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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곳은 달라도 우린 젊은 ‘목수수첩’

 

디자이너, 떡볶이집, 화장품샵, 발레, 서울대…
 

온 곳은 달라도 우린 젊은 ‘목수수첩’

 

목수수첩 팀원들의 이력은 정말로 다양하다. 디자이너, 떡볶이집 대표, 화장품가게 운영, 발레 전공, 서울대 출신… 그런 경력에서 목공 쪽으로 인생의 방향을 돌린 목수수첩 팀원들. 과연 그들의 수첩에는 목공의 매력이 무엇이라 적혀 있을까?

 

(왼쪽 상단부터 시계방향으로) 이경수, 조우진, 장윤해, 이재준 그리고 이준호 팀장

 

목수에 대한 인식 바꿔보고자 꾸린 목공팀


인테리어 목공 팀 ‘목수수첩’은 이준호 팀장이 꾸린 팀이다. 팀장은 목공이라는 일에 대한 사회의 인식과 목수 본인들이 가진 자기 직업에 대한 평가절하를 바꿔보고자 하는 마음에서 팀원들을 모았다. 목수일은 흔히 지인 추천이나 직업소개소를 통한 채용으로 인력이 충원되곤 한다. 하지만 이준호 팀장은 인터넷 그리고 유튜브의 채용 공고를 통해 1차 서류심사, 2차 면접을 거쳐 팀원들을 뽑았다. 작업을 하는 몇날며칠의 시간을 함께 동고동락해야 하는 사람들을 뽑는 거니 어쩌면 그런 절차는 당연할 것이다.

 

목수수첩 팀원을 모은 이준호 팀장. 목수에 대한 인식을 바꾸고자 팀을 꾸렸다.


“함께 오랫동안 생활해야 하는데 기본 정보는 알아야 하겠죠. 어떻게 커 왔고 어느 학교 무슨 전공, 어떤 일을 했었고 어떤 마음으로 목수를 하려고 하는지 들어봐야 하니까요.”


그렇게 뽑은 팀원들은, 꼭 젊은 사람을 뽑아야겠다 하는 생각에서가 아니었지만 다들 젊었고 각자가 가진 목수 일을 하고자 하는 생각 역시 분명했다. 그리고 경력 또한 다양했다. 어쩌면 그들을 모은 팀장이 그런 사람이기 때문이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다채로운 이력의 목수수첩 팀원들


올해 나이 마흔다섯 이준호 팀장은 대학에서 레저스포츠학과를 졸업했다. 운동을 무척 좋아했지만 체대까지 갈 정도는 아니라는 생각에 진학한 학과다. 졸업 후에는 목공이 아닌 인테리어 디자인 일을 하며 도배 작업, 페인트 작업 등 여러 인테리어 공정을 컨트롤했다. 그러면서 느낀, 목공 일이 너무 재미있어 보인다는 생각에 목공 쪽으로 인생의 방향을 전환했다.
나이 마흔하나인 조우진 실장은 목수수첩에 들어오기 전, 벽이나 가구 등에 필름 래핑하는 일을 했고 그 전에는 화장품 로드샵을 운영했다. 실장은 젊은 시절, 대학교를 졸업하고부터 목공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다. 하지만 마땅한 기회를 찾지 못해 집에서 하던 일인 화장품 로드샵을 운영하다 목수수첩 채용 공고를 보고 지원해 목수로 전향했다.
올해 서른셋, 장윤해 목수는 서울대학교 자유전공학부 출신이다. 수능에서 네 문제를 틀려 의대 진학도 가능한 상테에서 자신이 무슨 일을 좋아하는지 몰라 자유전공학부로 진학했다. 그러고도 자기 적성을 찾지 못해 1년 만에 학교를 그만뒀다. 이후 음악활동, 수제맥주 제조 등 다양한 일을 하다 인테리어에 관심이 생겨 혼자 집을 꾸미게 됐고 그 과정에서 목공의 매력에 빠져 목수수첩에 합류했다.


목수가 된 떡볶이집 대표와 발레리노


나이 서른하나의 이경수 목수는 회사생활을 하다 개인사업에 도전해 떡볶이가게를 차렸다. 가게를 하면서 돈을 아끼려 반 셀프로 매장을 꾸몄는데 그 과정에서 함께 일하는 목수들이 참 멋있게 보였더랬다. 원래 요리 등 손으로 뭘 하는 걸 좋아하던 이경수 목수는 결국 손으로 작업하는 목공 일을 직업으로 삼게 됐다.
역시 서른하나 이재준 목수는 대학 시절 발레를 전공으로 한 발레리노 출신이다. 하지만 졸업 후 어떤 일을 하면 좋을지 고민하다 요리를 선택해 일식돈까스 가게를 차려 3년 6개월간 운영했다. 대학 시절부터 목공 쪽에도 관심이 많았던 그는 목수수첩의 지원공고를 보고 기회가 됐을 때 한 번 해보자는 생각으로 목수수첩에 지원하게 됐다.
이렇게 다양한 경력을 가진 목수수첩의 팀원들. 하지만 채용 서류를 넣을 때만 해도 모두들 전문적인 목공 지식은 전무한 상태였다. 그런 팀원들을 뽑아 기초부터 하나하나 가르치기로 마음먹은 이준호 팀장도 참 대단하다면 대단하다.

 

조우진 실장. 대학 졸업 후부터 목수에 대한 꿈을 키우다 목수수첩에 지원했다.

 

젊다는 것이 장점만은 아닌 목공 일


목수라는 일에는 정년이 없다. 나이 여든이 넘은 목수들도 자신이 맡은 할당량을 확실하게 수행한다고 팀장은 말한다. 나이가 젊다는 것이 목수에게는 꼭 장점만은 아니다. 경험이 부족할 수 있고 또 작업을 의뢰한 사람이나 업체 측으로부터 어리다는 이유만으로 조금 얕잡아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준호 팀장은 동아리 같고 가족 같은 팀을 꾸려나가 보자는 생각에 젊은 팀원들을 마다 않고 받아들였다. 나잇대 비슷한 젊은 목수수첩 팀원들이 함께 일하다 보니 친밀감도 더욱 강하게 생겨났다.


“전부터 이런 팀을 꾸리고 싶었어요. 나이가 좀 있으신 분들에게는 농담 건네기도 쉽지 않은데 지금 우리 팀원들은 누가 좀 지쳐 있을 때 파이팅 한 번 외치면 기운 나는 것도 있고. 젊은 친구들이 같이 일하니까 작업에 시너지 효과가 있는 것 같아요.”


고향이 전주, 구미, 서울, 아산, 청주로 각자 다른 팀원들은 본부 사무실이 있는 청주 근처에 각자 자신들의 숙소를 구했다. 그리고 팀장의 지시에 따라 함께 전국을 다니며 쉴 틈 없이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장윤해 목수. 서울대에 입학했으나 적성을 찾지 못해 그만두고 목공에서 그 답을 찾았다.

 

목공이라는 일을 발견한 건 행운


부모 슬하에서 태어나고 자라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그리고 대학까지 다니며 시간을 보내는 이유는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를 깨닫고 나중에 어떤 일을 해야 좋을지를 찾는 과정이라 할 수 있다. 목수수첩 팀원들 역시 학창 시절과 각자의 전 경력들을 거치는 과정에서 결국 목수라는 직업을 선택했다. 그들을 목수의 길로 이끈, 목공의 매력은 과연 무엇일까? 무엇보다도 자신의 손으로 뭐든 다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이 목공의 매력이라고 팀원들은 말한다.


“제 머릿속에 있는 걸 눈앞에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매력인 것 같아요. 손으로 뭔가를 만들어낸다는 것. 생각만 해도 재미있지 않나요? 그리고 작업을 마쳤을 때의 성취감. 그것 역시도 목수라는 직업이 가진 매력이라고 생각해요.”


팀원들은 모두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찾았다. 목수라는 직업을 발견한 것, 그리고 목수수첩이라는 팀에 합류할 수 있었던 것이 행운이었다고 목수수첩 팀원들은 말한다. 

 

대학에서 발레를 전공한 이재준 목수. 높은 성취감이 목수라는 직업의 매력이라 말한다.

 

좋아하는 목공일에 반드시 필요한 ‘공구’


팀원들은 쉴 때에도 목공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팀과 함께하는 스케줄에 방해가 될까, 부상 방지를 위해 좋아하던 스포츠도 삼가고 있다는 팀장과 팀원들. 조우진 실장은 쉬는 날이면 체력을 비축하는 데 시간을 많이 사용한다고 한다. 또 유튜브 목공 영상을 시청하며 작업에 대한 지식을 학습한다. 아마 다른 팀원들도 매한가지일 것이다. 목공은 끊임없는 공부가 필요한 일이므로. 국내와 국외 유튜브 영상에서는 갖가지 공구 사용법이 펼쳐진다. 그런 영상들을 보면 새 기술을 익힐 수 있다는 생각에 팀원들은 가슴이 두근거린다. 새 공구를 봤을 때도 마찬가지다.
이준호 팀장은 새로운 공구를 구입했을 때 침대 바로 곁에 두고 잘 때도 있다고 한다. 그만큼이나 자신의 일을 좋아하고 일하는 데 꼭 필요한 공구를 아끼기 때문이다. 팀원들에겐 다들 자신이 애정하는 공구가 하나씩은 꼭 있다. 조우진 실장은 아래 위로 왔다갔다 하면서 원하는 모양을 원하는 대로 자를 수 있는 플런지쏘를 좋아한다. 이경수 목수는 인테리어 목공 작업에 반드시 있어야 하는 레이저 레벨기를, 장윤해 목수는 자기 마음대로 각도를 설정해 작업할 수 있는 원형톱을 꼽았다. 이재준 목수는 작업에서 제일 많이 사용하는 줄자를 이야기하며 자신도 기본에 충실한 줄자를 닮고 싶다 한다.

 

이경수 목수. 떡볶이집을 운영하다 목수수첩 팀원이 됐다. 레이저 레벨기를 가장 좋아한다.

 

현장직에 대한 인식이 달라진 현재


말한 것처럼 목공은 끊임없이 공부해야 하는 직업. 
알아 가면 알아 갈수록 새로운 목공법과 새로운 공구들이 눈에 들어온다. 이준호 팀장은 “돈 벌어서 새 공구 사는 거죠. 공구 사는데 돈 다 나가요”라 말한다. 그만큼이나 고성능의 공구는 가격이 만만찮다. 팀장이 보유한 슈나이더 브랜드의 테이블쏘는 2백만 원 정도. 조우진 실장이 보유한 페스툴 각도절단기는 130만 원을 훌쩍 넘는다. 장윤해 목수가 찬 다이아몬드백의 툴벨트는 벨트와 파우치만 78만 원이라고 한다. 비싸더라도 어쩔 텐가, 그만큼 재미있는 걸.

 


팀장 제외 팀원들의 나이 평균 서른 넷. 그야말로 청년들. 요즈음의 청년 가운데에는 직장에 다니는 것보다 기술을 가진 게 낫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많다. SNS에서 보이는 청년들의 목수들에 대한 인식도 과거와 많이 달라졌다. 취업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우리나라 Z세대(1990년 후반~2010년 초반 출생)들은 연봉 평범한 사무직보다 연봉 높은 현장직을 선호한다는 조사 결과도 나왔다. 이준호 팀장은 이처럼 인식이 바뀐 데 자신들의 역할도 컸을 거라 말한다. 목수수첩 유튜브 채널을 통해 젊은 목수들의 신나는 작업 이야기를 전파하고 있으니 말이다.

 

목수 선택에 후회는 결코 없어


이준호 팀장은 일상 속에서 인공지능(AI)과 로봇이 활성화되어가고 있는 세상에서 목수라는 직업의 인기는 더욱 높아질 것이라 한다.


“지금 식당에서 서빙도 로봇이 하고 있고 또 결재도 사람이 아니라 키오스크가 하고 있잖아요. 그런데 목수일 같은 경우는 로봇이 대체할 수 없는 작업이거든요. 그러다 보니까 앞으로 하려고 하는 사람이 더 많아질 것 같아요.”


하지만 그렇다고 무작정 목수라는 직업에 뛰어들 것은 말리고 싶다고 팀원들은 하나같이 이야기한다. 자기가 좋아하지 않는다면 추천하고 싶지 않다고, 지금 목수수첩 팀원들은 목수 일을 선택한 것에 후회는 결코 없다. 자신이 좋아하고, 하고 싶은 일을 선택한 것이므로. 그런 만큼 자신들의 선택에 책임지려 힘쓰고 있다. 
30년 후의 자신의 모습을 묻는 질문에 다들 하나같이 그 때도 목수 일을 놓지 않았을 거라 대답하는 목수수첩 팀원들. 그만큼이나 목수라는 직업의 매력은 엄청난 모양이다.


“목공 일에 매력을 느낀다면 한 번 도전해 봐도 결코 후회는 없을 거예요. 장담합니다.”

 

글·사진 _ 이대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