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핑·구경은 기본 이케아식 판매전략 배워봐


쇼핑·구경은 기본 이케아식 판매전략 배워봐


가구보다 소품이 대세, 공구업계 영향은 미약





스웨덴 가구공룡 이케아 1호점이 문을 연지 한 달이 넘었다. DIY 붐과 함께 공구업계에도 어떤 영향을 줄지 몰라 긴장했지만  거의 파장이 없을 것으로 보여 일단 ‘안심’이다. 오픈 첫날 인산인해를 이루었던 ‘이케아 대란’ 때와 달리, 평일 매장은 쇼핑하기 적당했다. 방문객이 얼마나 구매로 이어질지 몰라도 ‘구경’하는 재미는 확실하다.

아기자기한 쇼룸 … 8600여 제품 한 눈에


파란색의 거대매장과 노란색 이케아 로고가 KTX광명역에서도 한눈에 보인다. 이케아 광명점은 연면적 13만m²로 축구장 4개에 맞먹는 세계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가구는 물론 조명기구, 침구, 커튼, 장난감, 생활소품 등 8600개 이상의 각종 가구 및 생활용품을 판매하고 있다. 5층 건물에 매장 2개 층과 주차장 3개 층으로 이뤄져 있다. 광명역에서 도보로 10분 걸리며 셔틀버스도 정기적으로 다닌다. 지리적으로 제2경인고속도로, 서울외곽순환도로, 서해안고속도로의 접점에 위치해 있어 수도권은 물론 전국을 대상으로 영업하는 초대형 매장이다.
매장 2층부터 들어가도록 안내되어 있는데 2층 전체가 디스플레이 층이고, 1층은 물건을 골라 담는 창고 및 계산대로 이뤄져 있다. 얼핏 코스트코와 비슷한 창고형 매장으로 보이지만 부피가 큰 가구라는 특성상 조금 다른 방식으로 구매가 진행된다. 디스플레이 층은 65개에 달하는 쇼룸으로 조성돼 있다. 색상이나 콘셉트에 맞게 각 쇼룸에서 한 눈에 인테리어를 확인할 수 있도록 아기자기하게 꾸며 놨다. 거실, 주방, 서재, 침실, 베란다, 어린이 섹션을 지나 레스토랑과 침구, 욕실용품 등 홈퍼니싱 악세서리 섹션까지 도착하면 2층 매장은 모두 둘러보는 셈이 된다. 동선을 따라 계산대까지 거리는 약 3㎞ 정도 되지만 꼼꼼히 구경하면 두 시간은 기본이다.
이케아를 단순 가구 매장으로 생각했다가는 큰 오산이다. 실상은 각종 생활용품이 즐비하다. 가구를 구경하러 왔다가 아이디어 돋보이는 북유럽식 생활소품에 푹 빠지는 소비자가 많다. 값싸고 맛있는 식당은 이케아에서 빼놓을 수 없는 필수 코스다. 아이들 놀이터도 갖추고 있어 이만하면 볼거리, 먹을거리, 즐길거리 어느 것 하나 손색이 없기에 지방에서 시간과 비용을 들여서 찾아와볼 만하다.
 

아이 있는 젊은 층 겨냥 … 곳곳에 쇼핑 편의 서비스


이케아 광명점의 쇼룸은 특히 한국소비자의 취향과 타겟층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15~55m² 넓이의 한국 중·소형 주거문화를 반영해 실용적인 아이템을 적절히 배치했다. 아이가 있는 젊은 소비자를 겨냥했다는 게 확연히 드러난다. MDF(중밀도 섬유판)나 PB(나무를 톱밥과 섞어서 압축한 파티클보드) 등 저렴한 소재를 많이 쓰긴 했지만 3~6년 단위로 필요할 때마다 부담 없이 교체할 수 있는 이케아 상품의 특징이 어린아이가 있는 가정에 딱 맞기 때문이다. 광명점 키즈 섹션이 전 세계 매장 가운데 가장 큰 것도 이런 이유다.
쇼핑 편의를 위한 시스템도 글로벌 기업의 경험이 빛나는 대목이다. 제품마다 붙어 있는 꼬리표의 상세한 설명이 특히 친절한데, 일부 쇼룸은 디자이너의 사진과 함께 설명을 덧붙여 제품 가치를 더하기도 했다. 몇몇 쇼룸에는 각 가구의 가격표 외에 전체 가격표가 한눈에 보기 쉽게 걸려 있다. 쇼룸 전체를 꾸미는 데 들어가는 비용이 대략 얼마인지 가늠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소비자는 쇼룸에 전시된 아이템마다 품목번호를 기록해 창고매장에서 카테고리별로 직접 찾아야 하는데 이를 위해 몽당연필과 종이를 곳곳에 비치했다. 스마트폰 카메라로 곧바로 제품정보를 찍는 한국 소비자에게는 다소 인기가 없었지만 고객을 위한 배려가 묻어나는 대목이다. 대중교통으로 방문해 짐이 많은 고객을 위한 사물함 비치는 기본. 소량 구매 고객을 위한 계산대도 따로 있다. 1층 창고매장은 직원 안내 대신 태블릿PC나 컴퓨터를 여러 2대 비치해 제품을 검색해서 그 위치를 찾을 수 있도록 했다.


 

운반·조립은 소비자 몫 … 배송비 너무 비싸


쇼핑 이외의 시스템은 한국 소비자에게 다소 불편한 점이 많다. 포장, 운반, 조립까지 계산 이후 일체 단계가 소비자의 몫이기 때문이다. ‘불편함을 판다’는 이케아의 캐치프레이즈에 공감하기에는 기존 한국 시장의 배송 시스템이 너무나도 잘 되어 있다.
‘불편함’을 느끼지 않고 이케아 제품을 사고 싶은 소비자에게는 배송과 조립에 따른 추가 비용이 발생할 수 있다. 그러나 배송비가 결코 싸지 않은 것이 문제다. 최소 2만9000원에서 최대 16만9000원. 최소 비용은 광명시, 금천구 등 이케아 매장 인근 지역에 적용된다. 서울 지역은 평균 4만9000원이며, 충청·대전지역과 전라·경상도 지역은 각각 13만9000원, 15만9000원 수준이다. 도서 지역은 아예 배송이 불가능하다.
조립에 자신이 없는 소비자는 배송과 함께 조립 서비스도 받을 수 있는데 이 또한 무료는 아니다. 기본 4만원부터 시작하는데 복잡한 가구 조립은 25만원 가량 청구되기도 한다.
부피와 무게가 적은 제품은 택배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이케아에서 제공하는 규격 상자에 차곡차곡 담아 넣으면 되는데 무게는 한 박스에 30kg까지로 제한한다. 서울과 경기 지역은 박스당 7천원 나머지 지역은 1만원이다.
 

가구보다 소품시장 더 긴장 … 공구업계 큰 파장 없어


이 때문인지 최근 이케아에서 밝힌 품절 상품 1위는 가구가 아닌 빨래건조대다. 실제로 광명점은 쇼룸보다 소품 매장이 더 붐빈다. 5000원에서 1,2만원대 저렴한 상품이 많다. 욕실용품과 침구, 카펫, 조명, 화분, 시계까지 없는 게 없다. 국내 가구업체보다 잡화점들이 긴장해야 한다는 얘기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소품 매장을 지나가다 보면 아이디어 상품도 꽤 많다. 소파에서 노트북으로 작업을 할 수 있는 받침대, 와인을 보관할 수 있는 와인 수납함, 감각 있는 냅킨 등 저렴하면서도 기발한 제품들이 눈길을 끈다. 웬만큼 저렴하고 인기 있는 제품은 ‘빠른 시일 내에 준비해 두겠습니다’란 노란 품절 딱지가 떡하니 붙어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이케아가 국내 가구기업에 미치는 영향력이 크지 않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국내 1위 가구기업 한샘 주가가 이케아 개장 후 되레 30%가량 올랐다고 한다.
공구업계도 큰 파장은 찾아보기 힘들다. 서울에서 전동공구를 취급하는 J업체는 “이케아 상륙 소식에 바짝 긴장해서 오픈 첫날 전 직원을 광명점으로 출근시켰다”면서 “그러나 특별한 공구도 없거니와 수공구와 인테리어 자재도 최소한만 갖춘 것으로 파악돼 한 시름 놓았다”고 말했다. 인테리어 철물점을 하는 C업체도 마찬가지. “이전부터 철물, 공구업에 큰 영향이 없을 것으로 생각했지만 현재까지도 그렇게 보인다”면서 “향후 DIY시장이 활성화되고 각 가정에 필요한 공구수요가 늘지도 모르겠지만 이케아의 조립식 가구에 그다지 많은 공구가 필요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DIY 문화에 익숙하지 않은 한국 사회에서 이케아 가구가 얼마나 선전할지는 아직 미지수다. 그러나 세계 최대 규모의 이케아 매장 자체는 꼭 한번 들러볼 만한 장소임에 틀림없다.
 

글, 사진 _ 배선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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