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구달인 6인 끝장토론 썰전

공구업계 ‘꾼’들이 모였다. 장사도 달인, 입담도 달인. 업계 대표 공구상으로 인정받고 있는
여섯 남자들이 서울 성북구 작은 찻집에서 얼굴을 맞댔다.
고객관리와 투자노하우부터 2세 경영에 대한 속 깊은 고민까지.
나이와 지역을 막론하고 마음 터놓고 주고받은 이들의 썰전 전격 공개.


“장사 잘하는 비법 어디 없나?”


 

고객관리는 작은 것부터 … ‘정성’이 답이다


서정철 : 올해 내 나이가 일흔한 살이다. 아무래도 내가 가장 연장자라서 사회 역할을 맡게 된 거 같다. 같은 업계에 있어도 서로 어떻게 장사하는지, 어떤 고민이 있는지 이야기할 기회가 거의 없었지 않나 싶은데. 오늘 하고 싶은 말, 속 시원히 풀어보자. 역시 장사하는 사람들이 모이면 돈 버는 이야기가 빠질 수 없다. 돈 버는 핵심은 고객 아닌가. 고객 관리는 다들 어떻게 하시나.
문제훈 : 손님들 대하다 보면 우여곡절이 많다. 나는 볼트를 다루니까 단가가 매우 소액으로 계산된다. 옛날에, 한 40년 전에는 1원 단위가 있을 때였다. 나는 그 밑에 ‘전’ 단위부터 계산했다. 말 그대로 ‘티끌 모아 태산’인 시대였다. 그런데 지금은 소비자가 볼트 몇 개를 사려고 해도 공구상에서 사기가 쉽지 않다. 소량 포장도 없을 뿐더러 팔아도 돈이 안 되기 때문이다. 그런 손님들이 우리 가게 오면 ‘셀프 판매’라고 해서 그냥 공짜로 드린다. 1원짜리를 100원 받고 팔 수도 없으니까. 그런데 그분이 만약에 기업체 사장이나 공장장이다, 이럴 경우가 있다. 실제로 이 덕분에 모 업체 대표가 나를 부른 적이 있다. 현재 그 업체에서 월 5천씩 매출을 올려준다. 또 어떤 손님은 무척 감동을 하더라. 온 데 돌아다녀도 못 구했는데 고맙다고. 볼트값은 100원치도 안 되는데 아이스크림 5천원씩에 빵도 한 꾸러미 사왔다. 그럴 땐 나도 장사할 맛이 난다.
김영재 : 우리는 전화번호 끝자리를 이용한 포인트 제도로 고객을 관리하고 있다. 또 바코드 시스템을 구축해놨기 때문에 단가를 A~D로 등급을 매겨 소매, 도매, 이벤트 등 적절하게 조율할 수 있도록 했다. 특히  ‘공구데이’라고 해서 매월 9일에 할인이벤트를 실시했다. 그러자 손님들이 왜 19일, 29일에는 안 하냐 요청을 해서 한달에 세 번 할인가격으로 공구를 판매하고 있다.
문제훈 : 공구데이에 손님들이 확실히 많이 오나?
김영재 : 확실히 많다. 이익만 생각하면 월 100만원 정도 손해다. 그래도 손님이 있어야 ‘번영테크툴’이 있다. 나에게 손님은 ‘왕’이 아니라 ‘황제’다. 간혹 황제 같지 않은 사람이 올 때도 있긴 하다.(웃음)  이른 아침부터 1600짜리 실리콘 하나 사면서 카드결재를 요구하더니 커피까지 타 달란다. 그래도 나는 손님들에게 커피 타 줄 때가 가장 행복하다. 종이컵에 물을 얼마나 따르고 몇 번을 저어야 맛있는지도 터득했다. 올 겨울에는 보온물통을 17만원 주고 사서 대추차와 생강차를 끓였다.
육상길 : 우리 매장은 크지는 않지만 자리가 좋아서 잘 되는 편인 것 같다. 나도 작은 것에서 손님에게 감동을 준다는 것에 공감한다. 손님이 찾는 물건이 없을 때 다른 매장에 보내는 것이 아니라 내가 구해주는 것을 원칙으로 여긴다. 하루는 비가 주룩주룩 내리는데 손님이 매장에 없는 물건을 찾자 직원들이 외면하는 소리가 들렸다. 바로 나가서 내가 다시 찾아보겠다 말하고 비 맞으면서 돌아다녀 구해드렸다. 내가 할 수 있는 한 끝까지 정성을 다하고 싶다.
서정필 : 그게 사장의 이미지다. 성공하는 조건 중에 사장의 이미지가 큰 몫을 차지한다.
김대식 : 나는 이 질문을 받았을 때 내 거래처 중에 진짜 돈을 번 집은 과연 어느 집일까 생각해 봤다. 그 중 하나가 중고물품 명판갈이 하는 집이다. 어느 날 그분 가게를 들렀는데 선반 하나 없이 너무나 열악한 환경에서 일하고 있었다. 어떻게든 돕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사업 아이템과 방향성을 제시했다. 그러자 나를 믿고 전 재산 1200만원 중 1000만원 담보를 걸더라. 나도 거기에 응해서 100만원 미만 거래처 A/S할 수 있는 곳을 다 넘겨 드렸다. 6년 지나고 나니까 다몬 소매로만 4,5천만원 매출을 올리더라. 이런 곳이 전국에 몇 업체가 된다. 나보다 훨씬 큰 업체도 있다. 작은 물고기가 큰 물고기 된다는 것을 안 잊어버리고 고객과 함께 성장하는 방법을 늘 고민해야 한다.
 

가족경영 많은 공구업계…
직원 관리는 곧 2세 경영


서정철 : 고객만큼 중요한 게 직원 아닌가. 직원 관리는 고객과 매출에 직결이라고 보는데 다들 어떻게 하시고 있나.
김영재 : 우리는 10명 남짓 직원이 있는데 많지 않은 것 같아도 관리가 상당히 힘들다. 과거 겪었던 이들 중에는 오너 눈 속이는 친구, 심지어 자기 통장을 만들어서 미수금 입금 받는 친구, 어떤 A/S 기사는 실력만 너무 믿고 불친절하게 손님한테 갑질해서 결국 그만두게 했다. 막상 그들이 그만둘 때는 그동안 밀렸던 초과수당이다 뭐다 요구하는 게 많더라. 그렇게 입씨름하는 것도 결국 내 손해라, 한군데 부도 맞았다 생각하고 정리한다. 부도덕한 직원을 만나면 회의도 들지만 그래도 직원들 생일 때 케이크와 와인은 꼭꼭 지급하고 있다. 직원이 가게의 생명이니까. 직원 없으면 장사 안 된다.
김대식 : 도매상은 구매담당자와 거래처가 얽히는 경우도 많다. 예전에 인천 1위 기업인 J업체에 전량 납품 수주를 받은 적이 있다. 한달에 1억이었다. 그 업체 회장이 부르더니 딱 한 마디, 우리회사 경리과에 가서 법인카드를 받아가라. 우리 직원이 밥 먹자, 술 먹자 하는 것은 우리 법인카드로 써라. 만약 그 돈을 당신이 내게 되면 우리 회사에 들어오는 물품 값이 올라갈 게 아니냐. 나와 지속적으로 거래하려면 가격 경쟁력이 있어야 하니까 우리 직원이 요구하는 것은 내 카드를 쓰라고. 그때 느낀 바가 많다. 나도 직원 복지를 위해 많이 고민한다. 실적에 따른 성과급을 줄 때 그 가정에 필요한 전자제품을 준다. 연말성과급도 가족 모두를 초대해 식사하는 자리에서 주는데 봉투를 4개로 나눠서 가장 큰 금액은 부인에게, 그 다음은 남편에게, 나머지는 친정과 본가로 나누어서 쓰라는 뜻이다. 그러고 나니까 야근을 해도 집에서 바가지 안 긁고 부모님도 뭐라 안 하시더라. 자녀들을 위한 스키 프로그램도 제공한다. 물론 딴 주머니 차는 질 나쁜 직원도 더러 있을 수 있다. 자식도 내 마음대로 안 되는데 직원이 내 마음대로 되겠나. 그래도 아름다운 터전을 만들고 싶은 게 오너의 바람이다.
문제훈 : 말이 나온 김에 나는 2세 경영이 고민이다. 9년 전에 뇌출혈을 맞았는데 당시 아들은 고등학교 갓 졸업했을 때다. 나는 병원에 누워있고 와이프 혼자 가게를 이끌 수도 없고 직원도 천차만별이고. 가게를 접어야 하지 않나 생각했다. 일단은 아들이 대학을 주간에서 야간으로 변경하고 알바 형식으로 정리를 돕도록 했다. 속으로는 아들이 가게를 받아줬으면 하는 마음이 굴뚝 같았다. 한날 아들을 불러 진지하게 물었다. 네가 이걸 해볼 수 있겠냐 했더니 ‘하겠다’ 이러더라. 아니, 하겠다는데 안 주면 안 되잖아. 어차피 다른 사람에게 넘기려고 한 거니까, 적자를 내든 이익을 내든 알아서 하라고 줬다. 원래는 타 업체에서 바닥부터 일을 배우고 시야를 넓혀가기를 바랬는데 상황 때문에 그렇게 못했다. 벌써 지금 28살이 됐다. 하루 두 시간만 나가서 가게를 도와준다. 근데… 참 내 뜻대로 안 된다.(웃음)
김대식 : 나는 우리 아들 이름이 ‘다몬’이다. 다윗과 솔로몬의 줄임말인데 다이아몬드 공구를 다루게 되면서 회사 이름도 다몬으로 붙였다. 지금 친척 가게에 보내서 일을 배우고 있다. 그런데 하나도 신나 보이지 않더라. 그래서 걱정이다. 나는 2세 경영자들에게 물어보고 싶다. 과연 행복한가 라고. 그 선택이 부모의 행복인지 자식의 행복인지. 또 하나는 아이의 적성이 사업과 맞는지. 돈 버는 데 문제 없으니까 이 길을 택하라고 한 건 아닌지. 요즘 정말 고민이 많이 된다.
서정철 : 우리나라 공구업계 1위부터 10위까지 업체가 2세 경영으로 이동 중이다. 부모의 뜻을 착실히 따르는 자식이 있는 반면 관심도 없고 도망 다니기 바쁜 자식도 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2세가 다른 사람 10배 낫다’고 말해주고 싶다. 2세가 부모의 일을 하겠다고 하면 하늘이 내린 복이다. 만약 그렇다면 밑바닥에서부터 시키지 말고 중간 직책이나 중역부터 시켜라. 물론 이견도 있을 수 있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그리고 종업원들도 그 정도는 감수한다. 경영자 교육 기관에서 인맥을 쌓는 것도 중요하다.
문제훈 : ‘2세가 부모의 일을 하겠다고 하면 하늘이 내린 복이다’ 진짜 명심하겠다. 2세를 밑바닥부터 시킬지 중역부터 시킬지는 회사 규모와 상황마다 다를 수 있을 것 같다. 서 대표님 말씀대로 이견이 분분하지만 각자 맞게 취사선택하면 좋겠다.
(2세 경영 문제를 두고 어느 때보다 시끌벅적한 난상토론이 이어졌다.)

썰전2
 

불경기 투자는 어떻게?… 나는 지금 ‘여기’에 몰빵


서정철 : 이번에는 투자로 넘어가 보자. 올해 경기는 작년에 비해서 87% 정도로 보라고 한다. 작년 100억 팔았으면 올해 87억 팔린다는 거다. 그렇다면 자산을 재고로 몰지, 부동산으로 묶을지, 현금으로 묻을지, 2호점 투자를 할지. 각자 어떻게 할 건지 말해 달라. 독자들이 참고해서 따라가면 돈 벌 수 있도록.
육상길 : 나는 매장에 투자해서 확장했다. 아이템 수도 늘리고. 불경기지만 한 번 더 도전을 해볼까 싶다. 처음 시작도 외환위기 넘어설 때 어려운 시기를 넘기면서 시작했다. 지금도 비슷한 느낌이지만 사업 15년 차가 되는데 더 늦기 전에 도전해 보련다. 작지만 원스톱 시스템으로 소비자 만족을 높이는데 초점을 맞췄다.
김영재 : 맞다. 불경기 때 투자하고 공격적으로 마케팅하는 사람이 호경기 때 빛을 발한다. 이게 성공 비법 중 하나다. 나 같은 중소상인들은 직원 인건비를 어디서 충당해야 하나 이게 제일 걱정이다. 그래서 임대 수입으로 충당하는 방법을 생각하고 있다. 천안에 지인 소개로 땅을 분양을 받았는데 2호점을 낼까 고민했다. 그런데 세종시 특수가 지나면 또 먹거리가 사라지니까 그것도 고민스러워서 이 땅에 임대사업을 알아봤다. 원투룸 임대업이 돈 된다고 무턱대고 시작하면 나중에 공실률 때문에 애를 먹는다. 내 생각에 제일 좋은 방법은 싼 땅을 사서 공장 임대업을 하는 게 가장 좋다고 본다. 물론 본 사업을 착실히 병행해야 한다. 노후 준비까지 되도록 길게 준비해 볼까 한다.
김대식 : 나는 거래처 중에 힘든 사람에게 투자하려고 한다. 힘들지만 살아가려는 열정이 많은 사람이 업계에 많이 있다. 소도 비빌 언덕이 있어야 한다고, 의지가 있다면 그 사람에게 사업적 도움을 줬을 때 오히려 더 크게 성장하는 사례도 많이 봤다. 사람에게 투자해서 그 사람의 울타리가 되어 주면 그게 결국 내 울타리가 되더라. 물건이든 아이디어든…. 밥값도 없이 찾아왔던 한 분은 4년 사이에 250억 MOU를 맺을 정도로 성장하셨다. 아이디어의 단초를 제공해 준 것이 고맙다면서 자기 제품 소모품은 나한테 모두 맡겼다. 비슷한 경우도 많다. 이런 모습을 보면서 어려울 때일수록 더 어려운 업체에 도움을 나누는 게 나중에 더 크게 돌아오는 투자가 되는 거 같다.
서정철 : 김 대표의 투자방식은 새로운 자본주의에 통한다. 2000년대까지는 시장경제 신자유주의였지만 이제는 남을 이롭게 하는 ‘따뜻한 자본주의’다. 그걸 보여 주시고 있다. 나는 작년에 너무나 힘든 한해를 보냈다. 회사를 사겠다는 사람이 나타나서 흔쾌히 회사를 팔기로 했는데 알고 보니 사기였다. 건식코어드릴을 손해 보며 넘겨줄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벼랑 끝에서 길을 찾아보니 같은 물건을 절반 가격으로 만들 수 있는 루트를 개발했다. 곧 출시되는데 같은 품질에 절반 가격으로 경쟁할 수 있다. 위기가 기회가 됐다.
김성환 : 나 같은 경우는 선택을 해야 하는 중요한 시기에 놓여 있다. 몇 달째 고민하고 공부하고 있다. 성장 위주의 사업은 끝났고 보편적인 생각이 안 먹히는 시기다. 사람마다 생각도 너무나 다르다. 연령마다 생각도 다르고. 그래서 올해는 공부하는 시기로 정했다.
문제훈 : 나는 재고에 더욱 투자하려고 한다. 매장만 넓다면 마음껏 담고 싶다. 익산이라는 지역의 특수성도 무시할 수 없다. 인근에 철물공장이 없을 뿐더러 볼트는 재고를 당장 주문해서 조달받기 힘든 품목이다. 갑자기 찾아온 손님이 천원어치 사갈 때도 있고 천만원어치 사갈 때도 있다. 재고 확보가 필수다.
김대식 : 지방을 전국적으로 다녀보니 장사 잘되는 집은 ‘매머드 소매상’이더라. 점점 대형화된다. 자가 건물에 2층 3층 백화점식으로 주차장도 잘 갖추고. 그렇다면 돈도 없고 대형으로 갈 수도 없는 소형상가는 어떻게 하느냐. 집단으로 붙어있는 소형 상가가 연합하면 된다. 10개 매장이 모여 10가지 아이템을 갖고 있는 집단매장을 만들면 경쟁력이 생긴다. 내가 재고를 줄이더라도 같이 살려면 그렇게 해야 살아남는다.
 

툭 까놓고 말해서 우리업계 ‘이건’ 좀 바꾸자


서정철 : 다음 주제가 우리업계 이건 바꾸자 인데 오늘만큼은 툭 터놓고 말해보자. 나는 우선 전동공구 분야 얘기를 좀 하고 싶다. 우리나라 전동공구 시장에는 1년반 치의 재고가 남아 있다. 재고로 잠식되어 있는 거다. 철물은 썩지 않는다고 하지만 재고가 잠식되어 있는 경우 단가는 떨어지게 되어 있다. 이를 크게 부풀려 놓은 것이 외국기업이다. 그러나 이들은 국내 유통사를 이용하려고 하지 상생 관계로 보지 않는다. 미국은 피도 눈물도 없는 스타일, 중국은 속여 먹고 뒤통수치는 스타일이다. 우리 업계가 여기에 놀아나지 않도록 협회에서 유통질서 회복에 노력하는 부분을 높이 사고 싶다. 비록 당장의 성공이 보이지 않아도 경각심을 던지는 자체가 의미가 있다.
김성환 : 전동공구뿐만 아니라 수공구도 재고부담 문제가 크다. 나도 5년 전부터 재고 줄이기에 노력하고 있다. 지난 해 대형도매상인 A업체의 경우 한중FTA에 대비해서 소매상에 재고를 미리 팔았다. 그렇다면 받은 소매상의 입장은 어떻겠나. 이런 걸 고민해야 하지 않을까. 그리고 또 하나. 이 업체는 전국 6300여 거래처를 갖고 있는데 수도권 1300업체가 45% 매출을 차지하고 나머지 매출은 5000여 지방 업체가 차지하고 있단다. 결국 지방에서 장사하기 힘들어진다는 뜻이다. 이런 업계의 문제를 두고 어떻게 할지 서로 방향을 잡아가면 좋겠다.
서정철 : 우리 공구업계는 너무 주먹구구식이다. 통계적인 생각을 좀 가지자. 품목에 따른 국내외 상품의 가격 정보와 시장 규모를 분석한 자료를 구축하면 수요공급에 따라서 금액이 오를지 내릴지를 예측하고 대응할 수 있는데 이런 분석이 너무나 미흡하다.
김영재 : 대형유통사가 지방에까지 진출하면 중소상인들은 어찌할 방법이 없다. 내가 PB상품을 개발하면 모 대형유통사 영업사원이 사진을 찍어가서 같은 상품을 더 적은 단가로 유통시켜 버린다. 우리 재고는 창고에 쌓인다. 이렇다보니 같은 대전에서 도매를 해도 대전 사람이 우리 걸 안 팔아준다. 어떨 땐 회의가 온다. 최소한 남이 하던 걸 뺏어 가면 안 된다.
서정철 : 대형유통사는 우량기업이 되기를 당부한다. 번 돈을 혼자 쓰는 것이 아니라 직원복지, 장학사업, 자폐아, 노인복지, 문화, 예술, 체육사업 등에 쓰는 기업이다. 이 돈은 개인 돈이 아닌 세금으로 나가는 돈인데 아직도 이것에 눈을 못 뜬 기업이 많다. 오늘 우리가 한 자리에 모여서 업계에 대해 진솔한 이야기를 하는 자리를 마련한 것도 우량기업의 행동 중 하나일 수 있다. 업계 선도 기업이라면 물건 파는 이미지에서 벗어나서 우량기업으로 업그레이드 해 타 업체가 이것을 따라 하도록 앞장서야 한다.
김대식 : 옛날에는 공구업계에 골고루 부자가 많았는데 요즘에는 특정 부자가 많은 것 같다. 반면 존경받는 부자는 더욱 없는 거 같다. 대형유통사가 커지고 중간 도매상이 점점 괴사하고 있다. 몸으로 따지면 세포에 피를 공급하는 조직이 서서히 죽어가는 거다. 요리하다가 후추 한 병 사려고 대형마트에 자동차 타고 갈 수는 없지 않나. 업계가 다 같이 살 수 있도록 하는 ‘배려’를 주문하고 싶다.


나에게 ‘공구’란?


서정철 : 나에게 공구는 ‘잘못 들어온 길’이다. (웃음) 진짜로. 좋은 자리도 있었는데 여길 왔으니까. 그런데 내가 공구와 깊은 인연이 있는 거 같다. 주례를 300번 섰는데 절반 이상이 공구인이다. 공구는 나에게 ‘운명’이다.
김대식 : 공구란, 나에게 ‘비전’이고 ‘꿈’이다. 원래 YMCA, YWCA에서 레크리에이션 지도자 생활을 했는데 우연히 이쪽에 발을 들어놓게 됐다. 그런데 이 일을 시작하면서 늘 다이아몬드 공구가 머릿속에 있었다. 아직도 사람을 만나고 현장을 나가도 새롭게 개발하고 싶은 것이 많다. 내가 공급한 제품이 상대방에게 돈을 벌게 해 주니까 그게 또 행복하다.
문제훈 : 캬, 진짜로 멋쩌부러~ 나에게 공구는 ‘인생의 동반자’다. 나랑 같이 살아왔으니까 (그럼 사모님은?) 거기도 내 동반자이긴 한데… (폭소) 거보다 더 먼저 만났으니까 더 동반자다. 내 사주팔자에 ‘너는 철을 만져야 성공한다’ 하더라. 옛말에도 ‘철’을 만지면 배는 안 굶는다는 말도 있다. 진짜로 그런 거 같다. 그리고 공구업 덕분에 많이 배웠다. 예전에는 정성만 있다면 손님이 왔는데 지금은 공부를 해야 손님에 응할 수 있다.
김성환 : 맞다. 공구란 ‘공부를 하면서 가야하는 것’이다. 내 분야가 망치니까 망치의 관점으로 세상을 보게 된다. 마치, 장도리, 메 등 명칭부터 망치의 역사, 제조 과정까지 망치 하나로 어마하게 공부할 게 많다. 뭘 팔던지 알고 팔자. 공구에 대한 공부. 그 끝이 어딘지 모르지만 공구도 끊임없이 연구해야 하는 분야다.
육상길 : 공구는 내가 좋아서 시작했고, 지금도 ‘좋아하는 일’이다. 휴일에 나오는 것도 내가 나오고 싶어서 나오는 거다. 내 하루가 남들한테는 똑같이 보이는 하루일지 모른다. 그러나 나에게는 매일이 다르고 새롭다. 그래서 늘 즐겁다.
김영재 : 나는 표현하자면 공구를 ‘사랑한다’고 할 수 있다. 빨리 가게 나오고 싶고. 좌우명이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는 사람이 살아남는다’이다. 다른 분들처럼 나도 젊은 시절 고생한 만큼 지금 많은 것을 이뤘고 당당하다. 그리고 아직도 도전할 것이 많다. 공구에는 정년이 없다! (건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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