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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반성장, 왜 필요한가?”




“동반성장, 왜 필요한가?”

한국산업용재협회 2013워크숍 정운찬 前국무총리 특강
 
색깔론 불필요 … 재벌총수와 통치권자 인식전환 필요



지난 6월 15일 열린 한국산업용재협회 2013 워크숍에 MB정부 국무총리를 지낸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의 특강이 있었다. 정 전총리는 국내경제에 ‘동반성장’이라는 개념을 주창한 경제학자로, 이명박 정부가 동반성장위원회를 만들어 기존의 편향적 성장위주의 경제구조를 점검하고 중소상공인의 활동을 지지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었다. 현 박근혜 정부의 경제민주화 개념도 이 동반성장의 연계선상이다. 이번 강연을 통해 정 전총리는 “지식경제부는 친대기업 정서이므로 중소기업부를 따로 만들어 한국의 중소기업인의 활동을 따로 연구 지지해야 한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동반성장위원회 위원장을 역임하고 현재는 동반성장 연구소를 열어 한국경제의 공생에 대해 연구하고 있는 정운찬 전총리의 특강을 요약해본다.


선성장 후분배 경제구조 한계 왔다


우리나라는 1960년대 초 정부주도로 경제개발계획이 실시된 이래 지금까지 선성장 후분배 원칙에 입각한 경제정책이 주를 이루었다. 수출 같은 특정부문을 선도적으로 육성하고 그 성과가 경제전체에 파급되기를 기대하는 불균형 성장이었다. 그러다보니 대기업 우대 산업구조가 굳어지고, 중소기업과 대기업 간에는 수직적 혹은 종속적 관계가 형성되었다. 하지만 한국사회가 계속 양극화가 지속된다면 우리사회의 성장둔화는 피할 길은 없다. 1997년 외환위기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가계부채와 중소기업 부실은 한국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다. 이제 더 이상 선성장 후분배라는 20세기의 낡은 전략으로는 성장이 어렵다.
동반성장은 함께 가는 가운데 다 함께 성장하는 의미이다. 즉 공존과 분배를 해야만 지속가능한 성장이 가능하다. 또한 동반성장은 기업과 경제에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라 21세기 삶과 사회공동체에 필요한 철학적 가치이기도 하다.



고용자-피고용자, 대기업-중소기업,
서로 자유롭게 거래 결정해야

최근 박근혜 정부에서 자주 쓰는 용어인 경제민주화는 대중소기업, 노동자, 소비자들이 서로 대등한 관계에서 경제활동을 영위하게 됨을 말한다. 어떤 개별 경제주체도 상대방과 자유롭게 거래할 수 있는 동시에 어떤 경우에는 거래하지 않을 자유도 있는 상태다. 일례로 기업과 노동자 사이의 경제민주화가 이뤄지기 위해서는 다음 조건이 필요하다. 첫째, 노동자가 기업의 조건을 거부하기 위해서는 최저 생활수단이 확보돼 있어야 하고, 둘째, 좋은 일자리가 많아야 하고, 셋째, 직종간 이동이 자유로워야 한다. 또 다른 예로 기업과 기업 간의 경제민주화가 이뤄지려면 대기업이 구두주문, 납품가 후려치기, 어음결제 등 불공정 거래를 추구할 때 중소기업이 이를 거절할 수 이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기업 간 경제격차가 크지 않아야 한다. 즉 어떤 식이든 경제력이 한 곳에 집중되면 경제민주화는 이뤄질 수 없다.



색깔론을 넘자 …
동반성장은 밝음과 어둠의 조율

하지만 여전히 동반성장을 둘러싼 오해들이 많다. 대표적인 것이 색깔론이다. 대기업은 기득권을 내려놓으라는 급진적 요구로 받아들이고, 노동운동 등의 급진세력은 단순한 눈속임으로 오해한다. 하지만 이래서는 우리사회 모두가 공멸의 길이다. 나는 이 동반성장의 개념을 밝은 면은 더 밝게, 어두운 면은 덜 어둡게 하는 것이라 쉽게 설명하고 싶다. 우리사회 어두운 면의 하나로 경기침체를 들 수 있겠고, 밝은 면은 5020국가(인구5천만 이상, 1인당 국민소득 2만불 이상의 국가)로 진입했다는 사실이다. 하지만 운동선수를 보라. 아무리 뛰어난 선수도 오른쪽 왼쪽 힘의 균형이 맞아야 좋은 기량을 보일 수 있다. 경제 역시 마찬가지다.
사실 난 오랫동안 교육 일선에 있었으니 우리나라 분배 불균형을 해소할 방안으로 교육이 바로서야 한다고 본다. 교육 역시 지금의 대입 위주보다 신체와 인성의 건강을 중심으로 지적 학습이 이뤄져야 한다고 본다. ‘지덕체(智德體)’가 아니가 ‘체-덕-지’가 맞다. 이 모든 것이 균형발전을 위한 것이다. 약간 옆으로 새는 말 같지만 영국의 교육에서 우리가 많이 배웠으면 한다. 존 로크의 ‘교육론’이란 책을 추천한다. 자녀교육의 많은 것을 담고 있기에 우리사회 지속가능의 그림도 그 선상에서 보면 좋은 해법이 있을 것이라 본다.
한때 내가 초과이익공유제를 주장했다. 기업이 어떤 특정 사업에서 당초 목표보다 많은 이익을 냈다면 그 초과이익분을 주변 관계 기업이나 사회로 환원하는 것을 말한다. 이 말이 나오니 모 대기업이 ‘처음 들어본다’며 마치 공산주의자를 보듯 색깔론으로 반응했다. 하지만 이 초과이익공유제는 사실 미국 할리우드 영화시장에서 나왔다. 당초 목표보다 많은 관객이 몰려 초과 이익이 났을 때, 제작자, 배우, 영화기술자 등이 모두 러닝개런티를 나누는 것이다. 세계 최대 자본국가에서 생겨난 상생의 해법이었다.
따라서 동반성장은 사회분열을 해소하고 약자의 생활을 개선함으로써 앞서 말씀드렸다시피 우리사회의 밝은 면은 더 밝게, 어두운 면은 덜 어둡게 하는 것이라 강조하고 싶다. 이 동반성장 마인드를 가져야 중소기업은 중견기업으로, 중견기업은 대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