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기업규제 완화하고, 기업은 사회적 책임 다해야”
대한상공회의소 손경식 회장
신년 경제전망, 위기 속 해법 구해야
대한상공회의소는 1884년 한성상공회의소에서 시작돼 일제강점기에는 경성상공회의소, 광복 후인 1948년부터 대한상공회의소로 명칭을 바꿔 1984년 100주년을 맞았다. 역대회장으로는 동양맥주 박두병 회장, 쌍용양회 김성곤 회장, 두산중공업의 박용성 회장 등이 있으며, 현재 전국에 71개 상공회의소가 있다. 손경식 회장은 2005년부터 18대 19대를 거쳐 현재 제20대 회장이다. 삼성 출신에 CJ그룹 회장이기도 해 역대회장 중 가장 파워풀한 인사로 꼽힌다. 취임과 동시에 "반기업 정서에는 기업 쪽 과실도 있지만 무조건 기업을 질타하는 것 또한 우리경제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직격타를 날렸다. 국내 대표 경제단체인 대한상의는 그동안 기업과 정부의 가교역할을 하고 기업의 뜻을 성실하게 대변해왔다. 그러면서도 기업의 이익만을 추구하기보다 '국가사회와 기업이익의 절충'이라는 중심선을 잡아왔다. 지난해에는 경제활성화 정책과제와 기업 활력진작을 위한 세제 개선과제 등을 정부에 건의해 이 중 다수가 정책에 반영되는 성과를 거뒀다. 또 선거공약과 관련해 경제계 의견을 정치권에 전달하기도 했다. 한편, 최근의 경제불황에 대해 손 회장은 "위기는 오히려 새로운 사업과 투자를 생각할 때"라며 "고난을 예측하고 힘을 기르다보면 결국 지금 이 순간이 역량을 축적하는 기회가 된다"는 위기해법을 피력한 바 있다.
먼저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공구제조사와 유통사 종사자들에게 신년 인사부터 부탁드립니다.
“경제활동하기 좋은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저희 대한상공회의소에서는 여러 가지 정책을 제안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할 일이 많이 남았습니다. 더 열심히 하고, 함께 고민하면 더 좋은 미래를 만들 수 있다 생각합니다. 힘내시고 새해에는 복된 일들 가득하시길 바랍니다.”
지난 해 유럽발 위기가 한국경제를 강타했습니다. 2013년 경제성장률도 3%대 이하로 나오고 있고, 세계적으로는 미국, 유럽에 이어 중국 등에 대한 우려도 나오고 있습니다. 올해 한국경제와 세계경제는 어떤 모습일 것이라 내다보십니까?
“지난해 우리경제는 환율하락으로 수출여건이 악화되고 가계부채로 소비여력도 줄어들었습니다. 올해 역시 경제가 크게 나아지기는 어려울 것으로 봅니다. 하지만 다행히 세계경제가 어려운 가운데서도 미국이 회복세를 보이고 중국도 7% 성장은 예상됩니다. 또 동남아 신흥국들의 경제성장세가 계속될 것이어서 전체적으로 세계경제가 크게 나빠지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신성장동력과기업규제 완화 필요
이런 시점에서 한국경제가 해결해야 할 당면과제가 있다면요?
“인구 5천만명에 1인당 GDP 2만 달러를 달성한 한국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가장 성공적으로 경제성장을 이룬 국가로 꼽힙니다. 이제 1인당 GDP 3만불 달성을 과제로 안고 있지만 계속되는 성장률 저하로 쉽지만은 않을 전망입니다. 그런 만큼 더욱 새로운 성장동력을 발굴하고 육성하는 일이 꼭 필요합니다. 반도체, 디스플레이, 자동차 등 주력산업의 호조세가 미래에도 지속될 것으로 낙관해서는 안 됩니다. 5년 후, 10년 후를 대비해 새로운 산업을 육성해야 합니다. IT, NT 등의 첨단기술을 활용해 제조업 전반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고용창출효과가 큰 관광, 의료 등의 서비스 산업을 신성장동력산업으로 육성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새 정부가 기업들에게는 이렇게 하면 좋겠다는 점은 어떤 것입니까?
“일본의 경우 기업가 정신이 왕성하던 시기에는 세계 2위의 경제대국으로 급성장했으나 기업가 정신이 위축되면서 지난 20여 년간 경제가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습니다. 우리 경제가 역동성을 잃지 않도록 정부는 규제완화와 감세기조를 유지하고, 사회적으로 기업을 격려하는 분위기가 조성되어야 합니다. 꼭 강조하고 싶습니다.”
한국은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기업의 경쟁력 제고를 위해 민관합동으로 규제개혁 노력을 지속적으로 추진한 결과 세계은행(World Bank) ‘2011년도 기업환경 평가’에서 10위권에 포함되기도 했다. 이렇듯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한 대기업이 한국경제발전의 견인차 역할을 하긴 했지만 사업체수의 99%, 고용의 88%를 차지하는 중소기업이 한국경제에 차지하는 비중 또한 매우 높다. 손경식 회장은 "정부는 조세 금융 등 다양한 분야에서 정책지원을 통해 중소기업의 경쟁력 강화를 지원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여왔다. 대한상의는 최근 건강한 산업생태계 조성을 위해 대기업과 중소기업 사이에 중견기업 개념을 신설하여 육성책을 마련하고 있다. 기업 간 상생협력을 위해 정부와 경제계가 함께 노력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하나의 예라 볼 수 있다.
중소기업 수출 지원 필요 ...
자체 변화 혁신 노력도 필수
경제를 말하려면 아무래도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격차에 대해 말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우리 경제가 대기업에만 의존하면 한계가 있습니다. 역량있는 중소기업이 나와야 우리경제 체질이 향상되는데, 이를 위한 방안은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중소기업 중에는 기술력이 있고 성장잠재력이 높은 기업이 많습니다. 우수한 인재들이 중소기업에 많이 진출할 수 있도록 우리 사회의 인식이 개선되어야 합니다. 또 중소기업도 대기업 납품과 내수시장에 의존해서는 기업성장에 한계가 있다는 말도 해두고 싶습니다. 국제화를 적극 추진해야 하며 정부도 중소기업의 해외진출에 대한 지원을 확대해야 합니다. 다른 한편으로는 중소기업 스스로 끊임없이 변화하고 혁신해 가는 것이 가장 든든한 경쟁력입니다. 스피디한 경영과 틈새시장 진출의 용이성 등 소규모 기업의 강점을 잘 활용하고, 차별화된 제품을 통해 시장에서 자신만의 입지를 만들어야 합니다. 무엇보다 강소기업의 핵심은 기술력 아닙니까. 정부는 중소기업에 대한 R&D 지원을 강화해야 하고, 전문연구인력이 부족한 중소기업을 위해 대학이나 연구기관과의 공동 R&D를 활성화해야 한다고 봅니다
중소기업들의 수출경쟁력 강화를 위해 어떤 지원이 필요하겠습니까?
"환율하락, 미국와 유럽의 경제위기 등 글로벌 경제위기 여파로 우리나라 금융시장 뿐만 아니라 수출에도 많은 타격이 예상되기도 합니다. 이럴 때일수록 중소기업은 원가절감 노력을 통한 가격경쟁력 확보와 함께 R&D를 강화해 기술과 품질경쟁력을 향상시켜야 합니다. 더불어 중소기업이 세계시장에서 신시장을 적극 개척할 수 있도록 지원도 필요합니다. 무역사절단 파견 등을 통해 외국기업과의 비즈니스 기회를 많이 마련하고 해외전시회 참가에 대한 지원도 확대해야 합니다. 해외유망 진출분야와 지역, 성공사례 등에 대한 정보를 많이 제공해 주어야 합니다. 중소기업들 가운데는 제품개발은 잘 해도 환 위험관리나 자금조달 등을 잘 못하는 회사가 종종 있습니다. 이러한 중소기업들을 위해 환율변동보험이나 수출금융 지원제도를 강화해 수출활동에 전념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필요하리라 봅니다.”
환율변동보험은 무역보험공사가 운영하는 것으로 수출기업이 환율변동으로 손실을 입을 경우 이를 보상하는 보험제도이다. 2009년에는 1.5조원, 2010년에 2.7조원, 2011년에 1.8조원이 지원되었다. 하지만 연간 가입한도가 기업들은 수출실적의 70%이상을 희망하지만 아직 60%에 불과해 현실적으로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또, 이 제도 자체를 모르는 기업도 많아 애로사항으로 지적되고 있다. 특히 대한상공회의소에서는 중소기업을 위해 전문가들을 기업현장에 파견해 경영애로 사항을 컨설팅해주는 서비스를 펼치고, 원산지증명 발급과 수출입 상담 등 국제화 지원사업도 펼치고 있다. 해외상공회의소의 협조 하에 경제사절단을 파견하고 거래상담회를 개최하는 등 해외진출 지원사업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아울러 민관합동규제개혁추진단과 기업애로종합지원센터 등을 운영하여 규제와 관련된 기업 현장의 애로사항을 찾아 해소하는 사업도 펼치고 있다.
청년실업 25만명,
중소기업 부족인원 27만명,
연결이 필요하다
최근 대선에서 청년실업문제도 대두되었습니다. 기업가들의 대표로서 무관하지 않다고
느끼셨을 것 같습니다.
"기업이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야 하고 또 그럴 수 있도록 투자가 장려되어야 합니다.청년실업자가 27만명인데 중소기업 부족인원이 25만명입니다. 중소기업의 빈 일자리에 청년구직자를 연결시켜주는 매칭사업이 참 적절할 것 같습니다. 대한상의에서는 청년실업난 해결을 위해 취업박람회와 기술자 양성 활동, 중소기업 청년인턴 사업 등을 펼치고 있습니다."
한편으로는 급속한 고령화 사회로의 진입도 앞으로 우리사회의 과제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경제면에서 보자면 재정건정성 악화가 우려된다는 이유 때문인데요, 글로벌재정위기에 빠진 다른 나라의 전철을 밟지 않도록 재정건전성을 유지하기 위해 어떤 것이 필요하다고 보십니까?
"최근 사회적으로 복지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면서 새정부에서는 복지정책이 강화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복지지출이 너무 늘게 되면 세부담이 늘어나 경제활력이 약화되고 재정건정성이 악화될 우려가 있습니다. 복지의 확대는 성장과 조화를 이루면서 재정건전성이 훼손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점진적으로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봅니다. 특히 복지재원 마련을 위한 증세는 지양해야 합니다. 증세는 기업의욕을 떨어뜨리고 소비를 위축시킬 수 있습니다. 복지재원 마련은 '낮은 세율, 넓은 세원'의 원칙 아래 조세탈루방지와 비과세감면제도의 합리적 개선 등을 통해 세수기반을 확대하는 방법으로 추진해야 할 것입니다."
규제완화는 기업의 경쟁력강화라는 측면에서도 늘 강조해오셨습니다.
"그렇습니다. 민간부문의 자율과 창의가 잘 발휘되어 경제가 활력을 유지하도록 하는 일도 매우 중요합니다. 그런 측면에서 규제완화가 필요한 겁니다. 그동안 규제완화를 많이 하긴 했지만 새로운 규제가 계속 늘고 기업활동이 제약을 받는 경우가 아직도 많습니다. 새정부에서도 규제개선 노력을 계속해나가야 할 것입니다."
국가경쟁력강화를 위해서는 어떤 것들이 필요하다고 보십니까?
"과학기술 발전, 인재양성, 앞서 말했다시피 기업규제 완화 등이 필요합니다. 여기에 법질서 확립도 중요합니다. 우리나라는 국가경쟁력 강화에 필요한 사회적 자본 중에서 법질서 정비 및 준수 수준이 선진국에 비해 아직 미흡한 상태입니다. 또 2017년부터는 생산가능 인구가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데, 여성이 일과 육아를 병행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출산을 장려하는 일들이 필요합니다. 다른 한편으로는 기업사정에 맞게 장년층이 더 오래 일하고 퇴직 후에도 재취업할 수 있도록 정책지원을 강화해 나가야 할 것입니다."
과거보다 높은 수준의 기업역할, 즉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요구되고 있습니
다. 이런 추세에 대해 회장님께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기업도 이제는 사회적 책임을 도외시하고는 지속적으로 성장하기 어려워졌습니다. 이익을 내고 투자와 일자리를 창출하는 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윤리경영과 투명경영, 사회공헌 등의 사회적 책임을 적극 실천해야 합니다. 국내기업의 사회공헌에 대한 투자가 선진국에 비해 부족하다는 비판도 있지만 실상 우리기업들은 사회적 책임 투자를 꾸준히 늘려오고 있습니다. 2010년도 주요국의 기업 사회공헌활동 지출비율을 보면 한국은 매출액 대비 0.24%, 미국은 0.11%, 일본은 0.09%입니다. 세전이익 대비 비중을 볼 때도 한국은 3%, 미국 1.04%, 일본 2.08%로 한국의 기업들이 국제화를 적극 추진해야 하며 정부도 중소기업의 해외진출에 대한 지원을 확대해야 합니다. 다른 한편으로는 중소기업 스스로 끊임없이 변화하고 혁신해가는 것이 가장 든든한 경쟁력입니다.
사회적 책임 투자에 노력을 하고 있고 선진국에 비해 앞서 있음이 보입니다. 국민들께서도 이점은 알아주셨으면 합니다. 대한상의에서는 기업은 사회적 책임을 더 잘 실천하도록, 사회는 기업의 역할을 정당하게 평가해주는 분위기를 조성하는 데 도움이 되도록 애쓰고 있습니다. 기업이 사회적 책임을 다하면서 기업가 정신도 왕성하게 발휘할 수 있는 풍토를 만들어나가려 합니다."
회장님께서는 상공회의소 회장임과 동시에 국내 굴지 그룹의 경영자이십니
다. 기업을 경영하실 때 가장 중요한 원칙으로 삼고 있는 경영철학이 있다면 말씀해주십시오.
"기업이란 고객과 주주를 위한 최고의 가치를 창출하는 활동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임직원과 사회에 대한 책임을 다하는 것 또한 기업이 해야 할 일입니다. 저희 CJ그룹의 'Only One'정신은 최초와 최고, 차별화된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시장을 선도해나가자는 뜻을 담고 있습니다. 바로 이것이 기업경영의 원칙이자 바탕이라 생각합니다."
1939년 서울에서 출생한 손경식 회장은 초등 5학년 때 6.25발발을 지켜봤고, 1.4후퇴 때 아버지 고향인 경남 밀양으로 피란을 갔다. 이후 부산에 피난 와 있던 경기중학교로 입학했는데 당시 천막을 치고 공부했다고 모 주간지 인터뷰서 밝히기도 했다. 특이한 점은 경기고 재학 중 검정고시를 통과해서 이후 3개월만에 서울법대에 합격해 ‘천재’소리를 들었다는 일화가 있다. 하지만 법학보다는 기업가를 꿈꿔 이후 은행에 근무하다 미국유학길에 올랐다. 손 회장은 당시를 일러 "참 열심히 공부했고, 훗날 기업경영에 도움이 됐다"고 술회했다.
기업경영과 경제 전반에 해박하고 넓은 경험을 가진 손 회장은 "경제를 이해하고 균형있는 발전을 추구하기 위해서는 폭넓은 시각이 필요하다"며 "향후 5년은 우리나라가 선진강국에 진입하고 남북통일시대를 대비하는 중요한 시기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신년을 맞아 기업가과 경제일선 관계자들에게 꼭 당부하고 싶은 점이 있다면 마지막으로 말씀해주십시오.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은 1980대 8%에서 1990년대 6%, 2000년대 4%대로 점차 낮아지고 있습니다. 2017년에는 2.4%로 낮아지고 2031년에는 1%대 예상되는데, 따라서 지금 성장기반을 확충하지 않으면 1인당 GDP 3만불 달성이 갈수록 힘들 것으로 보여집니다. 기업을 운영하시는 분이나 경제활동을 하는 모든 분들이 국가발전과 개인발전을 위해 이 위기가 기회라는 생각을 가지시고 각자 하시는 일에 열심히 매진하시면 아마 좋은 결과가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모두 건강하시고,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손경식
1939년 서울출생,
1957년 경기고 졸업,
1961년 서울대 법학과 학사,
1968년 오클라호마주립대학원 경영학 석사,
1977년 삼성화재 대표이사 사장,
1991년 삼성화재 대표이사 부회장,
1995~ CJ그룹 회장, 2005~대한상공회의소 회장,
2005~세제발전심의위원장, 2006~환경보전협회 회장,
2011년~ 국가경쟁력강화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