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AL
헨켈코리아 최윤성 부사장
최 부사장은 서울대와 UCLA 재료공학 박사를 거쳐 삼성테크윈과 외국계 회사 한국총괄을 지내다 2014년 1월 헨켈로 왔다. 헨켈과의 인연을 묻자 ‘헤드헌팅 업체를 통했다’며 솔직함과 유머러스함을 내비쳤다. 다음은 일문일답.
헨켈도 부사장님을 선택했지만 부사장님도 헨켈을 선택했다. 성과를 낼 수 있겠다는 자신이 섰다는 말로 해석해도 되겠나.
“자신이라기보다 가능성을 봤다고 하고 싶다. 한국의 자랑거리인 이 휴대폰, 따지고 보면 소재는 일본 것이 많다. 휴대폰만이 아니고 디스플레이 쪽도 그렇다. 한국의 가전 전자 반도체 많은 부분에서 소재는 일본이 차지한다. 이 시장을 헨켈코리아가 흔한 말로 접수하겠다는 생각이다. 한국에는 삼성과 LG라는 걸출한 세계적 기업이 있는데, 이들 기업의 제품개발에 참여해 헨켈코리아가 한국현지에서 공동개발해 공급할 수 있다면, 그 다음 중국과 일본 미국 유럽 시장은 자연스레 열릴 것으로 본다. 지금 세계시장을 보면 삼성과 LG가 개발하면 따라가는 양상 아닌가. 한국현지에서 전자재료와 접착제 시장을 확보하면 헨켈도 좋지만 한국의 전자 반도체 가전제품 전체가 세계시장을 장악하는 큰 힘을 갖지 않을까 한다.”
그런 기술과 제품 개발이라면 단순하게 본사의 제품을 가져오는 차원은 아니겠다.
“당연하다. 작년 1월에 오픈한 헨켈코리아 이노베이션 센터를 더욱 확대할 계획이다. 헨켈은 독일에서 출발했지만 전세계 25개국에 독립법인과 10개국에 R&D센터를 두고 있는 다국적 기업이다. 한국의 R&D기능을 하는 이노베이션 센터는 일본 중국에 이어 아시아 세 번째로 세워져 있지만, 앞서 말씀드렸다시피 한국시장에서 제품개발에 참여해서 얻을 수 있는 효과나 파장이 엄청 크다. 즉 세계시장으로 나가는 교두보가 되는 곳이 바로 이곳 헨켈코리아라 보기 때문에 지금 본사에 한국 R&D투자계획을 강력히 건의하고 있다. 헨켈은 약 4년마다 경영사이클을 점검하는데, 4년에 대략 5개국을 정해 지원하고 있다. 지금 한국시장은 그 사이클을 타고 투자를 받을 적기이다. 각국의 헨켈들과 경합을 벌여 현재 상당히 긍정적인 평가를 받아놓은 상태다.”
헨켈의 제품을 단순히 가져와 판다고만 생각했는데, 완전히 예상이 빗나갔다.
“예를 들어 한국은 베젤 사이즈나 웨어러블 디바이스 등에서 세계최고의 기술력을 가진다. 거기에 들어가는 헨켈 제품을 미국과 중국에서 가져온다? 맞지가 않다. 같이 개발하는 전략적인 파트너 개념으로 들어가야 하고, 그렇게 하기 위한 구조적 인프라가 필요하다. 현재 헨켈코리아의 이노베이션센터 크기는 아시아 세 번째 정도지만, 중국 다음 규모로는 키워야 하지 않을까 내다보고 있다.”
한국경제가 불황에 접어들었다 한다. 이런 데도 투자효과에 대해 확신하는가?
“거시적으로 보면 한국이 위기라고 하지만 그래도 3~5% 성장을 예상한다. 그 속에서 일본 소재산업이 차지하는 시장점유률을 헨켈로 가져오면 헨켈코리아의 경우 연 20%까지 성장이 가능하다고 본다.”
지금까지 얘기하신 것은 대기업과 헨켈과의 관계이다. 물론 공구상 중에서는 대기업에 납품하는 경우도 있지만 전통적으로 공구상에서는 접착제나 방청제 시장을 통해 헨켈을 만난다. 헨켈 입장에서 보면 지극히 제한된 제품을 다루는 공구상과 앞으로 어떤 발전전략을 제시할 수 있는가?
“접착제를 보면 현재 범용이 75%이고 나머지가 특수접착제이다. 용접과 테이프를 대체하고 기존 전통적 접착방식을 대체할 시장을 만들어가야 한다. 예를 들어 나사 없는 비행기, 나사 없는 풍력발전기를 상상해보라. 그것이 헨켈이 만들어가는 시장이다. 새로운 기술시장을 만들고 신제품을 통해 사용자의 선택을 늘려가는 방식을 권하고 싶다. 앞으로 제품 시연회 등을 통해 ‘알면 더 많이 팔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겠다.”
혹 공구상가 쪽에 하실 말씀은 없는가?
“짝퉁 때문에 골치가 아프다. 접착이 안된다, 녹이 슨다 등의 불만이 들어와 수거해보면 우리제품이 아니라 짝퉁이다. 이런 안 좋은 상품 취급에 유의해주시면 좋겠다. 전단지를 만들어 그 구별법도 더 자세히 알려드리겠다.”
한국에 헨켈이 들어온 것은 1989년이었다. 현재는 700여명의 직원에 접착테크놀로지, 뷰티케어, 홈케어 등에서 사업이 이뤄지고 있다. 접착제 파트에는 우리가 잘 아는 록타이트 등의 브랜드가 속해있다. 최윤성 부사장이 맡은 두 곳을 보자면 엔지니어링 접착제 사업부는 휴대용 장치 및 디스플레이, 일반 제조, 산업용 어셈플리, 산업시설 유지보수, 자동차 유지보수 및 수리 등에 필요한 솔루션을 제공하는 제품들이다. 전자재료사업부는 가전제품, 디스플레이, 터치스크린, 방열 등의 제품에 함께 개발되거나 제공하는 제품군을 말한다.
한국기업과 외국기업을 고루 다 경험해보셨는데 각각의 장단점을 비교하자면?
“헨켈에서 받은 신선한 충격이 하나 있다. 엄청나게 큰 조직임에도 의사결정이 굉장히 신속하게 이뤄진다는 점이다. 확 바뀌고 확 실행된다. 어떤 신생기업보다 역동적이다. 매트릭스형 수평조직이라 권한위임도 잘 되어 있고, 설사 잘못된 결정을 하더라도 위에서 바로 모니터링할 수 있다. 한국기업은 솔직히 눈치 보는 문화가 있지 않나.”
공학도 출신이지만 이젠 경영자 입장이 되셨다. 헨켈의 경영문화는 어떻다고 보는가?
“독일본사에 간 적이 있는데 겉치레 없으면서 역사와 전통이 살아있는 모습이 좋았다. 특히 소유와 경영이 분리돼 소유는 안정되고, 경영은 합리적으로 이뤄지고 있어 큰 감명을 받았다. 지배구조의 문제와 지속가능성의 위기에 빠져있는 한국기업들이 헨켈을 롤모델로 삼았으면 한다. 그래서 실제로도 대기업에 이 내용을 벤치마킹 형태로 도움 드리고 있다.”
모든 기업은 솔직히 말해 수익이 우선인데 지속가능이라는 화두와 어떻게 균형을 이룰 수 있나? 특히 한국적 기업환경에서 헨켈코리아가 지속가능을 기치로 걸기에 무리가 있지 않을까?
“헨켈이 최고의 가치로 삼는 것은 혁신, 지속가능, 그리고 사람이다. 이 세 가지가 139년 성장의 비결이기도 하다. 최초의 세탁용 세제를 만든 것은 혁신이었는데, 그것으로 돈도 벌지만 사람들의 삶을 바꾸는 데에도 기여했다. 이것이 지속가능이다. 지속가능 성장이란 경제성장, 환경보건, 사회발전을 동시에 추구하는 21세기형 경영방식이다. 재무성장과 지속가능은 서로 반대편의 개념이 아니라 상호보완적이다. 이윤이 최고의 가치가 되면 안좋은 일이 생길 수 있지만 가치를 추구하게 되면 그 가치를 실현시키기 위해 해로운 것을 생산하지 않는다. 처음에는 유해물질을 생산하지 않겠다는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투자도 많아지고 그 실현기간도 길어져 꺼려진다. 그러나 미래관점에서 보면 훨씬 큰 이득이 된다. 헨켈은 해바라기 등에서 물질을 추출하는 소재개발을 일찌감치 실현해내고 있고 이런 것들이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고 있다. 20여년전부터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가장 먼저 발간했던 회사 중 하나인 헨켈은 다우지수 지속가능성지수(DJSI)에서 6년간 연속 1위에 올랐다. 국내 모대기업이 헨켈의 이 지속가능성장을 배우기 위해 수차례 독일본사를 방문했다고 한다.”
한국의 접착제 시장에 대해 전망해 달라.
“헨켈의 접착테크놀러지스 부문 2014년 매출을 보면 30% 이상이 최근 5년 내에 출시된 제품이었다. 헨켈의 혁신정신을 공유할 때 함께 성장할 기회를 잡을 것이라 감히 전망해본다. 기존의 기계적인 접합, 용접, 테이프, 대체 접착제가 대안으로 개발되고 있고, 여기에 이종 소재 간 결합과 접착, 복합 기능을 구현할 수 있는 제품이 나오고 있다. 신제품에 관심을 가져보시면 산업과 기술, 또 시장의 변화가 보일 것이다.”
어디를 경쟁사로 보는가?
“분야별로 다르긴한데, 3M, 다우코닝, HB fuller 등이다.
헨켈코리아에서 꼭 이루고 싶은 꿈은?
“현재 한국상황을 보면 생산시설은 중국 동남아로 이전되면서 한국시장은 R&D 중심으로 제품을 연구개발하고 고객요구를 충족시키는 역할로 바뀌고 있다 한국에 아시아 및 세계시장 진출을 위한 헨켈 R&D 관련 시설투자를 유치해 연 1조 매출을 이루고 종업원과 복지를 최대한 제공할 수 있는 사옥과 복지시스템을 이루고 싶다. 우리 한국의 헨켈 직원들을 위한 꿈의 직장을 실현해보고 싶다.”
혹, 왜 사업은 하지 않으신가?
“헨켈과 처음 만났을 때 받은 질문이다. 난 하나의 큰 변화를 만드는 것을 좋아한다. 한때 나의 롤모델은 잭웰치였다. 조직에 새로운 가치를 불어넣어 영감을 일으키고 으쌰으쌰 분위기를 만들어서 혁신적 성과를 내는 일련의 과정을 즐긴다. 거기에 나의 가치와 사명감을 건다. 한땐 청춘을 술로 보낸 적도 있지만 그렇기에 반대로 어떻게 문제를 해결해서 사람이 행복한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는지 안다. 나의 20대 방황기는 다음에 이야기하겠다.”
조금만, 아주 조금만 말해 달라.
“20대 서울대에 다니던 최윤성은 인생이 너무 허무해서 술로 보내던 청춘이었다. 공부 열심히 해서 서울대 왔는데, 답이 없어. 그래서 다시 대학원을 갔는데 답이 더 없어. 급기야 유학을 가서 답을 찾았다. 종교적인 도움도 받았지만, 사람은, 또 인생은 주어진 과제를 풀고 함께 이뤄가는 것만이 가치롭다는 걸 깨닫게 됐다. 그런 가치들이 지금의 헨켈과 너무 잘 맞다. 지속가능과 혁신을 개인적인 인생과 일에 적용해보면 재밌고 신난다. 헨켈의 제품을 파시는 분들도 우리의 가치를 함께 공감하시어 신나고 재미있기를 일들이 이어지길 바란다.”
글_서상희, 사진_박성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