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리는 눈으로 보고 몸으로 터득하죠
“이 주변에 저랑 같이 일하던 사람들도 꽤 독립했어요. 수리 잘 하는 사람도 있고 대여하는 사람도 있고요. 공구상 일 하다보면 내 가게 차려보고 싶은 생각이 드니까.”
몇 년 전부터 대구 북성로 공구골목은 공구상 직원들이 독립해 새로 창업한 집들로 하나 둘 채워지고 있다. 수리를 하거나 임대를 하는 공구상도 조금씩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이곳에 재작년 수리전문점으로 창업한 대광종합기계를 찾아가봤다. 가까운 한 공구상에서 14년간 공구 영업과 수리 일을 하던 권기현 대표가 이곳에 독립해 운영한 지는 3년차다.
“예초기, 벌초기, 엔진톱 등 2사이클 엔진 제품을 수리하고 있어요. 판매랑 수리 비율은 8대 2 정도예요. 주로 업자나 다른 공구상에서 공구를 맡기는 편입니다.”
공업고등학교를 나와 제품을 다루고 수리하는 데 재미를 느꼈던 그는 이전 직장에서 쌓은 수리 경력을 바탕으로 매장을 운영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주변 공구상들 역시 자신과 비슷하게 기술을 배워 홀로서기 한 경우가 많다고 한다. 수리는 경쟁력이 될 수 있다.
“수리는 배우면 재미있어요. 로봇 한 개 한 개 조립하는 식이니까. 작동 안 되는 걸 고쳐서 완성돼 움직이는 걸 보면 뿌듯해요. 전 직장에서 대표님이 수리를 잘하셔서 옆에서 보고 배웠어요. 공구상 대부분 그렇듯 체계적으로 자세히 알려주시진 않았어요. 엔진은 사람의 심장과 같아요. 원리만 가르쳐 주시면 제가 직접 제품 뜯어보고 고쳐보면서 터득해 나가는 거죠. 그러다보면 어떤 게 잘 고장난다, 어떻게 고치면 효율적이다 하는 노하우가 생겨요.”
엔진 수리는 빠르면 10~20분, 오래 걸리면 1시간 정도만에 끝난다. 때론 기계가 크게 망가져 부품 교체비용이 비싸면 수리를 못할 때도 있다. 인터뷰를 하며 찾아온 한 손님은 “사장님 수리는 정말 잘해요”라며 고개를 끄덕였다. 망치질하다가 손을 찧을 때도 많지만 직원으로 일할 때보다 혼자 운영하니 오히려 더 편하다는 권 대표. 작지만 알찬 공구상을 꾸준히 운영하기 위해서는 사람을 많이 아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사람이 재산이죠. 외지에 나가지 않고 여기에 공구상 차린 것도 그래서예요. 아는 분들이 많으니까 물건을 많이 맡겨주세요. 그리고 제가 아직 부족한 게 많으니까 아는 사람들에게 ‘좀 도와주이소’라고 할 수 있잖아요.”
북성로 천마공구 서정환 대표
판매와 더불어 8년째 임대와 수리를 전문으로 하고 있는 천마공구는 손님이 드나들기 편리한 공구골목 입구 대로변에 위치해 있다. 목 좋은 곳에서 틈새 손님을 타깃으로 안정적인 매출을 올리는 이곳 경영 스토리를 들어봤다.
-판매와 임대의 비중은 얼마나 되나요?
7대 3 정도예요. 판매하면서 임대도 하고, 임대를 하면서 바로 고칠 수 있도록 수리를 같이 하죠.
-수리 기술은 어떻게 배우셨나요?
공구매장 직원으로 11년 근무했어요. 그 땐 수리 일을 많이 하진 않았어요. 2008년 독립해 수리 잘 하는 엔지니어 출신 직원 한 명 데리고 시작했죠. 일하면서 기술을 터득하고, 모르는 건 매입처 본사에 문의하거나 다른 공구상에 물어보면서 배워갔어요.
-임대와 수리를 같이 하는 것의 장점은?
요즘은 소비자들에게 렌탈의 개념이 커졌어요. 임대는 판매만 하던 시장의 틈새를 공략할 수 있고, 손님 입장에서도 좋아요. 잘 쓰지도 않는 고가제품을 돈 다 주고 안사도 되고 쓸 때만 임대받아 사용하니까요. 예를 들어 드릴은 하루에 만원, 사흘기준에 3만원 이렇게 금액을 정해두고 빌려드려요. 길게는 한 달 정도 장기간 빌려가는 경우도 있고요. 또 수리를 해서 좋은 점은 손님이 수리하는 동안 기다리면서 매장에 있는 공구를 구경하다가 사가는 경우가 많다는 거예요. 요새는 공구사업도 두세 가지를 겸해야 하는 추세에요. 만능이 되어야 하죠.
-단점이 있다면?
기계 성능에 맞지 않게 무리하게 써서 가끔 고장을 내 오는 손님들이 있어요. 수리비를 청구하려 하면 대부분 잘 안주시려 하세요. 그래서 우리가 비용 감수하고 수리를 하는 경우도 있어요.
-천마공구에서 주로 취급하는 공구는?
해머드릴, 엔진 커터기, 충전드릴, 발전기, 연삭기, 예초기 등이에요. 디월트 제품을 많이 취급하고 있습니다.
-어떤 손님들이 방문하시나요?
건물 철거하는 분, 용역회사, 인테리어업자, 나머지는 일반 가정용 제품을 구매하는 소매고객이에요. 80%가 소매 손님입니다. 하루 방문은 30~40명 정도 돼요. 위치가 공구골목 입구 도로변에 있다 보니까 지나가다가 뭐 물어보러 많이 들르시기도 해요.
-계절마다 찾는 공구가 따로 있나요?
추석 땐 예초기, 겨울엔 열풍기가 잘 나가요. 임대 수리 요청도 많이 들어오고요.
-임대한 공구 안돌려주는 경우도 있나요?
간혹 2~3년에 한 번 정도? 충전드릴처럼 작은 공구였어요. 그 외 못 돌려받는 경우는 거의 없어요. 자주 오시는 분들은 연락처만 입력해놓고 빌려 가시는데, 처음 오신 분들은 신분증까지 다 확인하고 대여해드려요. 고가 제품을 임대한다고 하면 더더욱 조심하죠.
-임대 제품은 몇 년 정도 쓸 수 있나요?
임대도 한 제품을 오래 하면 노후 돼서 못 쓰잖아요. 저희는 임대하던 중고 제품을 싼 가격에 판매해요. 손님들이 중고제품도 종종 찾으시거든요. 그러면 임대하던 제품을 드리고, 새 제품을 뜯어서 임대를 또 시작해요. 로테이션을 시켜주니까 오래 임대해도 노후로 고장 나는 경우는 거의 없어요.
-임대 수리 하려면 재고도 많이 갖춰야 하나요?
매장마다 다를 것 같은데 그렇게 많은 제품을 두진 않아요. 저는 손님이 잘 찾는 것 위주로 20~30가지 종류의 재고를 두고 있어요.
-본인이 가장 잘 수리하는 공구는? 수리 시간은 얼마나 걸리나요?
주로 그라인더, 충전드릴 문의가 제일 많아서 수리 경험이 많아요. 빠르면 5분, 10분만에도 수리해요. 부속품이 없거나 오래 걸리는 작업은 하루나 이틀 걸릴 수도 있고요. 맡긴 공구에 대해 100% 확신이 안설 때는 주변의 더 나은 업체에 의뢰하죠. 필요하면 매입한 업체에 보내서 수리해오는 경우도 있고요.
-수리할 때 주의해야할 점이 있다면?
안전이 제일 중요하죠. 흔히 스위치를 ON으로 둔 상태에서 모르고 코드선을 꽂아요. 갑자기 공구가 작동되면 안전사고가 날 수 있어 위험하죠. 제 주변 엔지니어들도 몇 명 다친 경우를 봤어요. 또 코드 선을 꽂아놓고 기계를 만지다가 전기가 통해서 감전되는 경우가 있어요. 한 친구는 일에 열중하다보니 선이 꽂혀있는 지 모르고 작업하다가 죽을 뻔 한 적이 있었어요. 다행히 옆에 사람이 있어서 빨리 조치를 취했는데, 아무도 없었으면 더 크게 다쳤을 거예요.
-본인도 수리하다 다친 적이 있으신가요?
그라인더 날에 손을 베인 적이 있었죠. 기계를 갑자기 작동시키면 반동이 생기거든요. 움직이는 걸 잡다가 튀어서 손을 다친 경우가 있어요.
-수리하기 제일 어려운 공구는?
손을 못 대는 기구가 있어요. 측량기. 레이저, 토목쪽에 쓰는 레벨기 있죠. 그런 건 세밀한 전문 수리장비가 필요하기 때문에 다른 곳에 의뢰를 해요. 토목 측기사에게 보내던가.
-임대, 수리업을 할 때 주의해야할 점은?
기계 점검을 확실히 해야 돼요. 손님이 일을 못할 경우가 없어야 되니 임대 전에는 잘 작동하는지 테스트를 한 번 해보고 빌려주고, 반납한 공구도 다시 점검해요. 경력이 쌓이다보니까 어떤 공구는 고장이 잘 날 것 같다는 감이 와요. 점검해도 현장에 가서 작동이 잘 안 되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철저한 점검을 해서 임대해야죠.
-앞으로의 사업 계획은?
꾸준히, 내년에도 이 수준을 유지하는 게 목표예요. 공구시장이 더 나아질 수 있는 환경은 안 될 것 같아요. 온라인 쪽이 자꾸 성장하고 공구 가격이 낮아지잖아요. 그래서 임대가 대안이 될 수 있는 부분이겠죠. 손님이 찾는 제품을 더 늘리고 임대와 수리에도 지속적으로 신경을 쓸 거예요.
업체에 공구 수리 한 번 보내면 돈이 많이 들잖아요. 한두 번도 아니고 이건 아니다 싶어 퇴근하고 집에 가서 매일 공부한 게 시작이었어요. 엔진톱도 3개를 분해해 보니까 어떻게 작동되는지, 어떤 문제가 있는지 알겠더라고요. 지금은 공구 소리만 들어봐도 어디가 이상 있는지 다 알아요. 우린 계양전기 대리점을 하면서 계양 부품을 90% 이상 갖고 있으니 수리 금방 다 해요. 지난번에는 제품 10개를 1시간 만에 수리 다 했어요. 고객별로 수리내역을 작성해두는 것도 도움 됩니다. 누가 어떤 공구를 잘 쓰는지, 어떤 제품이 고장 잘 나는지 알 수 있어요.
공구업도 멀티플레이어가 돼야죠
공구업도 한 가지만 잘 해서는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기 어려워요. 물건을 많이 갖춰서 논스톱 쇼핑이 가능하고 수리면 수리, 임대면 임대 다 잘하는 공구상으로 소문나는 게 꿈입니다. 제 성격이 좀 꼼꼼하거든요. 저는 공구 하나를 고쳐도 야무지게 고치지 대충대충 하지 않습니다. 한 번 고치면 부품이 다 닳을 때까지는 쓸 수 있어야 한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공구 임대는 가게를 오픈하며 한 손님이 공구를 빌려달라고 한 게 시작이었어요. 매장 전면 유리창에 임대 가능한 공구 품목 사진을 붙여두고, 인터넷을 통해서 홍보를 진행하려 합니다.
임대업 성공에 필요한 건 넓은 공간과 재고
무엇보다도 대여해 줄 공구를 비치해 둘 넓은 공간(창고)이 필요하죠. 특히나 전국적으로 임대사업을 하려면요. 임대는 매력적인 분야예요. 공구를 사용하는 전문 업자들은 구입해서 사용하지만 필요할 때만 사용하는 일반인들은 굳이 비싼 돈을 내고 구입하길 꺼려요. 게다가 관리비, 수리비도 부담할 필요가 없으니 임대가 인기죠. 봄에는 건설공구, 가을에는 예초기, 겨울에는 열풍기가 잘나가요. 공구임대 10년 하면서 처음 10대로 시작했던 열풍기 임대가 지금은 540대로 늘어났고, 한 대였던 비싼 진동롤러는 10대가 됐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