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AL
템플스테이
경기도 광명시에서 직장생활을 하는 김동환씨는 여름휴가 때문에 걱정이다. 매년 산과 바다 사이에서 고민을 하다 보니 별반 다르지 않은 코스에 가족들은 불만을 터뜨리기 일쑤이고 그렇다고 외국으로 떠나자니 통장 잔고 걱정이 앞선다.
복잡한 일상에서 벗어나 심신의 여유를 즐기기 위한 여름휴가인데 오히려 머릿속이 북적북적 하다면 올여름 휴가에는 템플스테이에 참여해 머릿속에 가득 찬 걱정과 고민을 비워 보자. 지난 2002년 한일 월드컵 시기, 외국인에게 우리나라의 전통문화를 소개하기 위한 목적으로 시작된 사찰 체험 프로그램 템플스테이는 해마다 참여하는 이들이 증가해 현재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문화 프로그램으로 자리 잡았다. 최근 대세가 된 힐링여행의 훌륭한 방편으로도 꼽히고 있으며 한 해 참가자 수가 100만 명에 달할 정도로 보편적인 여가 프로그램이 되어 가는 추세다. 경쟁에서의 승리만이 중시되는 각박한 현대 사회와는 대조적인 불교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템플스테이. 잡다한 생각에서 벗어나 오롯한 자신과 마주하기를 바라는 사람들은 꼭 한번 참여해 볼 만한 프로그램이다.
전국 100여개의 사찰에서 진행되고 있는 템플스테이에는 외국인들도 많이 참여하고 있다. 작년 한 해 동안 템플스테이에 참여한 외국인은 무려 2만 5천명을 넘는다. 간혹 템플스테이는 불교 신자만 참여하는 것이라고 오해하는 이들도 있지만 그렇지 않다. 대자 대비한 부처님의 품에는 누구든 다가가 안길 수 있다.
법당에서 나누어주는 편한 수련복으로 갈아입고 사회에서 꽉 조여만 있던 마음을 푸는 것으로 시작하는 템플스테이는 다양한 수행내용들로 구성되어 있다. 가장 기본적인 수행은 식사와 함께 이루어지는 발우공양. 4개의 그릇으로 구성된 한 벌의 ‘발우’를 사용하는 불교의 식사법인 발우공양은 그릇의 크기 순서대로 밥, 국, 물, 반찬을 담고 음식에 깃든 자연과 사람의 노력에 감사하는 공양계를 한 차례 외는 것으로 시작된다. 나무로 된 숟가락과 젓가락을 이용해 육류와 지나친 양념이 포함되지 않은 담백한 식사를 마치면 발우공양의 마지막 순서인 설거지 차례다. 물그릇에 담겨 있던 물로 네 발우를 씻고 발우수건으로 깨끗이 닦는다. 쌀알 하나도 그것을 지어낸 이의 공덕을 헤아려 함부로 버리지 않고, 모든 이가 음식을 공평하게 나누어 먹는다는 평등사상에서 스님들의 마음 자세를 읽을 수 있다.
공양을 마쳤으니 이제는 제대로 된 수행에 참여해 보자. 명상이라고도 불리는 참선 수행은 일상 속에서 얽히고설킨 생각을 비우는 데 효과적인 수행이다. 도심에서 멀리 떨어진 자연 속, 거기서도 부처님을 모시는 향내가 은은하게 풍기는 사찰 건물 안에서 가부좌를 튼 자세로 앉아 참선에 돌입한다. 눈을 감은 채 아무 것도 보이지 않고 고요한 자연의 소리만이 울려 퍼지는 적막 속에서 머릿속을 채우고 있는 온갖 잡념들을 떨쳐버리는 참선 수행은, 그동안 바라보지 않았던 나 자신의 참모습과 마주하는 시간이 된다.
템플스테이가 시작된 지 10여 년이 지난 현재, 특별한 프로그램들도 많이 생겨났다. 특히 여름철에는 숲 속 트레킹 코스와 어우러진 템플스테이도 인기다. 사찰 근처의 피톤지드를 물씬 머금은 산책로를 찬찬히 걸으며 일상의 번뇌를 내려놓고 잃었던 건강도 되찾을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아이와 함께 체험할 수 있는 템플스테이 프로그램도 다수의 사찰에서 진행 중이다. 에너지가 넘치는 말썽꾸러기 아이라면 올 여름 고요함과 포용을 가르치는 템플스테이로 발길을 돌려봐도 좋겠다. 뿐만 아니라 일출을 감상할 수 있는 코스가 포함된 템플스테이, 산 속에 위치한 산사가 아닌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사찰에서 참여할 수 있는 템플스테이 프로그램도 진행 중이다.
한 번 템플스테이에 참여한 이들이 다시 찾아오는 비율은 30%이상이라고 한다. 그만큼 사찰에서 보낸 며칠간의 시간을 통해 얻은 것이 있다는 것일 테다. 당신도 올여름에는 그저 보고 돌아오기만 했던 사찰에서의 템플스테이에 참여해 보자. 관심은 가지만 이번 여름에는 참가가 어렵다면 한국불교문화사업단이 운영하는 템플스테이 홈페이지(www.templestay.com)를 방문해 참여 가능한 사찰과 프로그램 일정을 확인해 보도록 하자.
글 _ 이대훈 ·자료제공 _ 한국불교문화사업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