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프로그램 <1박2일> 따라 떠난다
자연을 벗삼은 지리산 둘레길
어느 무더웠던 여름날, <1박 2일> 멤버들은 각자의 주제를 안고 제각기 지리산 둘레길로 긴 걸음 여행을 떠났다. 지리산 둘레길은 지리산을 닮은 사람들의 넉넉한 인심과 따뜻한 정을 느낄 수 있어 힘겹지만 마음 푸근한 여행을 할 수 있다. 둘레길 16 구간 중 <1박 2일> 멤버들이 걸은 구간 일부를 따라 걸어 본다.
1구간 가는 길
남원시외버스터미널 건너편에서 약 1시간 간격으로 운행하는 주천행 버스를 이용해 장안슈퍼 앞에서 내리면 주천치안센터와 지리산둘레길안내소 사이의 길이 1구간 시작점이다. 차를 가지고 올 경우 주천치안센터 맞은편 무료 주차장에 세워 두고 5구간인 산청까지 간다면 산청버스 터미널에서 남원까지 40~50분 간격으로 운행하는 버스를 이용하면 된다.
2구간 가는 길
남원시외버스터미널 건너편에서 20~40분 간격으로 운행하는 운봉행 버스를 이용해 운봉우체국 앞에서 내리면 된다.
3구간 가는 길
남원시외버스터미널 건너편에서 10~20분 간격으로 운행하는 인월행 버스(50분 소요)를 이용하면 된다. 인월에 주차할 경우 금계에서 함양행 버스를 이용해 함양에서 내린 후 함양시외버스터미널에서 수시로 운행하는 남원행 버스를 타고 인월에서 내리면 된다.
4구간 가는 길
함양시외버스터미널에서 금계행 버스를 타고 금계마을 앞에서 내리면 된다. 문의 함양시외버스터미널 055-963-3281
엉뚱발랄, 김종민이 걸었던 그 길
김종민이 ‘나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걸은 길이다. 전북 남원 주천면 외평마을에서 운봉읍까지 이어지는 구간으로, 지리산의 서북 능선을 조망하면서 해발 500m 운봉고원의 너른 들과 6개 마을을 잇는 옛길과 제방 길을 걷게 된다. 갈림길마다 빨간색과 검은색 화살표가 표시되어 있는데, 주천에서 출발하면 빨간 화살표를 따라가야 한다.
외평마을에서 내송마을로 이어지는 초반은 마을과 밭 사이를 지나는 평지이지만, 내송마을 끝에서 숲길로 들어서면 구룡치까지 2km 남짓한 구간은 계속되는 오르막 산길로 거의 등산이나 다름없다. 오르는 길목에는 개서어나무 숲이 울창한 개미정지와 소나무가 무성한 솔정지가 있다. ‘정지’는 쉼터라는 의미로, 산길을 오르다 잠시 쉬어 가기 좋은 곳이다. 구룡치고개를 넘어 경사가 완만하면서 평탄한 내리막 숲길로 내려오다 보면, 하나의 소나무가 다른 소나무를 똬리 틀듯 감고 올라간 모습이 용의 형상으로 보인다하여 용소나무라 이름 붙은 나무와 사람들이 안녕을 기원하며 쌓아 놓은 돌무더기가 가득한 사무락다무락을 볼 수 있다.
흐르는 땀을 닦으며 산을 넘어 내려오다 보면 회덕쉼터를 만나게 된다. 동동주와 파전, 라면, 음료 등을 판매하는 쉼터가 서너 곳 있지만, 우람한 느티나무가 그늘을 드리운 정자나무 쉼터가 가장 인기 있다. 회덕쉼터를 지나 노치마을로 향하는 길목에는 갈대를 얹은 두툼한 지붕이 인상적인 덕치리 초가집이 있다. 황토 구들장은 지금도 아궁이에 불을 때는 100년 전통의 옛집으로, 전라북도 민속자료로 지정되었지만 민박으로도 운영한다. 노치마을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산줄기인 백두 대간이 관통하는 곳으로, 빗물이 왼쪽으로 흐르면 섬진강이 되고 오른쪽으로 흐르면 낙동강이 된다고 한다. 마을 끝에서 소나무가 펼쳐진 덕산저수지를 지나 야트막한 질매재를 한 굽이 넘어가면 서어나무 숲이 아름다운 행정마을에 닿는다. 행정마을에서 일직선으로 곧게 뻗은 제방 길과 양묘 사업장을 거쳐 도로로 나가면 운봉읍에 다다른다.
Information
둘레길은 2구간(운봉-인월)을 제외하곤 산길이 대부분 이므로 등산화를 신는 것이 안전하고 물과 간단한 먹을 거리를 챙겨 걷는 것이 좋다. 주천둘레길안내소(063-625-8952)에서 1~3구간 둘레길에 대한 정보가 담긴 지도를 챙겨 가거나 미리 지리산 둘레길 웹사이트에서 지도를 다운로드해 가면 도움이 된다(www.trail.or.kr). 마을마다 걸음 여행자를 위한 민박집을 운영하고 있는데, 보통 1박에 3만 원이고, 1인당 5000원이면 푸짐하고 맛깔스러운 식사를 할 수 있다.
아름다운 청년 이승기가 다녀간 그 구간

‘아름다운 청년의 아름다운 여행’이란 주제로 이승기가 걸은 구간이다. 남원시 운봉읍에서인월면을 잇는 구간으로, 대부분 제방과 임도로 이루어진 평탄한 길이라 걷기에는 수월하지만, 여름에는 이렇다 할 그늘이 없어 반드시 모자를 챙겨 가야 한다. 건물이나 간판 대부분이 수십 년 전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어 마치 영화 세트장 같기도 한 운봉 읍내는 매월 끝자리 수 1일, 6일에 5일장이 서, 활기찬 시골 장터 풍경을 볼 수 있다. 읍내 안쪽에 자리한 운봉초등학교 왼쪽으로 접어들면 서림공원 입구에 둘레길 2구간 시작점을 알리는 표지판이 있다. 공원 내에는 한 쌍의 돌 장승이 눈길을 끄는데, 특히 수수한 노인 모습을 한 여장승은 얼굴 표정이 사실적이라 소박한 서민의 얼굴을 여실히 보여 준다는 점에서 민속 예술의 연구 자료로 가치를 높게 인정받고 있다. 서림공원을 지나 신기마을로 가는 길은 일자형으로 뻗은 제방 길이고, 신기마을을 거쳐 비전마을로 가는 길목은 방송 중 이승기가 KBS 헬기를 만나 손을 흔든 곳이다.
고려 말 이성계가 왜구와 싸워 승리를 거둔 것을 기념하기 위해 세운 황산대첩비가마을 앞에 있다 하여 이름 붙은 비전마을은 판소리의 중시조이며 동편제의 가왕이라 일컫는 송흥록과 송만갑의 출생지이자 명창 박초월이 성장한 곳으로 문화와 역사가 깃든 마을이다. 마을 앞 정자 쉼터 앞에는 송흥록과 박초월의 생가를 복원해 놓았고, 마을 뒤편에는 국악의 성지가 자리한다. 비전마을에서 군화마을을 지나 도로 건너편에 자리한 대덕리조트 안쪽으로 들어서면 옥계저수지를 지나 흥부골자연휴양림으로 가는 길이 이어진다. 산길이지만 경사가 완만한 넓은 숲길로 걷기에 부담이 없으며, 휴양림 앞에 매점을 겸한 쉼터가 있어 잠시 쉬었다 가기에도 좋다. 휴양림에서 아스팔트도로를 따라 내려오다 보면 왼쪽으로 둘레길이정표가 있는데, 무심코 지나치기 쉬우므로 주의해야 한다. 이정표를 따라 걷기 좋은 숲 길을 빠져나오면 월평마을이다. 골목길 벽면에 전통 혼례나 길놀이 풍경, 서방님 기다리는 새색시, 신붓감 선보는 시어머니 등 재미있는 벽화들이 그득해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월평마을 벽화 길을 빠져나와 조금 더 가면 2구간의 끝 지점인 옛 인월교가 나온다.
강호동&은지원이 걸은 둘레길 최장구간

강호동과 은지원이 함께 걸은 3구간은 지리산 둘레길 중 가장 길지만, 남원과 경남 함양을 잇는 옛 고갯길인 등구재를 중심으로 지리산의 주 능선을 조망할 수 있고 다랑논과 산촌 마을, 산과 계곡을 두루 즐길 수 있는 구간이다. 강호동과 은지원은 촬영 일정상 반대로 금계에서 인월로 넘어왔지만, 그럴 경우 초반부터 가파른 산길을 제법 올라야 하므로 인월에서 금계로 방향을 잡는 것이 좀 더 수월하다. 옛 인월교 앞으로 길게 이어진 제방 길을 따라 1.5km가량 걸어가면 꽃이 가득 피어 난 벽화가 정겨운 중군마을에 들어서게 된다. 마을을 지나면 두 갈래 길이 나오는데, 어느 길로 들어서든수성대계곡 앞에서 만나지만 임도로 연결된 왼쪽 길보다 황매암 숲길로 이어지는 오른쪽 길이 좀 더 걷는 맛이 난다.
맑은 물줄기가 흐르는 수성대계곡에 자리한 쉼터는 강호동과 은지원이 라면을 먹고 한 차례 물놀이를 즐기던 곳이다. 이곳에서 다시 한 굽이 배너미재를 넘어 내려오면 당산 소나무로 이름난 장항마을이다. 소나무 가지가 땅에 닿을 정도로 펼쳐진 우람한 생김새가 예사롭지 않은데, 지금도 매년 당산제를 지내고 있다. 이곳을 지나 도로 건너편 시멘트 길을 따라 올라가면 매동 마을 가는 길이다. 지리산 둘레길 내 대표적 생태 농촌 시범 마을로 지정되었는데, 대부분의 집이 식사를 겸한 민박집으로 운영하고 있다.
매동마을에서 상황마을로 가는 길 또한 한 굽이 산자락을 넘어야 한다. 층층이 펼쳐진 다랑논이 인상적인 상황마을은 금계에서 출발한 강호동과 은지원이 헬기 촬영을 위해 정해진 시간에 등구재에서 내려와 강강술래 미션을 수행하던 곳이다. 거북이 등을 닮았다 해 이름 붙은 등구재는 전라도와 경상도를 잇는 고갯길로, 고개를 넘어서면 함양 창원마을이다. 등구재 넘어 창원마을로 가는 길목에선 천왕봉을 비롯한 지리산 줄기가 장엄하게 펼쳐지고, 창원마을에서 금계로 넘어가는 길목엔 하늘길이 있다. 말그대로 하늘만 보이다 한 걸음 한 걸음 옮길수록 다시금 첩첩이 둘러싸인 지리산 자락이 나타난다. 그 산자락을 이용해 층층이 일군 다랑논은 길쭉한가 하면 동그랗고, 세모 또는 네모 등 모양도 제각각인 게 마치 칸딘스키의 추상화 작품을 보는 듯하다. 장쾌하면서도 아기자기한 지리산 풍광이 살아 있는 산자락을 넘어가면 3구간의 마지막 지점인 금계마을이다. 지리산에 푹 파묻힌 고요한 산골 마을로 들어서는데 난데없는 굉음이 그 고요함을 뒤흔들어 놓는다. 오석을 개발하던 돌산에 거대한 마애불상을 새기는 소리가 마치 푹푹 깎여 나는 산허리의 통곡 소리 같다. 자연 그 자체만으로도 멋진 이곳에 굳이 저렇듯 산을 깎아 인위적으로 불상을 세워야 하나 싶다
600년 묵은 느티나무가 듬직한 곳

MC몽이 걸은 4구간은 경남 함양군 마천면 의탄마을에서 함양군 휴천면 동강마을를 잇는 길이다. 지리산 자락에 깊숙이 들어앉은 산골 마을들을 지나쳐 엄천강을 따라 걷는 구간이다. 금계마을 폐교 앞에 지리산둘레길안내소가 있고, 금계마을에서 의탄교 건너 의중마을로 가는 곳이 4구간 시작점이나 남원 지역과 달리 이렇다 할 안내판은 없다. 이곳에선 둘레길 지도를 기부금조로 1000원에 판다.
금계마을의 이전 지명은 ‘노디목’이다. 노디는 징검다리의 이곳 사투리로, 징검다리가 놓인 엄천강을 건너기 전의 마을이라 하여 붙은 이름이다. 마을 사람들이 하나하나 정성스레 놓은 징검다리는 세월이 흐르면서 밀려나고, 지금은 의탄교가 연결되어 있다.
의중마을은 고려 시대에 이곳의 특산물인 탄(숯)을 중앙에 공납하기 위해 설립한 의탄소가 있던 곳으로, 마을 어귀에는 600년 묵은 느티나무 당산목이 듬직하게 자리하고 있다. 느티나무 앞에서 오른쪽으로 들어서면 서암정사와 벽송사 가는 길이고, 왼쪽은 엄천강을 따라 용유담으로 가는 길이다. 4구간 둘레길은 애초에 의중마을에서 서암정사와 벽송사를 거쳐 가는 코스였지만, 무분별한 농작물 채취 등 주민들이 피해를 호소해 와 지금은 벽송사에서 소나무쉼터까지의 길이 폐쇄되었다. 따라서 칠선계곡을 마주하는 천혜의 절경에 자리한 서암정사를 거쳐 조선 중종 때 지었다는 벽송사로 가는 길목은 고즈넉한 숲길로 걷는 맛과 운치가 있어 좋지만, 왕복 6km의 거리를 다시 돌아 나와야 한다.
의중마을에서 엄천강 줄기를 따라가는 길은 좁은 숲길에 산길이다. 오르내리는 굴곡과 너럭바위 길이 그리 녹록지 않은 산을 한 자락 넘어 내려오면 마천면과 휴전면의 경계에 위치한 용유담에 닿는다. 지리산 계곡에서 흘러내린 맑은 물이 합류해 형성된 용유담은 제법 깊은 듯 물빛이 시퍼렇다. 이곳에서부터 세동마을을 지나 송문교 앞까지 이르는 4km는 내내 엄천강 변의 아스팔트 도로를 따라 걷는 길이다. 그늘막이 없으니 한여름 땡볕 아래선 쉽지 않은 길이나, 첩첩이 겹친 산줄기에 옹기종기 모인 집과 기암괴석이 가득한 강줄기를 따라가니 눈맛은 시원하다. 특히 운무 낀 흐린 날은 운치가 그만인 데다 계곡으로 내려가는 길도 트여 있어 시원한 계곡의 멋을 만끽하기 에도 좋다. 송문교 앞을 지나 작은 산골 마을인 운서마을을 거쳐 구시락재를 넘어서면 4구간의 종착점인 동강마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