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선릴 경우 길이를 곧잘 속이잖아요? 지나가던 손님이라면 가격이 싸다면 한번은 옵니다. 하지만 가서 써보고 두 번은 오지 않아요. 50미터라고 해서 사갔는데, 코드에 닿지 않으면 얼마나 화나겠습니까? 기계 고치는데 스패너가 부러져 손을 다쳐 봐요. 얼마나 화나겠습니까. 그래서 공구상 사장님들에게도 말합니다. ‘우선은 이렇게 팔면 득이 되겠지만 나중엔 후회합니다. 나중엔 이 가게에 안옵니다. 정품을 취급해야 꾸준히 고객이 늡니다.’라고 누차 말합니다. 정품, 이거 참 중요합디다. 현재 공구시장의 흐름을 보면 크게 네 가지로 나눠져요. 첨단공구는 공장에서 쓰이고, 개인이 쓰는 것은 취미로 쓰는 것, 한번 쓰고 버리는 것, 그리고 DIY용입니다. 이렇게 다변화된 시장을 어떻게 우리업계가 만족시켜줄지 고민을 해야 할 것 같아요.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변하지 않는 것은 품질로 승부해야지 가격승부는 별 의미가 없을뿐더러 오히려 손해를 가져온다는 겁니다.”
품질우선 정도경영 ...
공구유통업 비전 있도록 만들고파
김정도 회장은 공구재료를 보는 안목에서도 자신감을 보인다. 일찍 공작기계 밀링 선반 등을 취급하면서 금속소재를 공부해야 했고, 또 측정제품을 취급하면서 국가검증기관도 운영한 바 있다. 재료는 연마 시 불꽃의 색깔과 모양을 보면 일차적인 판단을 할 수 있고 이후에는 검사기를 통해 최종확인할 수 있다. 카본스틸, 몰리브덴, 바나디움, 크롬바나디움 같은 소재와 로크웰 경도 등에 대해 직원들을 공부시키기 위해 책을 하나 만들까도 구상 중이다.
업계 리딩기업으로 올라서기까지 김 회장은 매일 2~3시간만 자면서 연구를 했다. 제품 및 그 관리에 있어 체계화가 되지 않는 업계에서 전사적 자원관리 시스템인 ERP와 전자결재시스템을 이루고 2006년 직무분석 시스템을 구축했다. 이렇듯 사원들의 직무관리와 역량강화에 힘쓰는 한편, 사원복지에 문화 마인드를 접목했다. 대구 본사 인근 오래된 한옥을 개조해 일대 지나는 사람들의 눈길을 사로잡는 한옥식당 ‘경복정’으로 변모시켰다. 최근 북성로 근대 스토리텔링 활성화와 맞물려 공구골목의 명소로 떠오르고 있다.
또한 김정도 회장은 2008년 10억원을 자본으로 고향인 경북 달성군 옥포면의 후학들을 위해 ‘옥포장학재단’을 설립, 운영하고 있다. 매년 장학생 10~20명을 선발해 3천~4천만원을 후원하고 있으며 장학금액도 증액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장학사업의 공로를 인정받아 지난 5월 대구상의 사회공헌기업으로 등록됐다.
“사업을 하면서 가장 보람될 때는 직원들이 잘 될 때에요. 직원들의 자녀가 잘 됐다, 직원들이 행복하다 할 때 가장 기쁩니다. 그런데 제 원래 성격이 원칙적이고 깐깐해 직원들에게 엄하게 대해 왔어요. 웃으며 농담하는 성격은 사업을 하면서 바뀐 성격 같아요. 그래서 직원들이 우리 사장은 무섭기만 하고 일만 많이 시킨다고 생각할까봐 걱정입니다. 기업의 성장은 인재양성에서 시작됩니다. 직원들에게 많이 투자하고 그래서 사업에 이윤이 나오면 사회에 또 환원해야죠. 그래야 우리 공구업이 정말 비전있는 업종이 안되겠습니까? 현재 공구업은 세대변화를 많이 겪고 있습니다. 전통적 공구업과 현대적 공구업이 공존하고, 그 속에 세대차이가 꽤 드러나고 있어요. 앞으로 10년, 혹은 30년, 공구유통에서 어떻게 먹고 살까, 생각하면 정말 고민스럽습니다. 젊은 사람들이 더 잘 알고 있지 않을까요? 젊은 사람들의 생각을 받아들여 펼칠 수 있도록 밀어줘야죠. 미래가 보장되는 공구유통업을 만들고 싶습니다.”
케이비원의 장점은 품질과 원칙을 중시하는 경영에 있다. 더불어 외부적으로는 유통업의 트렌드를 선도하는 감각과 최종소비자의 구매스타일을 꿰뚫는 안목을 갖췄다는 평가도 받고 있다. 김 회장은 꼭 공구가 아니더라도 스웨덴의 이케아, 독일의 헤펠레, 일본의 도큐핸즈 등 근접 업종의 트렌드를 늘 분석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앞으로 최종소비자를 대상으로 하는 시장이 불붙는다면 케이비원의 잠재력이 꽤 주목할 만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올해 창업 45주년을 맞이한 케이비원. 공구유통의 미래를 보여주는 큰 창이자 든든한 길로 한 번 더 성장하길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