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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원들에게 성과내라 닦달 말고 책 읽어라 해보세요




직원들에게 성과내라 닦달 말고 책 읽어라 해보세요


3년간 1천권 독서로 ‘하루25쪽 독서습관’ 책 펴낸
쌍마티엠 남낙현 부사장


‘사랑하면 알게 되고 알게 되면 보이나니, 그때 보이는 것은 전과 같지 않으리라.’ 책을 사랑하는 남자, 남낙현. 쌍마티엠이라는 중소규모 호스회사에 부사장직을 맡고 있다. 독서를 통해 인생 한번 제대로 맛보는 한 남자의 이야기.





“나, 회사 그만둘까?”

돈은 버는 속도보다 더 빠르게 사라지고 직장은 칼날 위에 서 있는 전쟁터 같았다고 그는 회고했다. 가진 것은 주름살과 나이 뿐. 마흔을 넘길 때쯤, 그는 모든 것이 불안하고 허탈해 견딜 수가 없었다. 이대로 육십, 칠십까지 향할 생각하니 가슴이 불이 났다. ‘사는 맛이 없다’는 중년 남성의 고백이 그를 피해가지 못했다.
그의 직장은 쌍마티엠. 호스 및 배관을 전문적으로 판매하는 회사이다. 지난 25년여간 석면을 주원료로 가공 생산하다가 2007년 제조와 유통을 분리하면서 유통회사로 됐다. 남낙현 부사장은 17년간 쌍마티엠의 내부관리를 맡아오고 있다. 약 4년여 전부터는 독서를 통해 의식을 혁명시키는 것에 빠져들었다. 동시에 직장 내에서는 영업사원들에게 독서토론을 장려하는 일도 한다. 직원들의 의식수준을 높이는 독서경영을 해보니 더욱 적극적이고 긍정적인 판매전략이 나오더라고 귀띔한다. 천안에 있는 쌍마티엠을 찾았다. 회사입구에 내리자 직원으로 보이는 여성분이 회사마당에 돋아난 쑥을 유심히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들의 여유, 어디서 나온 것일까. 사실 공구와 독서는 별로 가깝지 않은 관계이다. 업계사람 중 독서를 테마로 책을 냈다는 소식에 미리 그의 책을 찾아봤다. 불티나게 잘 팔리는 베스트셀러는 아니지만 ‘진심이 담긴 숨겨진 보석 같은 책’이라 평가받고 있었다. 실제로 만난 그는 다소 까무잡잡한 얼굴에 눈빛이 빛나 보였다. 그 눈이 타인이 아닌 자신을 향했음은 물론이다. 어떻게 책을 내게 됐는지 묻자 그는 왜 책을 ‘읽게’ 됐는지부터 물어 달라고 했다. 맞다. 우리는 항상 결과만 보고 조급하다. 한숨을 돌려 옛일을 떠올렸다.
“아내가 아파트 관리소장일을 하는데, 단지 안에 작은 도서관을 만들었다며 책읽기를 권했습니다. ‘책은 안본다’고 잘라 말했죠. 아내가 ‘평생 그럴거냐’며 좀 타박을 했어요. 그렇게 한권 두 권 시작이 됐습니다. 랄프왈도 에머슨의 ‘좋은 책을 읽을 때 나는 3천년을 더 사는 것 같다’라는 구절을 딱 듣는데 큰 감명을 받았어요. 사람은 왜 마흔을 넘기면 이제 내려온다고 생각할까. 나무는 나이가 들어도 계속 성장하고 고목으로 가치를 더해 가는데, 왜 사람인생은 올라갔다 내려오는 것일까. 세상만물은 성장하지 않으면 죽는구나! 올라갔다 내려오는 게 인생이 아니라 죽을 때까지 성장하는 것, 내 의식이 성장하는 것, 그게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때부터 미친 듯이 책읽기에 몰두하게 된 거죠.”


책 읽어서 연봉 올라가냐고?

그가 책을 읽는 이유는 한 가지. 바로 행복하기 위해서다. 요즘 남을 이기는 법, 이용하는 법 등의 계발서나 처세서를 사람들이 보는데 근본적으로 자기를 변화시키는데 별 도움이 안 된다고 그는 지적한다.
“서양식 자기계발서는 시간을 압축해서 최대한 짧게 내가 가고 싶은 곳에 가게하려는 목적을 가지고 있어요. 거기에는 행복이 없어요. 그저 앞으로 잘되겠다고 미래의 노예로 살 뿐이죠. 제가 마흔을 넘기며 노후를 생각해보니까 필요한 자금이 수십억이라 하더라고요. 그런데 그걸 실제로 준비할 사람이 얼마나 되겠어요? 또 그 돈을 마련했다 치더라도 내가 언제까지 산다는 보장도 없어요. 책을 읽으면서 느끼는 건 내가 지금 바로 여기서 감사하며 살면 된다는 겁니다. 그리고 한권의 책을 읽으면 그 사람의 인생을 알 수 있다는 말이 있어요. 후회없도록 치열하게 사는 사람들의 책을 읽으니까, 내가 사는 이유, 하는 일의 의미 등에 대해 생각하게 됐어요. 청소부가 그냥 월급 받고 바닥을 쓰는 게 아니고, 세상의 한 귀퉁이를 쓸고 있다고 생각하면 얼마나 감사하고 행복할까요? 자전거를 타고 출근해서 들어갈 건물이 있으면 그 건물에 대해서도 감사한 거죠. 세상 속에 내가 존재한다는 그 자체가 얼마나 감사한지 책을 읽으며 알게 됐습니다.”
책을 통해 달라진 자신에 대해 그는 ‘의식이 높아졌다’는 표현을 썼다. 회사일이 힘들다고 그저 소주잔을 기울이는 의식의 수준은 나쁜 건 아니지만 더 이상 나아가지 않는 의식수준이다. 대작가나 수도자 같은 사람들은 굉장히 의식수준이 높은 사람들이고, 그런 의식을 혁명하는 일이 책을 통해 가능해지면 인생반전이 가능하고 그는 말한다. 물론 책을 많이 읽는다고 연봉이나 매출이 오르는 건 아니다. 그 연봉이나 매출을 보는 의식의 수준이 높아져 생각의 방식이 달라지고, 인생의 윤택함을 가져갈 수 있다.
“사람 만나는 거나 책을 만나는 거나 같은 거예요. 책을 많이 만나서 좋았던 것은 저보다 의식이 높은 사람들의 얘기를 책을 통해 듣게 되니까, 아 이런 세상이 있었구나, 이렇게도 생각하는구나하며 깜짝깜짝 놀라게 됐죠. 내가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것들을 보게 되면서 조금씩 제 생각이 성장하는 것 같았어요. 책을 읽는 이유는 깨달음이죠. 툴레가 ‘순간에 살아라’고 말했는데, 시간과 공간의 구분이 없고 죽음과 삶의 구분이 없는 걸 알게 되면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놓을 수 있죠. 지금 내가 죽는다해도 그걸 불안해하지 않고 이 순간 자체에 최선을 다해 살 수 있는 것, 그걸 책이 가르쳐주더라고요.”



영업맨, 독서하니 고객 고민 보인다

그는 이런 독서를 통한 의식혁명, 혹은 쉽게 말해 생각전환을 직원들과 함께 하고 싶었다. 쌍마티엠은 영업사원을 중심으로 총 7명. 한 달에 10권씩을 읽어라 하고 독서토론을 한지가 2년이 넘었다. 직원 1인당 약 200권은 읽은 셈이다.
“독서를 통해 성과를 높인다고 생각하면 안돼요. 의식수준이 높아지면 회사분위기가 달라집니다. 우리직원이 이런 말을 하더군요. 한때는 영업을 하러 나갈 때 먹고 살기 위해 나간다 생각했는데, 지금은 고객을 팬으로 생각하고, 자신을 1인 기업이라 생각하고 나간다고. 예전엔 우리가 팔 것들, 그쪽에서 필요하다고 말하는 것만 주문을 받아왔는데, 지금은 그 고객의 생각과 고민에 대해 생각해보게 된대요. 그러니 자연스럽게 그 고객의 매장운영이며 재고관리 등에 대해 같이 고민해주게 되고, 영업은 이런 소통을 통해 자연스럽게 따라가게 된다는 겁니다. 생각하는 수준이 높아지면 상대방의 고민이 뭔지 느껴지고 상대의 생각에 다가가게 됩니다. 보험왕이라는 사람들이 그렇거든요. 나한테 보험 들어라 말 안해도 고객의 고민을 들어주며 영업이 되는 겁니다. 그리고 사내에서도 서로 배려하는 문화가 돼서 상처주지 않고 절제할 줄 압니다. 술 마시고 노래방 가는 회식문화보다 책 읽고 토론하는 문화가 좋아요.”
한때 그의 독서열은 대단했다. 눈만 뜨면 책을 펴는 바람에 건강을 해친 적도 있었다. 책을 읽겠다는 수치적 목표 때문이 아니라, 그렇게 절절하게 자신 삶에 대한 답을 얻고 싶었기 때문.

이 고비를 넘기며 점차 몸도 회복되고 마음도 밝아졌다. 3년간 읽은 책은 약 1천권. 어느 정도 읽고 나니 정약용 선생이 책을 쓰듯 기록하는 수준에 그가 도달해 있었다. 아는 출판사도 없고 인맥도 없었다. 써둔 원고를 250여개 출판사에 무작위로 보냈다. 책이 나와도, 혹 나오지 못해도 상관없었고, 인기여부도 더더욱 상관없었다. 읽고 쓰는 근본적 삶의 행위가 그를 행복하고 감사하게 했다. 몇 군데 출판사에서 연락이 왔고, 이중 그의 취지를 잘 이해하는 곳과 계약을 했다. 책은 작년 11월에 나왔다. 군데군데 아프고 진심어린 고백들을 드러낸 채 독자들을 만나고 있다.
성공을 그저 ‘부’라고 생각하고 그 부를 모으기 위해서만 노력한다면 저 말라가는 고목과 무엇이 다르겠는가? 성공에 대한 생각에 변화가 생기기 시작한다. … (중략) … 적당히 지낸다는 것은 서서히 말라가는 고목의 길을 걷는 것과 같다. - 본문 80p-
한밤중에 산속에서 길을 읽고 헤매며 느끼게 되는 두려움은 상상하는 것보다 훨씬 더 크다. … (중략) … 보이지 않는 멧돼지가 두려움의 실체라는 알고 그것에 휘둘리지 않게 되자 막대기 하나를 손에 들고 내려오는 길은 더 이상 두려움의 세상이 아니었다. 두려움은 당황해할수록 더 용의주도하게 파고든다. 일단 직시해야 한다. -본문 188p-
글을 써보지 않았던 내가 책을 쓰게 된 것도 버킷리스트 덕분이다. 누군가의 삶에 나의 글이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시작한 일이다. … (중략) … 정작 목표를 이루지 못한다 해도 그 길을 걸어가는 과정이 행복하다 말할 수 있다면 좋겠다. 처음에는 꿈이란 달성해야만 하는 것, 점점 커져야만 하는 것으로 착각했다. 이렇게 글을 쓰고 있는 지금 이 순간 또한 아주 감사하고 행복한 버킷리스트다. -본문 128~129p-


공구업계 자존감 높아져야 고객과 소통한다

책에는 그가 처음 어떻게 독서를 시작하게 됐는지부터 변화과정, 그리고 읽은 책에 대한 소감과 자신의 얘기, 영화평 등등이 실려 있다. 그리고 독서의 구체적인 공간과 방법에 대한 안내, 덧붙여 변화된 삶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감상을 적고 있다. 왜 하필 하루에 25쪽을 읽으라는 구체적인 수치를 두는지 물었다.
“제 수준이 딱 25페이지 이상을 못 넘기거든요(웃음), 보통 책이 250페이지인데 하루 그 정도만 읽어도 열흘이면 한 권을 읽어요. 직장인이나 시간이 부족한 사람이 자투리 시간을 이용해 읽을 수 있는 분량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떤 처지가 되더라도 하루 25쪽은 읽자, 라고 생각하고 실천해가면 한달, 반년, 일년, 이렇게 지나면 엄청난 의식변화를 하게 됩니다. 실천가능한 방법을 제시하고 싶어서 제 경험을 털어놓게 됐습니다.”
마지막으로 공구업계에 독서풍토 조성을 위해 한 말씀 해달라는 다소 지루한 질문을 던졌다. 역시나 그는 들으나마나한 답은 하지 않았다. ‘수준이 낮다는 평이 있는데’라며 돌직구로 답했다.
“외부에서 공구업이라 하면 생각이나 독서수준이 낮다고 보는 경향도 있고, 그러니 직원들 자체적으로도 자존감이 떨어지는 게 사실입니다. 공구상은 유통업이고 서비스업이라서 모든 고객이 사장이고, 그 사장 밑에 있는 직원의 꿈도 가게 차리는 거에요. 그런데 왜 가게를 차리고 싶은지 보면 돈 벌고 물질적으로 풍요롭고 싶어서라는 게 솔직한 답변이죠. 그런데 이 자존감은 나로 인해서 누군가가 윤택해지고 도움이 되어서 행복한 느낌을 갖게 되고 그걸 서로 주고받아야 높아집니다. 장사를 할수록 자존감이 높아야 하고 그래야 상대방의 고민이나 원하는 바를 알고 소통할 수 있습니다. 저는 공구업에 독서열풍이 꼭 불어야 한다고 봅니다. 현재 공구시장이 한계에 온 마당에 책만으로 무슨 도움이 되겠는가라고 생각하시지 싶어요. 그런데 책을 통하지 않고는 다른 경쟁력은 나오기 어렵다고 전 확신해요. 누가 장사 잘한다고 그걸 따라한다고 사업 잘되는 거 아닙니다. 같은 방법으로는 경쟁할 수 없어요. 차별화가 필요하고 시장자체를 개발하려면 차별화에 대한 책 20권만 읽고 A4 10페이지로 정리해보세요. 그럼 새로운 시장과 고객, 방법이 분명 보일 겁니다. 새로운 시장을 찾고 차별화 전략을 펴려면 생각이 달라야 하고 그걸 위해 책이 필요합니다. 제가 볼 때 자신만의 경쟁력, 즉 날카로운 송곳을 만드는 것은 결국 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