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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공구 직접 만든 수리왕 ‘유가이버’


자전거 공구 직접 만든 수리왕 ‘유가이버’

일진사이클





자전거 수리는 플라이어 하나면 끝

2012년 무렵, 이명박 전 대통령은 4대강 사업과 함께 인천에서 시작해 부산에 당도하는 이른바 ‘4대강 자전거길’을 조성했다. 자전거를 타고 국토종주에 도전하는 이들이 꼭 들러야 하는 서울과 경기를 잇는 자전거길의 나들목, 미사대교 아래에서 일진사이클 유준식 대표는 오늘도 자전거 수리의 길을 걷고 있다.
“요 앞 길목이 서울에서 자전거 타고 지방으로 내려가려면 꼭 지나가야 하는 곳이에요. 여기 지나면 얼마간은 물 살 곳도 없고 자전거 고칠 곳은 더더욱 없지. 내가 여기서 자전거를 많이들 고쳐 줬는데 그게 소문이 난 모양이더라고.”
고작 간단한 공구 몇 개 만으로도 수월하게 고쳐 내는 장인에 가까운 수리 실력이 자전거 동호인들 사이에서 퍼지기 시작하면서 사람들은 그를 ‘유가이버’라 부르기 시작했다.
“자전거 고치는 데는 딱 세 가지 공구면 끝이야. 플라이어 드라이버 그리고 망치. 그 중에서 제일 중요한 게 플라이어예요. 자전거는 플라이어 하나면 거의 50%이상 수리가 가능합니다. 세게 조이고 웬만큼 조이고 잡고 당기고… 몽키로 하기도 하는데 플라이어로 하면 더 빨라요.”
 
주류 도매상에서 자전거 수리공으로

유 대표는 과거 사이클 선수생활은 물론 자전거 제작 전문기업을 설립하고 선수용 사이클의 프레임을 직접 개발·제작해 대회에서 우승까지 했던 인물이다. 하지만 젊은 시절 생계로 인해 운동을 포기해야 했던 그는 주류 중간도매상 일을 하며 자전거로 소주 맥주를 싣고 운반했다. 힘겨웠던 기억이지만 따지고 보면 그때의 주류도매상 경험이 지금의 대표를 있게 한 마스터키였다.
“요즘은 술 배달도 트럭으로들 하는데 그 때는 거의 자전거로 배달했어요. 소주며 맥주며 자전거에 몇 짝씩 싣고 배달했지. 그렇게 배달하다 보니까 사이클타는 사람이 종로에 간간이 보이더라고. 그때 청계천에 사이클 선수들 사이에서 유명한 ‘대륙자전거포 강선생’이라는 사람이 있었어요. 고장난 자전거 잘 만지기로 소문난 사람이었지. 무엇보다도 그 양반이 용접을 잘 했어. 부러진 자전거도 용접으로 감쪽같이 고치고. 처음에는 내가 그 사람 어깨 너머로 배우다가 나중에는 정식으로 자전거 수리를 배웠죠. 용접하는 것도 배우고. 그게 지금까지 온 거예요.”
 
짜릿한 자전거의 쾌감… 직접 공구 개발해

자전거를 타던 시절, 대표는 다치기도 많이 다쳤다. 자동차에 치이기도 하고 병원에 입원한 적도 수 차례. 그래도 자전거를 타고 언덕에서 내려올 때의 쾌감 때문에 핸들을 놓을 수가 없었다 한다.
“자전거의 매력은 세 가지예요. 스릴, 스피드, 짜릿한 쾌감. 그게 자전거의 매력이죠. 타 보지 않은 사람은 아마 모를 거예요. 고개 올라가는 건 힘들지만 내려올 때, 앞에서 바람이 불어오면 그 스릴이 엄청나거든요.”
지금도 자전거타기의 그 쾌감을 잊지 못하는 대표는 완벽한 자전거를 위한 수리에 애쓰고 있다. 직접 개발한 자전거 수리 공구도 그 노력의 일환이다.
“내가 만든 자전거 고기어 풀어내는 공구입니다. 이렇게 체인으로 연결해서 기어를 잡고 몸통을 돌려서 푸는 거예요. 시중에 나온 공구도 있는데, 약해서 금방 부러지더라고. 내가 만든 공구는 지금 6년 넘게 사용하고 있는데 아직도 튼튼해요.”

 
자전거 연습 장비도 개발… 재능기부까지

공구뿐 아니라 자전거 워밍업의 필수 장비인 ‘로라’도 직접 개발해 판매는 물론 각종 단체에 기증하고 있는 대표. 아울러 일진사이클 운영 수익을 장애인복지단체와 유니세프, 월드비전 등의 단체에 기부도 진행 중이다. ‘대한민국 혁신 한국인 파워 브랜드 사회봉사부문’, ‘혁신 리더’, ‘기업 브랜드 대상 스포츠 자전거 부문’ 등을 비롯해 남양주시 선행 감사패, 공로패, 표창 등을 수상한 바 있는 ‘유가이버’ 유준식 대표는 오늘도 자전거 수리 뿐 아니라 재능기부와 나눔 문화 조성에 힘을 쏟고 있다.

글·사진_이대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