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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공구와 잘 어울리는 BMX 자전거


산업공구와 잘 어울리는 자전거

BMX자전거 숍 4130바이크 





BMX를 상징하는 부품 페그

TV나 인터넷에서 한 번쯤 본 적 있을 것이다. 자전거를 타고 스키 점프대 모양의 무대를 달려 높이 솟구쳐 회전하기도 하고, 앞바퀴 축에 달린 발판을 밟고 몸체를 이리저리 돌리기도 하는 장면을. 그야말로 ‘묘기’를 부리며 타는 이 자전거가 BMX자전거다. BMX의 상징은 바로 바퀴축 양 옆에 발을 디딜 수 있도록 달려 있는 발판 ‘페그(Peg)’. 서울시 마포구 상수동에 위치한 BMX바이크 숍 4130바이크의 이성근 대표는 페그 장착을 위한 공구를 직접 만들었다.
“사람의 몸무게를 견뎌야 하는 페그는 분리되지 않도록 강력하게 조여서 장착해야 하거든요. 그래서 조립이나 수리에는 라쳇을 이용한 산업용 복스렌치를 사용합니다. 이건 제가 20년 전쯤에 직접 만든 복스렌치예요. 그 당시에는 소켓 사이즈가 두 개밖에 없었거든요. 그래서 가지고 다니기 편하게 휴대용으로 나름 만들어서 지금까지 사용하고 있어요.”
4130바이크는 우리나라에 문을 연 첫 번째 BMX바이크 숍이다. 중학교 시절부터 BMX를 즐기던 대표는 1998년 가게를 오픈했다. 우리나라에는 제대로 소개된 적이 없는 BMX지만 2008년 북경올림픽에서 BMX 레이싱이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이후 우리나라 대중들 사이에서도 점차 알려지기 시작했다.
 
튼튼한 내구성은 기본… 볼트도 굵은 것만 써

일반적인 자전거와 BMX의 눈에 띄는 차이점은 바로 크기다. 기본적으로 작다. 그저 타고 달리는 것이 아니라 자전거를 돌리고 점프하는 등 몸으로 ‘다루는’ 데에는 작은 사이즈가 유리하기 때문이다. 눈으로 보이지는 않지만 중요한 또다른 특징은 튼튼한 내구성이다.
“BMX의 핵심이 바로 단단한 내구성이에요. 생각해 보세요. 높은 곳에서 뛰어내리고 옆으로 수십 번씩 넘어지는 게 일상이거든요. 때문에 튼튼함이 기본값이에요. 소재도 크로몰리라는 합금에서 과거부터 지금까지 벗어나질 못해요. 강도와 탄성이 매우 높은 소재거든요. 또 조립에 사용되는 볼트 같은 것도 아직까지 6mm, 8mm짜리 굵은 볼트를 사용해요.”
4130바이크라는 매장의 이름도 크롬과 몰리브덴의 합금 번호에서 따 온 이름이다. 그렇게 단단한 BMX도 고장이 날 수밖에 없다. 하루에도 수차례 높은 곳에서 뛰어내리고 구르고 하다 보니 그럴 수밖에. 타이어가 찢어지고 휠이 틀어지거나 심지어 바디가 깨지는 경우도 있다. 모르는 사람들에게 위험해 보일 수도 있지만
 ‘그러려고 타는 자전거’라고 대표는 말한다.

 
자전거 공구보다 산업공구가 어울리는 BMX

자전거에 가장 기본적으로 필요한 공구로는 육각렌치를 들 수 있다. 자전거 공구 제조업체에서는 자전거를 위한 다양한 사이즈의 육각렌치 멀티툴을 출시한다. 그 외에도 다양한 자전거 전용 공구가 유통되고 있다. 하지만 4130바이크 매장에는 일반 산업 공구나 자동차용 공구가 훨씬 많이 보인다.
“자전거 공구들이 디자인이 깔끔하고 그런 점은 있는데 내구성은 산업용에 못 따라가거든요. BMX는 산업용 공구가 더 맞는 경우가 많아요. 워낙 강한 힘으로 조이는 과정이 필요하거든요. 자전거 공구는 견디질 못하죠. 전동드릴 같은 경우도 사이클 같은 일반 자전거에는 사용할 일이 거의 없어요. 그 정도 조이면 부서져 버리니까요. 하지만 BMX는 약하게 조였다가는 점프 몇 번 하면 다 풀려버리니까 임팩드릴을 사용해서 조여 줘야 해요. 차라리 자동차나 오토바이에 더 가까운 것 같아요.”
 
요즘은 자전거도 직접 수리 시대

아예 따로 BMX를 위한 전용 공구도 있다. 사이즈부터 자전거 공구와 달리 무지막지한 공구다. 제조사에서는 제작과 함께 공구 사용법도 인터넷에 함께 올린다. 업체들만이 아니라 프로 수리 기술자들도 공구를 이용해 자전거 수리하는 방법을 유튜브 등의 사이트에 업로드해 일반인들이 따라 하기 쉽도록 공유하고 있다.
“요즘은 사람들이 자기 자전거는 자기가 수리하려고 해요. 자전거 시장 확대를 놓고 보면 좋은 현상이죠. 저도 BMX자전거 수리 방법이나 조립 방법을 동영상으로 촬영해 홈페이지에 올려 두고 있어요. 손님들이 가게 안 오고 직접 고칠까 걱정해 주시는 분들도 있는데, 막상 그걸 다 따라하지는 않거든요. 동영상 보고 ‘아 이건 집에서 할 일이 아니구나’하시는 분들도 있고요. 또 한편으로는 숍 같은 경우도 이제는 어설프게 고쳐줘서는 장사가 안 돼요. 다들 전문적인 지식을 알고 있으니까요.”
수리만이 아니라 BMX 라이딩도 전문가인 이성근 대표. 우리나라의 BMX문화가 더 성장하기를 바란다는 그였지만 너무 진지하게 타지는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BMX는 누가 뭐래도 재미로 타는 자전거거든요. 그런데 올림픽 종목 채택 이후에 대회 성적을 모아서 대학 갈 수도 있는 분위기가 되니까 약간 입시용 분위기가 됐어요. 재미가 없으면 BMX의 의미도 없는 거겠죠. 그걸 잊지 않았으면 해요.”

글·사진_이대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