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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방] 제주도 공구상 탐방기
제주도에도 공구상은 성업 중
마을 단위로 분산, 공구보다 철물이 강세
흔히 공구상은 대도시나 공업이 발달한 지역에 많다고 생각할 것이다. 맞다. 그런데 섬 지방에도 그들만의 독특한 형식으로 공구상이 발달해 있다. 특히 제주도는 귀농인구 증가와 관광산업 발전에 따라 공구상이 꽤 많이 들어서 있다. 꿈의 섬 제주도, 그곳의 공구상사는 어떻게 발달해 왔고 현재 어떤 모습일지 짚어본다.
제주도의 공구상은 150여개 있으며, 분포형태는 해안가에 따라 선별적으로 분포되어 있으며, 주로 제주시, 서귀포시, 한림에 주로 분포되어 있다.
글, 사진_백승열(크레텍책임 영업부장)
자연발생적으로 형성 … 생활권 중심으로 분산
현재 제주도에 있는 공구상은 150여개(통계청 산업별 현황 기준). 여기에 철물, 건자재 등의 소규모 매장을 포함하면 200개를 훨씬 넘는 공구.철물상이 활발하게 운영 중이다. 이들 대부분은 지역별 상권을 중심으로 분산된 형태를 띄고 있다. 이는 이렇다 할 공업단지가 없는 제주도의 특수성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공구상은 한국전쟁과 산업화를 배경으로 밀집되어 발달했지만 제주도는 산업화와 상관없이 지역 수요가 발생함에 따라 자연발생적으로 탄생했다. 제주도 대표 공구상인 삼평기공사 강을석 대표는 "1970년대 자동차정비 관련 수요가 생기면서 실질적인 공구상이 시작됐다"며 "이후 관광업 발달에 따라 크고 작은 철물점과 공구상이 늘어나면서 오늘날과 같이 발전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제주도 공구상들은 해안가를 따라 형성된 각 생활권역을 기준으로 적절한 상권을 유지하며 분산돼 있다고 보면 된다. 행정구역별로는 70% 이상이 제주시에, 나머지 30%는 서귀포시와 한림 등에 위치한다.
70% 이상이 철물점 형태 … 혈연, 지연 위주 안정된 매출
제주도 공구상은 생활 수요에 따라 자연발생적으로 탄생한 만큼 2/3 이상이 공구상보다는 철물점에 가깝다. 특화된 공구보다는 산업용 기계, 건자재, 가정용 공구 등 총망라하여 다룬다.
공단 등 대규모 상권 형성이 어렵기 때문에 건축 관련 납품 또는 대부분 소매 위주의 영업 형태로 발전했다. 관광산업이나 대규모 건축의 경우 수주 받은 대기업이 육지에서 대량으로 공구를 납품받아 오기 때문에 이에 대한 제주도 현지 납품은 비중이 크지 않다. 대신 과수농가 등 1차 산업과 펜션 등 소규모 건축 등에 혈연, 지연을 기반으로 한 안정된 고정 매출이 있다. 따라서 외부 요인에 영향을 덜 받고 매출기복이 적은 것이 운영상 장점이 된다.

원스톱 가능한 대규모 매장도 생겨 … A/S, 물류비 등 애로
제주도 공구상은 몇 십평 규모가 일반적이었지만 최근 몇 년 사이 100~200평은 규모의 큰 공구상이 입지하는 특징을 보이고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500평 규모의 공구상도 있다. 이는 원스톱 쇼핑을 원하는 수요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농업, 어업 등 1차 산업에서 전동, 에어 등 전문 산업공구, 철물로 지칭되는 생활 공구 등 다양하게 갖춰져 있다.
섬 지역이기 때문에 겪는 애로 사항도 많다. 물류비가 가장 큰 부담이다. 또 화물로 발송된 물건이 중간에 분실될 경우 책임을 묻기 애매한 경우도 발생한다. 반품 및 A/S 처리도 피드백이 제대로 되지 않으면 낭패를 볼 수 있어 여간 신경 쓰이는 일이 아니다. 제조사와 도매 유통사 등의 긴밀한 협조가 어느 지역보다 절실하다.
중국인 부동산 투자 붐 … 공구업계 영향은 미지수
최근 서귀포를 중심으로 제주도 관광 개발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또 중국인 관광객의 증가세가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으며 서귀포 해안가를 중심으로 중국인 부동산 투자도 붐이 일고 있다. 현재 제주도에 중국인 소유 부동산은 전체의 5%에 달했는데, 항간에는 향후 10년 안에 지역 부동산의 25~30%가 중국인 소유가 될 것이라는 말이 나돌 정도다. 중국인들을 위한 아파트도 들어설 예정이다.
그러나 이러한 개발과 투자 붐이 공구업계에 미칠 영향은 아직 미지수다. 인근 공구상들은 "최근 해군기지 관련 납품도 육지에서 조달받아 제주 현지 업계에는 큰 영향을 주지 않았다"며 "향후 대규모 개발이 지역 공구상에 미치는 영향은 그리 크지 않을 것 같다"고 조심스럽게 전망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