서로 신뢰하며 부족한 점은 채워주고 원망대신 응원하는 관계가 안정된 부부생활을 보장하는 것처럼 말이다. 그래서 공구인 브로맨스 역시 돋보인다. 이번 호에는 아버지와 아들이 운영하는 공구상인 경주 거광종합상사와 형제 공구상인 경북 칠곡 가산건자재의 꿀케미를 들여다봤다. 라이트 형제, 오성과 한음 등 역대급 브로맨스를 자랑하는 세기의 명콤비들처럼, 이 찬란한 브로맨스의 역사에 공구인이 들어간다면 더할 나위 없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