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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구상탐방

강원 춘천 보성종합공구

 

1층 공구상 2층은 피규어샵

 

강원 춘천 보성종합공구·보성피규어 정시윤 대표

 

우표, 기념주화, 스페셜 술병, 각종 소주잔 맥주잔 등 뭔가 모으는 데 둘째가라면 서러울 춘천 보성종합공구 정시윤 대표. 수집광(狂)이라는 호칭이 딱 어울릴 대표의 요즘 수집 대상은 다름아닌 ‘피규어’다.

 

직접 용접해 만든 깡통로봇. 깡통로봇 만들기도 대표의 취미 중 하나다.
 

공구상과 피규어샵 함께 운영하는 대표

 

강원도 춘천시 보성종합공구는 참 특이한 공구상이다. 1층에서는 공구를 판매하고 매장 2층은 피규어(사람 또는 사물을 플라스틱 등으로 만든 모형)샵이 있다. 보성공구와 보성피규어 두 매장을 함께 운영하는 이는 1961년생, 올해 나이 예순 셋의 정시윤 대표다.
대표가 피규어를 수집하기 시작한 건 지금으로부터 15년 전, 인생의 큰 굴곡을 거치며 힘들어하던 시기였다. 매일 찾아가 살다시피 하던 호프집 옆에 뽑기 기계가 눈에 들어왔고 뭔가 한 번 시작하면 끝장을 보는 성격인 대표는 뽑기에도 밤새 매달렸다. 그렇게 뽑기로 뽑은 각종 모형들이 피규어 수집의 발단이었다.
2층 매장을 가득 채운 원피스, 스타워즈, 울트라맨, 디즈니 프린세스 등 각종 피규어들. 비싼 건 100만 원에 가까운 피규어도 여러 개 전시중인 보성피규어는 마니아들 사이에서 그래도 꽤 이름난 피규어샵이다.


“서울에서도 먼 춘천까지 찾아옵니다. 서울에 없는 피규어가 나한테 있으니까. 찾기 힘든 메이드 인 코리아 못난이인형은 개당 10만원씩 해요.”

 

우표 수집에서 시작된 수집벽

 

보성피규어에는 피규어만 전시되어 있는 것이 아니다. 각종 스페셜 버전의 소주병이나 콜라병, 커피캔, 맥주장 소주잔 등 각종 ‘굿즈’들도 매대를 채우고 있다. 지금은 출시되지 않는 산 소주, 그린소주 등 전부 희귀한 소장품들이다.


“크리스마스 버전 소주병부터 방탄소년단 스페셜 소주병까지 이런 소주병들 모으려고 전국 팔도를 다 다녔어요. 시리즈를 다 갖춰야 하니까.”

 


지금 일반적으로 판매되는 돌려서 따는 소주병이 아닌 병따개로 따야 하는 크라운캡 소주병은 요즘 한 병에 5만원씩에 거래된다고 한다.
정시윤 대표가 앓고 있는 ‘수집벽(癖)’의 시작은 국민학생 시절 우표 수집이었다. 발행되는 기념우표를 구입하기 위해 새벽부터 우체국 앞에 줄 서 기다려 손에 넣던 재미. 바로 그 재미가 어린 대표를 사로잡았다. 한 살 두 살 나이들어가면서 우표 구입처의 범위는 점점 늘어났고 전국 각지의 지역우표를 구입하기 위해 가까이는 서울에서 멀리는 전남 여수까지 안 다녀온 곳이 없다는 대표다.

 


“400원 짜리 우표 구입하는 데 4~50만원 들어요. 멀리 여수에서 이순신 장군 거북선 우표 나왔다 치면 왔다갔다 교통비 들지 밥도 사먹어야지 머니까 잠도 자야지 하면 그 비용 들지. 정성이 있어야 해요.”

 

어린 시절부터 수집해 온 각종 물건들

 

피규어, 우표뿐 아니라 기념주화, 지폐, 수석, 오래된 골동품들을 어린 시절부터 지금껏 모아 온 대표는 그런 수집벽의 원인을 외로운 인생 탓이라 말한다. 
그렇게나 열심히 모으던 우표 수집에서 지금은 손을 뗐다는 정시윤 대표. 전두환 정권 시절 기념우표 발행이 늘어나면서부터 시들해졌고, 또 지금은 우표 구입을 위해 찾아갈 필요 없이 입금만 하면 각 지역 우체국에서 우표를 보내주는 통에 줄 서 기다려 구입하는 재미가 사라져 버린 것이 원인이다. 그리고 이사하면서 모아뒀던 우표들을 잃어버린 것이 가장 큰 이유다. 지금은 피규어 수집에만 집중하고 있는 정시윤 대표다.

 

춘천닭갈비 철판 제작 특허도 보유

 

정시윤 대표는 공구상 운영 2대째다. 아버지가 운영하던 공구상에서 함께 일을 하다 이어받았다. 한창 잘 나가던 7~80년대에는 춘천에서 두 번째로 많이 팔던 공구상이었다. 전기 전압사 쪽 필요 공구는 보성종합공구가 꽉 잡고 있었다. 당시 판매하던 펜치 종류만 해도 50가지가 넘었다니 말 다 했다.
보성공구의 위치는 춘천의 구도심 한복판 구(舊) 춘천터미널 자리 바로 근처다. 80년대만 하도 인근에 공구상이 30곳 정도는 될 정도였고 춘천 뿐 아니라 원주, 양구 등지에서도 공구가 필요하면 찾던 춘천 구도심. 하지만 세월의 흐름과 함께 공구상들이 하나 둘 더 나은 자리를 찾아 떠나가고 2002년에는 터미널도 다른 곳으로 옮겨지며 구도심 지역은 분위기가 많이 가라앉았다.
대표는 현재 공구 판매, 피규어 수집 및 판매와 동시에 과거부터 해 온 일인 닭갈비 조리용 철판 제작도 함께하고 있다. 닭갈비 철판 제작 특허 및 디자인등록만 해도 10개가 넘는다는 대표. 한창 춘천닭갈비 열풍이 시작된 80년대 후반, 대표가 제작한 철판 한 세트가 15만원이라는 비싼 가격에도 불티나게 팔렸다. 지금은 판매량이 줄었지만 그래도 꾸준히 판매되고 있다.

 

대표가 특허 내 제작하는 닭갈비 철판(좌)
 

깡통로봇 ‘번개돌이’ 기대하세요

 

최근 정시윤 대표는 지역방송 TV에 출연하기도 했다. 방송 주제는 ‘뭐든지 다 만드는 공구상 대표’. 특허 내 제작하는 닭갈비 철판, 대표가 용접으로 만들어내는 각종 깡통로봇과 캐릭터들이 방송에 출연했다. 대표가 철판을 용접해 만든 깡통로봇 가운데 깡통 태권V와 깡통 뽀로로도 보인다.


“지금 만들려고 하는 깡통로봇이 있어요. ‘번개돌이’라고. 한국적인 로봇이에요. 지금은 세상이 번개처럼 돌아가잖아요. 그래서 번개돌이라고 이름을 지어서 상표출원까지 한 상태예요. 태권V를 잇는 우리나라 대표 캐릭터로 만들어 보려고요. 지금은 아직 임신중이라고 생각하면 돼요. 곧 태어나겠죠. 기대해도 좋아요.”

 

글·사진 _ 이대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