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DIY 브랜드 독점 수입
동진테크
전문가용 공구 중심의 국내 공구 시장
2000년 무렵은 우리나라의 DIY산업이 지면 아래에서 부글대며 끓어오르던 시점이었다. 삼성 계열에서도 전문 브랜드를 출시해 신세계 동방프라자(현 남대문 신세계)에도 입점을 시켰으며 분당 삼성프라자에도 역시 점포를 냈었다. 또한 영국의 B&Q도 한국 지점 문을 열었고 일본의 유명 DIY전문 매장인 도큐핸즈도 한국 상륙을 앞두고 있었다. 하지만 그 열기는 지면을 뚫고 올라오지 못한 채 조용히 식어버렸다. 그와 비슷한 시기였던 1998년, 우리나라 DIY산업의 미래를 예상하고 독일의 DIY특화 공구브랜드 울프크래프트와 독점 계약을 맺어 우리나라에 들여온 동진테크 김규남 대표는 그런 분위기 속에서도 이 시장이 언젠가는 가야 할 시장이고 또 누군가는 해야 할 시장이라는 생각으로 지금까지 이끌어 왔다. 쉽지만은 않은 시간이었다.
“한국 공구 시장은 전문가용 위주라는 것이 가장 큰 문제였습니다.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DIY공구는 공구상에서 취급하려 들지 않더라고요. 하지만 저는 포기하지 않았어요. 분명 멀지 않은 시간 내에 우리나라에 DIY문화가 자리 잡힐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울프크래프트가 출시하는 공구들은 전동공구 액세서리가 주요 품목이다. 하지만 보쉬나 블랙앤데커 등의 기타 전동공구 브랜드와 다른르게 철저히 DIY쪽으로 개념이 잡혀 있다.
“보쉬같은 회사들은 전문가용 아이템이 중심이죠. 그래서 제품의 포장만 봐도 비트 등 액세서리들이 열 개 스무 개씩 포장되어 있어요. 그런데 울프크래프트는 포장도 DIY포장으로 소량 포장이 되어 있습니다.”

일반적인 공구 브랜드와는 다른 울프크래프트
조사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가정에서 공구를 구입해 수명이 다할 때까지 사용하는 총 시간은 겨우 13분 남짓에 불과하다. 그만큼 사용 시간이 짧은 것이다. 전문가용 공구와는 다른 DIY작업용 공구의 확연한 차이점은 바로 한 가지 공구로 여러 가지 작업을 할 수 있게끔 디자인되어 있다는 것이다.
“가정에서는 작업 그렇게 자주 하지는 않잖아요. 1년에 드릴로 구멍을 뚫어 봐야 열댓개 뚫을 거고 원형톱으로 목재를 재단한다고 해도 얼마나 하겠어요. 그런대 그 때마다 톱은 톱대로 드릴을 드릴대로 또 햄머는 햄머대로 다 사기가 부담스럽겠죠.”
울프크래프트의 공구는 드릴 작업과 샌딩 작업, 폴리싱 작업과 커팅 펌핑 등 한 가지 공구를 가지고 여러 가지 작업에 사용할 수 있게끔 디자인되어 있다. 심지어 나무와 나무를 연결하는 조인팅 작업도 할 수 있도록 개발된 것이다. 이와 같이 특색 있는 공구 브랜드인 울프크래프트가 우리나라에 친숙하지 않은 이유는 DIY문화 발전이 그만큼 더디기 때문이다.
“외국은 집 안에 어지간한 공구 하나씩 다들 갖고 있거든요. 그런데 아직 우리나라에는 드릴 갖고 있는 집이 흔치 않아요. 그래도 이제 소득도 높아졌고 또 인건비도 비싸지고 있기 때문에 뭘 만든다는 개념을 떠나서 집에 뭐가 고장 났을 때 스스로 고쳐야 하는 시기가 올 거라고 저는 믿거든요. 앞으로는 분명히 그런 문화가 자리 잡힐 거예요.”
해외 유명 박람회를 다니며 브랜드를 익혀
다른 나라에서 아무리 유명한 브랜드라도 우리나라 사정과 맞지 않으면 그저 구멍가게 브랜드로 전락해 버릴 수 있다. 동진테크 김규남 대표도 많은 시행착오를 겪으며 지금까지 울프크래프트 외에도 다른 여러 브랜드와 계약을 맺어 왔다. 브랜드에 관한 정보를 얻는 가장 좋은 방법은 발품을 파는것이라고 대표는 말한다.
“저희는 세계의 공구 관련 전시회와 박람회를 매년 찾아다니고 있습니다. 특히 유럽 전시회를 많이 다녀요. 전세계 많은 업체들의 본사를 다 다니면서 확인한다는 건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잖아요. 그런데 전시회는 짧은 시간에 여러 업체들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거든요. 그게 가장 경제적이고 효율적인 방법입니다. 일본 같은 경우에는 DIY전문 박람회를 매년 8월에 도쿄에서 하고 독일에서는 3월에 쾰른에서 진행하고 있습니다. 꾸준히 다니며 신규 업체와 신제품을 확인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DIY공구 시장도 자리 잡혀 가고 있어
대표는 좀 더 DIY관련 제품들이 시장에 유입되고 판매가 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또한 DIY전문 오프라인 마켓의 활성화도 트렌드 확산에 꼭 필요한 요소라고 지적했다.
“아시아에서 일본 중국 대만에는 이미 DIY전문 마켓이 활성화되어 있습니다. 주변 국가들이 다 하고 있는데 우리나라만 못하고 있는 건 이상하잖아요. 일본에는 홈센터가 작년 기준 5천 개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또 독일같은 경우는 그런 DIY매장이 6천 개가 넘거든요. 그런데 우리나라는 공구 사려면 공구상가로 나가야 하고. 그런 문턱이 아직 있는 것 같아요.”
일반 소비자들이 손쉽게 공구를 구입할 수 있는 매장이 확보된다면 공구 시장은 폭발적으로 늘어날 거라고 본다는 것이 김규남 대표의 의견이었다.
글·사진_이대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