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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구를 배우는 첫 번째 단계, 공방 열린목공방


공구를 배우는 첫 번째 단계, 공방
 
서울시 강서구 열린목공방





도구를 사용하는 인간… 그러나 사용법 몰라

사단법인 한국DIY가구공방협회 추산 2016년 우리나라 목공방 수 1500개. 굉장한 숫자다. 불과 2~3년 사이에 이토록 폭발적으로 증가한 공방의 수는 곧 사람들의 목공에 대한 관심 증가를 의미한다. 목공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은 공방의 회원이 될 뿐만 아니라 공방을 차리기도 한다. 강서구 화곡동 열린목공방 이종석 대표도 그들 중 하나다.
“회사를 다니다가 만드는 걸 좋아하다 보니 어느새 목공방 대표가 되어 있더라고요. 취미였던 게 직업이 된 거죠. 열린목공방을 찾는 회원들도 저처럼 뭘 만드는 걸 좋아하시는 분들이 대부분이에요.”
도구를 사용하는 인간 호모 하빌리스. 인류는 오랜 시간동안 도구와 공구를 만들고 사용하고 개발해 왔다. 그렇게 공구의 기능은 상당히 개발됐지만 사람들은 복잡해진 기능의 공구를 어떻게 사용하는지 알지 못한다. 학교에서도 공구 사용법에 대한 교과목은 전혀 없다.
“만드는 걸 좋아하는데 공구에 대해서 알지도 어떻게 사용하는 지도 모르니까 공방을 찾아오시는 거죠. 솔직히 공방은 우리나라 사람들이 공구를 접할 수 있는 첫 번째 기회일 거예요.”
열린목공방을 찾은 회원 수는 처음 문을 연 2004년부터 지금까지 700여명에 이른다. 한 달 교육료 30만 원을 내고 기초교육을 마치면 그 이후부터가 제대로 된 공방 활용의 시작이다.

 
‘목공방’이라는 단어도 없었어… 많이 활성화 된 현재

대표가 처음 목공방 문을 열었을 때만 해도 우리나라에는 ‘목공방’이라는 단어가 없었을 만큼 공방이란 개념이 아예 없었다. 사업자등록을 하려 세무서를 찾았지만 직종 분류에 항목이 없어 학원으로 해야 할지 아니면 소매점으로 해야 할지 애먹었다는 대표. 하지만 지금은 목공방이라는 항목이 당당히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역시 사람들의 관심을 반영한 것이다.
“불과 4~5년 전부터 사람들의 관심이 크게 늘었죠. 텔레비전에서도 뭐라더라, 집방이라고 하나? 그런 프로그램도 방송하고요. 그런 게 사람들의 관심을 키운 게 아닌가 싶어요. 덕분에 방문하시는 분들도 많아졌어요. 연령대도 다양해졌고요. 예전에는 30대 후반에서 40대 분들이 대부분이었다면 요즘은 젊은 친구들도 찾아오고 은퇴하신 더 나이든 분들도 많이 찾아요.”
다양한 사람들이 방문한다지만 아직 대중화됐다고 말하기는 어렵지 않겠냐는 대표. 회원들의 직업군이 대개 전문직 아니면 개인 시간을 낼 수 있는 자영업자들이기 때문이란다.
“아직 우리나라 사람들은 시간적 정신적 여유가 부족하기 때문이겠죠. 회사원들이 어떻게 시간을 내서 공방을 찾겠어요. 저도 회사 다니다 그만 두고 공방을 차린 걸요.”

 
한계가 있는 우리나라 DIY목공… 공방이라는 해결책

우리나라 사람들의 시간적 여유 부족 뿐 아니라 아파트라는 폐쇄적인 생활공간 역시도 공구를 접하고 사용할 수 있는 기회를 제약시킨다.
“우리나라같은 환경에서 집에서는 절대 못 해요. 옆집에 소음 갈까 봐 사포기도 못 돌리는 걸요. 제 생각에는 다른 방향으로 갈 것 같아요. 미국처럼 집에 공구를 두고 뭔가를 만드는 식이 아니라 열린목공방처럼 이런 식의 공용작업장을 활용하는 방향으로요. 요즘 보면 목공에 취미가 있는 지인들끼리 돈을 모아서 공간을 빌리고 그 곳을 공유하는 것도 있어요. ‘열쇠공방’이라고 하죠. 열쇠를 나눠주고 시간이 될 때 와서 작업하는 거예요.”
사람들은 그렇게 작업 공간을 찾아 뭔가를 만든다. 목공방을 찾는 이들이라고 꼭 ‘가구’만 만드는 것은 아니다. 액자, 시계, 심지어는 반지까지 다양한 물건들을 만들어 낸다.
“저기 스피커 보이세요? 저 스피커 몸체랑 위에 나팔까지도 나무로 직접 만든 거예요. 공방을 찾는 사람들은 꼭 만들어서 자기가 갖는 것보다도 그냥 만드는 걸 좋아하는 거예요.”
증가하는 DIY족… 공구계에도 도움 될 것
이종석 대표는 DIY족의 증가는 공구 업계 활성화에도 좋은 영향을 끼칠 것이라 말한다. 목공방에서 공구를 경험한 이들은 공방에 공구가 있음에도 다들 따로 자신의 공구를 구입한다.열린목공방에 다닌 지 1년 정도 됐다는 자영업자 김건수씨가 가방을 열자 여러 개의 드릴, 줄자, 샌딩기, 망치 등 수십 가지 공구가 쏟아져 나왔다. 큰맘 먹고 구입했다는 일제 대패는 수십만 원을 호가하는 공구였다.
“기초부터 많이 배웠어요. 강의도 들었지만 작업을 하면서 배운 거죠. 공구를 산다고 해서 처음부터 사용 방법을 알고 있는 게 아니잖아요. 해 보면서 느는 거지. 그래서 공방이 필요한 거죠.”
공방의 필요성은 작업 공간 형성과 공구 교육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다. 목공에 관심을 갖고 있는 사람들 사이의 커뮤니티 기능도 공방의 존재 이유다. 이 대표는 그 기능 역시 강조한다.
“원하는 제품의 외형이야 목공으로 만든다 해도 필요한 전기 기술 같은 건 모른다면 회원분들 가운데 관련 기술자 분이 알려 주는 거예요. 물어봐서 배우기도 하고. 그렇게 하면서 목공 제작이 더 활성화 되는 거죠. DIY목공도 그렇게 발전해 가는 것 아니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