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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DIY 시장 보고서


셀프 제작 트렌드의 확산, 앞으로의 전망과 공구계의 과제는?
 
우리나라 DIY시장 보고서



내손으로 만들어가는 삶, Do-It-Yourself 

현재 우리나라는 생활의 거의 모든 분야에서 DIY열풍이 불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셀프 제작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좁게는 가구 제작·셀프 인테리어(인테리어 공사를 직접 하는 것)부터 넓게는 의류나 유아용품, 자동차 튜닝까지 이전에는 전문가에 의존하던 영역을 스스로 해결하는 문화가 확산중인 것이다.
특히 셀프 인테리어 분야에서 그 확산세가 뚜렷하다. 
서점에서는 ‘DIY인테리어’, ‘셀프 인테리어’ 등의 제목이 붙은 책들이 속속 출간되고 있으며 TV에서도 먹방, 쿡방의 열기를 몰아내고 일명 ‘집방(집 꾸미기 방송)’이 대세다. 2015년 12월 첫 방송된 JTBC 
<헌집줄게 새집다오>는 시즌 2까지 이어지며 인기를 끌었고 tvN <내 방의 품격> 채널A <부르면 갑니다 머슴아들> XTM <수컷의 방을 사수하라> 등 공구를 이용해 집을 개조하는 다양한 집방 프로그램들이 인기리에 방송되었거나 방송되고 있다. 대중의 관심을 반영한 것이다. 인터넷과 모바일 등 온라인상에서는 더 뜨겁다. 셀프 인테리어 전문 온라인 카페인 ‘레몬테라스’의 회원은 300만 명에 육박하며, 다양한 인테리어 관련 블로그에는 하루 수천에서 수만 명의 방문자들로 북적인다.
 
목공방의 등장… 세대를 넘어선 직접 만들기 열풍

DIY가구 제작에 대한 열기도 마찬가지다. 맞춤형 가구를 직접 제작할 수 있는 목공방의 인기 상승이 그것을 보여준다. 아파트 중심의 주택 구조로 가구를 직접 만들기 어렵다고 지적되던 우리나라 셀프 가구 제작의 한계는 목공방의 활용으로 극복되고 있다. 과거에는 찾아보기 힘든 목공방이 현재는 곳곳에서 눈에 띈다. 
(사)한국DIY가구공방협회에 따르면, 2016년 우리나라의 공방 수는 1500개 정도로 추산된다. 2~3년 동안의 급속한 성장 결과다. 
이와 같은 셀프 인테리어와 가구 제작에 대한 관심은 오픈마켓의 관련 제품 판매로도 확인할 수 있다. 2016년 기준, 인터넷 오픈마켓 옥션의 가구부품과 DIY용품 판매량은 전년 대비 연령대 평균 56%이상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기존 관심을 갖고 있던 20~30대 뿐만 아니라 중장년층에서도 높은 성장률을 보였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크다. 또한 국내 DIY용 목재 시장 역시 해마다 20~30%씩 성장하고 있다.


DIY트렌드, 왜 부상하나?

DIY의 불모지나 다름없던 우리나라에서 왜 이런 현상이 갑자기 나타나고 있는 것일까? 그 이유로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그중 유력한 다섯 가지 이유를 추려 봤다.
 
이유① - 이케아의 상륙과 이케아 효과 
일각에서는 스웨덴의 가구업체 이케아(IKEA)의 한국 진출을 트렌드의 기점이라 보고 있다. 가구를 단지 구입하는 것이 아닌, 쇼핑에 노동의 가치를 접목시켜 노동으로부터 창출되는 기쁨의 가치를 인식시켰다는 것이다. 이처럼 자신이 시간과 노력을 들여 만들어 낸 물건에 높은 만족과 강한 애착을 느끼는 것을 ‘이케아 효과(IKEA effect)’라 부른다.
현재 우리나라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이 보람을 느낄 기회는 많지 않다. 빠른 경제 성장 속에서 물질적 풍요를 쫓던 한국인들에게 ‘마음의 풍요’에 대한 갈망이 커진 것이 트렌드의 가장 기본적인 이유라 할 수 있다. 자신이 뭔가를 만들어냈다는 보람을 얻을 수 있는 것은 DIY의 빼놓을 수 없는 결과물 중 하나다.  서울시 강서구에서 목공방을 운영하고 있는 이종석 대표는 “시간과 노력을 들여 가구를 만드는 이유는 자신의 물건을 직접 만든다는 즐거움에 있는 것”이라고 말한다. 
 
이유② - 국민소득 증가에 따른 인건비 상승
국민소득 증가에 따른 인건비 상승도 주요 요인으로 손꼽힌다. 뭔가를 직접 만드는 것이 생활화된 선진국들은 소득의 여유와 함께 기술자들의 인건비 역시 높다. 국민소득 3만불 시대를 눈앞에 둔 우리나라에서 DIY붐이 일고 전문가에게 맡기는 것이 아닌 셀프 인테리어가 인기를 끌고 있는 이유도 마찬가지다. 이미 제작된 가구를 구입하거나 인테리어를 맡기는 것보다 재료와 공구를 구입해 직접 해결하는 것이 저렴하다는 것을 사람들이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이유③ - 1인 가구의 급증
오늘날 우리가 사는 시대는 혼자 사는 것이 더 이상 특별한 삶이 아닌 시대가 되었다. 행자부 분석 2016년 9월 기준 1인 가구의 비율은 전체 가구의 약 30%를 차지한다. 독신에 대한 사회적 관대함과 라이프스타일의 변화 등의 요인은 싱글족, 1인 가구의 급증으로 이어졌다.
이러한 싱글족들은 이전 세대와 다르게 집을 ‘주거공간’ 개념보다는 ‘취미 공간, 표현의 공간’ 개념으로 인식하고 있다. 집이 공동체 생활을 영위하는 공간이 아닌 자신만의 개성을 잘 나타낼 수 있는 공간으로 변화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 만큼 크기는 작아도 혼자만의 문화생활을 즐길 수 있으며 남과 다른 독특하고 개성있는 공간을 갖고 싶어 한다. 그 욕구는 자신만의 가구 제작과 셀프 인테리어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졌다.


 
이유④ - 플랜Z 전략
글로벌 SNS 링크드인(LinkedIn)의 창업자 리드 호프먼은 그의 저서에서 ‘최악에 대비한 최후의 방안, 플랜Z’개념을 언급했다.
우리나라를 덮쳐 온 불확실성의 파도. 본격적인 저성장 시대를 맞아 사회 전반에는 불안감이 팽배해 있는 상태다. 2016년의 키워드인 열정페이, 7포세대, 취업난 등에서도 불안함과 절박함이 느껴진다. 이런 상황에서 사람들의 소비 심리가 위축되며 플랜Z 전략으로 집이 떠오르고 있다. 풍요의 시대를 경험했던 젊은 세대들은 불안함 속에서도 소비가 주는 행복을 포기하지 못해 최후의 보루인 집을 꾸미는 셀프 인테리어에 집중하는 것이다. 경제 사정이 넉넉지 않은 소비자들에게 저비용 고만족을 가져오는 셀프 인테리어는 중요한 생존 전략이 되고 있다.


 
이유⑤ - SNS 이용자의 확산 
우리나라에서 DIY의 붐이 일어난 시점인 2015년 말부터 2016년이라는 시간은 SNS가 확산된 시기와도 일치한다.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핀터레스트, 블로그 등 SNS의 붐 역시도 DIY와 셀프 인테리어가 급성장한 주요 배경 중 하나다. 자기가 직접 꾸민 셀프 인테리어를 간단하게 자랑할 수 있고 그것을 함께 소통하고 공유하면서 자연스러운 확산이 일어난 것이다. 직접 공간을 꾸민 셀프 인테리어 과정을 기록하고 촬영해 SNS에 올려 사람들에게 보이는 것을 뜻하는 ‘온라인 집들이’란 신조어까지 등장했을 정도다. 중장년층의 관련 용품 판매가 늘어난 것도 SNS이용 증가에 따른 결과로 보여진다.

 
각종 업계의 대응

소비자들의 이러한 관심을 반영해 시장에서도 이들을 겨냥한 새로운 전략을 펼쳐 DIY와 셀프 인테리어에 관심을 가진 이들의 수요를 만족시키는 것에 집중하고 있다.
롯데마트가 전국 지점에 개설한 인테리어 전문 매장인 ‘룸바이홈((ROOM×HOME)’은 현재 전국 총 23곳이 운영되고 있으며, 또한 2002년 한국에 들어온 체인형 목공방인 헤펠레의 경우 목공방에 대한 우리나라 사람들의 관심 증대를 반영하여 현재 전국 70곳에 지점을 확장한 상태다. 각종 건축자재 업체들도 셀프 인테리어족 들을 겨냥한 제품을 출시하고 있다. KCC는 인테리어 전문 브랜드 
‘홈씨씨 인테리어’를 출범한 뒤 전국적으로 매장을 늘리며 공격적인 행보를 이어가고 있을 뿐만 아니라 친환경 페인트를 출시하며 소비자 공략에 나섰다. 삼화페인트공업은 지난 2013년 DIY 페인트를 출시한 이후 매년 평균 20%이상 매출이 오르고 있다.

 
공구 업계, DIY족을 겨냥하다 

공구 업계도 트렌드를 반영한 소비자 공략법을 내놓기는 마찬가지다. 전동공구 메이커인 계양전기, 스탠리블랙앤데커, 한국로버트보쉬 등도 DIY족 공략을 위해 다양한 전략을 펼치고 있다.
계양전기는 수년 전부터 DIY리폼박람회에 참가해 일반 소비자들에게 다양한 목공용 전동공구를 홍보하고 있으며, 스탠리블랙앤데커는 초보자도 손쉽게 작업을 할 수 있는 ‘멀티 이보’ 전동공구를 출시하며 소비자를 공략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한국로버트보쉬는 자사의 브랜드데이 행사를 일반 소비자들이 많이 찾는 대형마트에서 진행 중이다. 대형마트와 같은 대중적인 유통채널을 통해 보다 많은 일반인 수요층의 공략을 노린 것이다. 
보쉬 전동공구사업부의 한 관계자는 “DIY와 셀프 인테리어에 대한 관심이 점차 높아지면서 관련 분야의 베테랑들뿐 아니라 일반 소비자들 가운데서도 전동공구를 찾는 고객들이 늘고 있다”고 말하며 앞으로도 일반 소비자를 겨냥한 제품을 출시할 뜻을 내비쳤다.

 
우리나라의 DIY트렌드, 미래 전망은?

이처럼 현재 우리나라의 DIY열풍이 트렌드화되어 각계의 주목을 받고 있지만 과연 그 열기가 언제까지 이어질지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는 이들도 있다. 요즘 핫하다는 ‘집방’에 비유해, 새로움 때문에 주목받는 집방 열풍이 얼마나 갈지 모른다는 지적이다. 대부분 맛있는 음식에는 열광하지만 누구나 팔 걷고 자신의 공간을 꾸미겠다고 나서지는 않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아파트처럼 폐쇄적인 주거 환경도 DIY열풍의 걸림돌로 지적된다. 2015년, 영국 최대의 DIY전문 매장인 B&Q가 서울 구로에 1호점을 오픈했으나 아파트 위주의 우리나라 주거 문화를 공략하지 못해 3년 만에 철수했을 정도다.
긍정적인 시각도 물론 존재한다. DIY 발달의 두 가지 조건이라 꼽히는 주5일 근무제의 확립과 선진국 문화의 확대가 정착되어 가고 있는 우리나라에서, 현재 트렌드화된 DIY제작과 셀프 인테리어는 그 세를 점차 확장시킬 것이라는 전망이다. 셀프 인테리어용품 전문 업체 하우스플러스 현상윤 대표는 “셀프 인테리어를 하는 소비자들의 공구 보유가 늘어나고 공구에 대한 경험이 쌓이는 만큼 그 사용의 범위도 늘어날 수밖에 없다”라고 말하며 “앞으로 우리나라도 일본이나 유럽처럼 시장이 발전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의견을 밝혔다.

 
공구계의 대응 과제 

증가하고 있는 DIY족과 셀프 인테리어 작업자들에 대응하기 위한 공구계의 과제는 꽤 묵직하다. 가장 큰 과제는 무엇보다 전문가를 대상으로 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공구 판매 시장을 일반 소비자들 쪽으로도 확대하는 것이다. 전국 어디의 공구상가나 공구거리를 가보더라도 공구상을 찾는 고객은 대부분 공구에 대한 경험이 있는 전문가들이다. 아직까지 일반 소비자들에게는 손쉽고 자연스럽게 공구를 구입할 수 있는 공간이 없는 것이나 다름없다.
가까운 일본의 경우에는 대중의 주위에 쉽게 공구에 접할 수 있는 도큐 핸즈몰 등의 ‘홈 센터(HC)’ 즉, DIY마켓이 자리잡고 있다. 일본 전역에 마치 대형 마트처럼 퍼져 있는 5000여곳 홈센터의 매출액은 2016년 우리 돈 40조 원에 육박했다. 전문가 일반인 할 것 없이 모두가 자연스럽게 홈센터를 방문해 공구를 구매하는 것이다.
일반인들이 갖고 있는 공구에 대한 인식의 문턱을 낮추는 노력 역시도 필요하다. 서정철 제주대학교 겸임교수는 “눈앞의 이익만을 바라보고 가격을 높여 판매하는 등의 과거 관행이 일반 소비자들에게 공구에 대한 문턱을 높였다”며 “지금부터라도 가격 정찰제와 정확한 A/S등의 정책을 통해 소비자들의 부담감을 낮추는 것이 과제”라고 의견을 제시했다.
전문가를 판매 시장으로 하던 우리나라의 공구계. 앞으로 일반 DIY작업을 하는 소비자들에게까지 그 대상이 확장된다면 그 시장은 무궁무진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글_이대훈·참고자료_김난도 著 ‘트렌드 코리아 2016’, LG Business Insight ‘DIY, 니치마켓 딱지 떼고 있다’, KBS1TV ‘명견만리’ 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