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비옷의 역사가 되다
산업복 개발로 제 2의 도약하는
세일어패럴(제비표 우의) 최연구 대표이사
“미군들 우끼(튜브), 그거 아세요? 예전에는 우리나라 비옷이 우끼 그놈 뜯어다가 만들었다 아닙니까. 세상 참 많이 좋아지고 발달했지요.”
최연구 대표는 예전 비옷 이야기를 꺼내며 함박웃음을 지었다. 조금만 입고 있어도 무겁디 무거운 것은 물론이고 비가 새고 땀까지 차던 옷, 그게 바로 우의(雨衣)였는데, 어느새 주머니 하나에 쏙 들어가는 경량으로까지 나왔다. 그렇게 되기까지 최연구, 열일곱 살에 홀로 부산으로 온 이 남자의 노력이 있었다.
우산 만들던 기술, 우의에 적용
“이 비옷을 우째 만들게 됐냐 하믄요...”
그의 입에선 천연덕스럽게 경상도 사투리가 나온다. 경북영천이 고향인 그는 분지 바람이 센 고향을 등 뒤로 하고 열일곱에 남쪽 부산으로 향했다. 그의 형제는 모두 육남매. 셋째인 그에게 돌아갈 관심과 먹을거리는 없었다. 친척아저씨가 운영하는 부산의 한 양산공장이 그의 첫 직장이었다. 일찍 집을 떠나 고생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9년 후 직접 봉제공장을 열어 양산과 우의를 생산했다. 그의 이야기는 여기서부터 시작이다. 따뜻한 세상의 품을 그렸을까. 남녘 새의 상징인 제비를 자신의 브랜드로 쓰고, 고객이 원하는 것이면 제비처럼 빠르게, 그러면서도 주변을 이롭게 하며 사업을 해오고 있다.
제비표 우의 최연구 대표(66). 그의 역사는 한국산 우의 생산의 역사이다. 대구 원단공장 지도를 머리에 그리고 부산의 고무가공 기술을 바탕으로 대한민국 최고의 비옷을 만들기까지, 그는 단 한순간도 ‘이만하면 됐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한다. 부산 안락동 본사에서 그를 만났다. 사무실 귀퉁이 가장 오래된 책상, 아랫사람의 의자보다 못한 작은 의자, 20년은 더 입은 더블형 양복이 이제까지의 그의 삶의 태도를 말해준다. 비옷은 폼이 아니라 실속이다. 비가 새지 않아야 제대로 된 비옷이지 제 아무리 명품 상표라도 비가 샌다면 말짱 도루묵이다. 그는 비 안 새는 우의를 위해 영국, 러시아, 미국 할 것 없이 기술제휴를 맺으며 연구비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비옷이라는 흔치 않는 분야에 평생을 묻게 된 계기부터 물어봤다.
“제가 처음 양산공장에서 일했잖아요? 양산, 우산이 뭡니까? 비 막는 원단 구해서 살대 넣고 박는 거잖아요? 그 원단으로 만들수 있는 게 우의였습니다. 원단은 대구가 강했기 때문에 부산에서 양산을 만들어서는 경쟁력이 좀 떨어지더라고요. 당시부터부산에는 고무공장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우의를 만들면 좋겠다 싶어 하게 됐습니다.”
한 다리를 잘라라
양산 포기하고 우의에만 집중
우의가 처음부터 잘 판매되던가요?
“아니죠. 양산도 팔고 우의도 팔고 그럭저럭 봉제공장을 한 거죠. 그러다 82년도에 큰 태풍이 왔는데 창고가 물에 잠겨버렸어요. 전 재산이 물에 빠지니 잠도 안 오고 막막하대요. 딱 결단을 내렸어요. 한 다리를 잘라내자! 그때 양산을 버렸습니다. 더 잘할 수 있는 우의에만 집중을 해서 살아났습니다. 그때 둘 다 쥐고 있었으면 죽었습니다. 그래서 CEO는 결단력이 중요한 것 같아요.”
와서 직접 보니까 흔히 생각하던 것보다 우의가 굉장히 패셔너블합니다.
“요즘엔 비옷과 아웃도어와의 경계가 없어진다고들 해요. 우리 제비표가 워낙 잘 나와서... (웃음)”
예전 비옷에 머물지 않고 계속 개발을 하게 되신 이유는?
“처음엔 경쟁업체가 몇 개 있었는데, 중간에 어려워지면서 그만들 두시더라고요. 이 분야가 원래 영세하잖아요. 그런 것에 안주하고 기술개발 안했으면 저 역시 그만뒀을 겁니다. 비옷의 가장 기본기능이 뭡니까? 비가 안 새게 하는 겁니다. 그런데 우리나라 초기 비옷은 입고 나서 30분 있으면 비가 들어와요. 팔고 나면 항의가 들어오죠. 비가 새면 조선소나 어업현장 같은 데선 작업에 아주 영향을 받아요. 아, 이래선 안되겠다. 내 부모와 가족이 입는다고 생각하고 만들자! 어떻게 하면 비가 안 새게 할까 연구하게 됐습니다.”
처음엔 우의분야에서 앞서 가고 있는 기업이 없어 기술이며 시장확보 등 모든 것을 사방팔방 물어보며 만들어내야 했다고 최사장은 회고했다. 제비표 우의의 첫째 경쟁력은 테이핑 기술이다. 아무리 좋은 원단이라도 비에 조금만 오래 노출되면 박음질 부분에서 물이 새고 말았다. 박음질을 어떻게 할 것인가 연구하다 접착제와 접착기술을 개발했다. 또 박음질에 쓰일 원사를 방수소재로 개발하는 데도 성공했다. 그 다음 제비표 우의의 경쟁력은 원단개발에 있다. 원단에 고무코팅기술이 우리나라에 도입된 게 1982년경이었다. PVC코팅은 방수기능은 좋아도 무거운 게 단점이었다. PU코팅은 얇고 가벼운 게 장점이지만 방수성능이 떨어졌다. 하지만 사람들은 가볍고 방수도 잘되고, 여기에 안에 땀도 안차는 것까지 원했다. 최연구 대표는 가벼우면서도 수압을 견디는 제품을 위해 10년 가까이 기술개발에 투자했다.

국내 100대 기업들, 제비표 우의 입는다
비옷의 품질이 최근 어느 정도까지 왔습니까?
“보통 2,000mm 수압을 견디면 방수가 어느 정도 되는데 사람은 차를 타거나 움직이는 등 작업환경에 여러 가지 가변적인 요소들이 발생하니까 약 10,000mm 이상 수압을 견디도록 만듭니다. 또 사람 몸에는 38도의 열이 나는데, 비가 떨어지면 비옷 외부의 온도는 10도 이상 떨어집니다. 그 온도차이로 인해서 안에는 결로현상이 생깁니다. 즉 습기가 차는 거죠. 이걸 막으려면20,000mm 방수기능이 되어야 합니다.”
방수기능 외에 우의에 필요한 다른 기능이 있는지요?
“투습기능입니다. 빗물로부터 사용자를 보호하기 위한 방수코팅이 적용된 원단은 그 특성상 내부공기 배출 등에 제한이 있습니다. 이러한 코팅원단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저희 세일어패럴에서 방투습 원단인 S-TEX를 개발했습니다. 공기순환 및 흡투습 기능성을 극대화시켜 방수력을 유지하는 동시에 원단 내부 환경을 최적의 상태로 유지할 수 있는 원단입니다. 이렇게 우리(우의개발)는 방수가 되면서 투습이 되는 기능으로 발전하고. 레저쪽은 투습이 되면서 방수가 되는 걸로 발전하면서 최근 만나게 됐습니다. 방수와 투습은 기본적으로 같이 움직이게 됐고, 그러다보니 비옷과 아웃도어의 경계가 무너지고 있다는 얘기를 듣습니다.”
제품개발은 여기서 하더라도 생산은 어디서 합니까?
“사실 제품 대부분을 이곳 부산에서 만들고 있습니다. 인도네시아 등에 공장부지를 계약하려다 모두 취소했습니다. 왜냐하면 일반적인 옷이라면 미얀마, 베트남 등지서 봉제를 하면 되지만 이 비옷은 테이핑 기술이 핵심인만큼 봉제과정에서 얼마나 숙련된 손과 감각이 들어갔느냐에 따라 품질이 좌우됩니다. 우리 공장에 4-5년 이상 된 장인들이 많으세요. 지금 본사가 부산 시내인데, 외곽으로 이사 가지 못하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입니다. 우의를 만드는 데는 특수한 봉제기술이 쓰이고 여기에 숙련공의 장인정신과 손 감각이 꼭 필요합니다. 그 점이 원가상승으로 작용해 고민이긴 합니다만 좋은 품질을 위해 꼭 필요한 부분입니다."
그럼 중국산에 비해 비싸게 돼 가격경쟁력이 떨어지지 않습니까?
"저희 제품이 중국산에 비해 50% 정도 비쌉니다. 그렇지만 국내 100대 기업에 거의 저희 제품이 들어갑니다. 대우조선, 현대중공업 등에서 노조의 요구조건 중 강력한 것이 바로 이 비옷입니다. 제발 비 안 새는 비옷으로 해달라는 거죠. 조선소에서는 비가 와도 하루종일 밖에서 작업하는데 옷에 비가 새 들어오면 그 날 작업이 엉망이 되고 작업자의 기분과 상태, 건강까지 영향을 끼칩니다. 그래서 산업현장에서는 가격이 비싸더라도 저희 회사 제품이라면 일부러라도 쓰고 있습니다. 한번은 어떤 대기업에서 좀 싼 걸로 바꿨다가 작업자들의 항의가 들어와 다시 저희 것으로 바꾼 예가 있습니다."
외국회사 중엔 이런 우의를 만드는 유명회사가 있습니까?
"노르웨이의 헬리한센이라는 유명한 회사가 있고요, 미국의 프라그, 콜롬비아 등이 있습니다. 콜롬비아도 지금은 아웃도어로 알려져 있지만 원래는 비옷에서 출발했습니다. 이런 회사들을 가보고 싶었는데 잘 개방을 안하더라고요."
홀로 길을 찾아가는 느낌이셨겠습니다.
"가르쳐주는 사람이 없으니 고생을 많이 했습니다. 한 20년 전 초창기 때였는데 당시는 비가 새는 비옷이 많았습니다. 옷이 불량이라고 밤에 연락이 와서 아침에 찾아갔더니 깜짝 놀라요. "야 대단하시네요" 합디다. 보니까 테이프가 떨어진 거예요. 그 놈을 가져와 또 연구를 했습니다. 테이프가 안 떨어지게 연구했고 그 부분 기술이 완벽해진 게 한 10년 됐습니다."
최연구 대표는 실패도 많이 했다며 예전 기억을 더듬었다. 실패한 만큼 노하우가 쌓이기 때문에 실패하면 경험이고 성공하면 상품이 되더란 것. 한번은 원단에 코팅을 했는데 코팅원료 배합이 잘못 돼 애를 먹은 적도 있다고 한다. 현재 제비표 우의는 코오롱과 협력해 원단을 개발해 연간 약 200만 메타의 원단을 쓴다. 벌로 치면 약 50만벌, 이것이 제비표 우의의 생산량이 된다. 제품 가짓수는 약 100가지. 간단한 우의부터 일상레저 겸용, 산업현장용 우의, 화학물질로부터 보호하는 안전복까지 있다. 최근엔 영국의 유명회사 레인맥과 공동으로 제품을 개발하고 있다. 외국의 경우, 특히 영국은 일상복과 우의의 구분이 없을 정도로 우의가 생활 속에, 또 산업 현장 속에 들어와 있다고 한다. 또 노르웨이와 일본은 어업현장에 쓰이는 우의가 굉장히 고급화 되어 있을 정도다.

영국 레인맥과 공동 제품 개발
세계 우의 시장 간다
수출상황은 어떻습니까?
"우리회사 매출의 약 20% 정도가 수출물량입니다. 그런데 주목할 것은 우리 제비표는 동남아나 중국으로 수출하는 게 아니고 일본 미국 유럽 등 선진국에 수출하고 그들 수준을 목표로 한다는 점이 다릅니다."
제비표 제품 중 가장 비싼 제품은 어떤 겁니까?
"반검 기능이라 해서 칼을 막는 우의가 있습니다. 중국어선의 남하를 지키는 해상 같은 데서 쓰입니다. 한 벌에 120만원 정도입니다. "해군이나 해경에도 제품이 들어가는지요? "예전엔 들어갔어요. 군복우의가 전부 제비표였지요. 그런데 요즘엔 장애인단체 등에 납품조건을 먼저 배려하게 되면서 안하게 됐어요. 하지만 제품개발 회의를 할 땐 같이 참가하고 있습니다. 노하우와 기술에서 국내에서 저희를 따를만한 업체는 없다고 합디다."
한국 우의 시장에서 제비표의 자리는 독보적이다. 다른 대체 브랜드가 없을 정도로 국내 시장을 지배하고 있다. 납품이 35% 대리점 판매가 45% 차지하는 매출의 근본 동력은 다름 아닌 기술력. 납품 상담을 들어갔던 초기에는 중소기업이기 때문에 겪어야하는 어려움과 서러움도 있었지만 최연구 사장은 "제품을 봐라" 한마디로 자신감을 드러냈다. 작은 기업이 가진 단점들을 기술력 하나로 극복해간 것이다. 현재는 세일어패럴 매출의 10%를 R&D에 투자하고 있는데 사실 중소기업으로선 부담이 되는 비중이다. 하지만 지금 투자하지 않으면 앞으로 새로운 시장 개척이 힘들다고 보기 때문에 계속적으로 투자할 방침이라고 최 대표는 전했다.
제비표 우의 베스트 5를 뽑아라
세일어패럴 제비표 우의의 아이템은 모두 100가지,
이 중 가장 인기있고 품질력을 인정받고 있는 5가지 제품을 뽑았다




Si-901
제비표우의 베스트셀러 모델로, 방수, 발수, 투습, 내구성 등의 전반적인 구성요소를 높이기 위해 기능성 특수 소재를 사용한 최고급 우의. 상하의 전체 프리미엄 항균 기능성 메쉬 적용, 3M스카치라이트 반사테이프부착(등판), 외부포켓용 전용방수지퍼, 바지밑단 사선형 벨크로 부착
Si-911
산업작업용 고휘도 안전우의로 형광색컬러 및 반사테이프를 적용하여 우천시 최고의 시인성과 안전성을 가지는 우의. 시인성을 극대화한 형광색 컬러, 360도 전방위 3M스카치라이트 반사테이프부착, 쾌적한 착용을 위한 상의전체 항균메쉬 적용, 탈부착 가능한 투명후드, 2중 방수 지퍼.
Si-108
뛰어난 내구성과 실용성을 가진 제품으로 일반작업 및 오토바이업무용으로 적합. 안감 전체 메쉬, 2중방수 지퍼, 3M스카치라이트 반사테이프부착(등판), 고탄성 이중소매, 탈부착식 후드, 바지밑단 조절용 스냅 부착.
Si-900
입체패턴적용으로 편안한 착용감을 가지며, 발수성이 뛰어나 장시간 작업하기에 편리한 제품. 상의안감 전체메쉬, 2중방수 지퍼, 전후면 공기순환 포켓적용, 고탄성 소매밴드, 바지밑단 조절용 스냅 부착.
Si-121
작업현장에 최적화된 기능적용으로 실용성이 높으며, 합리적인 가격의 제품. 상의안감 전체메쉬 적용, 팔과 등판 고휘도 반사테이프, 2중 방수 지퍼.
성공비결은 정직
고객과의 약속은 꼭 지킨다
앞으로 만들어갈 시장은 어떤 쪽입니까?
"제품의 성능은 아웃도어와 겹쳐가고 있지만 그렇다고 아웃도어와 정면 승부할 생각은 없습니다. 그들 대기업의 자금력과는 게임이 안 될 것 같고요, 저희는 특수복 쪽으로 가려 합니다. 우의 기능에 안전복 개념을 넣어 최고수준의 제품으로 갈겁니다."
창사 40년입니다. 그간 우리나라 우의의 역사 그 자체가 되셨는데, 성공비결이 있다면?
"한번은 수출을 했다 몽땅 물어준 적이 있었어요. 당시 우리회사 매출이 연 20억이 채 안될 때인데, 물건값이 2억 5천, 이걸 가져와 새로 만들어 줬으니 5억이 들어갔어요. 그래도 결단을 내리고 큰 맘 먹고 완전히 책임지고 새로 해서 보냈습니다. 미국의 프랭크라는 업체인데 감탄을 하더라고요. 지금까지도 저희 회사 충성고객이 되고 있습니다. 성공비결요? 말과 행동이 일치하는 겁니다. 정직하지 않고 거짓말을 했다면 이런 성공은 없었을 거예요. 고객과의 약속은 절대 어기면 안 됩니다.”
비옷을 판매하시는 분들께 하시고 싶은 말씀.
“예전에는 비옷이 비닐 한 가지였는데, 지금은 많이 발달해 농업용은 물론, 공업용, 배달용, 싸이클용, 골프용, 등산용 등 다양하게 많습니다. 어디에 사용할지 소비자에게 물어봐주시고 거기에 맞는 제품을 권해주시면, 더 좋은 제품으로 보답하겠습니다.”
앞으로 소망이랄까요, 제비표 우의의 꿈과 비전을 말씀해주십시오.
“비옷은 제 천직입니다. 일을 하면서 천직이라고 생각하고 하는 것과 그냥 하는 것은 하늘과 땅 차이입니다. 제 천직을 걸고 소비자들이 만족하고 웃을 수 있는 제품을 만들 겁니다.”
글 _ 서상희 사진 _ 변한섭(마젠타 스튜디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