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바람과 함께 부는 워라밸 바람



일과 삶의 조화
 
워라밸
 
글 _ 김연수 · 자료 _ 고용노동부, SBS, Olive, 채널A, MBN





누구나 원하지만 아무나 누리지는 못하는 워라밸(Work and Life Balance). 워라밸은 나의 삶의 주인은 바로 나란 생각에서 출발한다. 워라밸이 서툴다고 생각된다면, 작은 변화로부터 시작하자. 워라밸을 잘 실천하고 있는 이들을 먼저 만나보자. 2018년 봄, 바야흐로 워라밸 시대다. 

바쁜 일상을 벗어나 여유를 즐기는 도시인들의 모습을 공유하는 프로그램이 시청자들의 눈과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시간이 멈춘 듯 느리게 흘러가는 <달팽이호텔>에서의 특별한 여행은 자기만의 시간을 갖고 싶거나, 또다른 시작을 꿈꾸는 이들을 위한 곳이다. <도시어부>도 마찬가지. 이덕화, 이경규, 래퍼 마이크로닷이 가슴에 낚시대를 품고 살며 늘 바다로 떠날 생각으로 가득한 리얼 낚시 버라이어티다. <미운 우리 새끼>의 김건모와 박수홍도 늘 워라밸을 실천하고 산다. 
<오늘 쉴래요?>는 ‘대국민 강제휴가 프로젝트’라는 단서를 붙이며 숨가쁘게 살아가는 도시인들에게 12시간이라는 일상의 휴식을 선물한다. 잘 먹고 잘 사는 일상의 소박한 모습을 잔잔하게 표현하며, 자신만의 삶의 방식을 찾아가는 이야기를 그려낸 영화 <리틀 포레스트>도 워라밸의 또다른 이야기 중 하나다. 사실 워라밸이란 건 아주 특별한 게 아니다. 일상에서 소소하게 누릴 수 있는 여유를 말한다. 
 
‘일과 삶의 균형(Work and Life Balance)’이라는 표현은 1970년대 후반 영국에서 개인의 업무와 사생활 간의 균형을 묘사하는 단어로 처음 등장했다. 우리나라에서는 각 단어의 앞 글자를 딴 ‘워라밸’로 주로 사용되는데, 고용노동부에서는 최근 ‘일·생활 균형 우수기업 사례공모전’을 개최하는 등 일과 생활 균형 문화가 사회전반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일·생활균형 캠페인’과 같은 다양한 정책을 시행 중이다. 특히 ‘일·생활 균형과 업무 생산성 향상을 위한 근무혁신 10대 제안’을 통해 △정시 퇴근하기 △퇴근 후 업무연락 자제 △업무집중도 향상 △똑똑한 회의 △명확한 업무지시 △유연한 근무 △똑똑한 보고 △건전한 회식문화 △연가사용 활성화 △관리자부터 실천하기 등 10가지 개선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지난해 라이프 트렌드였던 ‘욜로(You Only Live Once)’와는 무엇이 다를까? 인생은 오직 한 번뿐이기에 내 삶을 돌아보고 현재의 행복을 추구하는 건 어쩌면 일맥상통한다 싶다. 그러나 무작정 지금 이 순간의 자유로움만을 추구하기보다 일과 여가생활의 균형을 통해 일의 생산성은 늘리고 개인의 행복까지 누리는 것, 당장의 일상을 탈출하기보다 일상 속에서 행복을 찾는 것, 그것이 바로 욜로와는 또다른 워라밸이 추구하는 진정한 자유가 아닐까?
 
워라밸의 시작… 삶의 목표를 정하라 
 
<하우투 워라밸>의 저자 안성민 씨는 먼저 앞으로의 삶에 대한 큰 그림을 그려보자고 말한다. 이를 위해서 내가 누구인지, 내 꿈은 무엇인지,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 또는 싶었는지 분석해보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삶의 목표를 정한다는 간단한 첫걸음이 바로 워라밸의 시작인 것이다.  
일과 삶의 균형, 누구나 지킬 수 있다. 자녀와 함께 취미생활을 공유하거나 외국어를 배우고 자격증을 취득하는 등 자기계발에 정진하는 건 어떨까. 문화센터 등에서 음악, 미술, 공예 등 즐겁게 집중할 수 있는 예술의 세계로 빠지는 사람도 있다. 각 공연장에서는 평일 점심시간에 펼쳐지는 콘서트와 음악회 등을 즐기기 위한 직장인들이 삼삼오오 몰려드는 풍경도 펼쳐진다. 워라밸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다. 바로 지금, 내가 있는 곳에서 시작할 수 있다. 
이처럼 워라밸은 작은 변화, 작은 노력에서 시작된다. 미루는 습관을 없애고 스스로 규칙을 만들어 성공률을 높이는 게 중요하다. 나의 작은 실천을 통해 오는 주변의 작은 변화가 내 삶에 활력을 가져다준다. 나의 존재와 가치를 먼저 생각하자. 그것이 워라밸의 시작이다. 




4일은 의사, 3일은 목수

우드워커 대표공방 매니저 나도균





나도균 원장은 ‘나도균 의원·한의원’ 원장이자 25만명 회원을 거느린 다음카페 ‘우드워커’ 대표공방 매니저를 맡고 있는 목수다. 


출입구에 걸려있는 안전 관련 현수막이 시선을 사로잡는 곳. 바로 나도균 원장이 매니저인 우드워커 대표공방이다. 매니저가 의사인 까닭일까. 안전을 강조하는 모습에서 어떤 비장함마저 느껴진다. 
“안전목공이 최우선입니다. 목공을 왜 하는지 생각해보세요. 즐겁게 살려고 목공하는데 다치면 안 되죠. 보호장구는 꼭 착용하고, 회전공구 쓸 때는 절대 장갑을 끼지 말아야 해요. 또 끌 앞에 손이 있으면 안돼요. 때로는 사소할 수 있지만 아차 하는 순간 사고가 생기니까요.” 
그의 살가운 잔소리가 싫지 않은 이유는 바로 그의 또다른 직업이 목수이기 때문. 
나 원장은 원래 의사다. 병원을 운영하던 중 치료의 한계를 느끼며 다시 한의학을 공부해 지금은 의사와 한의사 복수면허를 가지게 됐다. 그의 남다른 도전의식은 바둑, 암벽등반, 사이클, 스쿠버다이빙, 스키 등 다양한 취미에서도 엿볼 수 있다.

 
차츰 실력을 쌓아가는 과정을 즐겨라

“워라밸이 특별한 건 아니에요. 뭐든지 열심히 하려는 열정이 필요할 뿐이죠. 게임을 하더라도, 메커니즘을 생각하면 더 재미있어요. 레벨을 올리기 위해 아이템을 살 게 아니라 게임하는 과정 그 자체를 즐기는 거죠. 목공도 똑같아요. 초보회원들은 빨리 고수가 되고 싶다고 하지만 제 생각은 달라요. 차츰 실력이 쌓여갈 때 즐거울 수 있는 거예요. 잘 하게 되면 재미없어요. 인생을 빨리 살아버리는 것과 똑같거든요. 살아가는 과정이 인생이죠.” 
처음 시작할 때는 그도 이렇게까지 열정을 쏟을 줄 몰랐다. 계기는 단순했다. 큰 집으로 이사를 하면서 가구를 주문했는데, 일부분이 썩는 등 품질이 엉망이었던 것.
“내가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하고 무작정 기계를 사러갔죠. 원래 못 박는 정도는 했어요. 공간박스나 책꽂이 같은 건 만들어봤는데, 나이 50이 넘어 원목가구를 만들게 될 줄은 몰랐어요.(웃음) 처음에는 헌 선반을 잘라서 톱, 끌을 이용해 만들었죠. 짜맞춤을 처음 시도했는데, 엉성했지만 굉장히 튼튼하더라고요. 그리고 본격 시작하게 됐지요. 당시 집에 가구가 하나도 없었어요. 아내가 기다려 준 덕분에 소파, 책상, 식탁 등 하나하나 만들어서 채웠죠.(웃음) 가구를 제대로 만들면 관리가 필요 없어요. 방향에 따라 구조적으로 잘 결합만 하면 백년이고 천년이고 가는 거죠. 저는 기름을 바르는 걸로 마감을 끝내는데, 무엇보다 손 마감이 최고라 생각합니다. 원목은 만질수록 이뻐지고 시간이 갈수록 색이 익거든요.”

 
워라밸은 내가 생각한대로 만들어 가는 삶
 
나 원장은 4일은 병원, 3일은 목공방에 산다. 지난해 4월, 개인공방을 정리하고 집, 병원과 가까운 곳에 대표공방을 열었다. 
“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매일 클래스가 있어요. 커피 그라인더나 도마 만들기 등 이벤트나 프로모션, 전시회도 열어요. 회원이 많다보니, 이런 공간이 필요하게 된 겁니다. 쉬려고 시작한 일이 지금은 또다른 일이 된 느낌이 커요.(웃음) 모든 일에는 균형이 중요한데, 균형을 잡는 게 쉬운 일은 아닙니다. 카페도 순수 동호회와 벼룩시장의 적절한 균형이 필요하듯, 목공방도 프로들만 많아도 재미없고, 아마추어만 있어도 정보나 기능이 약해져서 안돼요. 언제나 균형이 필요해요.”
목공방에는 매일 평균 7~8명의 사람들이 모인다. 주로 남자들이 대부분인데, 퇴근 후 저녁반을 통해 목공작업에 열을 올린다고. 
“제 의도는 초보자들이 목공에 쉽게 진입할 수 있도록 돕는 거예요. 주어진 일만 하다가 스스로 고민해서 뭔가를 만들어내는 ‘창조’가 즐거움도 주고, 생활의 편리함도 주는 것이란 걸 알려드리고 싶어요. 만들고자 하는 가구의 구조를 어떻게 할지 고민하는 것부터가 목공이거든요. 직접 기획하고 제작해 보는 것, 결국 이건 인생을 주체적으로 살아갈 수 있는 포인트가 되는 겁니다. 누군가가 그려준 설계도가 아니라 내가 생각한대로 만들어가는 삶, 이것이 바로 주도적인 삶이자 워라밸을 실천하는 것 아니겠어요?”

 
삶의 목표가 무엇인지를 먼저 생각하라
 
그는 이미 6년 전부터 워라밸을 실천해 오고 있다. 월, 수, 금, 토 진료, 일명 퐁당퐁당 진료를 시작한 건 61세 되던 해부터다. 요즘 같은 시대에 은퇴안하고 일할 수 있는 것도 복이지만, 일을 줄이고 취미생활을 병행하며 건강도 유지해 오고 있다.
“저는 진료할 때도 모든 환자들에게 인생의 목표가 무엇인지 물어봅니다. 인생의 목표를 생각하지 않고 살면 나이를 먹어도 계속 몰라요. 만약 인생의 목표가 건강하고 행복하게 사는 것이라면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한 과정을 즐겁게 해나갈 수 있는 거예요. 목공도 마찬가지입니다.”
특히 피곤하고 우울한 사람들, 삶의 목표가 없는 사람들에게 목공을 권한다. 능동적인 삶을 꿈꾼다면 지금 시작하라고 말해주고 싶다고. 
“처음엔 너무 재밌어서 눈뜨면 작업하고, 퇴근 후엔 자기 전까지 했어요. 그랬더니 손에 병이 나더라고요. 잘 낫질 않아요. 회복량을 초과하면 노동이 되는 거죠. 조절을 잘 해야 해요. 초과되거나 부족하면 밸런스가 깨지기 때문입니다. 박스를 들면 노동이고, 역기를 들면 운동인가요? 그렇지 않아요 둘 다 운동이 될 수도, 둘 다 노동이 될 수도 있어요. 일의 총량으로 보면 쉬면서 일을 해야 더 많이 할 수 있다는 걸 기억하세요.”
앞으로 목공 아카데미를 통해 체계적인 커리큘럼을 만들어보고 싶다는 나 원장. 최근 살레시오 수도회에 목공기계를 기증하는 등 소외된 분들을 위한 목공 관련 사회적 기업을 설립하기 위해 준비 중이란 그에게 또다른 워라밸을 기대해 본다. 

글·사진 _ 김연수





낮에는 공구 밤에는 댄스스포츠
 
구로 에스이엠시스템 김상옥 상무
 




댄스스포츠에 빠진 그 남자

김상옥 상무의 걸음은 무척 가볍다. 마치 춤을 추는 것처럼. 가벼운 걸음과 널찍한 보폭은 뒤에서 따라가기 힘들 정도다. 어떻게 그렇게 넓은 보폭으로 걷는 것인지 묻는 질문에 그는 ‘춤’ 덕분이라 대답한다.
서울 구로구 구로유통상가 에스이엠시스템 김상옥 상무는 올해로 공구업계 입문 30년차인 동시에 댄스계 입문 20년차다. 젊은 시절 청계천 공구상에서 일하던 때 아는 형님으로부터 이른바 지루박, 사교춤을 배우게 된 것을 계기로 춤에 입문하게 됐다.
“우연한 계기에 배우게 된 거야. 그렇게 춤을 배우다 보니까 또 다른 친구가 나에게 댄스스포츠라는 걸 권하더라고. 그래서 가서 봤는데 햐, 현란하데. ‘저런 춤이 다 있나?’ 싶었어. 그렇게 댄스스포츠에 발을 들이게 됐지.”
현재 우리나라의 댄스스포츠 인구는 500만 명에 육박한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40대가 주축이었던 댄스스포츠. 하지만 지금은 20~30대 청년층들의 인구도 폭발적으로 증가했을 뿐 아니라 50~60대 장년층도 즐기는 이들이 많다다. 그야말로 남녀노소 모두가 댄스스포츠에 열광이다.
 
자이브, 삼바, 왈츠, 탱고… 댄스스포츠의 매력

댄스스포츠는 크게 모던 댄스와 라틴 댄스로 나뉜다. 모던 댄스 종목의 왈츠, 탱고, 퀵스텝, 폭스트롯, 비엔나왈츠 그리고 라틴 댄스 종목의 룸바, 차차차, 삼바, 자이브, 파소도블레 등 십여 개 종목의 춤이 바로 댄스스포츠다.
맨 처음 라틴 댄스 종목으로 입문했던 김상옥 상무는 모던 댄스를 접하게 되면서 댄스스포츠의 매력에 더욱더 푹 빠져버렸다.
“라틴 댄스는 보통 상대방과 서로 떨어져서 추는 춤이거든. 그런데 모던은 서로 붙어서 추는 춤. 골반 댄스라고들 하지 왜. 그런데서 내가 매력을 더 느꼈던 것 같아. 상호간에 서로 몸으로 대화를 나누는 것 같아서 아주 색다른 느낌이 있더라고.”
춤을 추는 댄스홀은 주말이면 사람들로 바글바글하다. 평일에도 찾는 사람이 많다. 평일에는 공구상 사무실에서 업무를 보는 김 상무는 눈이 오나 비가 오나 토요일 일요일이면 언제나 댄스홀을 찾는다. 계절에 상관없이, 날씨에도 관계없이 사계절 언제나 즐길 수 있는 취미라는 것도 춤의 매력이다.
“땀을 흘려서 좋고, 음악과 함께하니 더 좋고. 또 누군가와 함께 한다는 것도 좋지.”

 
춤 덕에 찾은 건강… 병원 검진도 안 받아

댄스스포츠를 하고 난 이후 주변 사람들은 김상옥 상무에게 ‘걷는 포스가 달라졌다’고 한다. 그도 그럴 것이 춤을 추면서 몸의 중심을 잡는 근육이 단련됐다. 다리 축에 힘이 생기고 젊은 시절 달고 살던 만성 요통도 어느 순간 씻은 듯 사라져 버렸다. 또 무엇보다도 5분만 춤을 춰도 땀범벅이 되는 덕에 살이 찌는 것도 먼 나라 이야기다.
“댄스를 할 때는 몸이 뒤로 제껴지거든. 그렇게 항상 스트레칭 되는 거지. 배도 들어가고 걷는 자세도 달라지고. 내공도 강해진 것 같아. 그리고 몸을 움직이면 열이 발생하니까 몸이 좋아져. 감기도 안 걸린다니까? 나는 병원에 갔던 게 언제인지 기억도 안 나.”
하루 종일 사무실에서 컴퓨터 모니터를 보며 전화를 받으며 쌓인 피로도 춤을 추면 사라진다는 그였다. 음악이 있고 흥겨움이 있기 때문이다.
 
나이 들어서까지 즐길 수 있는 댄스스포츠
 
요즘 주말이면 다른 사람들에게 춤을 가르치고 있다는 김상옥 상무. 자신의 실력을 묻는 질문에 프로급만큼은 안 되지만 즐기는 이로서는 파이널, 준 프로급은 된다고 말한다. 그는 주변 다른 공구인들에게도 댄스스포츠를 추천하고 있다. 자기 몸에 배면 60대까지 할 수 있는 운동이라며 강력 추천을 날린다. 그러나 앞서 말한 것처럼 취미 그 이상을 넘어서고 싶지는 않다고 말하는 그였다. 내 일을 하고 그로써 내 가정을 지키는 것도 가장으로서의 의무이기 때문이다.
“일할 땐 일에 매진하고 춤을 출 땐 춤에 집중하는 거지. 일 할 땐 밤늦은 시간까지도 해. 그러다 댄스가 하고 싶다 하면 가서 풀어주고. 서로간에 절대 끼어들지는 않게. 딱 선을 그어야지.”
회사 일을 마치고 집에 들어가면 자리에 앉아 텔레비전 드라마만 시청하다 잠자리에 드는 사람들이 많다. 김 상무는 그런 이들에게 굳이 춤이 아니더라도 취미 하나를 꼭 가져 보라 말한다. 인생이란 일하고 돈 버는 것만이 전부가 아니기 때문이다.





 

어서와, 휴식은 처음이지?


돈을 많이 벌면 여유가 생길 것이라는 착각은 버리자. 
우리에게 휴식이 필요한 이유는 무엇일까.
 

먹고 살만해졌는데… 
여유가 없다니!
 
노란 산수유 꽃이 흐드러지게 핀 샛길을 소녀가 자전거를 타고 달린다. 소녀의 머리칼 사이로 푸른 봄 하늘이 나부끼고, 소녀의 가뿐 숨소리는 숲을 지나는 바람 소리에 차곡차곡 묻힌다. 소녀를 따라가던 시선은 공중으로 떠오르더니 산수유와 벚꽃이 만개한 언덕을 한 폭의 그림처럼 담아낸다. 최근에 개봉한 영화 <리틀 포레스트>의 한 장면이다. 바쁘게 살다가 간신히 시간을 내어 스크린 속 풍경을 접하면 느티나무 아래에 누워 느긋한 낮잠을 자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하다. ‘내가 돈만 많으면 저렇게 쉬고 싶을 때 쉴 수 있을 텐데…’하며.
대부분의 사람들은 돈을 많이 벌수록 그만큼 경제적으로 여유가 커지고 여가시간을 즐길 수 있을 거라 기대한다. 그러나 아쉽게도 그렇지 못하다. 경제학자 샌포드 드보와 경영학자 제프리 페퍼는 2001년부터 이루어진 ‘가계 수입과 노동 간의 역학 조사’ 결과를 확보하여 성별, 학력, 결혼 여부 등의 조건들을 통제한 상태로 분석을 실시했다. 그 결과, 수입의 크기와 시간적 압박감 사이에 정(+)의 상관관계가 있음을 발견했다. 다시 말해, 수입이 높을수록 시간적인 압박을 크게 느낀다는 것이다.
통제된 조건에서 실험을 해도 동일한 결과가 도출됐다. 드보와 페퍼는 학생들에게 가상의 컨설팅 회사에 근무하는 상황을 가정하게 하고서 ‘어떤 업무에 얼마의 시간을 투여했는지’를 기록하고 청구하는 과제를 맡겼다. 그러고는 학생들 중 절반에겐 1분에 1.5달러를 받는 고임금의 직원으로, 나머지 절반에겐 1분에 0.5달러를 받는 저임금의 직원으로 인식시켰다. 학생들은 과제를 끝낸 후에 “나는 오늘 시간적인 압박을 느낀다”, “어제와 비교해 나는 오늘 시간에 대해 더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느낀다” 등의 질문에 답해야 했는데 1.5달러 조건(고임금 조건)의 학생들이 0.5달러 조건(저임금 조건)의 학생들보다 시간적인 압박을 더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돈이 많을수록 시간에 더 쫓기고 휴식을 즐길 여유가 없어짐을 시사한다.
 
돈 위해 돈 버는 관성… 
잠 덜자면 오히려 딴짓 늘어나 
 
먹고 살만큼 혹은 그 이상으로 버는 사람들이 많아졌음에도 불구하고 왜 우리는 휴식을 즐기기보다는 일에 파묻혀 ‘피곤하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사는 걸까? 가족의 행복을 위한 가장의 책임감, 미래의 불확실성에 대한 불안감, 편하게 살고 싶은 욕망, 명예로운 생활 추구 때문에 더 많이 벌고자 하는 걸까? 시카고 대학교의 심리학자 크리스토퍼 시는 실험을 통해 돈을 많이 벌수록 필요 이상으로 많이 벌려는 심리가 존재한다고 말한다. 그는 불쾌한 소음을 들은 회수에 따라 상으로 초콜릿 바를 주는 실험을 실시했다. 첫 번째 그룹의 참가자들은 소음을 20번 들을 때마다 1개의 초콜릿 바를 받았고, 두 번째 그룹은 120번을 들어야 초콜릿 바 1개를 가질 수 있었다. 즉, 첫 번째 그룹은 ‘고소득 그룹’이고 두 번째는 ‘저소득 그룹’이었다.
결과는? 당연하게도 고소득 그룹은 평균 10.74개의 초콜릿 바를 획득했고, 저소득 그룹은 평균 2.54개 밖에 얻지 못했다. 사전에 크리스토퍼 시는 별도의 사람들에게 실험 내용을 상상하게 하면서 몇 개 가량을 먹을 수 있을 것 같냐고 물었는데, 그때 나온 개수는 3.75 ~ 3.77개였다. 고소득 그룹은 필요한 양보다 7개 가량의 초콜릿을 더 벌었고 그 7개를 더 얻기 위해 140번 가량 소음을 더 참아냈던 것이다. 소음을 들을 시간에 피아노곡을 들으며 편히 쉴 수 있는데도 말이다. 이 간단한 실험은 돈을 많이 벌면 충분한 휴식을 취할 수 있겠다는 다짐이 말처럼 쉽지 않음을, 그리고 별 생각 없이 돈만 축적하게 된다는 점도 시사한다. 한 마디로 정리하면, ‘돈을 위해 돈을 버는’ 관성에 빠진다. <리틀 포레스트>의 소녀와 함께 언덕과 벌판을 달리고 싶다는 희망은 그저 희망으로 끝나는 줄도 모른 채.
이제부터 적극적으로 휴식하는 습관을 들이자. 밤늦도록 일하느라 잠을 제대로 못자는 일도 줄이자. 데이비드 와그너는 수면 시간이 줄면 낮에 회사에서 쓸데없는 시간을 많이 소모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96명의 학생들은 실험 전날 수면 상태를 모니터링 할 수 있는 팔찌를 잔 채 잠을 잤다. 와그너는 다음 날 아침 실험실에 모인 학생들에게 대학 교수직에 지원한 사람의 42분짜리 시범 강의 동영상을 보여주고 컴퓨터 상에서 그 사람의 강의 능력을 평가하도록 했다. 그랬더니 전날 밤에 잠을 많이 못 잤거나 수면의 질이 떨어지는 학생일수록 강의 동영상을 보지 않고 인터넷을 하며 딴 짓을 많이 했다. 수면 부족이 두뇌를 많이 사용하는 일을 회피하게 만들고 인지적 부담이 덜 가는 방향으로 사람들을 유도함으로써 전반적으로 생산성을 떨어뜨린다는 결과였다. 
 
업무 성과 개선엔 
적절한 휴식이 최고
 
휴식이야말로 오히려 생산성을 높이는 효과적인 전략임을 기억해 두자. NASA의 마크 로즈킨드는 야간비행 임무를 수행하며 평균 26분 동안 낮잠을 잔 조종사들은 각성 테스트의 평균 반응시간이 16퍼센트 빨라진 반면, 낮잠을 자지 않은 상태로 각성 테스트를 받은 조종사들은 반응시간이 34퍼센트나 느려짐을 발견했다. 브레인스토밍에서도 휴식의 효과는 여실히 나타난다. 10분간의 휴식시간을 가진 참가자들이 그렇지 못한 참가자들에 비해 40퍼센트나 많은 아이디어를 쏟아냈고 아이디어의 다양성 측면에서도 우수했다고 한다.
휴식 시간을 늘리면 생산성이 크게 개선된다는 벤자민 와버의 연구도 있다. 대형 은행 콜센터 소속 2개 팀을 골라 팀원들이 함께 커피 브레이크를 즐기도록 스케줄을 변경했다. 3개월 후 평균 콜 처리시간을 분석한 결과, 그 값이 8퍼센트 이상 개선되었고 성과가 낮은 팀은 20퍼센트 이상 개선이 이루어졌다. 금액으로 환산하니 160만 달러의 효과가 발생했다. 근무만족도도 10퍼센트 이상 향상됐다. 잡담을 나누며 기분 전환을 하면 뇌가 창의적인 자극을 받고 유대 관계와 동료의식이 형성돼 업무 협조가 원활하게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소크라테스는 “바빠서 여유가 없을 때야말로 쉬어야 할 때다”, “한가로운 시간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재산이다”라고 말했다. 돈을 많이 벌어야 쉴 수 있다, 내일의 달콤한 휴식을 위해서 오늘도 밤늦도록 일한다, 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진정한 재산을 까먹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각자 적절히 휴식하는 전략을 찾아내어 삶의 풍요가 넘실대는 황금빛 들판을 달려보는 것은 어떠한가?
 
글 _ 유정식 인퓨처컨설팅 대표. 저서 ‘착각하는 CEO’, ‘경영, 과학에게 길을 묻다’ 등




워라밸 다르게 보기



장원섭 교수 ‘다시 장인이다’ 저서 통해 일과 삶은 하나 주장
생계수단으로서의 일이 아니라 일을 통해 행복 찾아야… 기업에 장인정신 필요

일과 삶 구분은 곧 불행… 조화롭게 의미 찾아야

“워라밸(work-life-balance)은 잘못 됐다”
일을 통한 배움과 성장에 관해 연구하고 있는 연세대 장원섭 교수. 그는 요즘 우리나라서 유행하는 워라밸은 일을 단지 생계의 수단이며, 삶과 행복을 뺏어가는 것으로 바라보게 한다고 주장한다. 일과 삶을 분리해 어느 것 하나에만 행복을 찾는 경우는 절반의 행복을 얻을 뿐이라는 것.
국제사회조사연합(ISSP)에 따르면 우리나라 근로자들에게 일이란, 먹고 살기 위해 어쩔 수 없이 하는 ‘생계수단형’으로 분류된다. 이는 일을 ‘자아실현의 방법’으로 생각하는 미국이나 일의 흥미와 발전 가능성을 중시하는 ‘보람중시형’ 프랑스, ‘관계지향형’의 일본과 구분된다.
장 교수는 그의 저서 <다시, 장인이다>에서, 워라밸을 ‘일과 일 이외의 삶 사이의 조화’로 표현하는 게 더 정확하다고 한다. 진정한 일과 삶의 조화는 ‘장인(匠人)’에게서 찾을 수 있다. 장인은 일을 통해 삶의 목적과 존재의 의미를 발견하며, 궁극적으로 일을 통해 공동체에 기여하고자 하는 사람이다.
 
‘푹 빠져야 자유로울 수 있다’
 
사람은 일 없이 행복할 수 없다. 일과가 정해져 있지 않은 삶은 자유롭고 편하기보다는 고통이 된다. 소설가 김훈은 하루 세장, 김연수는 하루 세 시간 5매 정도, 무라카미 하루키는 매일 5~6시간의 글쓰기를 지킨다고 한다. 장원섭 교수는 일하는 삶을 ‘카페라떼’에 비유했다. 진하고 쓴 맛에 우유의 부드러운 단 맛이 가미된 커피. 즉, 일과 여가, 배움, 사회관계 등은 서로 구분되기보다 뒤섞여 있다는 의미다. 일은 살아가는 이유와 맞닿아있다. 때문에 스스로 일하는 이유를 곰곰이 생각해봐야 한다.
그는 장인이 되기 위해, 일에 대한 소명의식 또는 가치를 키워가야 한다고 말한다. 가치는 일을 열심히 하면 할수록 더 생긴다. 일로부터의 자유는 일과 떨어져 있을 때가 아니라, 일에 더욱 깊이 들어갔을 때 얻을 수 있다. 주변상황에 휘둘리지 않기 위해서는 자신이 일의 주인이 되어야 한다는 말이다. 
기업은 장인이 많아야 오래 살아남는다. 그는 많은 장인이 나오기 위해서는 장인을 육성할 수 있는 장기적이고 거시적인 기업문화와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전한다. 무조건적 주인정신을 강조하기보다 일의 결과에 대한 공정한 보상도 중요하다. 볼보자동차의 우데발라 공장이 한 예다. 직원 역량에 따라 직급을 재구조화하고 권한을 분산해 작은 성취를 경험시킴으로써 장인성을 키운다. 장인의 수준에 오른 이후에는 일과 함께 삶의 여유와 에너지를 중요하게 여길 수 있다. 행복하게 일할 것인지, 불행하게 노동할 것인지는 스스로의 선택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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