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AL
스탠리블랙앤데커 홍성완 동북아시아 사장
성장보다 지속가능
“사용자 입맛 맞추며 유통사와 오래도록 함께”
스탠리블랙앤데커 홍성완 동북아시아 사장
작년한해 전동공구 시장은 가격질서 문제로 된통 성장통을 겪었다.
제조사의 판매정책 문제냐, 유통사의 자정노력 부족이냐를 두고 갑론을박이 이어지는 가운데, 전동공구 3위 브랜드 스탠리블랙앤데커는 동북아 시장을 하나로 보는 전략을 폈다.
한국, 일본, 대만을 총괄하는 동북아시아 사장에 홍성완 스탠리블랙앤데커 전 한국지사장이 발탁됐다. 이제부터 매출그래프를 쭉 올릴 것이라는 업계의 예상과는 달리, 홍 사장은 ‘성장보다는 롱런’을 피력했다. 결코 서두르지 않는 그를 만나봤다.
스탠리블랙앤데커는 170년 역사의 미국 최대 수공구 회사 스탠리가 120년 역사의 전동공구 강자 블랙앤데커를 2010년 인수합병함으로써 태어난 회사이다. 둘 다 업계 1위 회사이며, 서로 합쳐 덩치를 키워 경쟁력을 높였다. 원래 블랙앤데커에는 디월트라는 전문가용 공구 브랜드와 기업명으로 같이 쓰고 있는 블랙앤데커라는 가정용 브랜드가 있었다. 현재는 스탠리에서는 전동공구와 수공구, 디월트에서는 전동공구와 전동공구 액세서리, 공구함 등이 나오고, 블랙앤데커에서는 전동공구와 가정용 청소기가 나온다. 세 브랜드 모두 전동공구를 공통분모로 두고 있다.
홍성완 사장은 2005년 디월트 마케팅 담당으로 입사했다. 다루는 브랜드가 많아 판매전략이 헷갈리지 않는가라는 질문에 “많이 아는 브랜드인가, 아니면 얼마나 좋은 이미지를 가졌는가 라는 두 가지 측면이 있는데, 처음에는 사과를 많이 담아야 하지만 어느 정도 지나면 얼마나 좋은 사과를 담느냐가 더 중요하다”며 브랜드 전략에 대한 운을 띄었다.
각 브랜드별 전략이 어떻게 다른가?
“스탠리는 워낙 오랜 역사의 수공구이니까 사람들이 많이 알고는 있지만 정확하게 무슨 제품이 있는지 잘 모르며, 이미지가 좋다 나쁘다를 말하기는 아직 이른 단계이다. 디월트는 많이 알지는 못하지만 전문가들 사이에 평판이 좋은 브랜드이다. 블랙앤데커는 가정용소비재 시장에서 이 둘 다를 지향해야 한다. 즉 스탠리는 준전문가용 혹은 일반작업자용, 디월트는 전문가용, 블랙앤데커는 가정용이라는 주요 포인트를 두고 있고 거기에 맞게 브랜드 이미지 메이킹 및 판매전략을 짜고 있다.”
그럼 각 브랜드별 유통방식이 달라지겠다.
“블랙앤데커와 디월트는 판매채널이 확연히 다르다. 디월트는 전문가용이라 기존의 전통적 유통시장으로 나가고, 블랙앤데커는 가정용이기 때문에 마트나 온라인 등으로 나가고 있다. 물론 지금까지는 서로 유통망이 겹쳤지만 앞으론 확실히 차별화를 두려고 한다. 마트에 나가는 가정용 제품은 디자인이나 감성적 접근에 더 신경을 쓰고, 기존 전통적 방식의 유통시장에는 성능 중심의 디월트를 중심에 둘 것이다. 그게 제품 경쟁력과 시장특화를 위해 유통업체들이나 저희에게 더 좋은 방법이다.”
2014년 스탠리블랙앤데커는 사업이 잘 되었나?
“선방한 정도? 두자리 수의 성장을 했다. 하지만 시장의 60%는 B와 K이니 우리의 영향력은 아직 미미할 것이다.(웃음)”
동북아시아 사장이 되셨으니 매출을 확 키워야하지 않겠나.
“전 그리 생각하지 않는다. 굳이 따라잡아야만 살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지금의 포지션을 잘 유지하면서 자기의 고유한 경쟁력을 강화하는 것이 앞으로 더 중요할 것으로 본다. 왜냐하면 등수가 문제되는 경우는 똑같은 전략을 가지고 있을 때이다. 1등과 2등에 비해 3,4등이 물량적으로 안되니까 밀리는 거다. 그런데 1,2등과 전략이 다르다면 주변 환경과 상관없이 계속 고유한 성장을 할 수 있다.”
홍성완 식 전략은 무엇이 다른가?
“전략이 특별하다기보다 모든 비즈니스의 근본은 같다. 장사의 기본은 신용이고, 그 다음은 오래가는 것이다. 제가 한국의 공구업계에서 일을 해보니 비즈니스가 오르락내리락 하지 않고 쭉 가려면 거래선과의 신뢰가 첫째더라. 그 다음이 좋은 품질, 계약시 보장사항, 또 저희측의 일관성있는 영업정책도 필요하다. 어떤 업체는 가격정책이 상황에 따라 막 움직이는데 그럼 일관성과 신용이 떨어진다. 그래서 저는 이 신용과 일관성만 지키면 비즈니스는 망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저는 항상 더 잘 하기 위한 전략보다는 망하지 않기 위한 전략에 관심이 많다. 왜냐하면 내가 만약 1,2등 한다면 특별히 잘해서라기보다 이전의 1,2 등이 헛다리를 짚으며 실수를 해서 등수가 바뀌는 것이다. 그래서 지금 부족한 것 보충하고 잘하는 것을 챙겨서 내 힘의 균형을 맞춰 롱런하는 것이 중요하다. 무조건 성장하고 공격하는 정책은 이제 성공을 보장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공부를 미국에서 하셨다. 공구업에 어떻게 오게 되셨나?
“한국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미국에서 토목학으로 학사, 석사를 했다. 풍동학(Wind Engineering)이라고 고층건물이나 교량을 설계할 때 바람에 의한 진동을 반영하는 것이 내 전공이었다. 졸업할 때가 IMF라서 계획돼 있던 연구소 입사가 다 취소되었다. 이걸 두고 팔자라 하나(웃음). 동아건설에 입사했고, 이후 미국계 전기회사의 한국법인에서 영업을 했다. 엔지니어링보다 세일즈가 재밌더라. 두바이 공사 등에 입찰작업을 했다. 한 5년 하니까 그 전기회사가 좋은 브랜드라서 어느 정도 해두면 저절로 돌아가더라. 그때 제 나이가 30대 초반. 젊은 놈이 이리 편하게 살아서 되겠나 싶은 불안감이 들었다. 다른 파트에서 전략으로 움직이는 마케팅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고, 그래서 디월트를 만나게 됐다.”
공구계라는 것에 대한 당시의 생각은?
“솔직히 처음에는 별로였다(웃음). 당시 제가 느끼기에 공구쪽은 관계중심이라서, 예를 들어 내가 아무리 열심히 해도 5년 늦게 시작했으면 그 앞사람을 뛰어넘지 못하는 구조였다. 그런데 전동공구시장은 관계중심보다는 프로모션이나 여러 가지 서비스에 의해 활발히 움직이고 있어 그게 좋았다. 물론 처음에는 이거 잘못 온 거 아닌가 했다. 왜냐하면 디월트나 블랙앤데커의 브랜드 인지도가 떨어져 있었으니까. 하지만 마케팅 전략이라는 매력적인 분야를 보고 시작한 건 참 잘한 일 같다. 지금 후배들에게도 그렇게 조언한다. 회사나 대상을 보기보다 일을 보라고.”
2005년 와서 2009년까지 사실 현장에서 매니저 일을 하셨는데, 실수담이나 재밌는 일은 없었나?
“처음에 나가보니까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했다. 사실 다들 아무도 말을 안해주더라. 하루 종일 옆에 서 있다 온 적도 있다. 하루는 구로의 모 공구상 S과장에게 다짜고짜 물었다. ‘전동공구 잘 하려면 어떡해야 돼?’ 딱 그러더라고. ‘한국시장은 2KG 해머랑, 4인치 앵글그라인더, 충전공구, 이렇게 세 개만 먹으면 시장석권이다’ 느낌이 확 왔다. 아무도 말 안해주던 그때 날 도와준 S과장에서 지금도 참 고맙게 생각한다.”
당시 누가 봐도 공구상 기름때와는 어울리지 않게 영어도 잘하고, 외국유학도 하고, 양복 쫙 빼입은 그. 매일 청계천과 구로 등지로 나가 죽치고 앉아 있었다. 나이 많은 공구상 아저씨들은 ‘저 놈이 저러다 떨어지겠지’하며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디월트에서 왔습니다” 해봤자, “뭐? 데왈트?”하는 소리만 돌아왔다. 당시 DEWALT는 읽기 어려운 노란 글씨. 몇 번을 입모양을 오므리고 벌려 얘기하면 “아, 노랭이?”라고 했다. 발음도 안되는 저것을 어떻게 팔지 앞이 캄캄했다. 그래도 몇 나절을 앉아있으면 ‘비싸다’는 고객의 소리부터, 열 명 중 한 명은 디월트를 찾는 사실, 그리고 희한하게도 배터리는 꼭 하나씩 더 산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그 S과장의 얘기를 듣고 사무실에 와서 제품을 펼쳐보니 우리회사 해머와 그라인더는 경쟁력이 떨어지고 충전도 12볼트가 대세인 시장에서 우린 18볼트로 너무 앞서가기만 했어요. 또 동급 14.4볼트도 경쟁사에 비해 30-40%나 비싸서 제품은 좋은데 비싸서 살 수 없는 제품이었죠. 거래처에 나가 제가 직접 제품을 팔아보면서 ‘우리 것은 왜 안팔릴까? 어떻게 하면 팔까’ 살펴보면 희한하게 배터리를 하나씩 더 사는 것을 볼 수 있었어요. 거래처 사장님들께 물었죠. 우리가 배터리를 하나 더 추가로 주면서 배터리는 반가격으로 주면 팔리겠는가. 다들 얼른 답을 안하세요. 그런데 한분이 딱 그래요. ‘두 개 원하는 사람 있으면 그대로 팔고, 아니면 배터리는 배터리대로 팔아도 우리는 남는다. 그러니 달라’ 가격대가 비싸서 안팔리던 것을 배터리를 하나 더 주고 그 배터리 추가가격을 내리는 걸로 프로모션을 잡았습니다. 며칠 만에 200~300개가 싹 나가버려요. 수요가 배터리 가격 내린 만큼인 30~40% 느는 게 아니고, 두세 배씩 느는 겁니다. 공급이 딸려서 나중엔 공장에서 아예 투팩으로 나오도록 했습니다. 이게 굉장히 성공을 했고, 시장에서 베스트셀러가 됐어요. 현장에서 버티니까 답이 나오더라고요. 도움을 준 대리점과 영업직원 모두에게 참 고마웠어요.”
작년 8월 동북아 사장으로 발령 받으니 기분이 어떻던가? 글로벌 브랜드의 현지 법인 수장이 됐다.
“일단 제가 잘해서가 아니라 전임자가 중국으로 발령이 나는 바람에 어부지리로 온 자리다(웃음). 처음엔 기분이 좋다기보다 ‘이제 다 놀았구나!’ 했다. 그래도 책임감은 크게 느껴졌다.”
한국 일본 대만, 동북 3개국의 전동공구 시장을 비교한다면?
“일본과 대만은 한 달에 일주일 정도 출장을 간다. 대만은 지금 우리를 따라오는 형국이고, 일본은 우리보다 훨씬 앞섰다. 일본 시장 자체는 아시아 전체시장과 일대일 규모가 될 만큼 엄청나다. 다만 우리 스탠리블랙앤데커 입장에서 보면 일본은 마끼다, 히타치 같은 전문 브랜드가 워낙 잘 되어 있어서 우리 디월트가 들어갈 시장이 없다. 그래서 블랙앤데커 가정용만 시장에 넣고 있다. 대만은 시장 자체가 크지 않고 또 유통모습이 총판 형식의 도매만 있다. 기업입장에서 볼 때 단기 성장 가능성은 대만이 가장 크다.”
한국의 전동공구 시장은 어떻게 보나? 지난 10년간 몸담으면서 가장 크게 느낀 변화는?
“첫째는 유통구조의 변화다. 제가 뭐라 할 입장은 못되지만, 유통사에 대한 마진이 점점 떨어지는 상황이 됐고, 그러니 제조사든 유통사든 자체 경쟁력이 필요하다. 예전처럼 제품 사다 넘기기만 하는 방식으로는 앞으로 힘들지 않을까 한다. 둘째는 온라인의 성장이다. 막을 수 없는 대세가 됐다. 사용자들이 온라인에서 쉽게 가격정보, 제품 정보도 직접 주고받으며 제품과 관련된 정보가 오픈이 다 돼서 기존 유통라인이 힘들게 됐다. 셋째는 전동에서만 보자면 충전공구(Cordless)의 성장이다. 사용자의 요구변화를 직시하고 거기에 맞춰야 한다는 큰 신호라고 본다.”
기존 유통채널에서는 온라인 때문에 아주 힘들다.
“인터넷을 가격경쟁으로만 보면 안된다. 가격이 싸다는 것만으로 G마켓, 11번가에 가는 것 아니다. 거기 가면 제품정보, 가격정보 다 있고 구매 결제 배송이 다 편리하다. 이런 편리성 때문에 인터넷으로 가는 것인데, 가격 때문에 그렇다고 남 탓을 하면 안된다. 따라서 유통사 입장에서가 아닌 최종 사용자 입장에서의 제품 판매전략 및 지역의 최종사용자를 위한 매장전략이 나와줘야 한다. 공구는 식품이나 옷 같은 최종소비재가 아니기 때문에 마케팅 방법이 다르다고 미리 소비자를 알아갈 길을 차단하는데, 이제는 다르다. 최종사용자의 취향과 전문성, 개성을 각각 고려하며 제품과 유통방식을 만들어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제조사가 할 일을 묻는다면?
“제조사 너희는 뭐할 거냐는 질문을 받을 수 있는데 솔직히 유통사만을 위한 전략을 내기는 어렵다. 함께 최종사용자를 위한 전략을 세워야 할 때라고 확신한다. 저 역시 제조사와 유통사를 한 덩어리로 본다면 너무 온라인으로 쏠리는 것에 대해서는 경계를 한다. 지금 한국의 유통이 무너지는 게 일본의 예전 상황과 같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더욱 심각하다. 그때는 일본에 인터넷이라는 변수가 없었다. 그만큼 시장질서가 지금 중요한 시기라는 말이다. 저희는 앞으로 무조건 최종소비자 중심이다! 그래서 최종 사용자가 좋아야 유통과 제조도 성장하고, 오래오래 롱런한다는 것을 보여줄 생각이다.”
앞으로 스탠리블랙앤데커에서 강화할 부분은?
“역시나 최종소비자를 위한 선택을 할 수 밖에 없다. 저희가 부족한 부분을 보면 배송과 A/S인데 경쟁사에 비해 많이 떨어지는 것 같다. 이 부분을 개선해 고객만족도를 올리려 생각한다. 그게 유통사에게도 좋은 일 아닐까 한다. 오래오래, 함께 가길 바란다!”
홍성완
페어레이디킨슨대 토목공학과 학사, 콜로라도주립대 토목공학과 석사, 2000~2001 동아건설 근무, 2001~2005 에머슨일렉트릭코리아 영업매니저, 2005~현재 블랙앤데커코리아 근무, 2014.8~ 스탠리블랙앤데커 동북아시아 사장
스탠리블랙앤데커
영화에 나온다
금고털이범의 세계를 다룬 화제작 ‘기술자들’에 스탠리블랙앤데커 제품이 협찬돼 관객을 찾았다. ‘공모자들’의 감독 김흥선의 야심작으로 김우빈, 김영철, 고창석, 조윤희 등이 출연한다. 빌딩과 부두를 오가는 씬에서 스탠리블랙앤데커 제품을 찾는 재미도 공구계 종사자들에게는 색다른 흥밋거리.
글 _ 서상희 · 사진 _ 김민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