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에 대한 시
옛집
어머니 칠년 먼저 가시고 아버지 나중 따라 가신 양송정 옛
집을 오랜만에 찾아오네 담벼락에 박힌 애기똥풀이 아랫입술
을 내밀며 반기네 목에 걸린 알약 같은 기억 하나 튀어나오네
일학년 이었던가
읍내서 외삼촌 다니러 오셨을 때
한잔 먹세 그려
형과 누나들은 다 어디로 갔는지
아버지 막걸리 심부름 갔다 오다
나 먼저 취해
슬거덩 개골창에 빠졌던 날
어머니 콩 갈던 손으로
내 정수리에 난 피 닦아주며 하시던 말씀
“자고 나면 씻은 듯이 나을 거다”
흰머리 칼 속으로 그 흉터 그대로 인데 그 오후의 빛깔과 하
늘은어디로 갔나 그 목소리 간절하여 토방에 걸터앉는데 읍
내 장에라도 다녀오시는지 분바른 고운 어머니 마당 안으로
걸어들어 오시네
손제섭 시인
1960 밀양 출신으로 용접기자재 전문 공구상사인 일흥기업
을 운영하고 있다. 2001년 '문학과 의식'으로 등단 후, 2002
년 시집 <그 먼길 어디쯤>, 2010년 시집 <오, 벼락같은>을 출
간. 현재도 생업과 더불어 꾸준히 작품 활동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