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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IAL

[공구가 있는 현장] 세상 하나뿐인 신발 만드는 송림수제화



세상에 단 하나뿐인 신발을 만든다

송림수제화 임명형 대표


산악인들은 다 아는 송림수제화

지금 현재 송림수제화의 대표는 임명형 대표로 3대 사장이다. 2대 사장은 임형형 대표의 부친인 임효성씨. 그리고 송립수제화 창업주는 임효성씨의 외삼촌인 고 이귀석씨라고 한다. 국내 산악인들 중 송림수제화를 모르는 이는 한 사람도 없다. 수십년 전부터 등산화를 맞춤 제작하는 업체이기 때문이다. 현 대표인 임명형 대표의 말을 들어 보았다.
“송림 수제화는 일제시대인 1936년부터 시작됩니다. 당시에는 구두를 만드는 기술을 가지고 있으면 밥먹는데 걱정이 없었대요. 수제화를 만드는 곳도 지금처럼 없지는 않았죠. 광복과 한국전쟁을 겪은 후 서울인구가 차츰 늘어나면서 등산과 같은 레저를 즐기는 사람도 늘어났대요. 당시에는 등산화 자체가 없어 발목까지 오는 영국군화를 신고 등산을 했는데 밑창을 갈 곳이 없었대요. 대한민국에 등산화 밑창이 없었을 때죠. 그런데 사람들이 자꾸 신발을 가져와 밑창을 갈아달라고 했다더군요. 그래서 송림에서 국내 등산화 1호창 몰드를 만들었어요. 그걸 갖고 밑창을 갈아주고 우리도 등산화를 만들었죠. 송림의 등산화는 그렇게 시작되었습니다.”
송림수제화의 신발제조 기술력은 국내 최고다. 그래서 국내 산악인들은 송림에서 만든 등산화를 최고로 친다. 산악인 허영호씨는 고교시절부터 단골손님이었고 허영호씨는 남극과 북극 탐험을 할 때도 송림에서 만든 신발을 신었다. 위험한 도전을 하는 사람들이 믿고 쓰는 것이 바로 송림의 수제화다.


얼굴처럼 발 모양도 천차만별

송림수제화의 가장 큰 장점은 손님이 필요로 하는 모든 신발을 제작한다는 점이다. 하나의 상품에 특화되지 않고 용도에 따른 신발을 그 손님의 발에 맞추어 제작한다.
“발 모양은 사람 얼굴처럼 천차만별 입니다. 그런데 그렇게 제각각인 발 모양에 신발을 맞추는게 아니라 신발에 발을 맞추는 것이 기성화예요. 그러니 불편할 수 밖에 없죠. 1960년 대에 기계로 신발을 찍어내는 저렴한 가격의 신발이 대량으로 시중에 팔리기 시작했어요. 싸고 구매도 쉬우니 그런 기성화에 밀려 많은 수제화 전문점들이 사라졌죠. 하지만 송림은 살아남았습니다. 아마도 정성을 다해 고객의 발에 맞추어 제작했기에 가능했던 것 같아요. 각각의 고객의 발 사이즈에 맞추어 제작을 하기에 정말 편안하거든요. 평균적인 발 모양에서 벗어난 사람이라면 일반 구두는 신지 못하죠. 더군다나 우리는 발바닥의 모양까지도 생각해서 밑창을 만들고 수 십 년 경력의 제조경력자들이
신발을 만드니 편안할 수 밖에 없어요.”
임명형 대표는 한 때 국내 정형외과 의사들을 찾아다녔다고 한다. 더욱 편안한 신발을 만들기 위해 어떻게 하면 발이 편안한지 의학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는 이야기를 듣기 위해서였다. 수많은 정형외과 의사들을 만난 결과 신발깔창에서 힌트를 얻었다.
“다른 일반 수제화를 맞추면 발을 얹어놓고 펜으로 발의 둘레를 그려 발의 넓이와 길이를 측정합니다. 전 그것으로는 부족하다고 생각했죠. 발 넓이 길이도 다르지만 발바닥과 높낮이도 다 다르잖아요. 찰흙에 발바닥을 대고 누르면 그대로 발 길이 넓이 그리고 발 바닥의 높낮이도 다 드러나잖습니까. 그것과 같은 원리로 저희는 발 족형를 떠서 틀을 만들고 그 틀을 가지고 신발을 만듭니다. 그러니 편안할 수 밖에 없죠.”
실제로 작업현장을 보니 장인들의 주위에는 발 족형의 모형들이 빼곡하다. 무수한 족형의 모형들은 송림의 기술력의 증거이자 자랑이다.

편안함을 택하면 디자인은 희생해야

임명형 대표가 고객과 싸우는 경우가 종종 있다. 다른 것이 아니라 보다 편안한 신발을 신게 하기 위해서다. 수제화이기에 디자인도 고객의 취향에 맞추어 만들어 주지만 고객의 발 모양에 맞추어 신발을 제작하려면 디자인을 수정해야 하는 경우가 생긴다.
“몇 번이고 말하지만 발은 무척 예민한 부분입니다. 자신의 발모양은 무시하고 예쁜 디자인의 신발만을 고집하는 경우가 있어요. 신발에 발을 구겨 넣는 경우죠. 그렇게 되면 건강을 해져요. 나이 먹어 발에서 오는 여러 질환으로 고생합니다. 신발만큼은 우리에게 믿고 맡겨야 합니다. 저희는 오직 발만 보고 살아왔기에 손님에게 맞는 신발이 어떤 것인지 압니다. 발에 맞는 신발을 신어야 발이 편안하고 건강을 챙기죠. 안타까운 점은 보통 편안한 신발은 디자인이 희생되는 경우가 많아요. 물론 디자인도 좋으면서 편안한 신발이면 좋겠지만 사실 발 모양에 따라 신발의 디자인이 결정된다고 보셔야 해요. 그래서 발이 예쁜 사람이 신발도 예쁜 법이죠.”




재료의 차이가 품질의 차이

송림수제화의 편안함은 뛰어난 기술력이 뒷받침 했기에 가능한 일이라고 한다. 그런데 송림은 기술력뿐만 아니라 최고급 재료를 사용하여 제품을 만들고 있다.
“더 좋은 신발을 만들기 위해 최고의 재료들로 제품을 만들고 있습니다. 같은 신발이라도 밑창에 종이 한 장을 더하느냐 빼느냐에 따라 느낌이 달라집니다. 그만큼 발은 섬세하고 예민한 기관입니다. 좋지 않은 가죽을 쓰면 발이 단박에 적응을 못해요. 제가 직접 가죽을 만져보고 최고만 구매하죠. 그렇기에 손님들이 신발에 대한 만족도가 높다고 생각합니다. 또 그만큼 자신이 있구요.”
수제화이기 때문에 손님의 요구에 따라 재질도 바꾸어 신발을 제작할 수 있다. ‘악어 가죽으로 만든 부츠’처럼 자신에게 필요한 신발을 재질도 선택하여 제작하는 것. 그렇기에 한번 고객은 영원한 고객이 될 수 밖에 없다.

손에 익은 평범한 제작도구가 최고

그렇다면 수제화를 만드는데 쓰이는 도구로는 어떤 것이 있을까. 수제화를 만드는데 필요한 것으로 크게는 가죽을 자르는데 쓰이는 가위와 칼, 못을 박는데 쓰이는 망치와 못을 빼는데 쓰이는 니뻐 등이 있었다. 실과 바늘 역시도 빠질 수 없는 도구들. 송곳과 펀치 드라이버 역시도 제작에 쓰이는 중요한 도구다. 모두 공구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공구들이다.
“평범하지만 이것들이 없으면 신발을 만들 수 없죠. 특히 가위나 칼, 망치는 손에 딱 맞는 나만의 도구들이죠. 여기에서 일하는 직원 분들은 저마다 자신들의 공구들을 가지고 있어요. 칼도 가위도 저마다의 특색을 가지고 있고 그 특색에 따라 여기 장인들의 손이 되는 거죠. 칼도 적당히 날카로운 칼 아주 날카로운 칼로 나뉘고 가위는 가죽을 자르는 것이기에 튼튼하면서 섬세해야 합니다. 일반 가위와는 비교할 수 없죠. 수십년 전 쓰이던 도구와 별반 다를게 없어요. 다만 차이가 있다면 새것이 아니고 손에 아주 익숙한 오래된 공구들이라는 점이 차이점이 있어요.”
이 외에도 펜과 종이 신발을 고정하는데 쓰이는 바이스 등을 찾아 볼 수 있었다. 공구인들의 손을 거친 공구가 장인들에게 들어와 최고의 신발을 만드는데 쓰이고 있는 것이다.
“내가 잘해서 살아남은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고객들이 믿어 주셨기에 저희가 이렇게 살아 왔죠. 보통 지나가는 말로 ‘고객님 사랑합니다’하죠? 그런데 말로만 고객을 사랑해서는 안되고 정말 고객을 사랑해야 합니다. 오랜 세월동안 초심을 지켜 고객님에게 신뢰를 주고 고객님과의 약속은 철저히 지킨다는 철칙을 지켜 왔어요. 처음부터 돈이 아니라 고객을 위해 제품을 제작한다. 이렇게 생각해야하고 그렇게 했기에 송림이 100년 가까이 살아왔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신발 제작 공구
도 변하지 않고 그대로 쓰는 것이 아닐까요?”
송림은 수제화 한켤레를 제작하는데 천 번의 손길이 간다고 한다. 그리고 그 손길은 공구에서 비롯되어 공구에서 끝이 난다. 수십 년 간 변치 않은 고객과의 약속. 이제 송림은 100년의 기업으로 거듭나고 있다.

글, 사진 _ 한상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