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이 하면 ‘경영’ 내가 하면 ‘생계

아는 것과 실행하는 것은 다르다
경영학에는 훌륭한 이론이 많이 있다. 그것들은 몇백 년 동안 전 세계에서 우수한 사례들을 보고 성공원리를 정리해 놓은 것이기 때문에 우리 현실에서 당장 내가 실행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경영학 교수라고 해서 경영을 잘 하는 것은 아니다. 아는 것과 실행하는 것은 다르기 때문이다.
필자는 그 동안 대기업의 경영을 컨설팅해 왔다. 하지만 남의 회사에서 일할 때와 내 회사를 직접 경영할 때는 전혀 차원이 다르다. 대기업에서는 자금의 압박을 받지 않지만 내 회사를 할 때는 단 돈 백만 원도 아쉬울 때가 많다.
경영컨설팅을 할 때는 내가 낸 아이디어가 설령 실패한다고 하더라도 생계에는 지장이 없다. 그러나 내 회사에서는 하나의 아이디어가 실패하면 모든 것이 끝장 날 수도 있다. 각종 위협에서 멀리 있을 때에는 새로운 것이 보이고 새로운 아이디어도 나오지만 막상 내 사업을 할 때는 아이디어가 꽉 막히게 된다.
내가 제주도에 가서 카페를 해 보겠다고 내려온 것은 2012년이었다. 제주도에서 카페를 하는 것은 비단 내가 처음은 아닐 것이다. 이미 백여 개의 커피숍이 좋은 상권에 자리 잡고 있는 상태였다. 내가 약간 늦게 카페를 한다면 선발자와 같은 전략으로 하면 성공하기 힘들 것이라는 점에 주목했다. 처음에는 다소 어렵다 하더라도 선발자들이 하지 못한 새로운 콘셉트의 카페를 할 수 있는 기회가 후발자에겐 있다. 내가 제주도에서 새롭게 카페를 하면서 매력마케팅(Aura Marketing)을 전개한 7단계는 다음과 같다.

1. 고객가치 비전을 세운다
모든 사업은 비전을 정하는 일부터 시작한다. 가야 할 방향이 분명하지 않으면 어려운 일이 발생하게 될 때 우왕좌왕 하게 되고 결국에는 괘도를 이탈하여 전혀 엉뚱한 곳에서 헤매게 된다. 비전을 정할 때에는 나를 위한 비전보다는 고객을 위한 비전을 설정하는 것이 좋다. 나는 고객이 제주도에 와서 커피 한잔을 할 때 어떤 커피를 마시고 싶은가를 생각해서 우리의 비전으로 만들고 싶었다. 제주도의 아름다운 바다를 보면서 제주다운 커피를 한잔 마시면서 감성적인 사람들과 멋진 시간을 가지고 싶을 것이다. 그래서 나는 ‘제주다운 카페’를 만드는 것을 비전으로 하였다. 제주다운 커피란 과거의 토속적인 환경이 아니라 이 시대의 관광객이 느낄 수 있는 새로운 제주다움을 의미한다.

2. 목표 고객에 맞는 콘셉트를 설정한다
어떤 제품을 어느 품질 수준으로 갈 것인지는 목표 고객에 따라 달라진다. 올레길 이후로는 젊은이들이 힐링을 위해 걷고 자동차를 이용해 원하는 곳을 찾아다니며 여행한다. 나는 목표고객을 20~40대의 커피를 좋아하는 여행객으로 보았다. 이들은 도시생활을 하면서 고급 커피 맛을 알고 있고, 좋은 커피를 맛보기 위해서는 몇십 킬로를 이동한다. 이들은 스타벅스풍의 이태리 스타일 카페에서 에스프레소 커피를 마시는 것에 익숙하다. 고로, 새로운 카페의 콘셉트는 ‘아름다운 바닷가 에스프레소 카페’다.
3. 매력적인 고객접점 만들기
젊은 카페 애호가들이 좋아하는 바닷가 에스프레소 카페를 만들려면 바닷가의 매력을 최대한 살리는 디자인을 해야 한다. 건물이 바다와 바로 인접해 있는 장점을 살리기 위해 바다쪽 모든 벽을 통유리로 설계했다. 태풍이 직접 유리벽을 때리는 위험이 있지만 고객이 카페 안에서 탁 트인 아름다운 바다풍경을 마음껏 즐길 수 있도록 했다. 기존의 폐가를 인수해서 개조한 것을 2층으로 올려서 바다 경치를 만끽할 수 있도록 했다. 앞면에 있는 작은 모래언덕을 퍼내고 노천카페로 만들었다. 커피전문점이라는 것을 고객들에게 알리기 위해 커피 로스팅 기계를 도로면에 배치했다. 수타자장면집이 면을 손으로 쳐서 만드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과 마찬가지다.
4. 고객 경험 맵을 그려라
나는 이전에 커피숍을 경영해 본 적이 없다. 그러나 바리스타 교육을 받으면서 선배 바리스타를 만나고 여러 카페를 찾아다니면서 카페의 홀 설계와 고객동선, 내부 스텝들의 동선을 그려보았다. 핸드드립 커피를 서비스 할 때와 에스프레소 커피를 서비스 할 때의 고객접점(MOT)이 다르다. 우리는 에스프레소 커피의 고객접점을 매력적으로 만들었다.
올레꾼들이 우리집 앞을 지날 때의 접점과 여행객들이 자동차로 카페 앞을 지날 때의 접점을 분석해서 카페 내부 인테리어에 반영했다. 빠르게 커피를 마시고 싶은 사람은 1층 에스프레소 홀에서 마시고, 시간 여유를 가지고 커피를 즐기고 싶은 사람은 2층을 이용하도록 했다. 책을 보면서 생각하고 싶은 사람은 별도의 북카페를 이용하도록 했다.

5. 내부 고객 서비스를 설계한다
카페를 성공시키기 위해서는 세 가지가 잘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 하나는 좋은 위치와 아름다운 경관, 두 번째는 질 좋은 커피, 세 번째는 감성적인 사람들이다.
감성적인 고객 서비스가 되려면 내부 직원들의 서비스가 훌륭해야 한다. 바리스타는 젊은 직원을 채용하고 직원들이 바리스타 자격증을 따도록 교육을 시켰다. 신선한 커피를 서비스하려면 원두가 신선해야 하므로 로스팅 머신을 구매해서 직원이 직접 커피를 볶도록 했다. 커피의 품질은 생두가 좌우하므로 원산지별로 최고 품질의 스페셜티 생두를 구매했다. 자체적으로 최고급 생두를 직접 로스팅하여 스킬을 갖춘 바리스타가 커피 서비스를 하기 때문에 고객은 최고의 맛과 향을 즐길 수 있다.
6. 고객접점 서비스를 실행한다
카페의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휴먼웨어를 준비하고서 곧 바로 점포를 오픈하지 않았다. 새로운 사람들과 처음 해보는 일이기 때문에 실제로 훌륭한 서비스가 나오려면 연습이 필요했다. 우선 카페 이름을 씨앤블루(Sea & Blue)로 정하고 점포를 오픈하기 열흘 전부터 무료 서비스를 했다. 새로운 멤버들이 직접 커피를 내리고 서비스하는 것을 연습했다. 커피나 음료를 마셔본 고객들의 반응을 보기 위해서이다.

7. 고객 경험을 모니터링 한다
카페를 오픈하자 고객들의 반응은 무척 좋았다. 제주도의 한적한 바닷가지만 아름다운 건물과 뛰어난 커피맛, 친절한 바리스타 서비스가 고객들에게 호평을 받았다. 당연히 고객이 늘고 씨앤블루는 제주도 서남권에서 성공한 카페가 되었다. 고객들이 접점에서 불편사항이 있는가, 커피의 맛과 향에 대한 반응은 어떤가를 주기적으로 모니터링하여 개선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