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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트렌드] 6. 2세 공구인 전면대두




나이 5~60대의 공구상 1세대들이 가진 보편적인 꿈. “공구상을 자녀에게 물려주고 사업이 커 가는 것을 바라보는 것.” 이런 부모의 부름에 따라 공구상 일을 계승한 2세 공구인도 있는 반면 자신의 뜻이 있어 부모의 공구상에서 일을 하는 2세도 있다. 그들에게 들어보는 공구상 일에 뛰어든 이유.


“나는 이래서 공구상에 뛰어들었다”






“어린 시절부터 공구상이 장래 희망이었거든요”


 
중학교 2학년 때부터 아빠가 A/S출장가거나 할 때 따라다니곤 했거든요. 아버지가 드릴 같은 전동 공구 수리하는 모습을 보고 공구에 반해버린 거죠. 중학교 때부터 생활기록부 장래희망 란에 ‘공구상’이라고 적었다니까요.
 
 
“자식 된 도리로 제가 맡아서 해야겠다 생각했어요”


 
저희 집이 세자매인데 두 언니는 타지에서 자기 일 하고 있는데 저는 아빠 밑에서 일하면서 지냈거든요. 아버지가 자수성가해서 이뤄 놓은 사업, 자식 된 도리로 내가 맡아서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하게 되었죠.


“아빠 혼자 가게 운영하는 모습이 답답해 보였어요”


 
제가 오기 전에 직원이 일곱 명도 넘었잖아요. 가게 규모가 그렇게 큰데 아빠는 컴퓨터에 익숙하지 않아서 명세서도 하나하나 수기로 작성하고…. 보고 있자니 너무 답답해서 같이 일하기로 한 거예요.



아버지가 차린 공구상 혁신은 제 몫이죠

광주 ㈜민성 양승현 실장





처음 접해 힘들었던 공구상 일… 그래도 우리 회사니까

광주광역시 광산구 오선동에 자리잡고 있는 ㈜민성은 공구상이라기보단 공구유통상이라고 부르는 편이 더 적합하겠다. 지금으로부터 16년 전, 양중석 대표가 차린 민성은 주로 자동차 하드웨어와 관련한 공구를 공장에 납품하고 그 외 금형 자재, 절삭 공구, 용접 공구까지 총 6만여 품목을 유통하는 업체다.
대표의 아들 양승현 실장은 아버지의 부름을 받고 3년 전 민성에 입사했다. 하지만 그때까지만 해도 공구의 ‘공’자도 모르는 처지였다.
“처음에는 정말 힘들었어요. 공구에 대해 아는 게 전혀 없었으니까요. 일반 직원들과 함께 재고관리나 발주부터 익히기 시작했죠. 그런데 저희의 주 업무가 유통이다 보니 직원들이 거의 밖에 나가 있어요. 사무실에 혼자 있는데 재고 찾는 전화가 오면 저는 모르는 게 많다 보니까 그런 부분이 힘들더라고요.”
처음 일하는 사람이 특히 어려운 분야가 바로 공구다. 수만 가지의 공구 이름을 외우기부터가 벅차다. 게다가 사람에 따라서 공구를 부르는 명칭이 다르고 옛날 일본어로 된 이름을 대며 찾는 사람도 많으니 고생은 배가 된다.
그런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양 실장이 진행한 작업은 자신뿐만 아니라 회사의 시스템에도 큰 도움이 됐다.
“우선 자체 판매 전산 시스템에 있는 공구 명칭을 전부 통일했어요. 봤더니 같은 A라는 품목이라도 누구는 A라고 입력했는데 또 누구는 A-1이라고 입력해서 중복되는 게 무척 많더라고요. 바쁘다 보니까 검색 안 하고 입력한 거죠. 그런 필요 없는 것들을 싹 정리했어요. 또 이해하기 쉽게 부연설명 같은 것도 넣고요.”

 
웹 디자인 전공한 것이 공구상 운영에도 도움 돼

양승현 실장의 대학 전공은 미술대학 웹 디자인학과다. 전공과는 전혀 다른 공구상 일이었던 탓에 어려움은 더 컸다. 하지만 꼼꼼함을 요구하는 전공이 어쩌면 공구상 운영에 도움이 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하는 실장이었다.
“제가 전에 하던 일이 아무래도 웹디 쪽 코드 다루는 일이었으니까요. 코드는 글자 한 개만 틀려도 안 되는 거거든요. 그러다 보니 좀 깐깐해졌달까? 그런 제 성격이 그냥 눈감고 흘러흘러 넘겨버리고 하는 걸 못 참는 것 같아요. 직원들이 힘들어하죠. 하하하.”
양 실장이 생각하는 자신의 가장 큰 업무는, 바로 직원들 사이에서의 소통이다. 민성의 스무 명 남짓 되는 직원들 가운데에는 오래 근무해 나이 많은 직원도 있고 30대 중반인 실장 또래의 일한지 얼마 안 된 직원들도 있다. 그 사이의 나이차 경력차를 양승현 실장이 연결고리가 되어 조율하는 것이다. 아직 한참이나 멀었다 이야기하는 그였지만 그의 아버지 양중석 대표는 그가 함께 일해 주어서 얼마나 뿌듯한지 모른다고. 무엇보다도 가족이니까. 믿고 맡길 수 있는 사람이니까 말이다.
“저희 민성이 규모가 작은 회사는 아니다 보니 돈 다루는 문제가 무겁거든요. 대표님, 그러니까 아버지는 저를 믿고 회사 밖에 나가 업체 사람들을 만날 수 있어 좋다고 하세요. 회사 내부적인 건 전부 다 제가 맡아서 하고.”

 
아버지 회사에 올라탄 것… 열심히 하는 수밖에 없어

사업을 하는 사람에게 돈 관리는 꽤 큰 문제다. 회계 쪽은 아무에게나 맡길 수 없다. 하다못해 현금영수증 문제만 하더라도 직원들 입장에서는 안 끊고 싸게 물건을 줘 버리고 나중에 모르쇠해 버릴 수도 있다. 민성에 양승현 실장이 입사한 이후 그와 같은 회계 쪽의 문제는 대부분 사라졌다.
“직원들이 바쁘다 보니까 빼먹는 게 있어요. 전표를 나중에 끊고 우선 물건부터 갖다 주자는 생각으로 다른 일 하다 보면 잊어버리는 경우가 종종 있거든요. 그런 걸 제가 캐치해가지고 ‘전표 안 끊은 거 있지 않냐’ 챙기는 거죠. 금액이 작으면 어느 정도 이해가 되는데 몇백만 원 같은 경우도 깜빡할 때가 있거든요. 그런 걸 찾아낼 때면 참 뿌듯해요.”
실장은 직원도 더 늘리고 건물도 새롭게 해 회사를 좀 더 키우고 싶은 욕망이 있다 한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여의치 않아 잠시 숨을 고르고 있다고.
“저희 쪽이 아무래도 현대 기아 쪽 납품 비중이 크거든요. 그런데 점점 힘들어지고 있어서 다른 비전을 찾아야 할 것 같아요. 제가 이 공구상 일에 100% 만족할 수는 없는 일이지만, 그래도 아버지께서 길을 다 닦아두시고 튼튼하게 운영해 온 회사에 어떻게 보면 제가 쉽게 올라탄 거잖아요. 그 부분에 대해서는 만족하고 감사하고, 그러니까 열심히 하는 수밖에 없겠죠.”
실장은 온라인 쇼핑몰 판매를 생각 중이다. 하지만 새로운 도전을 시작하려는 데는 직원들 간의 마찰이 있기 마련. 그것을 조율하는 것도 자신의 역할이라 담담하게 말하는 그에게서 차세대 리더의 책임감이 느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