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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트렌드] 2. 공구에도 공유경제 물결


공구에도 공유경제 물결





현대인의 新 소비문화, 공유경제

최근 세계 곳곳에서 유행하고 있는 새로운 경제문화가 하나 있다. 바로 공유경제가 그것이다. 공유경제란 나눔이 뒷받침된 소비생활이라는 의미로, 과도한 소유로 인한 부담을 덜고 똑똑한 소비생활을 원하는 현대인들의 심리를 반영한 개념이다. 쉽게 말해 하나의 제품을 여러 사람이 함께 공유하는 경제활동을 의미하는 것으로 자신의 것이라도 사용하지 않는 경우에는 다른 사람에게 빌려주고 또 자신이 필요한 물품은 타인에게 빌려 사용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공유경제의 대표적인 성공 사례로 에어비앤비(airbnb)를 들 수 있다. 2008년 세 명의 청년이 창업한 숙박 공유업체 에이비앤비는 자신이 사는 집의 남는 방, 잘 사용하지 않는 방을 여행자에게 빌려주는 숙박 공유 서비스이다. 공급자는 남는 방을 빌려 줘 수익을 얻고, 사용자는 저렴한 가격에 편안한 숙소를 이용할 수 있어 단기간에 대중적인 서비스로 발전했다. 현재 에어비앤비의 기업 가치는 매리어트 호텔 브랜드를 넘어 힐튼을 추격하는 중이다.
 
우리나라의 공유경제 서비스

우리나라에서도 공유경제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2013년 서울시는 ‘공유도시’를 선언하면서 정기적으로 공유기업을 선정해 지원 중이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공유경제 서비스로는 쏘카를 꼽을 수 있다. 쏘카는 기름값부터 자동차 보험료, 세금까지 차를 소유한다면 늘어나는 금전적 부담을 덜기 위해 마련된 카셰어링 서비스로, 회원가입 후 신용카드 정보만 입력해 두면 가까운 쏘카존에서 차량을 예약하고 최소 30분부터 10분 단위로 필요한 시간만큼 이용이 가능하다. 저렴한 가격에 보험 혜택까지 제공돼 개인 차량처럼 편하게 이용할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그 외에도 ‘모두의 주차장’, ‘카카오택시’, ‘즐길 거리’ 등 우리나라에도 다양한 공유경제 서비스가 운영 중이다.
 
공유경제의 한 모습 공구도서관

이처럼 별게 다 공유되고 있는 현대 사회에서 공구라고 예외 항목은 아니다. 최근 전국의 지방자치단체가 조성을 활성화하고 있는 공구도서관은 보편화되고 있는 공구 공유의 한 모습이다. 특히 서울시는 전체 25개 구 가운데 5개 구를 제외한 20개 구에 공구도서관을 설립, 운영하고 있으며 특히 강동구, 영등포구, 은평구, 강북구는 구 내 모든 동에 공구도서관을 설립해 운영 중이기도 하다. 송파구 문정동의 공구도서관에서는 10여종의 전동공구를 포함, 100여 종의 다양한 공구를 구비해 주민들에게 대여 중이다.
이처럼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공유경제의 흐름을 따라, 공구 공유도 멈출 수 없는 물결에 올라 타 있다.



누구에게나 대여해드립니다 

공구도서관

공구를 자주 사용하지 않는 사람들의 경우, 몇 번 쓰지 않을 공구를 구입하는 것은 금전적으로 부담이 크다. 이런 부담을 줄여주는 것이 공구도서관이다. 수원시 팔달구에 위치한 금도끼 은도끼 공구도서관을 찾았다.



공구도서관으로 변신한 목욕탕 건물

수원시 팔달구 지동. 이곳에는 재미있는 이름의 도서관이 존재한다. 바로 ‘금도끼 은도끼 공구도서관’. 책을 빌려주는 도서관이 아니라 지역 주민들에게 생활 공구를 대여해 주는 공구도서관이다.
공구도서관이 자리잡기 전, 그 위치에는 오래 전 문을 닫은 낡은 목욕탕 건물이 있었다. 2015년, 수원시에서는 폐허로 방치되어 있던 목욕탕 건물을 매입해 주민들을 위한 공간으로 리모델링을 진행했고 목욕탕을 허문 자리에 ‘창룡마을 창작 지원센터’를 개소했다. 지하 1층에는 공연 연습실, 지상 1층에는 카페와 각종 전시 공간, 2층에는 회의실과 지역 주민들을 위한 모임 장소가 꾸며져 있는 지원센터 건물 1층에 올 해 2월 지동 주민센터의 주관으로 금도끼 은도끼 공구도서관이 들어섰다.
도서관의 이름은 과거 큰 연못이 있었다는 지동의 옛 이름인 ‘못골’에서 유래하여 지어진 것이다. 못에 도끼를 빠트린 나무꾼 앞에 산신령이 나타나 금도끼가 네 도끼냐 은도끼가 네 도끼냐 물었다는 전래동화에서 따 온 것. 창룡마을 창작 지원센터의 전 팀장이 지었다는 도서관의 이름은 ‘동화에서처럼 정직한 주민들이 함께 공유하는 공동체 의식을 느낄 수 있도록’ 지어진 것이라 한다.
 
금·은도끼는 없어도 필요한 공구는 다 있어

금도끼 은도끼 도서관이 보유하고 있는 공구의 종류는 총 50여 종. 펜치나 니퍼 플라이어 같은 수공구부터 전동드릴, 햄머드릴 등 전동공구까지 다양한 품목의 공구들이 대여를 위해 준비되어 있다. 대여 조건은 간단하다. 만 19세 이상의 팔달구 지동 주민이라면 누구나 빌릴 수 있다. 대여료도 무척 저렴해 거의 무료나 다름없다. 공구도서관을 담당하는 박아름 주사의 말에 따르면, 공구의 구매 가격에 따라 대여료가 정해졌다고 한다.
“저희가 공구를 구입했을 때, 5만 원 10만 원 15만 원 식으로 5만 원을 기준으로 해서 대여료를 정했어요. 예를 들어 5만 원 이내에 구입했다 하면 500원에 빌려드리고 10만 원 이내는 1000원, 15만 원 이내는 1500원 이런 식이죠.”
1회에 대여할 수 있는 공구의 수는 총 3개. 공구 대여 기간은 2박 3일이 원칙. 대여료를 추가로 지불하면 대여기일 연장도 가능하다. 대여해 사용 중 고장 났을 경우에 부담해야 하는 수리비를 제외하고는 큰 돈 들일 일 없이 공구 사용이 가능한 것이다.

 
주민들 반응 좋아… 매 월 대여 증가 추세

오픈한지 10개월 정도 지난 금도끼 은도끼 공구도서관에 대한 주민들의 반응은 매우 좋다. 가정에서 어쩌다 한 번 쓰려고 구입하기엔 비용 부담이 큰 고가의 공구를 저렴한 가격으로 대여해 손쉽게 이용할 수 있기 때문. 한 달 평균 대략 20여 건의 공구 대여가 이루어지고 있다. 특히 인기가 좋은 제품은 화장실의 변기가 막혔을 때 혹은 하수구가 막혔을 때 사용하면 좋은 스프링 청소기(스프링 관통기). 그 밖에 컴프레서나 햄머 드릴 등 고가의 공구가 인기 대여 품목이라고 한다.
지동 주민들의 사랑방과도 같은 창룡마을 창작 지원센터에 자리 잡은 덕에 별다른 홍보 없이도 대여는 활발하게 이루어진다. 특히 몇 번 빌려가 본 경험이 있는 ‘단골 대여 주민’들이 계속 빌려가는 경우가 많다. 또 주변 사람으로부터 입소문을 듣고 찾아오는 주민들도 여럿이다.
공구도서관에 대여를 하러 온 이선화 지동 주민은 가정에서 한 번 쓰려고 구입하려면 굉장히 불편한 공구를 저렴한 가격에 빌릴 수 있어 좋다 말한다.
“필요한 공구를 다른 곳에서 빌리려고 하면 무척 불편하죠. 비용도 많이 들고. 평소에 사용하지 않는 햄머드릴 같은 공구 빌릴 수 있어서 얼마나 좋은지 몰라요. 정말 공구도서관은 잘 생긴 것 같아요.”
 
공구도서관의 확장과 공방 프로그램을 원하는 주민들 

지동 주민들이 만족스럽게 이용하고 있는 금도끼 은도끼 공구도서관. 박아름 주사는 주민들이 만족하다 보니 공구도서관의 운영에 대한 의견들도 많이 제시하고 있다고 말한다.
“요즘 공유경제가 트렌드이다 보니까 꼭 공구뿐만 아니라 다른 품목들도 대여를 원하시는 분들이 많아요. 특히 아이들 장난감 같은 것들요. 센터에 아이들과 함께 오시는 분들도 많으니까 아이들도 이용할 수 있는 것들 빌려줬으면 좋겠다, 이런 말씀들을 하세요.”
주민들의 또 다른 요구는 공방 프로그램. 마당이 있는 창작 지원센터의 공간을 이용해 목재를 이용한 공방 수업을 진행했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서랍장, 작은 화장대 같은 것들을 직접 만들어보고 싶어하는 주민들. 공구도서관 측은 운영상의 여력이 생기면 공구대여 뿐만 아닌, 공구를 이용한 다양한 프로그램도 진행하고 싶다 말한다.
 


서울시 각 구의 공구도서관 현황




 

각 지역의 특별한 공구대여소
 
- 강서구 물품공유 서비스 ‘보물창고’
강서구의 ‘보물창고’는 구내 7개 구립도서관에서 운영중인 상호대차(책두레) 서비스와 연계해 각종 공유물품을 집 근처 도서관에서 대여할 수 있도록 하는 서비스이다. 현재 보물창고 물품보관소에 진열되 있는 공구는 실리콘 건, 인두기, 가정용 공구세트 등 총 26종이며, 한 번에 총 3가지씩 최대 7일까지 대여가 가능하다.
 
- 서초구 주민 커뮤니티공간 ‘반딧불센터’
서초구의 반딧불센터는 자원봉사자와 자율방범대 등 지역 주민이 자발적으로 참여 운영해 지역 주민 스스로 공동의 문제를 해결하는 마을의 사랑방과 같은 곳이다. 구내 네 개 동에 자리잡은 반딧불센터는 무인택배 서비스, 부모들이 모여 육아 정보를 공유하는 공동육아 공간 등 주민 생활과 밀접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특히 집수리 등 생활에 필요한 공구를 무상으로 대여해 주는 ‘공구은행’은 주민들로부터 인기 만점이다.
 
- 용산구 생활공구대여소 ‘우리동네 공구함’
용산구 주민들은 최근 공구를 빌려 쓸 고민이 대폭 줄었다. 구가 주민들을 위해 설치했던 공구대여소 ‘우리동네 공구함’을 3곳에서 8곳으로 확충했기 때문이다. 용산구 우리동네 공구함에서는 각종 가정용 생활공구와 전동드릴 등 20여종의 공구가 비치되어 있으며 최대 3일간 무료로 빌려쓸 수 있다. 집에서 사용하지 않는 공구가 있다면 기증도 가능하다.
 
그 외에도 부산시 해운대구 ‘여민동락 공구도서관’, 경기도 수원 성남 과천 전라남도 전주시 등 전국 곳곳에서 공구도서관을 찾아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