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차

SPECIAL

[공구가 있는 현장] 말 편자 갈아주는 장제사들

말 편자 갈아주는 장제사들 공구이야기

말은 동물 가운데 유일하게 신발을 신는 동물이다. 말의 신발은 바로 편자. 야생에서 살아가는 야생마는 스스로 필요한 만큼만 운동을 하기에 발굽이 심하게 닳거나 손상되지 않는다. 하지만 경주마나 승용마는 매일 달리기에 발굽 마모가 빨리 이뤄진다. 발굽 마모로 인한 부상 방지를 위해서 편자는 꼭 필요하다. 그래서 인류는 말을 가축으로 기르면서부터 말에게 편자라는 신발을 신기기 시작했다. 우리나라는 말에 편자를 붙이는 작업을 장제라 부르며, 이 같은 작업을 하는 사람을 장제사라 부른다. 2014년 말의 해를 맞아 장세사들의 작업 현장을 찾아가 보았다. 편자를 달 때 쓰이는 공구들은 어떤 것이 있는지 함께 살펴보자.

장제기술,
말을 달리게 하는 힘


장제사는 직업적 특수성 때문에 현재 우리나라에는 60여명 밖에 없는 희귀 직업이다. 현재 한국마사회(KRA)가 공인하는 장제사는 30여명. 나머지는 일반 승마장에서 비공식적으로 활동하는 프리랜서들로 전국에 흩어져 있다. 말이 걷는 모습과 소리만 듣고도 말의 아픈 다리를 찾아낼 수 있는 1급 장제사는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다. 때문에 최고 수준의 1급 장제사 연봉은 1억에서 2억원 가까이 이른다. 한국마사회 소속 장원 장제사의 말을 들어 보았다.
“장제사는 이론만 갖고 할 수 있는 직업이 아니예요. 장제기술을 배우기 위해서는 많은 노력과 의지가 필요로 합니다. 또한 장제작업은 위험하고, 힘이 들기 때문에 숙련된 장제사가 되기 위해 오랜 시간 많은 경험을 쌓아야 합니다. 말 못하는 말의 표정이나 행동을 보고 어디가 불편한지 어떤 모양으로 편자를 만들어야 하는지 알아채기란 쉽지 않죠.”선망의 대상인 1급 장제사가 되기 위해서는 여러 단계를 거쳐야 한다. 우선 3급 자격 획득 후 3년 이상의 실무경험이 있어야 2급 시험을 볼 수 있고, 2급 자격을 얻은 후에도 5년 이상의 실무경험이 있어야 1급 장제사에 도전할 수 있다.

 

작업 중
말 발굽에 치이는 건 다반사…


말의 아픈 다리를 짚어내고 거기에 맞추어 편자를 만들어 박는 일은 거칠면서도 섬세한 작업이다. 또한 고도의 기술력을 요구하는 장제사는 일견 화려하고 신기한 직업이지만, 위험한 순간도 많다고 한다.
“장제사로 일을 하면서 안전장비는 필수입니다. 쇠붙이인 편자를 박은 말발굽은 위험하거든요. 정강이가 차이거나 발등 밟히는 일이 잦죠. 그래서 일반 구두나 운동화가 아닌 안전화를 신는 거구요. 또 편자를 불에 달구어 망치로 두들기는 일이니 체력소모도 엄청나고 쇠 두드리는 소음에 귀를 보호하기 위해 귀마개도 착용합니다. 특히 위험한 순간은 말 발굽에 편자를 못으로 박을 때입니다. 못을 박다 보면 자세히 보기 위해 나도 모르게 말 발굽에 머리를 가까이 하기도 하거든요.”
실제로 장원 장제사도 말발굽에 차여 정강이를 다치기도 하고 이마가 찢어지는 사고를 겪기도 했다 한다. 그렇기에 경험이 많은 장제사도 늘 말 앞에서는 긴장을 한다. 말이 언제 발길질을 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또한 장제 특성상 열린 공간에서 해야 하기에 한여름에 편자를 불에 달구어 두드리다 보면 온 몸이 땀으로 흠뻑 젖는다고. 일급 장제사로 가는 길이란 이렇게 힘들다.




馬, 너를 달리게 하겠다
모양 같은 편자 없어…모두 제각각


말 편자의 모양은 저마다 다르다. 말의 나이나 종류 발의 크기에 따라 제각기 다른 편자를 쓰고 동시에 같은 말이라도 앞다리냐 뒷다리냐 오른다리냐 왼다리냐에 따라 편자의 모양이 달라진다. 한 달에 한번 이루어지는 장제가 단순하지 않다는 증거다. 각 발에 맞추어 장제를 해야 그래야 말이 안심하고 달릴 수 있다.
“말 발굽은 우리의 손톱이나 발톱이라고 생각하면 되요. 경우에 따라 다르지만 여성분들이 네일샾에서 손 관리 받는 것과 비슷합니다. 장제는 우선 말의 오래된 편자를 제거하는 탈철을 우선적으로 합니다. 먼지나 흙 그리고 거칠고 길어진 말 발굽을 제거하는 삭제 과정을 거치고요. 그 후 말 발굽 수평이 맞는지 살펴보고 편자를 맞춥니다. 말 발굽 모양에 맞게 편자를 불에 달구어 다듬고 이후 편자를 말 발굽에 대고 못으로 박는 거죠. 발굽에 못을 박을 때는 특히 주의해야 해요. 잘못 박으면 말이 아파해 다리를 절게 되거든요.”
사람도 발 바닥에 가시가 박히면 움직이는 것이 힘들다. 말도 똑같다. 편자를 박는 못이 잘못 박히면 말도 고통스럽고 힘들다. 그래서 장제사는 말의 표정이나 걸음걸이만 보더라도 어디 어디가 불편한지 알아야 한다.


장제소는 대장간. 간단한 도구는 직접 만들어

경기도 과천에 위치한 경마공원의 장제소의 모습은 대장간과 비슷하다. 커다란 화로가 있고 화로 앞에는 모루와 망치가 놓여있다. 그리고 한 구석에는 쌓인 석탄과 그동안 교체한 낡은 편자들이 있다. 장제는 화력 좋은 석탄불에 편자를 달구어 모루에 망치로 두들기는 일이 많은 일이다. 장제소에는 화로와 모루 망치가 함께 있기에 집게와 같은 간단한 도구는 직접 만들기도 한다.
“장제에 쓰이는 도구들로는 굽 줄, 굽 니퍼, 굽 칼, 장제 망치 등이 있죠. 편자를 다듬을 때는 망치와 모루를 씁니다. 때때로 그라인더로 편자를 갈아 낼 때도 있어요. 이러한 것들이 장제를 할 때 주로 쓰이는 물건들 이예요. 일반 공구와 비슷해 보이지만 또 다른 것이 장제 도구들입니다. 말 발굽에 맞는 적정 강도와 크기를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장제 관련 도구는 주로 수입품을 쓰고 있죠.”
아직 국내에서는 말 관련 산업이 크게 발달하지 못했다. 그래서 말 산업이 발달한 독일이나 미국제품을 많이 쓸 수밖에 없다고 한다.


 

2014 말 달리다

말 발굽에서 낡은 편자를 떼어낼 때는 굽 니퍼를 쓰고 말의 발굽을 깎을 때는 굽 칼과 굽 줄을 사용한다. 이후 편자를 불에 달구어 망치로 두드려 다듬는다. 어느 정도 모양이 만들어 지면 발굽과 편자의 아귀 맞물림 확인 차 말 발굽에 가져다 대는데 불에 달군 편자라 자욱한 연기와 더불어 머리카락 타는 냄새가 난다. 말 발굽의 재질이 머리카락과 같이 단백질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 일어나는 현상이다.
“장제 과정 중 사람 손이 가지 않는 경우가 없죠. 기계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 사람 손을 거쳐야 하는 것이라 그때그때 장제사의 컨디션에 따라 장제가 잘 되기도 잘 되지 않기도 합니다. 그래서 최선을 다해도 장제가 만족스럽지 않을 때도 있죠. 또 말의 상태에 따라 장제가 잘 안될 때도 있구요. 말의 체형이나 걸음걸이 귀모양 등 총체적으로 말의 상태를 보고 장제를 하는데 성질이 거친 말이나 예민한 말은 까다롭죠. 그래서 국내는 2년 이상 교육을 받아야 장제를 할 수 있지만 외국은 4년이상 교육 시키는 곳도 있어요.”
2014년은 말의 해다. 힘차게 달리는 말도 장제사의 노력과 공구들이 있어 가능한 일이다. 인류에게 말을 가축으로 제대로 쓸 수 있었던 것은 장제를 하면서 부터였고 장제는 줄이나 니퍼 같은 도구의 발전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힘차게 달리는 말처럼 2014년 공구업계가 크게 일어서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