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인터뷰] ㈜제이스인더스트리스 서정철 대표이사
사업과 강연활동 병행하는
㈜제이스인더스트리스 서정철 대표이사
“공구업계 연구조사 수준 높이겠다”
기업의 성공을 결정짓는 요인에는 시설, 자금, 기술처럼 눈에 보이는 유형자산 외에도 눈에 보이지 않지만 구성원의 행동에 영향을 미치는 비전, 조직문화, 팀워크 등 무형자산도 큰 비중을 차지한다.
이 같은 무형자산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 몸소 다방면으로 노력하고 있다는 제이스인더스트리스의 서정철 대표이사. 그는 발전하는 국내 공구시장을 위해 지금까지 꾸준히 연구 활동을 했고, 앞으로도 공구시장 연구에 한평생 열정을 쏟을 것이라는 굳은 의지를 내비쳤다. 공구인 서정철 대표이사가 지금까지 살아온 인생, 앞으로 살아갈 인생에 대해 들어보자.
후배 사랑으로 탄생한 회사
서정철 대표이사는 제이스인더스트리스를 시작하기 전에 LG산전에서 25년이 넘게 근무 했다.
“전동공구사업부에서 중역으로 은퇴했죠. 지금은 괜찮지만 그때는 간 건강이 무척 나빴어요. 건강상의 이유 등으로 회사에서 나올 수밖에 없었죠.”
대학에서 외교학을, 대학원에서 경영학을 전공한 서 대표이사는 전동공구 분야에서 근무하며 쌓았던 지식을 바탕으로 주요 산업관련 전문 일간지에 칼럼 등을 연재하며 자신만의 확고한 전문기반을 만들어 나갔다.
“회사에 있으면서도 전기신문 등 신문에 전동공구와 관련한 다양한 글을 기고했어요. 퇴임 후에도 이 일은 계속했죠. 그러던 중 IMF가 터졌어요.”
서 대표이사가 회사를 나온 후 터진 IMF 사태로 많은 직장 후배들이 타의로 회사를 떠나야만 했다. 사람을 중요시 하던 그는 자신이 직접 여기저기 발로 뛰어다니며 퇴직한 직장 후배들이 재취업을 할 수 있도록 성심성의껏 도왔다. 그러던 중 서 대표이사에게 AEG로부터 귀가 솔깃한 한 가지 제안이 들어왔다.
“제가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해 후배들의 재취업을 지원했어요. 그러던 어느 날 독일 유명 전동공구 회사인 AEG에서 먼저 연락이 왔어요. AEG 한국총판을 해볼 생각이 없느냐는 제안이었어요. 이때 우습게도 가장 먼저 든 생각이 어떤 건 줄 아세요? ‘아, 회사를 차리면 전 회사에서 나와 재취업을 원하는 직장 후배들 15~20명 정도는 제가 직접 취업시킬 수 있겠구나’였어요.”
1997년 제이스인더스트리는 설립됐고, LG 퇴임직원 출신들로 직원을 채용했다. 이처럼 전동공구 전문 업체 제이스인더스트리스는 후배들의 앞날을 걱정하는 서 대표이사의 ‘후배사랑’ 마음으로 태어난 회사다.
첫 강의 시작, 대학 강단에 서다
1997년 회사를 창립하고 한참 사업에 박차를 가할 시점인 1998년. 서 대표이사에게 강의를 부탁한다는 제안이 처음 들어왔다.
“한국전기용품안전관리협회에서 KS마크를 딴 회사 CEO들을 상대로 ‘전기용품 안전 및 품질경영 교육’이라는 보수교육 강의를 제의받았습니다. 그게 제 인생의 첫 강의 시작이었죠.”
이후 서 대표이사는 ‘리더스컨설팅그룹’이라는 연구소를 운영하며 전문 경영 교수진들과 함께 포스코, 포스코건설, 대상그룹, ㈜건원건축 등 국내 굴지 대기업들을 대상으로 변화와 혁신을 위한 경영컨설팅을 진행했다.
이처럼 다방면으로 활동하면서도 서 대표이사는 전동공구 시장에 대한 연구도 게을리 하지 않았다.
서 대표이사는 그 전에는 단순 구두로, 근거 없이 업계에서 떠도는 루머들만으로 수요와 공급이 예측되고 있는 전동공구 시장을 날카롭고 정확한 시선으로 바라본 첫 인물이었다. 역설적으로 이는 그만큼 이 분야에 대한 전문가가 별로 존재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기도 하다.
“사실 전동공구뿐만 아니라 공구 시장 자체가 전문인들을 통한 조사 연구 결과물이 별로 존재하지 않습니다. 때문에 정확한 수치와 조사를 밑바탕으로 한 수많은 연구 결과물들은 실질적으로 공구시장에서 활동하는 공구인들에게는 꼭 필요한 자료들이죠. 이 자료를 만들고 이를 공구인들과 공유하기 위해서 항상 노력했습니다.”
신뢰성과 공신력을 얻기 위해 서 대표이사는 전문 리서치 기관과 업무 제휴를 통해 그때까지 중구난방으로만 존재했던 전동공구 시장의 수요와 공급 예측을 정확히 측정해 보고서를 작성했다. 서 대표이사가 작성한 보고서는 주요 산업 신문, 잡지 등을 통해 공구인들에게 전달됐다.
“전 제가 작성한 정보를 특정인들에게만 공개할 마음은 없습니다. 공구인들 모두가 다 발전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는 것이 어찌 보면 제 연구의 궁극적 목표일 겁니다. 그래서 항상 신문사들이 기고문을 요구할 때 ‘이건 독점적으로 제공하는 정보가 아니다, 누구든지 접근 가능하고 재가공 가능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라는 조건을 내걸었죠. 누군가에게는 정보 접근이 허락되고 또 누군가에게는 금지된다면 그건 정보로써의 가치도 온전히 발휘되지 못할 것이라고 보고 있기 때문입니다.”
서 대표이사의 행보는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지난 2000년도부터는 제주대학에서 강의를 하기 시작, 현재는 겸임교수로 재직 중이다.
“저는 항상 미래를 멀리 내다보는 비전 위주의 강의를 지향합니다. 그랬기 때문에 대학에서 절 찾아주신 게 아닌가 싶습니다. 대학에서 진행한 강의도 ‘21C 혁신경영’이었죠. 대학과 경영학 강의와 대학원 특강을 주로 맡아서 했습니다. 제 강의는 특히 학부출신의 취업대상자들이 주 대상이었죠.”
잘못된 국내 전동공구시장 구조
현재 우리나라 전동공구시장을 한마디로 표현한다면 ‘공급과다’이다.
“시장은 적은데 공급이 많습니다. 과열됐죠. 2005년에만 해도 시장 규모가 약 1,800억 원 정도였습니다. 그러던 것이 지난 2012년 기준 3,500억 원 정도로 증가해 시장이 급속도로 팽창했죠. 올바른 시장 구조라면 수요 증가에 따라 공급이 증가한 것이어야 하는데 전동공구시장은 그렇지 못했습니다. 수량이 증가한 것이 아니라 공구의 가격이 올라간 것이고 이에 비례해 공급량은 4,500억 원대를 넘어섰습니다. 수요의 양을 한참 초과해버린 것이죠. 이러다 보니 우리나라 전동 공구 시장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가격’이 돼버리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오고 말았습니다. 그릇된 시장구조가 형성된 것입니다.”
서 대표이사에 따르면 소비자가 제품을 살 때 가장 먼저 고려하는 1순위 사안은 품질, 그리고 브랜드 이미지, A/S와 구입처장소, 가격 등의 순이다. 그런데 전동시장에서의 고려 사안 1순위는 가격, 인센티브(혹은 리베이트), A/S와 이미지, 품질 등으로 이상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현상도 그리 오래가지는 못할 것으로 서 대표이사는 보고 있다.
“제 개인적인 의견입니다만 이런 현상이 3년 이내로 사라질 것으로 보입니다. 현재도 부실한 기업체들은 무너지고 있는 실정입니다. 진정한 강자만이 살아남겠죠. 그리고 전동공구 역시 Cord 중심 시장에서 Cordless 시장, 즉 충전 배터리 시장으로 옮겨왔죠. 이런 현상이 계속 이어진다면 향후 이마저도 레이저 같은 신기술로 흐름이 바뀔 것이라 전망합니다. 그때는 이 변화를 따르지 못한 많은 기업들에 또 위기가 닥칠 것이고요.”
대기업의 횡포도 전과 같이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얼마 전 남양우유, 포스코 임원 라면사태 등이 있었죠. 예전 같으면 감히 언론에 오르내리지도 못했을 겁니다. 하지만 SNS 등을 통해 ‘을’이 뭉쳐 큰 힘을 발휘했죠. 공구 시장도 이 같은 일이 일어날 것이라고 봅니다. ‘을’의 경영, 즉 ‘민주경영’이 앞으로 큰 영향력을 발휘할 것입니다. 그렇게 된다면 ‘갑’의 횡포는 이전처럼 쉽게 발생하지는 않겠죠.”
봉사활동, 꾸준한 업계 연구조사가 목표
서 대표이사는 지역 봉사활동도 꾸준히 실천하고 있다. 서울시가 수여하는 ‘노인복지 실천상도’ 2차례나 받을 정도다. 과천 호스피스에서 7기로 교육을 수료한 서 대표이사는 현재 매주 수요일이면 호스피스에서 자원봉사를 하고 있다.
“거동이 불편한 노인분들의 목욕을 도와드리는 봉사를 하고 있습니다. 환자 집 인근으로 목욕차량을 가지고 가 환자를 휠체어에 태워 목욕차에서 깨끗이 씻겨드린 후 다시 집으로 모셔다 주는 일을 하고 있어요. 생각보다 체력을 많이 요구해서 요즘에는 예전만큼 많이 하지는 못해요. 오전에 두 분 해드리는 것도 빠듯하거든요. 그래도 꾸준히 할 겁니다.”
이와 함께 전동공구 시장을 위한 연구조사도 더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제 목소리가 때론 신뢰를 주지 못할 때도 있습니다. 제 사업 이익과 연관 지어 말할 것이라는 시선 때문이겠죠. 언젠가는 이런 불편한 시선들로부터 자유로워져 공구인들에게 도움이 될 만한 많은 연구들을 진행하고 싶습니다."
한 분야에서 지속적인 노력을 통해 전동공구 분야에서 전문성을 인정받은 서 대표이사. 앞으로도 그가 내놓을 수많은 연구 결과들로 인해 국내 전동공구 시장은 더 발전된 모습을 보여줄 수 있지 않을까.
글, 사진 김수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