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대표 건전지 (주)벡셀
 


대한민국 자존심 지킨다

국내 토종 건전지 (주) 벡셀(Bexel)



시계, 리모컨, 게임기 등 작은 전자제품을 작동시키는 에너지원은 바로 손가락보다 작은 건전지, 어릴 적 집에서 쉽게 눈에 띄었던 '썬파워'나 '로케트' 건전지를 다들 기억할 것이다. 특히 (주) 서통에서 만든 '썬파워'는 90년대 전성기를 맞으며 국내 점유율 50%를 웃돌았다. 그러나 외환위기 이후 건전지 시장에도 외국자본이 밀려왔다. 친숙했던 토종 건전지 대신 에너자이저, 듀라셀 등 외국 브랜드가 시장을 독점하면서 토종 브랜드는 자취를 감추는 듯했다. 그러나 토종은 살아있었다. 대한민국 건전지 '벡셀'이 국내시장 탈환을 목표로 쑥쑥 성장해왔던 것이다. 한때 낯설게만 느껴졌던 벡. 셀. 두 굴즈가 현재 세계가 공인하는 한국 블내드로 인정받기까지 발자취를 더듬어 봤다.



‘썬파워’를 전신으로 탄생한 ‘벡셀’

서울시 영등포구 선유동로에 위치한 ㈜벡셀 서울사무실은 아침부터 역동적이다. 김용환 대표이사와 직원들의 분주한 움직임에 벡셀의 에너지가 고스란히 전해온다. 벡셀은 구미공장에 본사를 두는 한편 서울 사무실을 중심으로 국내외 시장으로 기세를 더하고 있다.벡셀의 전신은 ‘썬파워’ 건전지로 유명한 서통그룹. 김용환 대표는 YS정권 시절 정책적으로 해외로 진출하는 분위기와 대기업에 근무해 본 경험을 바탕으로 서통으로 오게 됐다.

“90년대 서통의 썬파워 건전지는 업계 1위였어요. 로케트와 1, 2위를 다투고 있었고요. 그러던 중 외환위기가 덮치면서 서통그룹이 재정적으로 어려워지고 변화해야 할 시점을 맞게 된 거죠.”

한때 국내 점유율이 50%를 넘었던 썬파워였지만 서통은 외환위기 직격탄을 맞으면서 당시 질레트코리아에 썬파워 브랜드를 매각했다. 7년간 국내 판매 영업을 하지 않는 조건이었다. 이후 질레트코리아는 로케트까지 인수함으로써 국내 브랜드를 장악해 갔다. 서통은 그 대안으로 ‘벡셀’을 만들었고 해외 건전지 시장을 노렸지만 2003년 끝내 파산하면서 삼라마이더스(SM) 그룹에서 벡셀을 인수했다.

노사 갈등을 해소하고 ... SM그룹에서 재도약

김용환 대표는 서통 근무 이후 한솔텔레콤 등 다년간 IT 업종에서 전문적 실력을 쌓은 후 과거 서통시절 경험을 바탕으로 SM그룹과 인연을 맺어 2009년 대표이사에 취임했다. 서통의 흥망성쇠를 직간접적으로 지켜봤기에 벡셀 경영을 맡았을 때 심정은 남달랐다.

“당시 회사를 어떻게 하면 정상 궤도에 올릴 수 있을까 많이 고민했어요. 노사 조율, 제품 생산과 마케팅 방법 등 여러 가지 고심이 있었죠.”

김 대표는 이 어려움을 이길 수 있는 방법으로 사원들에게 사업에 대한 확신을 심어주고 불안을 없애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우리 제품이 한국에서 만든다는 강점을 내세우고 기술력과 노하우로 시장에서 1등을 할 수 있다는 희망을 갖게 되면서 서서히 하나가 되었습니다. 큰 목표를 가지게 되면서 신뢰가 생기고 이익도 생기고 직원들이 자긍심이 생기고... 그러면서 토종브랜드 벡셀을 한국을 대표하는 업체로 성장시켜 하루빨리 외국기업을 이기고 예전의 국내 1위 명성을 되찾자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힘든 시기였지만 서로간의 방향성을 고민하고 희생해 가면서 지금까지 오는데 밑거름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최첨단 기술 건전지 ‘벡셀 ... 정열적이고, 무한한 파워

‘벡셀’이라는 건전지의 인지도를 높이는 것부터가 난제였다. 품질 하나는 세계적인 브랜드 OEM생산을 할 만큼 자신 있었지만, 소비자들은 그런 부분을 잘 모르기 때문에 자체 브랜드를 확실하게 알리는 것을 가장 중요한 목표로 삼았다. OEM 생산을 중단하고 시간이 걸리더라도 우리 브랜드를 살릴 수 있는 방안부터 생각했다.
벡셀은 Beyond Excellence 즉, 최고 기술 그 이상의 또 다른 최첨단 기술이라는 뜻이다. ‘벡’은 ‘백만’이라는 무한대를 뜻하는 숫자의 의미, ‘셀’은 전지를 뜻하는 Cell을 뜻하는 것으로 우리말 ‘쎄다’의 느낌도 함께 살려 ‘벡셀’이 됐다. 색상은 정열적인 에너지, 태양의 강렬한 느낌이 나도록 오렌지 색상을 선택했다.

“벡셀이 처음 탄생했을 때는 썬파워 이름을 사용할 수 없었고, 해외 판매만 가능했기 때문에 브랜드 이름이 영어였죠. 그 외 여러 가지 이유로 벡셀 브랜드가 우리나라 기업이 만든 토종이라는 사실이 잘 알려지지 않았어요. 기술은 자신 있었지만 새로운 브랜드를 소비자에게 어떻게 어필할지, 또 글로벌 거대기업에 맞서서 어떻게 시장을 점유할지 등 쉽지 않았죠.”



해외서는 대한민국 마케팅 ... 국내에서는 애국 마케팅

근본적인 문제에 부딪혔을 때 해외 시장에서 활동했던 김 대표의 역량이 빛을 발했다.

“제가 벡셀에 취임했을 즈음 중국과 동남아에 한류열풍 조짐이 일어나고 있었어요. 그렇다면 대한민국 제품이라는 이미지 자체가 큰 강점이 될 수 있겠다 싶었고, 품질이 나쁜 중국산에 비해 기술력 또한 차별화 포인트가 될 수 있었죠. 그래서 ‘대한민국 토종’이라는 것을 내세우는 대한민국 마케팅에 주력했는데 그게 맞아떨어진 거죠.”

국내에는 애국 마케팅을 시도했다. 제품에 태극기를 붙인 것도 이때부터다. 토종 건전지가 우리나라를 지킨다, 해외로 수출하는 대한민국 건전지, Made in Korea... 한류에 맞춘 국내 마케팅 또한 통했다. 로고도 영문 ‘Bexel’ 대신 한글 ‘벡셀’로 바꿨다. 삼성, LG 대기업 전자제품이나 리모컨 안에 들어가는 건전지에도 한쪽은 영문으로 한쪽은 한글 폰트를 사용하여 대한민국 제품임을 강조했다.

“요즘은 외국인들도 한글을 많이 알아봅니다. 우리도 예전에 일본 제품에 일본어로 표기되어 있으면 아 일제구나 알아봤듯이, 한글폰트를 일부러 사용하여 대한민국 제품이라는 간접마케팅을 시도한 거죠.”

그룹사 차원에서 도입한 미스코리아 마케팅을 벡셀에 도입한 것도 같은 이유다.




국내 점유율 2위로 껑충 ... 불경기가 오히려 기회로

다양한 아이디어 마케팅으로 벡셀은 2011년 이후 듀라셀을 추월해 국내 점유율 2위로 뛰어올랐다. 불경기도 오히려 기회였다고 한다.

“예전과는 다르게 소비자들은 합리적인 가격에 좋은 품질을 원합니다. 경기가 좋을 때는 잘 알려진 브랜드를 사지만, 리먼 사태 등 경기가 안 좋아지면 상대적으로 저렴한 제품을 찾게 됩
니다. 이럴 때 벡셀이 돋보인 거죠. 듀라셀이나 에너자이저보다 값이 싸면서 품질에 차이가 없다는 것을 소비자들이 알아챈 거예요. ”


경쟁사보다 제품가를 낮출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광고 거품을 뺀 것이다.

“외국 브랜드들이 하는 광고홍보, 프로모션들은 다 소비자들이내는 돈으로 하는 겁니다. OEM 거래 시에는 생산비에서 남김없이 싸게 가져가고, 마진이나 홍보비용을 모두 소비자에 전가하는 거죠. 그러나 저희는 광고홍보를 하는 대신 소비자에게 착한 가격과 좋은 품질로 돌려주는 거죠.”
 


좋은 원료와 까다로운 검수 과정

벡셀 건전지의 품질은 손색없다고 정평 나 있다. 좋은 원료와 까다로운 검수 과정 등 서통 이후 30여년의 노하우가 고스란히 압축돼 있기 때문이다.
원부자재를 구할 수 있는 곳은 세계에 몇 군데 없고 거래도 오래됐기 때문에 순도가 낮은 중국산 저가 원료와는 다르게 좋은 재료를 싸게 쓸 수 있다. 또 독자적인 기술력(배합률)을 보유하고 있고 원자재를 까다롭게 관리하고, 불량률을 최소화시키고 수 십 년간의 노하우로 합리적이면서도 질 높은 제품이 생산 가능하다.
수십 년간의 노하우가 있고, 공장에 근무하시는 분들 대부분 10, 20년 넘게 오래 근속한 엔지니어 분들이 많고, 영업마케팅 같은 경우는 젊은 층이 신세대의 소비자에 어필할 수 있는 신구의 조화를 이루고 있다. 물건은 보수적으로 꼼꼼하게 만들고, 마케팅은 새로운 트렌드에 맞추는 균형을 유지하고 있다.
“예전 벡셀이 법정관리 때 타 건전지 브랜드가 저희를 인수한다는 말도 있었는데 지금은 오히려 그 회사보다 많이 앞서 있습니다. 앞으로 또 판세가 바뀔 겁니다.”




미래 에너지 저장장치 개발에도 주력

다양한 제품 패키지 전략도 시도했다. 소비자가 직관적이고 쉽게 골라쓸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업계에서는 처음으로 ‘장난감용’ ‘도어록용’ 등 용도별로 포장지를 만들었다. 한편 재충전이 가능한 2차 전지 개발에도 주력해 의료기기, 농기계, 자동차 보조전원장치 같은 틈새시장에서 한몫하고 있다. 앞으로 가장 주요한 사업은 대용량 에너지저장장치(ESS) 개발이다.

“앞으로는 우리나라를 비롯한 에너지 시장이 풍력, 태양력, 조력과 같은 녹색 신재생에너지로 대체될게 틀림없습니다. 이러한 에너지를 저장할 수 있는 것이 에너지저장장치(ESS)이고 이것을 구성하는 하나하나의 보드가 바로 전지입니다.”

김 대표는 미래에는 에너지를 지금처럼 한전에서 보내주는 방식이 아니라 에너지 판넬을 이용해서 받은 에너지를 저장한 뒤 각 가정과 산업현장에서 사용하는 방식이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러한 에너지저장장치 개발은 정부에서도 10대 미래 과제로 선정해 추진하고 있는 만큼 벡셀의 큰 비전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미 독일 업체와의 MOU를 통해 독립형 ‘태양광발전 ESS’ 개발에 착수했으며 대규모 리튬폴리머전지 사업과 극저온 리튬이온전지 개발에도 주력하고 있다. 산학연 연계 사업도 진행 중이다.




소비재용품 다루는 벡셀 샵 만들고파 ... 토탈 전지 솔루션 기업 목표로

벡셀이 하고 싶은 일은 아직도 많다. 일단 1차 전지를 주로 사용하는 소비자를 위해 할인점, 슈퍼 등에서 소비자가 원하는 다양한 소비재를 손쉽게 공급하는 것이다.

“대부분 다른 물건을 사러 왔다가 전지를 사는 경우가 많습니다. 구매 목적에 맞게 다양한 소비재 용품들을 제공하여 궁극적으로는 ‘벡셀 shop’을 만들려고 해요. 한쪽에는 건전지, 한쪽에는 세제나 다른 여러 소비재 용품들로 된 shop을 운영하도록 소비재 전문 유통회사가 되는 것이 1차전지 쪽의 목표입니다.”

2차전지 쪽은 에너지 관련 유통 산업이라 주로 기업들을 중심으로 다양한 전지 솔루션을 제공하는 것이다. 그래서 토탈 전지 솔루션 전문 기업으로 나아가려고 한다.

“두 분야에서 국내 부동의 1등이 될 수 있는 회사로 만들 겁니다. 그래서 직원들, 주주들, 고객들과 이익을 공정하게 나눠가질 수 있는 회사가 된다면 더 없이 좋을 거 같아요.”

토종 브랜드로 건전지 업계의 자존심을 지키고 있는 벡셀. 토종 넘어 글로벌 브랜드로 성장할 날이 머지 않았다.




글. 사진 _ 배선희
자료제공 _ 벡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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