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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회] 2025 중국 광저우전시회 현지취재

 

2025 '중' 광저우 전시회 현지취재


중국공구, 가격 품질 편견 ‘확’깨고 미국과 대결

 

매년 봄·가을 두 차례 개최되는 산업박람회인 광저우전시회(캔톤 페어).춘계 전시의 개최일인 4월15일부터 137회 광저우 전시회를 방문해 중국의 기술 발전과 중국 공구의 품질 혁신을 목도하고 돌아왔다.

 

 

세계 최대 규모의 산업박람회


‘인산인해(人山人海)’ 광저우 전시회의 첫 느낌이다. 전시장은 방문한 관람객들로 해일이 밀려오는 듯하고 숲을 이루는 것 같았다. 이번 4월 행사로 137회째를 맞은 중국 광저우 전시회의 방문객 수는 1기(4월15~19일)에만 무려 25만 3천여 명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온라인 방문객 수는 45만여 명에 이른다.
중국 최대 산업박람회인 광저우전시회(캔톤 페어)의 전시장 면적은 155만 평방미터로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전시장인 킨텍스의 세 배, 실내 전시면적은 50만 5천 평방미터로 세계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이번 전시에는 총 3만 천여 업체들이 참가해 자신들의 제품을 전 세계 바이어들에게 소개했다. 공구와 기타 산업용자재를 전시하는 1기 전시에 참가한 업체의 수만도 1만여 곳에 달해 각 업체의 부스가 설치된 전시장은 정말 끝이 보이지 않았다. 전시회 관람일이 진행될수록 그 규모에 점점 더 압도되어 갔다. 전시회가 아니라 마치 공구로 된 나라에 온 것 같았다.

 


올해 첫 개관한 서비스 로봇관


올해의 광저우 전시회는 AI와 자동화에 집중하고 있는 분위기였다. 작년까지는 없었던 서비스 로봇관이 올해는 대규모로 첫 문을 열었고, 전시관 안에는 50여 곳의 로봇 업체들이 부스를 마련해 로봇 시연을 하고 있었다. 중국은 AI와 로봇 역시 주목할 만한 국가다. 현재 중국은 로봇 생산 규모와 수량에서 세계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전시관에서 시연을 하고 있는 로봇들을 보고 있자니 휴머노이드 로봇(인간형 로봇)의 생활화가 그리 멀지 않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다만 가격은 아직 비싸 휴머노이드의 경우 2천만원 대, 동물형 로봇은 5백만원 대였다.
로봇 등 각종 산업제품 뿐 아니라 공구업체 가운데서도 자동화 공구를 선보이는 업체들이 많았다. 작업공구의 경우 오리지널 작업공구를 자동화 및 전동화한 공구들이 눈에 들어왔다.

 

입구부터 수많은 관람객으로 들어차 있다.

 

대륙의 실수? No! 대륙의 기술


‘대륙의 실수’라는 말이 있다. 기술력이 뛰어난 중국 제품을 우스갯소리 삼아 실수로 잘 만들었다고 폄하하는 말이다. 그러나 이번 방문한 광저우전시회의 공구 및 각종 제품들에서는 더 이상 실수란 없었다. 대륙의 뛰어난 기술력만이 존재할 뿐이었다. 눈으로만 봐도 높은 품질이 느껴졌다. 중국 공구의 품질은 일본 유럽 미국 등 세계 유명 브랜드와 이미 어깨를 나란히 한 듯했다. 게다가 가격적인 부분까지 생각한다면 과연 중국산 공구를 뛰어넘을 만한 공구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중국산 제품, 그 가운데서 공구의 품질은 재료와 설비·제작도면·제작 방법 등 모든 면에서 상승한 상태다. 현재 전 세계 국가들의 하드웨어적인 발전은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는 상태이나 중국의 기술 발전은 멈추지 않고 나아가고 있다. 방문했던 한 작업공구 업체에서는 독일의 공구회사에서 자신들의 업체에 견학을 오고 있다고 전했을 정도다.

 

첫 개관한 서비스 로봇관의 로봇 시연 모습

 

뜨거운 분위기의 전동공구 섹션


공구 관련 전시장 가운데 분위기가 뜨거웠던 곳은 전동공구 파트였다. 각 업체의 부스마다 바이어들의 상담이 끝없이 이어지고 있었다. 품질은 뒤처지지 않으면서 가격은 저렴한 중국산 전동공구의 성능을 해외 바이어들도 인정하고 있는 분위기였다. 그도 그럴 것이 지금은 충전식 전동공구가 세계적인 대세를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리튬이온 배터리를 사용하는 충전식 공구는 가격의 상당 부분을 배터리가 차지하는데 리튬이온 배터리의 최대 생산 및 수출국이 중국인만큼 가격이 저렴한 것은 당연할 것이다. 게다가 현재 세계의 전동공구 브랜드들은 중국 공장에서 제조를 진행할 만큼 기술력 역시 뛰어나다는 점에서 바이어들에게 중국 전동공구가 매력적인 것은 논할 바 없을 것이다. 
전시장 입구 바로 앞에 대형 부스로 자리잡은 동청에는 해외 바이어들로 바글바글했다. 연구직 직원만 500명이 넘는다는 동청은 작년 세계 매출 1조 5천억 원을 기록했다. 동청 부스에서는 옥빛 전통복장을 입은 루메이화 여사도 적극적으로 바이어들을 맞이하고 있었다.

 

넓은 전시장에는 트램(전기 열차)도 마련돼 있다.

 

더는 없는 싸구려 ‘중국산’ 이미지


과거 ‘메이드 인 차이나’라고 하면 싸구려 제품을 상징했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바뀌었다. 이제 중국산이라고 낮은 품질을 떠올린다면 큰 코 다칠 수 있다. 공구 역시 품질이면 품질, 디자인이면 디자인까지 세계 유명 브랜드의 제품과 비교해도 결코 밀리지 않는다.
앞서 말한 것처럼 광저우 전시회 출품 업체는 3만 곳이 넘는데 품질을 인정받고 판매액이 일정 기준 이상인 브랜드만 참가 가능하다. 그럼에도 공구회사만 수천 곳의 업체에서 출품하였다는 것만으로도 중국 공구의 전반적인 품질 고조를 알 수 있다. 전시장 내 부스들에는 CE마크(유럽의 품질 인증 마크)가 없는 업체는 찾아보기 힘들다. 측정공구 업체 가운데에는 일본의 JIS인증은 물론, 엄격하기로 유명한 독일 MID인증을 받은 업체도 많았다. 세계로의 수출을 기본 목적으로 하는 전시회인 만큼 품질 검사나 각종 인증은 더욱 확실하게 진행하는 느낌이었다. 또한 카피 제품과 불법복제품도 경계하는 분위기였다. 세계특허가 난 기술은 절대 적용하지 않고 다른 방식으로 제품 개발을 진행하고 있었다. 이런 엄격함 역시 해외무역에 필수적인 요소일 것이다.

 

통로에 디자입체의 부스도 여럿 보인다.


수출입, 무역의 관문 광저우전시회


2025 춘계 광저우 전시회에서는 디자인적인 측면에서도 집중하고 있었다. 전시장 사이의 메인 통로에는 10여 개의 각종 산업디자인 업체들의 부스가 설치되어 제조사와 디자인업체의 작업 연계가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는 느낌이었다. 이제 중국의 공구 및 각종 제품들은 품질을 넘어 디자인에까지 신경을 쓰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제품의 외형 디자인은 물론 포장 디자인도 남달라 ‘소유하고 싶다’는 느낌을 주는 제품들도 여럿 보였다. 전시장 곳곳에 설치된 패널에서도 광저우 전시회에서 진행하는 디자인 어워드 소식은 물론 디자인과 산업제품의 연계에 대한 영상이 계속해 흘러나오고 있었다.

 

바이어 상대 중인 동청 루메이화 여사


광저우 전시회는 지역명(광둥성)을 딴 캔톤 페어라는 명칭뿐 아니라 ‘중국 수출입 박람회’라는 이름도 갖고 있다. 그만큼 전시장에는 디자인업체들 뿐만 아니라 무역계좌 개통을 위한 각종 은행들의 부스와 무역 업무를 진행하는 관공서 부스들 역시 개설되어 있었다. 제품 제조에서 디자인, 거기에 세계로의 무역까지 체계적으로 연계되어있는 광저우전시회의 역할이 확실하게 전달됐다.

 

 

17~18세기 유럽 국가들의 아시아 진출 시기 청나라 대유럽무역의 최대 항구였던 광저우. 광저우는 현재까지도 중국 수출입무역의 중심지이자 무역의 관문으로서 제 역할을 다하고 있는 것이다.

 

 

높은 여성의 위상… SNS홍보도 활발


부스를 돌아보는 가운데 살짝 놀랐던 것은 각 부스에서 바이어들을 상대하는 직원들 가운데 여성이 남성보다 많았다는 점이다. 중국의 공구 제조사 가운데에는 여성이 대표를 맡고 남편이 공장장을 하는 브랜드가 많다고 한다. 지금은 사라진 정책이지만 과거 1가구 1자녀 정책을 오랜 기간 고수해 와 남녀 차별이 없고 여성 인권이 높은 중국의 모습을 반영하고 있는 것 같았다. 남자 직원은 한 명도 없이 여성들만 있는 부스도 수차례 눈에 들어왔다. 그런 부스는 대개 여성 대표가 나와 있는 부스라고 한다.

그와 함께 현재 중국에서는 SNS를 통한 라이브 현장판매가 대중화된 상태이고 그 판매액도 어마어마한데 그런 중국의 분위기를 반영하듯 스마트폰 어플을 통한 라이브 홍보를 진행하는 부스와 기타 인터넷 방송을 진행하는 인플루언서들도 전시장 곳곳에 보였다.

 

휴대폰 SNS로 라이브 홍보를 하고 있는 모습

 

부스에는 여성 상담직원들이 남성보다 더 많았다.
 

세계화 발목 잡는 구시대의 흔적


공구를 포함한 중국산 제품들의 품질은 확실히 혁신적일 정도로 높아졌다. 다만 그와 함께 ‘중국산은 무조건 저렴하다’하는 이미지도 이제 옛말이 되어가는 느낌이었다. 하드웨어의 품질만을 따져봤을 때 중국산이 저렴한 것은 물론이다. 하지만 뛰어난 하드웨어적인 품질에 사용상의 디테일함까지 갖춘 공구의 가격은 이제 세계 유명 브랜드와 엇비슷할 정도까지 높아졌다. 덕분에 ‘품질은 좋지만 그 가격으로 중국 공구를?’하는 구매자와 중국 공구 제조사들의 딜레마가 형성되어 가는 분위기였다.

 

광저우 전시회의 마스코트 ‘하오바오’와 ‘하오니’


또한 높아진 중국 공구의 품질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남아있는 구시대적 흔적 역시 고개를 갸웃하게 했다. 유명 브랜드의 독특한 컬러를 그대로 따라하고 브랜드명 역시 철자를 조금만 바꾼 브랜드나 세계적 회사의 로고를 그대로 가져온 브랜드, 유명 브랜드의 폰트와 동일한 폰트를 사용한 브랜드 등이 가끔씩 눈에 들어왔다. 그런 점이 오히려 중국산 공구에 대한 신뢰도를 떨어뜨리고 중국 공구의 세계화에 발목을 잡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광저우 전시회에서는 많은 아랍·아프리카계 바이어 및 관람객들이 눈에 들어왔다.

 

미국의 대중국 관세압박 먹힐까?


현재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 압박으로 중국과의 격심한 대립 구도를 형성 중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올해 광저우 전시회에는 세계 214개국에서 25만여 명의 바이어들이 전시장을 찾았다. 중국은 2000년대 초반부터 동남아·중앙아시아·아랍·아프리카를 잇는 경제벨트, 일명 ‘일대일로(신 실크로드)’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덕분인지 광저우 전시회를 찾은 관람객들 가운데 인도, 아랍, 아프리카계 관람객들이 절반 이상을 차지할 정도였다. 전 세계로부터 방문한 수십만 명에 달하는 관람객의 규모를 볼 때, 미국의 중국을 향한 관세 압박에도 중국은 쉽게 물러서지 않을 것이라는 예감이 강하게 들었다.

 

결코 무시해서는 안 될 중국의 기술력 


중국인들은 과거 하나라 상나라 때부터 지금까지 이어 온 5000년의 역사에 대한 우뚝한 자부심을 갖고 있다. 미국의 견제에도 그 5000년의 역사를 쉽게 이기지 못할 것이라는 자신감이 이번 광저우 전시회에서 보였다.
그런 자신감은 허황된 것이 아니라 현실적인 것이다. 미국을 넘어 전 세계인들은 중국의 기술력을 경계해야할 필요가 있다. 결코 중국을 무시해서는 안 된다. 이제 대륙의 실수는 없다. 중국의 혁신적인 기술력만이 있을 뿐이다.

 

  

글·사진 _ 이대훈

 

도움말 _ 이상호 크레텍 해외마케팅팀 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