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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IAL

공구상의 미래, 일본 모노타로 온라인 사업전략 인터뷰


인터넷 검색에서 우리는 출발한다

산업계 아마존, 일본최대 MRO기업 모노타로社 스즈키 마사야 사장 특강





우리의 생각은 반대이다

한국의 여러분들에게 말씀을 드릴 수 있어서 영광으로 생각하고 도움이 되기 바란다. 먼저, 모노타로의 비즈니스 모델에 대해 말하겠다. 상품, 브랜드, 비즈니스 모델 모두 라이프 사이클이 있고 이것들은 기업의 라이프 사이클과도 관계가 깊다. 모노타로는 기업이 생산하는 제품에 들어가는 원자재를 제외한 나머지 모든 것을 취급한다. 일명 기업소모성자재 즉 MRO 전문기업이다. 
언뜻 보면 직접자재를 취급하는 것이 구입금액은 크고 상품 수는 적어서 효율적이라 볼 수 있다. 그러나 우리는 그 반대이다. 직접자재 시장은 가격경쟁이 심하고 고객의 라인까지 배달해야하고 6개월마다 가격 교섭이 생긴다. 서비스는 높고 마진은 적은 시장이다. 반면, 간접자재는 금액만 볼 때는 직접자재에 비해 20% 수준이지만 상품 수나 구매업무 비용은 그 반대인 80%를 차지한다. 소량 다품종이다. 고객입장에서 보자. 이 간접자재를 구매하려면 비용과 시간이 꽤 많이 든다. 그렇게 몇 시간 걸려 찾아도 개당 1~3만원짜리 상품을 기껏 10% 정도 할인 받을 수 있다. 들이는 시간과 인건비에 비해 가격절감 효과가 없다. 따라서 고객들이 물건을 찾는 프로세스를 개선시키고 시간을 줄여주는 비즈니스 모델, 이것이 바로 온라인 MRO 사업이다. 

10평 사무실서 상품 리스트 만들며 시작

16년 전 오사카에서 5명의 사원과 함께 시작했다. 창업주는 킨야 세토. 그는 나의 멘토이자 롤모델이다. 스미토모라는 회사에서 인터넷으로 일하는 부서에 그는 팀장, 나는 사원으로 만났다. 처음 만날 날, 그는 내게 이런 말을 했다. 
“너의 생각을 내게 제대로 전해주지 않으면 너는 나의 노예가 될 것이다.”
우리는 각자의 생각을, 또 직원 모두의 생각을 말하고 경청하기에 주저하지 않았다. 이런 생각들 덕분에 우리 모노타로는 어떤 결정이든 집단지성을 통해 정하는 회사가 되었다. CEO의 취향은 결정이나 판단에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 
처음 출발 당시 우리는 뭘 취급해야 할지, 뭘 팔아야 할지 정말 몰랐다. 문구가 필요하다는 요청이 왔는데, 우리에겐 없어서 근처 문방구에 뛰어가 사서 주기도 했다. 지금처럼 제품이 정리돼 있지 않아서 트루스코의 3,000페이지 카탈로그를 펴놓고 서른 명의 아르바이트생들과 몇날며칠 엑셀프로그램으로 다시 리스트 작업을 했다. 영업을 본격화 한 2001년 11월 최초달의 매출은 18만엔(200만원), 지금은 월매출이 60억엔(660억원)이다. 
처음 열었을 때는 팩스주문이 70%를 차지했으나 지금은 온라인 주문이 85%를 차지한다. 2005년경부터 검색엔진이 등장했고, 한국에선 네이버 다음, 일본은 구글 야후 등을 이용한다. 이 포탈사이트를 통해 고객이 우리 사이트에 들어오고, 이 온라인 환경을 기반으로 우리의 사업이 커져간다. 사업전략을 소개하겠다.
 
 
모노타로 사업전략 4가지

1. 시간과 비효율 잡아 고객이 찾아오게 하라
영업자가 고객을 찾아간다면 영업비용이 많이 발생한다. 그래서 고객의 시간과 노력을 줄여주고, 우리 또한 효율적으로 공급할 방법을 찾아봤는데, 그 접점이 바로 인터넷이었다. 우리가 찾아가기보다 인터넷을 통해 고객이 찾아오는 시스템을 개발했다. 검색엔진을 통해서 고객이 오면, 기존 영업방식의 화살표가 반대가 되는 것이다. 
 
2. 가격은 오직 하나
비즈니스는 간단하고 단순명료해야 한다. 보통 5개 사는 고객과 500개 사는 고객의 개당 단가는 다르다. 하지만 우리는 그렇게 하지 않는다. 모든 제품의 가격은 하나다. 5개를 살 때나 500개를 살 때나 개당 단가가 같다(원 프라이스 정책). 그렇다고 최저가를 하지도 않는다. 최저가만 한다고 매출이 느는 것은 아니다. 최저가와 최고가 사이 평균 20~30% 선에서 적정가격을 정해두고 이를 꼭 지킨다. 그렇다면 고객은 제일 싸지도 않는 우리 모노타로를 왜 찾을까. 바로 구매의 편의성 때문이다. 모노타로에 오면 다 있고, 다른 데로 알아보는 시간을 줄여서 오히려 경제적이라는 걸 알게 된다. 특히 우리는 프로모션을 한다. 오늘은 장갑의 날, 마스크의 날, 청소용품의 날 등을 정해서 그날 그 제품은 프로모션 가격으로 제공한다. 물론 그 전에 고객이 뭘 검색했는지 기억해뒀다가 ‘당신이 원하는 제품을 언제 프로모션한다’고 알리는 일도 우리가 한다. 이걸 데이터 관리라 한다.
 
3. 최첨단의 고객 데이터 분석
누가 무엇을 사는지 하나도 놓치지 않고 분석한다. 만약 ‘종이’를 검색하는 고객이 있다면 당장 종이를 상품 데이터에 등록해 놓는다. 그럼 검색엔진에서 ‘종이’를 검색해 유입되는 방문자수가 늘게 되고 그 고객이 우리 사이트에 와서 무엇을 검색하고 어떤 페이지를 봤는지 모든 기록을 분석하게 된다. 이를 할 수 있는 IT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
고객의 검색을 따라가 신규상품을 갖다놓고 이렇게 취급상품을 확대하면서 고객도 는다. 고객이 는다는 것은 업종이 느는 것이다. 우리는 등록고객에게 설문조사를 실시해 그 고객의 업종과 성향, 요구, 고객이 일하는 환경 등을 분석한다. 예를 들어 고객이 우리 사이트에 들어오면 추천제품의 순위를 그 고객에게 맞게 제공한다. 예를 들어 공사업에 종사하는 고객이면 전기제품이 추천제품에 뜨도록, 용접공장에 종사하는 고객이면 마스크나 용접장갑이 뜨도록 한다. 여기에 더해 같은 카테고리 제품이라도 고객의 이전 주문이나 고객의 상황에 따라 추천제품 리스트를 바꿔 제공한다. 예를 들어 같은 장갑 카테고리라도 식품공장에서 주문한다면 처음엔 비닐장갑이 맨 위에 나오도록, 이전에 용접봉을 카트에 담았던 고객이라면 그 사람에게는 용접 장갑이 먼저 나오도록 한다. 이게 데이터 분석이다. 데이터 분석을 통해 새로운 장르와 새로운 고객을 개발할 수 있고, 이 고객이 어떤 고객과 닮았는지 고객타입을 나눠 분석해보기도 한다. 이런 타입의 고객에게는 어떤 물건을 추천하면 되는지 예상해보는데, 고객성향과 행동을 분석해볼수록 정확도가 상승한다. 고객의 구입패턴을 분석하면 과학적인 재고분석까지 가능하다. 
 
4. 다 있다! 원스톱쇼핑
시작 당시 20만점이던 품목 수가 지금 1천만 점을 내다본다. 이중 연간 판매가 주로 일어나는 것은 약 100만점 이내지만, 고객의 요구가 있다면 1천만 점 이상이라도 계속 확대할 것이다. 취급상품이 확대되면 사이트상의 상품 페이지도 증가하고 시장도 확대된다. 시장이 확대되면 고객수가 증가하고 매출은 당연 늘어난다. 고객은 ‘모노타로에 가면 뭐든 있다’라는 인식을 가지고 ‘원스톱쇼핑(One Stop Shopping/ 한 곳에서 한번에 다 구입하는 쇼핑행위)을 하게 된다. 고객이 많아질수록 우리는 더 많이 데이터를 가지게 되고 더 정밀한 분석을 할 수 있게 된다. 그럼 더 좋은 서비스, 더 편리한 구매가 되도록 서비스해줄 수 있고, 이렇게 좋은 선순환 구조가 형성된다. 

 
회사의 존재 이유는 뭘까?
 
모든 기업은 존재의 이유가 있다. 모노타로가 존재하는 이유는 뭘까. 비즈니스에 중요한 자재를 조달하는 것이다. 자재 조달 네트워크를 변혁시키자! 이것이 모노타로가 출발 때부터 가진 이념이고 가치이다. 여기에 따른 행동규범 6가지가 있다. 
첫째, 타인에 대한 존경심. 자신은 물론 손님, 아르바이트생까지 타인에 대해 경의를 표하고 존경심을 가져야 한다. 경의를 표한다는 것은 다른 말로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고 타인의 실수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것이다.
둘째, 경청. 주변 사람들의 말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비즈니스 모델이 점점 변화할수록 기술, 환경, 고객의 변화를 인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셋째, 주체성. 누가 시켜서 일을 한다는 생각은 버려야 한다. 스스로 생각하고 개선을 추구해야 한다.
넷째, 시간자원. 고객에게 제공하는 건 상품뿐만 아니라 편리성과 시간자원이다. 고객의 시간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가지고, 우리자신의 업무를 고객에게 맞도록 빨리 변화시키고 빨리 판단 내려야 한다. 
다섯째, 목표와 프로세스. 자신이 맡은 일만 알면 안 된다. 전체 프로세스를 이해하고 자신이 전체 지도에서 어떤 지점인지를 알아야 한다. 자신의 판단이 회사의 목표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알고 판단 내리고 실행해야 한다. 
여섯째, 모노타로 정신(MonitaRo Sprit). 이러저러해서 안된다는 생각은 안한다. 생각하면 분명히 답은 있다. 그 과정에서 법과 윤리와 사회적 상식을 지켜 오해받는 일이 없도록 한다.
걷지 않는 사람들… 260대 로봇 물류센터
앞으로 모노타로가 어떻게 변화할지 묻는다면 물류센터를 먼저 보여드리고 싶다. 현재 아마사키에 있는 물류센터는 4층 구조에 총 1만 3,000평이다. 당일 40만점을 출하할 수 있다. 자동으로 포장하는 기계가 있어 제품이 어떤 면적을 차지할지 미리 계산 돼 자동으로 박스 크기가 맞춰지고 뚜껑이 덮인다. 박스 높이가 다 다르지만 자동측정이 가능하다. 또 내년에는 이바라키 현에 새 물류센터를 연다. 총 1만 7,000평에, 이번엔 단층이다. 해보니 단층이 효율이 좋은 것 같다. 새 물류센터의 목표는 작업효율을 두 배로 올리는 것이다. 사람이 걸어 다니지 않고 로봇 260대가 물건을 옮기게 된다. 우리는 아마존의 키바(KIVA)라는 로봇과 유사한 히타치사의 로봇을 쓴다. 이해를 돕기 위해 일단 아마존 물류센터의 키바 모습을 동영상을 보시라.
 
 
로봇을 쓴다하면 실업률을 부추기지 않나 걱정하시는데, 일본은 현재 노년인구 증가와 청년인구 감소로 일할 사람이 부족하다. 그래서 모노타로 같은 유통회사에서는 이런 로봇 시스템이 비용을 줄이고 작업효율도 높이는 방법이다.
이렇게 아마존의 로봇 시스템과 동일한 방법을 쓰니까 아마존과 무엇이 다른가, 라는 질문도 받게 된다. 아마도 아마존은 최저가와 무한한 품목확대 정책을 쓸 것이다. 그러나 모노타로는 적정가격이지 무조건 최저가는 아니다. 또 간접자재에 필요한 적정상품 공급을 목표로 한다. 특히, 난 우리 직원의 행복을 첫째로 꼽는다. 고객에게 편의를 주지만 그걸 제공하는 우리직원이 자신의 꿈을 이루고 행복한 삶을 살도록 하는 것도 나의 목표이다. 그래서 로봇을 도입해 급료를 올리는 방안도 생각 중이다. 회사 사람들이 다 함께 성장하는 모습을 볼 때 나 또한 행복하고 그들이 좌절할 때 나는 가장 슬프다.

 
온라인은 목표가 아닌 수단… 변화하고 도전하라!
 
한국은 그동안 수십 번도 더 와 봤다. 한국법인에 일이 있거나 전시회가 있으면 온다. 구로 등의 공구거리 등도 둘러봤다. 앞으로도 구로나 청계천 같은 아날로그적 사업방식도 여전히 지속될 것이다. 그러나 모노타로 같은 온라인 사업을 하고 싶다면 인터넷은 목표가 아닌 수단임을 꼭 말씀드리고 싶다. 온라인 사업 자체를 목표로 하면 안된다. 전동공구에 자신 있다면 그 상품을 인터넷으로 팔면서, 고객에게 더 많은 정보를 전달하고 편리성을 주는 것에 목표를 둬야 한다. 내가 고객에게 어떤 점을 충족시켜줄지 생각하고 그 고객의 문제를 해결하는 수단으로 온라인 사업을 해야 한다.
새로운 것을 하려면 생각대로 움직여주지 않을 때도 있다. 그럼 이 지점에서 다시 도전해야 한다.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늘 살펴보고, 우리의 비즈니즈가 어떻게 변해야 할지 연구해야 한다. 변화를 알아차리고 도전하면 가치관이 성장한다! 한 번 더 강조하고 싶다. 변화를 알아차리고 도전하면 가치관이 성장한다! 이것이 저로부터의 메시지다. 


글 _ 서상희·사진 _ 이대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